[지지대] 면도에 대한 단상

먼저 들어온 수감자가 귀엣말을 해준다. 빵 한 조각을 유리조각과 바꿔 털을 깎아. 그래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어. 노동력이 없어 보이면 가스실로 보내지거든. 그렇게 안 보이려면 그게 상책이야.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 남았던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의 일화다.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면도(面刀) 얘기다. 꼭 그렇지만은 않겠지만, 칼날이 지나갈 때마다 살갗이 따끔거린다. 그래서일까. 신경을 한껏 곤두세운다. 2~3분 정도다. 하지만 그 시간만큼은 평화다. 면도의 반전(反轉)이다. 남성들이 아침마다 치르는 의식은 그래서 늘 엄숙하다. ▶면도할 땐 면도용 거품을 먼저 얼굴에 바른다. 피부와 면도날과의 마찰력을 떨어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피부 자극과 상처 최소화를 위해서다. 면도용 거품도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다. 귀했던 시절도 있었다. ▶면도는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18세기 후반 유럽이었다. 프랑스대혁명이 끝날 무렵이었다. 턱수염은 깎는 게 원칙이었다. 러시아 표트르 1세는 수염세도 부과했다. 금속제련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면도날은 거칠었다. 나폴레옹도 면도하다 피를 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19세기 들어선 다시 수염 기르기가 유행이었다. 낭만주의 영향이었다. 카를 마르크스나 에이브러햄 링컨 등이 그랬다. 그러다 20세기 들어와 역전됐다. 그때부터 성인 남성은 매일 아침 면도하고, 매일 아침마다 베인다. ▶면도는 아침마다 해야 하는 위험한 곡예다. 항생제가 나오기 전에는 면도하다 베인 상처에 들어간 균으로 죽는 일도 있었다. 페니실린을 처음으로 주사, 치료를 시도한 대상자가 이런 경우였다. 페니실린 효과는 좋았지만, 양이 부족해 숨졌다. 면도 안 하기(No-Shave) 캠페인도 있었다. ▶전장(戰場)에서 병사들이 웃도리를 벗고 면도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스페인 내전에 종군기자로 참전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망중한(忙中閑)이 그랬다. 전기면도기를 쓰면 베이지 않겠지만, 재래식 면도기가 더 좋다. 전기면도기를 사용하면 좀처럼 걱정과 잡념이 사라지지 않는다. 베일 필요가 없으니 집중하지도 않는다. 요즘처럼 하수상한 시절에는 면도라도 자주 하자. 그래서 세상의 온갖 텁텁함도 깔끔하게 깎아 버리자.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디지털 고려장

