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언택트 유세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비대면을 일컫는 언택트(Untact)가 일상화됐다. 콘택트(contact접촉하다)에 부정의 의미인 언(un-)을 합성한 말로, 사람을 대면하지 않고 물건을 사고 파는 소비뿐 아니라 화상회의, 학교 교육, 예술활동 등 일상생활 전반에 새로운 흐름이 됐다. 3월9일 치뤄지는 대통령 선거도 언택트 유세전으로 펼쳐진다. 15일부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는 가운데 여야는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캠페인 전략에 몰두하고 있다. 유권자와의 물리적 접촉은 줄이되, 온오프라인에서 후보 노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언택트 유세전이 이번 대선의 관전 포인트다. 더불어민주당은 유세차에 고속 무선 네트워크와 GPS(위치정보시스템)를 설치했다. 모두를 We한, 모두를 연결하는 유세라는 콘셉트로 이재명 후보의 현장 유세는 물론 유세 전후 모습까지 밀착해 유튜브와 유세차로 생중계한다. 유세차에는 후보의 지역공약을 전할 AI이재명(AI재밍)이 탑재됐다. 민주당은 특히 자동차를 활용한 드라이브인 방식의 선거운동을 추진한다. 이 후보가 야외유세 현장에서 자동차를 타고 모인 지지자를 상대로 연설하는 방식으로, 지난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채택한 방식이다. 국민의힘도 언택트 유세에 집중한다. 대선 초반전부터 AI 윤석열로 국민 질문에 답변하는 등 언택트 홍보에 나선 국민의힘은 지역별 공약 홍보에도 AI 윤석열을 활용할 계획이다. 권역별 대형 유세차 5대를 비롯해 300여대 유세차가 전국을 누비며 AI 윤석열이 소개한 지역공약 영상을 상영한다. GPS를 기반으로 한 유세차앱도 가동한다. 청년 중심의 심쿵유세단, 전 세대를 아우르는 깐부유세단 등을 구성해 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의 동영상과 시각적 이미지 중심의 캠페인도 펼친다. 일각에선 선거운동이 SNS중심의 언택트로 전개되면 페이크 뉴스와 음모론 등이 기승을 부리고 민심도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언택트는 대세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중요하다. 이연섭논설위원

[지지대] 화(火)의 언어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안현수, 빅토르 안은 국민의 사랑을 받는 대한민국 쇼트트랙의 영웅이었다. 한국 대표 선수였던 그가 러시아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나섰을 때도 비난 여론은 없었다. 소치 올림픽에서 금메달 셋과 동메달 하나를 러시아에 가져다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에겐 역경을 딛고 일어난 선수라는 존경과 찬사가 쏟아졌다. ▶그런 그가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기술 코치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이젠 그의 귀화와 중국팀 코치직을 놓고 배신이라 읽는다. 한-중의 오랜 역사적 관계에 더해 편파 판정까지 불거지면서 감정은 더욱 격화됐다. 안현수의 부인이 한국에서 쇼핑몰 관련 사업을 하고, 아이가 이중국적자로 다문화 혜택 받고 있다는 가족에 대한 비난 여론도 쏟아진다. 국적회복을 방지하는 안현수법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이런 비난 여론은 낯설지 않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난은 한 20대 유명인에게 향해 있었다. 가품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던 유튜버 프리지아다. 20대 당당한 여성의 상징으로 스타덤에 올랐던 그는 온라인상에서 각종 비난세례를 받으며 거짓말쟁이라는 이미지를 쓰게 됐다. 누구나 예뻐 보이지 않은 이에게 비난을 할 수는 있다. 동경하고 좋아했던 이에게 배신감이 든다면 그 분노는 더 커진다. 하지만 한 개인을 향한 지나친 찬사와 지나친 분노, 또 그 대상의 끊임없는 재생산은 옳은 방향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 소통 시대는 시시때때로 감정을 표출하고 표현할 수 있게 했다. 넘쳐나는 디지털 매체는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자극과 더 큰 이야깃거리로 욕구를 충족하게 한다. 이목을 끌기 좋은 화(火)의 언어는 새로운 자극을 낳고 여론을 들끓게 하고 있다. 시인 메리 올리버는 평온한 날씨도 엄연히 날씨이며 보도할 가치가 있다고 했다. 화(火)의 언어가 댓글로 달리고, 보도로 확대 재생산 되는 요즘, 소소한 일상 이야기에 공감하고 귀 기울이는 담백한 언어들이 그립다. 정자연 문화체육부 차장

