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윤창호법’ 위헌 결정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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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군복무 중 휴가 나온 윤창호씨가 만취한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숨진 사고가 있었다. 전역을 앞둔 윤씨가 22세의 꽃다운 나이에 사망하자, 많은 국민이 분노했다. 윤씨 친구들은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친구 인생이 박살났다’는 청원을 청와대 게시판에 올리며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법을 만들자는 입법청원에 나섰다. 그해 12월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를 살인죄 수준으로 처벌하는 개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이 시행됐다. 일명 ‘윤창호법’이다.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도 개정, 2019년 6월25일부터 시행됐다. ‘제2 윤창호법’이다. 술을 딱 한 잔만 마셔도 음주단속에 걸리기 때문에 운전대를 절대 잡지 말라는 경고다.

한국사회는 음주와 음주로 인한 사고에 관대했다. 때문에 음주운전을 벌하는 법률을 강화해도 음주운전과 그로 인한 교통사고가 근절되지 않았다. 음주운전 재범률이 45%에 이르기도 했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에 대한 의식을 바꾸기 위한 것으로 음주운전은 중대범죄라는 인식과 경각심을 높이는데 적지않은 역할을 했다.

그런데 최근 황당한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5일 2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될 경우 징역ㆍ벌금형으로 가중 처벌하는 내용의 ‘윤창호법’(개정 도로교통법) 일부 조항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위헌 판단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흐트러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음주단속을 하는 일선 경찰들도 “법이 있어도 음주운전 상습범들이 계속 나오는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향후 수사와 재판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처벌받은 사람들이 형량 경감을 위해 재심청구에 나설 것이다. 음주운전은 도로위 살인 행위다. 상습적인 음주운전 행위라도 사안이 가벼우면 문제 될 게 없다는 인식이 확산될까 걱정이다. 윤창호법 규정이 담고 있는 본래 의미와 취지가 희석되면 안된다. 음주운전 재범에 대한 양형을 최대한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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