지난 3일 서울시 노원구 월계동의 한 아파트 상가 앞에서 노인 50여명이 피켓 시위를 벌였다. 피켓에는 노인배제 주민불편 S은행 폐점 반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상가 1층에 자리한 이 은행은 내년 2월쯤 지점을 폐점하고 디지털과 AI기술을 활용한 무인형 점포로 전환할 계획이다. 20~30년 이 은행을 이용한 노인들은 직원을 없애고 키오스크니 뭐니 하는 거로 은행 일을 보라고 하면 노인들은 어떡하냐고 항의했다. 노인들은 간단한 입출금거래도 직원들에게 의지하는 실정이라 은행이 없어진다니 막막해 한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거래에서 소외되고 있는 노인층에겐 불편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오죽했으면 은행 폐점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강추위 속 AI 은행에 맞서 피켓까지 들었을까 싶다. 은행 점포는 매년 줄어든다. 2015년 말 7천281개에서 2021년 하반기에는 6천183개로, 6년새 1천개 넘게 사라지고 있다. 은행의 대면 창구가 크게 줄었는데 금융소외 계층을 위한 대책은 거의 없다. 스마트폰, 컴퓨터 등 디지털 금융거래를 못하는 노인들은 디지털 고려장을 당하는 것 같다고 한다. 디지털을 모른다는 이유로 많은 노인들이 은행, 병원, 기차역, 주민센터 등에서 줄서기를 한다. 일상생활 곳곳이 빠르게 디지털, 비대면화 하면서 온라인과 모바일이 제공하는 각종 혜택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한국은 디지털 선진국으로 통하고, 스마트폰 보유율은 93.1%로 세계 1위다. 하지만 화려한 숫자 뒤에 노인들은 철저히 소외돼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세 억제를 위해 13일부터 방역패스(접종증명ㆍ음성확인제)를 확인한다. 식당카페나 미술관, 공연장 등 다중이용이설에서 방역패스 확인을 하지 않으면 이용자, 운영자 모두에게 과태료를 물린다. 이용자는 1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고 운영자는 1차 150만원, 2차 300만원의 과태료와 함께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수기명부는 안 된다. 스마트폰이 익숙치 않은 노년층 불편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세상살기 참 힘들다는 한숨이 절로 나올만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여성=젖소’ 광고 논란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지난해, 대학동문 카톡방에서 한 남자친구가 대화 때마다 코로나년 코로나 미친년 운운했다. 코로나 때문에 친구를 만나지도 못하고, 일상생활이 힘들다는 표현을 한 것이다. 근데 왜 ~년인지, 상당히 불쾌했다. 따로 카톡을 보내 부인이 있고 딸을 키우면서 왜 말끝마다 코로나년이냐고 했다. 그 친구는 전혀 의식하지 못한 발언이라며 부끄러워 했다. 대화 내용을 지우고, 조심하겠다고 했다. 이 친구처럼 은연 중에 여성을 비하하는 이들이 있다.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탓이다. 광고에서도 가끔 여성을 모욕하거나 비하하는 내용이 제작돼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우유 광고에선 잇따라 여성을 젖소에 비유해 거센 비난을 샀다. 서울우유는 지난달 말 유튜브 채널 등 SNS를 통해 자사 제품 홍보영상을 공개하고 감상평을 댓글로 남기면 경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영상에는 풀밭에 엎드려 요가 동작을 하거나 계곡물을 마시는 흰 옷입은 여성들이 등장한다. 한 남성이 이 여성들을 몰래 촬영하다 나뭇가지를 밟아 소리가 나자 목초지에 있던 여성들이 모두 젖소로 바뀐다. 여성을 젖소에 비유한 광고라니, 네티즌들은 황당하다, 불쾌하다, 역겹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여성들을 몰래 촬영하는 듯한 도촬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서울우유는 공식 사과하고 영상을 내렸다. 이 회사는 2003년 인사동의 화랑에서 신제품 홍보행사를 하면서 여성 누드모델 3명을 출연시켜 서로의 몸에 요구르트를 뿌리는 등의 퍼포먼스를 벌인 바 있다. 서울우유에 이어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가 홍보용 웹툰에 젖소무늬 원피스를 입은 여성을 등장시켰다가 삭제했다. 위원회는 홍보용 웹툰 춘봉리 밀키를 선보여 왔는데, 최근 웹툰에 밀키가 몸에 딱 붙는 젖소무늬 옷을 입고 나온다. 누가봐도 젖소를 연상시킨다. 성차별적인 이런 광고는 우리 일상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져 있음을 방증한다. 광고 완성까지 수많은 관계자를 거쳤을 텐데 걸러지지 않은 것은 의도적이건, 부주의건 문제가 많다. 대중에게 호감을 이끌어내야 하는 광고가 혐오를 유발하고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피그말리온의 사랑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키프로스의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여성을 혐오하다가 아름다운 여신상 하나를 만들면서 변하기 시작한다. 생명이 없는 조각상에게 멋진 옷을 입혀주기도 하고, 온갖 장신구로 치장해주며 밤이면 팔베개까지 해준다. 피그말리온은 조각상에게 진심으로 사랑을 느낀다. 이에 감동한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조각상에 생명력을 선사한다. 훗날 이 이야기는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기대나 믿음을 받으면, 이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좋은 결과가 나타난다는 사회현상, 피그말리온 효과로 전해진다. 피그말리온 효과가 가장 필요한 현장을 꼽으라면 단연 학교다. 아이들은 사회로 나오기 전 작은 사회인 학교 안에서 성장하고, 변화하며, 발전한다. 20년간 학생의 심리를 분석한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최근 피그말리온 효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사가 긍정적인 기대를 가지고 아이를 대하다보면, 그것이 비단 따뜻한 말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학생의 태도나 성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 같은 사실은 1968년 하버드대의 로젠탈 교수의 실험에서도 엿볼 수 있다. 로젠탈교수는 미국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한 뒤 결과에 상관없이 무작위로 20%의 학생을 뽑았다. 교사는 이 학생들에게 기대와 격려를 담아 따뜻하게 대했다. 그리고 얼마 뒤 다시 지능검사를 했더니 학생들의 성적이 실제로 향상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최근 인천에서는 학교 내 교사들이 학생을 상대로 폭언을 해 정서학대를 당했다는 신고가 잦다. 물론, 요즘의 교육현장에서 교권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교사의 말한마디, 행동 하나는 아이들에게 생각보다 더 큰 영향을 준다. 교사에게 자주 폭언을 듣는 학생들이 다른 교우관계에서도 나쁜 아이로 낙인찍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이는 실제 아이의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인천의 교육현장에는 훌륭한 교사들이 많다고 믿는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는 그들의 손에 있다. 김경희 인천본사 사회부장

[지지대] 대선 골드 크로스, 그날은?

국민 기억 저편에 있는 조국 전 법무장관. 그가 다시 세상에 회자된다. 한때 젊은이의 우상이었다. 소셜 네트워크(SNS)에 글을 올리면 젊은이들은 공감하고 환호했다. 정의와 공정의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자녀 입시 논란, 사모펀드 논란, 위장전입, 사문서 위조 논란 등으로 국민 다수에 실망과 배신감을 줬다. 조로남불의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민심 이반의 시발점이다. 그럼에도 민주당내 일각에는 친문을 의식하기 때문인지 그의 이름, 특히 조국 사태는 금기어다. 민주당이 조국이라는 철옹성 벽을 깨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반드시 깨야 한다. 대선이 석 달 남았기 때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권 후보가 조국 전 장관 사태에 사과했다. 그는 지난 2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낮은 자세로 진지하게 사과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민주당이 금기시하던 조국을 논하며 조국의 강을 건넜다. 세 번째 대국민 사과였다. 그럼에도, 지지율 반등이 녹록지 않다. 왜일까? 여론조사에 밀리니 급한 마음에, 대선 승리를 위한 깜짝 사과로 받아들여진 탓이다. 추미애 전 장관의 비판에 한발 바로 물러선 모양새도 곱지 않다. 시기가 문제다.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이 후보의 첫 카드는 이재명 정부였다. 생즉사 사즉생(生則死 死則生)-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 . 이젠 두 번째 카드를 꺼내야 한다. 대장동 특검이다. 보수ㆍ진보 진영 간의 논쟁은 무의미하다. 중도층 표심을 확장하고 싶다면, 나홀로 특검 수용은 어떨까? (대장금 사태) 혐의가 없다. 의혹일 뿐이다. 화천대유 비리 사건의 처음과 끝까지 성역없는 특검을 요구한다. 윤 후보님의 조속한 답변을 요청드린다. 이런 말 잔치에 국민 시선은 차갑고 냉소적이다. 문 정부에서 무너진 정의, 공정, 상식을 국민이 원한다. 정권교체 여론이 이를 반증한다. 그렇다면, 이재명은 (청렴ㆍ진실ㆍ소통) 합니다. 대선 승리가 전략이면 대장동 특검수용은 전술이다. 국민 신뢰 없이 골드 크로스는 없다. 김창학 정치부 부국장