[지지대] 깨끗한 패배가 더 아름답다

2022년 눈 뜨고 코 베이찡 동계 올림픽이 한창이다. 혹자는 이번 올림픽을 중국 전국체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준비가 덜 됐지만 경기 과정과 결과가 공정하다면 묻고 갈 수 있겠다. 하지만 결과를 처음부터 정해 놓고 경기를 진행한다면 그건 페어 플레이 문제를 떠나 스포츠 범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12살 된 딸 아이의 실망스러운 눈망울과 목소리가 나의 분노 게이지를 연일 높이고 있다. 아빠, 이건 너무 심한 것 아니야?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 오늘부터 올림픽 경기 안 볼거야, 우리나라 선수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선수들도 4년 동안 올림픽 준비를 했을텐데...너무 나쁘다라는 말을 들을 땐 어른으로서 부끄러움이 앞서 쥐 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비단 쇼트트랙에서만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반중 정서는 올림픽이 끝나도 전 세계인의 마음 속에 오랫동안 자리 잡을 듯 하다. ▶쇼트트랙 1000m 경기에서 황당한 실격을 당한 황대헌 선수의 위트 넘치는 멘트가 머릿속을 맴돈다. 극심한 편파 판정에 대한 대비책이 있냐는 질문에 황 선수는 여기에(중국) 한국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비밀입니다. 중국 쇼트트랙 감독 김선태와 기술코치인 러시아인 빅토르 안을 겨냥한 발언이다. 잘 먹고 잘 자서 이 벽을 계속 두드려 돌파할 생각이라는 말과 함께. 누구보다 성숙하고 멋진 선수를 보유한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한국 스포츠가 더럽다, 한국 선수들은 반칙 없이는 경기를 못하냐라며 오히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그들. 지금 당장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겠지만, 평생 거짓된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 더 고통스럽다는 것을 느끼는 건 이제 시간 문제다. 더러운 챔피언 보다 깨끗한 패배자가 아름답다. 누구에게 보복 심리를 적용하기에 앞서 인성과 실력을 먼저 쌓아가길 충고해 본다. 절대 한복은 입지 말고 말이다. 김규태 사회부장

[지지대] 펑솨이 파문

낯가림이 심하다. 서양 문화에 대해선 시큰둥하다. 자신들의 문명에 대해선 유독 자존감이 짙고 뚜렷하다. 병적(病的)일 정도다. 대체로 그렇다. 중국인들 얘기다. 예나 지금이나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착각하고 산다. 그래서일까. 한자로 나라 이름도 가운데 중(中)에 나라 국(國)이다. ▶영어권 언어에 대해선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연예계나 체육계의 스타(Star)를 부르는 호칭도 따로 있다. 밍싱(明星)이다. 물론 번안(飜案)된 용어다. 달빛과 별빛? 스타는 햇빛 대신 달빛과 별빛에 의해서만 조명을 받는다는 뜻인가. ▶요즘 이 나라에서 부쩍 자주 오르내리는 이름이 있다. 펑솨이(彭師)라는 여성이다. 그녀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꽤 많다. 원래 말이 많은 민족이지만 말이다. 세계적인 프로 테니스 스타인 그녀와 관련된 파문이 끊이지 않고 있는 탓이다. 텐진(天津) 대표로 수차례 중국대회 출전, 2013년 윔블던 복식 우승, 2014년 프랑스 오픈 복식 트로피.... 그녀에게 붙어 다니는 수식어들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SNS를 통해 장가오리(張高麗) 前 중국 국무원 부총리에게 성폭행당했다고 폭로했다. 지난해 11월이었다. 그리고 이후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그러다 갑자기 공영매체에 등장해 기존의 폭로를 철회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그러면서 의혹이 커졌다. 그녀의 안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도 현재진행형이다. ▶중국 당국은 그녀의 첫 번째 폭로 후 관련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세계여자프로테니스협회(WTA)는 펑솨이의 의혹을 해소할 때까지 중국에서 열리는 투어 대회 개최를 전면 보류키로 했다. 하지만 WTA의 공식발표 이후 중국 당국의 입장이 바뀌었다. 스포츠의 정치화에 반대한다. 대체 뭘 어쩌라는 걸까. 전 국무원 부총리에게 성폭행당한 게 스포츠의 정치화인가. 과연 그런가. ▶마침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나섰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에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그녀를 만났다. 외신들의 관측도 한 방향으로 모아지고 있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변한 건 없다고 밝혔다. 펑솨이를 만난 이후 그렇다는 얘기다. 최근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서다. 사회주의 국가여서 그런가. 펑솨이 파문이 그렇게 또 석 달을 넘기고 있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사이버 불링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은 사이버 공간에서 특정인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다. 가상공간을 뜻하는 Cyber와 약자를 괴롭힌다는 뜻의 Bullying이 합쳐진 용어로, SNS와 카카오톡 등 메신저와 문자메시지 등을 이용해 모욕, 비방, 협박, 따돌림 등의 폭격을 한다. 인터넷 게시판에 피해 상대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성매매 사이트 등 불법음란 사이트에 신상정보를 노출시키기도 한다. 온라인상에 한번 올라온 욕설과 비방은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보고 퍼나르기 때문에 삭제가 어려우며 짧은 시간에 광범위하게 확산된다. 피해자는 이런 고통을 견디다 못해 우울증을 겪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4일 김인혁 프로배구 선수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5일에는 인터넷 BJ 잼미님(본명 조장미)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모두 27세 청년으로, 악성 댓글과 근거 없는 루머 등으로 괴롭힘을 당해 고통을 호소해왔다. 두 사람은 주로 남초 커뮤니티 누리꾼들의 표적이 돼 공격을 받아왔다. 조씨는 2019년 남성혐오 제스처를 했다는 이유로 유튜버들의 악성 댓글에 시달려왔다. 김씨는 화장을 한 것 같다는 이유로 남자가 왜 화장을 하나, 게이, 트젠(트렌스젠더) 같다는 인스타그램 DM과 댓글에 시달렸다. 온라인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사례가 최근 몇년 사이 급속도로 늘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사건(입건)은 지난 2014년 8천880건에서 2020년 1만9천388건으로 118.3% 급증했고, 검거 건수도 6천241건에서 1만2천638건으로 102.5% 늘었다. 악플과 루머 등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까지 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악플러를 추적, 강력 처벌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익명 뒤에 숨어 함부로 댓글을 쓰고 루머를 퍼뜨려 유명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행태에 엄벌을 가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은 사이버 명예훼손, 온라인 괴롭힘 문제를 더이상 방관하면 안 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중국의 한복공정