[지지대] 외교적 보이콧

인류가 만들어낸 이벤트 가운데 으뜸은 올림픽이다. 경연이 펼쳐지는 동안 지구촌은 대치와 증오를 멈춘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그랬지만,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시작됐던 현대 올림픽도 그렇다. 평화의 대제전이 펼쳐지는 탓이다. 그래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게는 찬사와 박수 등이 쏟아진다. ▶해가 거듭 될수록 종목들도 늘고 있다. 한여름에만 열리던 이벤트가 한겨울에도 개최됐다.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였다. 올림픽의 존재 이유다. 많은 인파가 행사가 열리는 도시를 찾는다. 외교사절도 마찬가지다. ▶스포츠 향연만 펼쳐지는 건 아니다. 경기장 밖에선 외교 올림픽도 열린다. 그동안 매듭짓지 못했던, 나라와 나라 사이의 해묵은 과제로 머리를 맞댄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게임이긴 하지만 말이다. 스타디움 안팎은 그래서 늘 활기가 넘쳤다. ▶그런데 올겨울 베이징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선 사정이 달라질 듯싶다. 미국이 외교사절 참석거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인권탄압을 문제 삼았다. 스포츠 경기 등에 공식 외교사절단 없이 선수단만 파견하는 행위를 외교적 보이콧(Boycott)이라고 부른다. 중국의 인권문제가 외교적 보이콧을 감행할 정도로 심각한가. ▶보이콧이란 단어는 아일랜드 귀족의 재산관리인이었던 찰스 보이콧(Charles Boycott)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한 전쟁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 1756~1763년이었다. 영국이 식민지로부터 세금 징수에 나서자 식민지 주민들은 영국 수출품 불매운동을 벌였다. 미국의 독립은 그렇게 쟁취됐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은 영향력이 막강하다. 미국 이외 다른 서방국가들의 동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의 강력한 반발도 예상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중국의 지속적인 종족 학살과 반인도적 범죄, 기타 인권 유린을 감안해 어떤 외교ㆍ공식적 대표단도 보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남아공 등에서 새로 발견된 코로나19의 변이 바이러스가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온 미국의 발표가 우리를 우울하게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힘겨루기도 볼썽사납다. 중국의 인권탄압을 비난하는 미국은 과연 인권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을까.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청소년 ‘방역패스’ 논란

방역패스(vaccine pass)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하거나 음성을 확인했다는 증명서다. 지난 11월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진행되면서 집단감염 우려가 높은 다중이용시설을 출입할 때 방역패스를 제시하고 있다. 다만 미접종자 중 PCR 검사 음성확인자, 만 18세 이하 아동청소년, 완치자, 의학적 사유에 의한 백신접종 예외자는 방역패스 예외 대상이어서 증명서 없이도 시설 출입에 제한을 받지 않았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서도 발생하는 등 코로나19 확진자가 또 다시 급증하자 정부가 방역패스를 강화하고 있다. 6일부터 식당과 카페를 포함한 대부분의 다중이용시설에 방역패스를 적용하고 있다. 내년 2월부터는 1218세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도 방역패스를 적용한다. 대상 연령대는 2003년 1월1일생부터 2009년 12월31일생까지다. 내년을 기준으로 하면 중학교 1학년부터 해당된다. 정부는 청소년 백신 접종률이 높지 않은 점을 고려해 8주 유예기간을 두고 접종을 독려하기로 했다. 해당 연령층은 내년 2월부터 접종 완료 증명을 하거나 PCR 음성 확인서가 있어야 입장이 가능하다. 식당과 카페는 물론 학습을 위한 학원과 독서실, 도서관까지 방역패스 적용 대상이 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미접종자에 대한 차별, 나아가 사실상 접종 강요라며 반발하고 있다. 백신패스를 반대한다며 정부 방역정책을 비판한 고등학교 2학년생의 청와대 국민청원에 열흘 만에 22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부작용 불안으로 1차 접종도 못한 상황이라며 백신패스 확대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방역패스는 미접종자 보호전략, 방역패스는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정부 방침을 지지하고 있다. 교육부도 백신 접종률이 높아진 고3 연령층에서는 확진자가 줄어드는 반면 접종률이 낮은 그 이하 연령층에선 확진자가 계속 증가한다며 백신 접종 효과를 홍보하고 있다. 백신 접종, 지금은 그게 답인 것 같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누구나집’ 정책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실패로 부동산 정책을 꼽는 이가 많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최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해 가장 큰 실패 영역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는 26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폭등한 집값을 잡아 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공언했지만 코로나19 상황 속에 유동성 증가에 따른 부동산 광풍으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부동산 문제는 여러 요소가 얽히고설켜 해법 찾기가 어렵다. 문 정부는 효과는커녕 민심이 돌아설 정도로 참패했다. 젊은이들까지 영혼을 끌어들여(영끌) 집을 사는 부동산 광풍 속에 전체 2천92만7천가구 중 43.9%는 자신 명의로 된 집을 갖지 못하고 있다. 무주택 가구는 지난해 919만7천가구로 전년도(888만6천922가구)에 비해 31만가구 늘었다. 이 비중은 매년 증가해 다주택자와 무주택자가 동시 증가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이번엔 누구나집 대책을 내놨다. 누구나집은 청년, 신혼부부 등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을 위한 주택공급 사업이다. 집값의 10%만 내고 10년간 월세 임차인으로 거주하면 입주때 미리 정한 집값으로 분양받을 수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인천시장 시절 추진했던 프로젝트로, 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무주택 서민을 위한 혁신적인 공급 방안이라고 발표했다. 누구나집 시범사업지로 화성능동, 의왕초평, 인천검단 4곳 등 6곳이 선정됐다. 의왕초평에서 84㎡에 입주할 경우, 입주시 8천500만원(분양가의 10%)을 내고 시세의 85~95% 수준인 110만원~130만원의 월세를 내야 한다. 월 12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10년 뒤 확정분양가 8억5천만원에 10년간 납부한 1억4천400만원을 더한 9억9천400만원에 집을 얻는 것이다. 청년ㆍ신혼부부가 이 돈을 모을 수 있을까? 10년 월세살이 뒤, 7~8억원은 모아야 하는데 누구나집이라니. 확정분양가가 현 시세와 크게 다르지 않아 논란이 크다. 문 정부에선 더이상 부동산 대책을 내놓지 않는게 어떨까 싶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불청객 오미크론

국내 자영업자들의 근심이 또다시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변이 때문이다. 오미크론 변이는 전파력이 기존 변이보다 강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연스럽게 방역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2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5천266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처음으로 확진자 수가 5천명을 넘어선 뒤 하루 만에 기록이 경신됐다. 전날 오미크론 감염 사례도 국내에서 처음 확인됐다. 지난달 나이지리아를 방문했던 40대 부부와 이들의 지인 등 5명이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에 따른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지난달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한국 수출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가 신흥국 제조업 활동에 차질을 야기하거나 주요국 경제활동 정상화에 영향을 미칠 경우 각종 국내 경제 지표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경제도 오미크론 변이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미국 내 오미크론 첫 확진 소식에 12월 첫 거래일을 맞은 뉴욕증시 3대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여행주와 항공주들이 일제히 빠졌다.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하락했다. 기존 백신이 오미크론에 효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는 발언이 나온 데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테이퍼링 가속화에 힘이 실리면서 투자심리가 악화했다. 반면 투자자들이 오미크론으로 인한 시장변동성에 대비하면서 안전자산인 국제 금값은 소폭 상승했다. ▶코로나 확산 속 정부가 지난달 29일 단계적 일상회복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오미크론이란 변수로 단계적 일상회복이 다시 갈림길에 섰다. 당장 방역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각종 방안을 고려 중인 정부도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 강화 조치를 세심하게 검토하는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 다만 우리 사회가 단계적 일상회복 이전으로 되돌아가면 수많은 자영업자들의 손실은 불가피하다. 정부의 강력하고 지혜로운 처방이 절실한 때다. 홍완식 경제부 차장

[지지대] 불우이웃돕기

12월은 전통적으로 불우이웃돕기성금 모금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일년 중 마지막 달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적십자 등 복지기관에서 대대적인 모금 캠페인을 벌인다. 구세군은 자선냄비를 내 건다. 기업 사회단체 등에서도 연말연시가 되면 시설을 방문해 위문품을 전달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이 활발히 진행한다. 과거에는 학교에서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걷기도 했다. 작은 저금통에 동전을 모아 전달하기도 했다. 코 묻은 적은 돈을 냈지만 나름 좋은 일에 쓴다고 생각하니 어린 마음이 뿌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은 분위기가 달랐다. 코로나19 공포 속에 훈훈한 기부도 위축됐다. 연말연시면 자매결연 맺은 복지시설을 방문하고 위문품을 전달하는 모습이 사라졌다. 정에 그리운 독거 노인 아동보호시설에 있는 아이들을 찾아 위로하던 활동이 뚝 끊겼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코로나19는 몇개월만 참으면 끝난다는 기대가 있어 아쉽지만 이들 후원자들은 코로나19 이후를 기약했다. 결국 시설에 있는 노인 아이 등 불우이웃들은 더 혹독하고 외로운 겨울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올해도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정부가 위드 코로나를 시작했지만 확진자가 증가하고 오미크론 변이가 등장하면서 다시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19는 인류의 전쟁이다. 이 영향이 다시 소외계층에 미칠 것이 우려된다. 코로나19의 등장으로 우리 사회는 많은 것이 변했다. 마스크 쓰는 것이 일상화되고 비대면 사회활동이 당연시되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 중 하나가 더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 손을 잡고 함께 의지하며 가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다. 불우 이웃을 생각하며 작지만 소중한 기부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선호 지역사회부장