한복(韓服)은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의상이다. 1천600여년간 이어져 온 한복의 전통성은 고구려 고분벽화(46세기)와 신라백제 유물로 확인할 수 있다. 조선 영정조시대 신윤복, 김홍도의 풍속화에도 한복이 자주 등장한다.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OED)도 한복(hanbok)을 한국의 전통의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지난 4일 밤 개막한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한복이 등장했다. 중국 56개 소수민족 대표 등이 참여해 중국 국기를 전달하는 소시민들의 국기 전달이라는 퍼포먼스를 펼칠 때 카메라에 포착됐다. 분홍색 치마, 흰색 저고리를 입고 댕기머리를 한 여성이 오성홍기를 전달했다. 주권국가에 대한 명백한 문화침탈이다. 중국은 한국 고유의 문화가 마치 중국 전통문화인 것처럼 문화를 훔치고 있다. 이를 중국이 우리 역사를 빼앗으려는 동북공정에 빗대 문화공정이라 한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번 한복 사태를 한복공정이라 한다. 서 교수는 SNS에서 중국의 소수민족인 조선족을 대표하기 위해 (한복을) 등장시켰다 하더라도, (중국은) 이미 너무 많은 한복공정을 펼쳐왔다고 했다. 실제 베이징 동계올림픽 유치를 기념해 중국이 제작한 홍보영상 얼음과 눈이 춤춘다에 한복을 입은 무용수들이 춤을 추고 상모를 돌리는 장면이 나온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 백과사전에는 한복은 한푸(漢服)에서 기원했다고 적고 있다. 또 많은 중국 누리꾼이 SNS에서 한국이 한복을 훔쳐 갔다는 어이없는 왜곡을 하고, 김치와 판소리도 자신들 것이라고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 한복공정에 황당하다며 분노하고 있다. 분노에 그치지 말고 한복은 한국의 전통의상이라는 진실과 우리의 전통문화를 세계인들에게 더 널리 소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부도 중국의 막무가내식 문화 침탈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이연섭논설위원

[지지대] 언제 잡힐까, 집값

주춤했던 경기도 아파트값이 또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대선 후보들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연장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면서다. ▶경기지역 아파트 가격은 최근 안정세를 보였다. 2년 5개월에 걸친 상승장이 지난달 마감됐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주택 매수에 대한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특히 대선 변수까지 겹쳐 매수세가 자취를 감췄다. 심각한 거래 절벽이 수 개월 간 지속됐다. 하락 거래 신고가 늘었고 전체 평균을 끌어내렸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집값을 크게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도 한몫 했다.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부동산 시장은 안갯속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변수가 생겼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다. 여야 대선 후보들은 GTX 노선을 연장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에 해당 지역 집값이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파주와 평택 등이 대표적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파주의 A 아파트 전용 109㎡는 지난달 15억2천500만원에 거래됐다. 1년 반 동안 거래가 없었던 아파트다. 마지막 거래는 2020년 8월 7억475만원에 이뤄졌다. 지난해 4월 5억원에 거래된 평택의 B 아파트 전용 71㎡는 지난달 8억원에 매매됐다. 9개월 새 60% 상승했다. 아파트값이 하락하고 있는 다른 지역과 상반된 모습이다. ▶균형발전 차원에서 수도권 외곽 지역의 교통 편익은 개선돼야 한다. 다만, 과거 대선을 앞두고 발표된 각종 개발 공약으로 집값이 요동쳤던 경우도 많았다. 자칫 대선 공약이 집값 안정화에 있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변화가 불가피하다면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여야 후보가 머리를 맞대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을 짜내야 한다. 대선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홍완식 경제부 차장

[지지대] 오복

설날이 되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한다. 복(福)을 많이 받으라고 인사를 하는데 어떤 복을 말하는 걸까. 대표적인 복은 오복(五福)이 있다. 유교에서 이르는 다섯가지의 복이다. 보통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을 말하는데 유호덕과 고종명 대신 귀(貴)함과 자손이 중다(衆多)함을 꼽기도 한다. 오복이 문헌상에 나타난 것은 서경 홍범편으로 알려져 있다. 오복은 첫째가 수로, 인간의 소망이 무엇보다도 장수를 원하기 때문이다. 둘째가 부로, 부유하고 풍족하게 살기를 바라는 것이다. 셋째가 강녕으로 일생 동안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욕망을 나타낸다. 넷째가 유호덕으로 덕을 좋아한다는 뜻은 오래 살고 풍족하고 몸마저 건강하면 그 다음에는 이웃이나 다른 사람을 위해 보람 있는 봉사를 해보자는 것으로, 선을 권하고 악을 미워하는 선본사상의 발로라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고종명은 죽음을 깨끗이 하자는 소망으로 모든 사회적인 소망을 달성하고 남을 위해 봉사한 뒤에는 객지가 아닌 자기집에서 편안히 일생을 마치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다. 이와 같은 다섯가지 복은 소망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정치가나 학자 또는 지도계층의 소망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민간에서 바라는 오복은 통속편(通俗編)에 나오는데 수부귀(貴)강녕자손중다(子孫衆多)로, 서경에 나오는 오복과 다소 차이가 있다. 서경 오복의 유호덕이 귀로, 고종명이 자손중다로 바뀐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서민이나 천민은 스스로가 귀하게 되는 것이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자손이 많은 것이 고종명보다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일반 사람이 오복을 누리는 것은 풍족하고 건강하게 오래 살면서 자신을 귀하게 여기며 자손을 많이 낳고 사는 삶을 말한다. 임인년 새해 오복을 누리는 한 해가 되시길 바란다. 최원재 정치부장