[지지대] 헤이하이즈와 출산율 제고

가정마다 자녀는 한명씩만 낳자? 옛날 얘기가 아니다. 10년 전까지 중국의 현실이었다. 급증하는 인구를 억제하기 위해서였다. 헤이하이즈(黑孩子)라는 단어는 당시의 독보적인 검색어였겠다. ▶헤이하이즈는 산아제한정책을 피하기 위해 호적에 올리지 못한 아이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산아제한정책을 위반하면 부과되는 벌금이 서민 가정의 1년치 생활비였기 때문이다. 특히 농촌에서 이런 아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사회적으로도 버림받는 경우들이 많았다. ▶한 가정에서 한명 이상을 낳으면 엄청나게 불이익을 받았다. 직장을 잃는 건 다반사였다. 집안 물건을 압수당했다. 집이 철거되는 수모도 당했다. 그래서 둘째아는 꼭꼭 숨겨 눈에 잘 띄지 않게 키웠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으니, 주민등록번호도 없었다. 학교도 가지 못하고 결혼하더라도 혼인신고는 엄두도 못 냈다. 나이가 들어 죽어도 사망신고를 할 필요도 없었다. 중국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는 농민들에게 이 정책은 치명적이었다. 농사일을 할 수 있는 노동력을 확보할 수 없는 탓이었다. ▶그랬던 중국이 요즘 아이를 더 낳으라고 독려하고 있다. 성(省)마다 출산장려에 나서고 있다. 중국 성 31곳(직할시 및 자치주 포함) 가운데 최소 11곳이 최근 출산휴가, 육아휴가, 배우자 돌봄 휴가 등 다양한 출산장려정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최근 발간한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1천명당 신생아수를 의미하는 출생률은 8.52명이었다. 지난 197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출생률이 10명 미만으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의 출생률은 2016년 12.95명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소폭 증가했으나 2017년 12.43명, 2018년 10.94명, 2019년 10.48명 등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인구 대국에서도 저출산이 우리처럼 심각한 모양이다.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등에 이어 출산율 감소까지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대선 ‘3무(無)’ 공방

네거티브도 선거 전략의 일환이겠지만, 너무 심하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100일 앞두고 벌어지는 여야 선거전을 보는 국민들은 무슨 코미디를 보는 건가 싶다. 여러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박빙의 두 후보 진영은 지난 주말 서로를 3무(無) 후보라며 비판했다.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를 향해 정치 경험이 미흡함을 공격했다. 무능무식무당 3무는 죄악이라며 국정 책임자가 국정에 대해 모르는 것은 자랑이 아니고, 누가 시켜서 대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윤 후보의 주 120시간 노동 전두환 옹호 등 미숙한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의 손바닥 왕(王)자와 관련, 무슨 이상한 스승을 찾아다니며 나라 미래를 무당한테 물으면 되겠느냐고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실력실적실천이 있는 3실 후보라고 했다 윤 후보 측은 3무 원조는 이 후보라고 역공했다. 김은혜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무법(無法)무정(無情)무치(無恥)라며 이 후보의 조폭 변론 논란, 강동구 모녀 살인 사건 가해자인 조카 변호 논란, 대장동 게이트 연루 의혹 등을 거론했다. 김병민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이 후보의 과거를 요약하자면 비겁하고, 비속하며, 비정함 투성이인 3비 후보라고 했고, 신인규 상근부대변인은 음주음흉음지의 3음 후보라고 했다. 이ㆍ윤 후보 측의 막말 대잔치에 유권자들은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며 눈살을 찌푸린다. 찍을 후보가 없다는 이들이 상당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 모두 호감도보다 비호감도가 높았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민생이 망가졌고, 나라 안팎의 난제가 쌓여있다. 비전과 정책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데 말장난 같은 네거티브 공방이나 하고 있으니 한심스럽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국민의 정치혐오만 늘어난다. 대선주자에 대한 실망과 피로감은 냉소와 무관심으로 이어져 투표 포기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윤창호법’ 위헌 결정

2018년 9월 군복무 중 휴가 나온 윤창호씨가 만취한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숨진 사고가 있었다. 전역을 앞둔 윤씨가 22세의 꽃다운 나이에 사망하자, 많은 국민이 분노했다. 윤씨 친구들은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친구 인생이 박살났다는 청원을 청와대 게시판에 올리며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법을 만들자는 입법청원에 나섰다. 그해 12월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를 살인죄 수준으로 처벌하는 개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이 시행됐다. 일명 윤창호법이다.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도 개정, 2019년 6월25일부터 시행됐다. 제2 윤창호법이다. 술을 딱 한 잔만 마셔도 음주단속에 걸리기 때문에 운전대를 절대 잡지 말라는 경고다. 한국사회는 음주와 음주로 인한 사고에 관대했다. 때문에 음주운전을 벌하는 법률을 강화해도 음주운전과 그로 인한 교통사고가 근절되지 않았다. 음주운전 재범률이 45%에 이르기도 했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에 대한 의식을 바꾸기 위한 것으로 음주운전은 중대범죄라는 인식과 경각심을 높이는데 적지않은 역할을 했다. 그런데 최근 황당한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5일 2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될 경우 징역ㆍ벌금형으로 가중 처벌하는 내용의 윤창호법(개정 도로교통법) 일부 조항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위헌 판단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흐트러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음주단속을 하는 일선 경찰들도 법이 있어도 음주운전 상습범들이 계속 나오는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향후 수사와 재판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처벌받은 사람들이 형량 경감을 위해 재심청구에 나설 것이다. 음주운전은 도로위 살인 행위다. 상습적인 음주운전 행위라도 사안이 가벼우면 문제 될 게 없다는 인식이 확산될까 걱정이다. 윤창호법 규정이 담고 있는 본래 의미와 취지가 희석되면 안된다. 음주운전 재범에 대한 양형을 최대한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그 많던 여성들은 어디로 갔을까

즐겨 찾던 골목 마카롱 가게를 오랜만에 들렸다. 2㎥ 남짓한 공간에서 40대 여성 두 명이 반죽을 치대 초콜릿가루를 뿌리며 만들어내는 그 맛이 꽤 좋았다. 육아를 하느라 10년간 경력단절로 지내다 일을 배워 새로운 출발을 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유쾌했다. 모처럼만에 들른 가게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24시간 무인 밀키트 전문점. 유쾌한 웃음소리도, 사람도 없었다. 무인 결제기인 키오스크와 즉석식품 등 간편식을 넣은 냉동실 대여섯 개만이 자리했다. 길을 걷자 사람 없는 점포가 골목골목 꽤 눈에 띄었다. 밀키트 전문점부터 빨래방, 편의점, 아이스크림 가게, 카페 등 업종도 다양했다. 이미 패스트푸드 매장에서는 계산대의 점원 대신 무인 결제기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이들 업체의 키오스크 도입률은 버거킹 92.4%, 롯데리아 76.6%, 맥도날드 64.3%, 맘스터치 33% 등으로 집계됐다. 번화가 한복판의 패스트푸드점에서, 쇼핑가의 대형 점포에서만 있는 일인 줄로만 알았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 되면서 사람 없는 점포는 골목으로, 주택가로 꽃처럼 피고 있다. 코로나19와 과학기술이 빚어낸 자영업 내 고용 구조 변화다. 대규모 경제위기가 찾아온 다음해에는 어김없이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떨어진다. 1997년 IMF 구제금융,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 드러난 법칙이다. 코로나19에도 이 법칙은 맞아떨어졌다. 서비스업과 비정규직, 저임금 업종, 특수고용직에 여성이 몰리는 한국 노동시장의 전형적 구조가 만들어낸 특성이기도 하다. 4차산업혁명의 기술 발달은 이런 쉬세션(She+Recession-경기 불황으로 인한 여성의 대량실업 사태)을 더욱 가속화 한다. 적은 임금이지만 꼭 필요했던 돈을 벌던 여성들의 일자리를 대신한 무인점포를 보며 생각이 든다. 대형마트와 골목 점포에서 계산하던 어머니들, 가게에서 반찬과 상품을 포장하던 여성들. 그 많던 여성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앞으로는 또 어디로 가야할까. 정자연 문화체육부 차장

[지지대] KT 스포츠의 ‘두 名將’

스포츠의 도시를 자부하는 수원시는 전국 기초자치단체로는 유일하게 프로축구와 야구, 배구, 농구 등 4대 인기 프로스포츠에 6개 팀을 보유하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인 서울시(9개 팀)에 이어 전국 두 번째다. 수원시가 요즘 스포츠로 뜨겁다. 연고 프로팀인 프로야구 KT 위즈가 1군 데뷔 7시즌 만에 통합우승을 이뤄냈고, 배구와 농구, 축구팀들도 호성적을 거두고 있어서다. 그 중심에 KT 위즈와 프로농구 kt 소닉붐 KT家 형제가 있다. ▶KT 위즈는 2015년 데뷔 이후 3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다 2018년 9위를 했다. 그해 말 두산 코치 출신 이강철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영입, 눈부신 도약을 이뤄냈다. 이 감독은 타 구단에서 방출된 투수를 영입해 피칭 디자인으로 마운드 안정을 꾀했고, 부족한 야수 전력은 트레이드와 육성으로 뎁스를 강화했다. 그 결과 첫 시즌 6위로 가을야구 기대감을 높였고, 이듬해 2위로 첫 플레이오프 진출에 이어 마침내 3년차인 올해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일궜다. ▶올해 수원으로 연고지를 이전한 kt 소닉붐의 서동철 감독의 리더십도 눈에 띈다. 서 감독은 남녀 프로팀과 여자 국가대표팀 코치ㆍ감독으로 커리어를 쌓은 뒤, 2018년 최하위인 kt 소닉붐을 맡아 3년 연속 6강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 마침내 정규리그 선두에 오르며 우승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FA로 베테랑 김동욱과 정성우를 영입해 취약점인 수비력을 보강한 것이 주효했다. ▶KT 위즈를 창단 첫 통합우승으로 이끈 이강철 감독과 kt 소닉붐의 선두를 견인한 서동철 감독 모두 비교적 늦은 나이에 지휘봉을 잡은 공통점이 있다. 온화한 인품에 철저한 준비와 지략으로 팀을 이끄는 덕장이라는 점도 닮았다. 또래나 후배들이 일찍 지휘봉을 잡고 활동할 때 코치로 인고의 시간을 보내며 묵묵히 내공을 쌓은 KT의 두 지도자가 경험과 준비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성공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황선학 문화체육부 부국장