[지지대] 당신의 가족 관계 만족도는?

▶광주시 한 아파트에서 아버지를 흉기로 살해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건의 발단은 보일러를 높이겠다는 자신의 말에 추우면 옷을 입어라며 핀잔을 준 아버지의 객쩍은 잔소리였다. 현장에는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인 가족들이 있었다. 이들은 패륜의 끔찍한 광경을 고스란히 목격했다. ▶부천의 한 아파트에서도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딸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대 여성 A씨는 아버지와 다툰 뒤 방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이 강제로 문을 개방했지만 평소 우울증을 겪고 있던 A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채 이미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 있었다. 민족 최대의 명절, 가족 간 화합의 장이 마련되는 설날. 안타깝게도 위 사례들의 공통점은 설 명절 기간 내 발생했었던 가족 간의 참극(慘劇)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상황에서도 어김없이 설날은 다가왔다. 정부의 모임 자제 권고에도 명절 연휴를 손 꼽아 기다린 이들은 결국 모이기 마련이다. 가족 관계가 원만치 않은 가족 불편러들 역시 이 시기에는 의무감(?)에 모습을 비치는 날. 그 날이 설 명절이다. 함께 윷놀이를 하며 덕담이 오고가야 하는 화기애애 분위기여야 할 그날. 예기치 않은 비극이 찾아오곤 한다. 취직은 언제 하니?, 너가 우리 집안에 해준 게 뭐니? 험난한 인생길에 가장 든든한 방패가 되기도 하지만 때때로 서슬퍼런 칼날이 돼 상처를 주는 관계. 바로 가족이다. 기나긴 설 연휴를 마치고 돌아온 사건 기자들이 공통적으로 체크하는 부분이 있다. 연휴 기간 가족 간에 발생한 사건 동향 파악이다. 끔찍한 사건들을 취합해 설 명절 가족 잔혹사라는 타이틀을 뽑고 기사를 만들어 지면을 메운다. 이번엔 설 명절이 끝나 회사로 복귀했을 때 사건 하나 건지지 못해 당혹감을 느낄 기자들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명절이 다가온 지금, 당신의 가족 관계 만족도는 어떠신가? 양휘모 사회부 차장