[지지대] 방탄소년단의 음악상 그랜드 슬램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는 내로라하는 음악상 가운데 하나다. 팝부터 클래식에 이르기까지 장르 구분이 없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Billboard Music Awards)는 데이터에 의한 차트 실적으로 수상자를 선정한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erican Music Awards)는 대중음악상의 최고봉이다. ▶지구촌 뮤지션들에겐 모두 노벨상이고, 아카데미상이다. 미국 예술과학 아카데미나 빌보드지, ABC 등 누가 주관해도 받으면 최고의 영광이다. 세계 3대 음악상이다. 특히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는 이들 음악상 가운데 으뜸이다. 그래서 지구촌 뮤지션들이 열광하고 팬들도 환호한다. 인기의 잣대를 가늠해주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BTS)이 또 일을 냈다. 지난 22일(한국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2021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3관왕에 올랐기 때문이다. 대상 격인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Artist of the Year)를 포함해 페이보릿 팝 듀오2022그룹, 페이보릿 팝송 등의 부문에서 모두 수상했다. ▶이들의 수상은 팝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K팝의 자긍심을 세웠다는 점에서도 자랑스럽다. 코로나19로 지친 세계인에게 위로를 전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BTS는 24일 새벽(한국 시각) 그래미 어워즈 후보 발표도 앞두고 있다. 지난번 시상식에선 다이너마이트(Dynamite) 등의 흥행을 앞세워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는 결국 실패했었다. ▶이들이 올해 그래미 어워즈 재수에 성공하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 이은 겹경사도 예고된다. 앞서 지난 2019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 2관왕도 받은만큼 명실공히 세계 3대 음악상을 모두 받는 셈이다. 한국 대중문화에 지구인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희망을 주는 까닭이다. 그런데, 우리의 정치는 언제쯤 행복을 선사할 수 있을까. 그럴 날이 올까.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경기 둘레길 860㎞

걷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선물한다.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고, 기쁨과 행복감을 느끼게도 한다. 누군가는 특별한 목적을 갖고 걷지만, 누군가는 걷는 그 자체를 즐긴다. 자연 속을 걷든 도심을 걷든, 걷기는 단순한 운동 그 이상이다. 걷기 예찬론자들이 많다. 히포크라테스는 걷는 것이 바로 최고의 약이라 했다. 니체는 진정으로 모든 위대한 생각은 걷는 것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키에르케고르는 걸으면서 나의 가장 풍요로운 생각을 얻게 됐다. 걸으면서 쫓아버릴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생각이란 없다고 했다. 틱낫한 스님은 걷기 명상을 강조한다. 들숨날숨에 집중하며 느리게 걷는 것은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한다. 어딘가에 도착할 필요가 없는 걸음은 정신 집중, 기쁨, 통찰력, 살아 있음을 깨닫게 한다고 말한다. 걷기=명상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제주 올레길까지 가지 않더라도 걸을 곳이 많다. 걷기 열풍에 전국의 자치단체마다 길을 만들었다. 경기도 외곽 2천리 길을 연결한 경기 둘레길이 지난 15일 개통됐다. 2018년 11월부터 추진된 경기 둘레길은 도 경계 15개 시군의 860㎞ 길을 하나로 연결했다.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시군에서 만든 길, 기존 마을 길, 임도, 하천길 등에 표지판을 설치했다. 시군별로 단절돼 있던 길을 연결해 생태문화역사를 공유하면서 함께 걸을 수 있는 길로 만든 것이다. 경기 둘레길은 평화누리길(김포~연천 186㎞), 숲길(연천~양평 245㎞), 물길(여주~안성 167㎞), 갯길(평택~김포 262㎞) 등 4개 테마로 구성돼 있다. 코스는 60개나 된다. 시군별로는 평택 섶길, 안산 대부 해솔길, 안성 박두진문학길 등 기존 걷기 여행길과 여주 신륵사, 화성 궁평항, 안산 동주염전, 시흥 연꽃테마파크, 양평 산음 휴양림 등 관광지와 이어진다. 경기 둘레길은 비대면시대 관광상품으로 제격이다. 이 길을 걸어보자. 새로운 경기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기득권 노조의 고용세습