[지지대] 대선 TV토론이 기다려지는 이유

대한민국 15대 대선(1997년)에 출마한 이회창김대중이인제 후보가 TV에 모습을 드러냈다. 학교운동장 공원 공터 시장 등에서 멀찍이 있던 후보가 TV를 통해 안방으로 찾아왔다. TV토론은 민낯 그대로를 유권자에게 보이는 만큼 후보들의 설전은 치열했고 이미지 정치에 한몫했다. 이회창 후보는 대쪽 감성을 어김없이 보여줬다. 김대중 후보는 독재정권의 낙인인 빨갱이 이미지 쇄신의 기회를 얻었다. 김 후보는 1970년대부터 TV토론을 꾸준히 주장했다. 정치 9단으로 불린 그는 논리적이며 여유있는 달변으로 이슈를 주도했고 마침내 청와대의 주인이 됐다. 당시 TV토론 시청률 55.7%는 여전히 최고 시청률 기록으로 남아있다. 공직선거법 제82조의 2는 대통령 선거 후보자 초청 TV토론을 규정한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선거운동 기간에 정당한 사유가 없는한 참석 3회 이상하도록 했다. 이후 대선 TV토론은 국민의 관심을 받아왔다. 늘어난 토론 횟수만큼 말폭탄과 유행어를 만들었다.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16대 대선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나왔다(18대 대선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 제가 갑철수입니까 제가 MB아바타입니까(19대 대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TV토론은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양날의 칼이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지난 2017년 대선 TV토론과 관련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한 여론조사를 보면 지지후보를 바꾸는 쪽으로 변화가 있다(21.5%) 지지하던 후보를 더 지지하게 됐다(19.1%)로 10명 중 4명이 후보자 선택에 심경의 변화를 보였다. 19대 대선토론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특정후보는 TV토론이 거듭할수록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반해 말실수로 지지율 급락이 뚜렷한 후보도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첫 대선 TV토론이 무산됐다. 오미크론 확산 등으로 대면 홍보와 유세가 제한받는 상황이다. TV토론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지지율 오차 범위내에서의 표심 변화는 가벼운 무게가 아니다. 김창학 정치부 부국장

[지지대] 럼 이야기

인도양의 한 섬에 서양인이 도착했다. 원주민들은 그 섬을 발바도스라고 불렀다. 17세기 중엽이었다. 그는 원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사탕수수를 딴 뒤 설탕 결정체를 발효 시켜 증류수를 만들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또 하나의 술이 만들어졌다. ▶이 과정을 지켜본 원주민 한 명이 술을 마신 뒤 탄성을 질렀다. Rumbullion!. 원주민의 언어로는 흥분이란 뜻이었다. 오늘날 럼(Rum)이라고 불리는 술의 서사(敍事)다. ▶Rumbullion이란 토속어는 소멸됐다. 하지만 그 접두사는 남아 럼이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잡았다. 해적의 술로도 알려진 럼은 산지나 제조법 등에 따라 다양한 종류들이 생산되고 있다. 색깔별로 화이트 럼, 골드 럼, 다크 럼 등으로 나뉜다. 맛을 기준으로 라이트 럼, 미디엄 럼, 헤비 럼 등으로도 구별된다. ▶거친 사내들과 기름진 땅. 영국의 식민지였던 호주의 이미지였다. 그런데, 럼이라는 술과 관련된 한 사건이 이 대륙의 운명을 바꿔버렸다. 당시 호주에서 럼을 놓고 벌어졌던 한 사건은 그래서 의미가 깊다. 럼의 또 다른 역사다. ▶원래 호주는 영국의 유형지(流刑地)였다. 영국인 죄수는 물론 각국의 범죄자들도 모여들었다. 대륙 전체가 감옥이었다. 영국인들이 처음으로 정착한 건 1788년이었다. 미국의 독립으로 갈 곳이 없어진 영국 충절파와 유형지를 찾지 못한 죄수들을 위한 땅으로 개척됐다. ▶이런 와중에 반란이 터진다. 호주에 주둔하던 영국 군대가 일으켰다. 럼의 공평한 배분과 자유 주조를 요구했다. 요즘은 술이 군대에서 금지 품목으로 묶였지만 당시는 정량까지 명기됐었다. ▶군대의 정량 요구는 영국사회의 반성과 성찰 등을 불러일으켰다. 총독과 장교들의 목이 날아간 상태에서 새로 부임한 총독은 비상수단을 썼다. 죄수들의 죄를 사면해주고 관리로 등용했다. 영국은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호주는 이후 발전을 거듭해나갔다. ▶역사는 이날 비롯된 사건을 럼주 반란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 반란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호주는 없었을 터이다. 1808년 오늘의 일이다. 아주 가끔씩은 조그만 단초(端初)가 인류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 설연휴를 앞두고 럼 얘기를 꺼낸 까닭이기도 하다. 뚱딴지 같겠지만 말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경기도의회 광교시대 개막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1949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되면서 근거가 마련됐다. 하지만 정치사회 불안으로 곧바로 시행되지 못했다. 경기도의회 초대의회는 1956년 9월3일 서울 광화문 경기도청 부지에서 개원했다. 의원은 45명이었다. 1960년 12월 개원한 2대 도의회는 다음 해 516 군사정변으로 4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강제 해산됐다. 군사정변 주도세력인 군사혁명위원회가 정권인수국회해산정치활동금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포고령 제4호를 발표해 제47회 임시회를 끝으로 광화문 시대의 막을 내렸다. 지방의회는 해산된 지 30년만인 1991년에 부활됐다. 3대 경기도의회는 청사를 마련하지 못해 그해 7월8일 경기도문화예술회관에 자리를 잡았다. 1993년 2월에는 팔달산 아래 경기도청 옆에 도의회 청사를 준공해 이전했다. 현재 10대 도의회는 2018년 6월13일 지방선거를 통해 구성됐다. 31개 시군에서 142명의 도의원이 선출돼 2018년 7월10일 개원했다. 팔달산 청사에서 29년간 3대부터 10대 도의회까지 총 974명의 의원들이 의정 활동을 펼쳤다. 경기도의회가 수원 광교신도시의 새 청사로 이전 24일 업무를 시작했다. 도의회 새 청사는 이의동에 지하 4층지상 12층 연면적 3만3천㎡ 규모로 지어졌다. 기존 청사(1만4천㎡)보다 2.4배 크다. 새 청사에선 도의회 사무처 직원과 도의원 등 450여명이 일하게 된다. 새 청사 1층 로비에는 도민들이 방문 사용할 수 있는 경기마루를 마련했다. 이곳은 미래형 의정특화 도서관과 의회 체험형 전시관 등을 설치해 최첨단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된다. 의장실과 상임위원장실 외에 도의원 모두에게 각각 사무실을 마련해준 것도 큰 변화다. 경기도의회 새 청사는 국회의사당 부럽지 않은 첨단시설을 갖췄다. 당연히 도민 세금이 투입됐다. 도의원들은 새 청사에서 민의를 대변하는 의회다운 의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양질의 의정활동으로 도민에 보답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제국의 무덤