취업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있다. 그 와중에 부모 찬스 삼촌 찬스로 취업 문을 뚫는 이들도 있다. 두드려도,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그 문이 누구에게는 쉽게 열리면, 구직자 입장에선 의욕이 꺾이고 좌절한다. 올해 국정감사에선 국립대학교병원의 친인척 채용 문제가 논란이 됐다. 재직자의 자녀, 조카라는 이유로 채용되는 고용세습이 여전한 것이다. 최근 2년동안 전국 국립대병원 10곳의 채용현황을 보면, 합격자 가운데 재직자의 친인척이 560명에 이른다. 서울대병원이 142명으로 가장 많았다. 친인척 채용이 모두 불법이라 단정할 수 없지만,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이 이뤄졌는지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공공부문의 고용세습, 채용비리 의혹은 해마다 국정감사장을 시끄럽게 한다. 2018년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이 사회적 빅이슈가 됐다. 인터넷 포털에는 청년들의 영혼을 빼앗아간 일자리 도둑질, 청년층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은 범죄행위 등의 댓글이 쏟아졌다. 정부와 정치권은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규명을 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뭐가 얼마나 달라졌을까? 아직도 많은 청년이 빽없은 사람만 취업을 못한다고 생각한다. 기아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정년 퇴직자와 25년 이상 장기 근속자들의 자녀를 우선 채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신입사원 채용에서 단체협약상 우선 및 특별 채용 조항을 준수해야 한다며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노조 조합원 자녀의 고용 승계에 대해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이 크다. 노조가 노동자 인권이 아니라 자기이익 챙기기에 여념 없는 모습에 구직난을 겪는 청년들은 할 말을 잃는다. 회사 인사권에 개입하고, 일자리 세습, 부모 찬스 고용으로 청년들의 공정한 취업 기회를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한국의 대졸 청년 고용률은 75.2%로, OECD 37개 회원국 가운데 31위다. 청년 대졸자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율도 20.3%로 OECD에서 세 번째로 높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세습은 청년들을 좌절시키고 분노케 한다. 취업전쟁에 지친 청년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행위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타요’ 속 대동세상, 현실에서 이뤄지길

뚜벅 뚜벅 사람이 이동할 때 내는 발걸음 소리다. 부릉 부릉 시민의 발이라 불리는 버스의 이동 소리다. 인간의 발은 심각한 건강 이상 문제만 없다면 잘 굴러간다. 이에 반해 버스의 엔진은 때때로 침묵을 유지한다. 사측과 노조, 정부 정책 등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 첫차부터 경기도 10대 중 4대 이상의 버스가 파업 위기에 직면했지만 기사회생으로 다시 달린다. 18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노사가 2차 조정회의를 진행했다. 당초 회의는 이날 0시부터 오전 4시까지 계획됐었지만 노사는 1시간30분 추가된 막판 협상을 벌인 끝에 극적 타결을 이뤄냈다. 겨우 한숨을 돌렸지만 시민 불편으로 이어지는 버스 파업 위기는 조금 과장해서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온다. 두달 전만 거슬러 올라가면 경기도 공공버스 총 파업 위기가 있었다. 가까스로 파업은 유보됐지만 노조 측은 이번 파업 유보를 교섭력을 높이기 위한, 이른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대규모 투쟁의 여지를 남겼다. 여기에 최근 요소수 품귀 사태는 시내버스와 마을버스의 운행마저 위태롭게 만드는 또 다른 외부 변수로 떠오르며 시민의 발 버스의 제 기능 수행을 위협하고 있다. 한때 아동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꼬마버스 타요 애니메이션이 있다. 간선버스 타요, 지선버스 로기, 순환버스 라니, 광역버스 가니 등 만화 속 캐릭터들은 외부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열심히 맡은 일을 척척해낸다. 그러다보니 이 세계관에서는 파업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가 없다. 노사와 정부 등 관계자들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합당한 임금, 개선된 근로여건 등이 하루 빨리 정착돼 타요 세계관에서처럼 시민들이 아무 걱정 없이 언제나 시민의 발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양휘모 사회부 차장

[지지대] 대선 주자들, 청년 경제 대책 필요

청년층의 경제적 고통이 심각하다. 지난해부터 시작해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창업자들의 어려움, 그리고 코로나19와 맞물린 취업 시장의 악화 등이 주원인일 테다. 여기에 뒤늦은 부동산 투자와 주식 및 암호화폐 등의 투자에 소위 영끌을 한 탓에 많은 빚만 지고 있는 게 현주소다. 40대 가장으로서 작은 집도 있고 번듯한 직장도 있어서 다행이지만, 주변 20대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는 청년들을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이들 청년이 인생 초기부터 좌절한다면 이는 우리 사회가 성장하는데 발목을 잡을 것이 뻔하다. 전국이 내년 3월 제20대 대통령 선거로 시끄럽다. 하지만 대선 과정에서 나오는 청년 정책들은 많이 부족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소득 5천만원 이하 20대에 대한 소득세 면제 등을 내놨다. 또 국민의힘은 빚이 많은 시민의 자녀에게 학비와 연수 기회 등을 우선 지원하고 저소득 취약 청년은 월 50만원을 주겠다고 한 상태다. 하지만 이들 모두 당장 청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심성 정책일 뿐이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에겐 고작 용돈을 주는 수준일 뿐, 구체적으로 청년들이 우리 사회의 주축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도와줄 근본적인 정책은 아닌 듯싶다.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구체적인 비전과 정책 제시가 시급하다. 여야 대선 주자를 비롯해 정당의 공약 등 정책을 만드는 이들이 꼭 전국의 청년들이 일어설 수 있도록 대책과 비전을 제시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같은 대책과 비전이 나온다면 공론화 과정 등을 거쳐 언론은 실현 가능한 정책인지를 따져보며 검증을 할 것이다. 당연한 언론의 역할이다. 이같은 활발한 검증 과정을 통해 정책은 더욱 살을 붙여 청년들의 피부에 닿을 만큼 훌륭한 정책으로 세워질 것이다. 이민우 인천본사 정치ㆍ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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