잊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구촌에서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었다. 지난해 8월 무렵이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였다. 정권이 통째로 이슬람 무장조직인 탈레반에 넘어갔었다. 미국이 철군방침을 밝힌 지 4개월 만이었다. 베트남전 패전 직전 치욕적인 탈출작전이었던 프리퀀트 윈드 작전(Operation Frequent Wind)의 데자뷔였다. ▶그동안 아프가니스탄 경우의 수는 1년6개월 유지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이 같은 관측이 여지없이 무너졌다. 탈레반의 파죽지세(破竹之勢)에 정부군이 붕괴됐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01년부터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미국 역사상 최장기 해외전쟁이었다. 전쟁비용만 2조달러(2천338조원)가 넘는다. 무려 17만여명이 희생됐다. 미군의 침공으로 밀려난 탈레반이 20년 만에 다시 권력을 되찾은 셈이다. 역사의 반복이다. ▶아프가니스탄 현대사는 열강들의 침략과 내전 등으로 요약된다. 주위에는 중국, 파키스탄, 이란, 우즈베키스탄 등 옛 소련권 강국들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 중동 등지를 잇는 지정학적 위치로 열강들이 끊임없이 눈독을 들였다. ▶이 나라를 가리켜 흔히 제국의 무덤이라고 부른다. 지정학적으로 중앙아시아 요충지에 있는 탓이다. 국토의 절반이 해발 1천m 이상인 산악이다. 여기에 혹독한 겨울 날씨, 산재한 토착세력 저항 등을 이기지 못했다. 지구촌에서 가장 정복하기 어려운 나라 중 한 곳이 아프가니스탄이다. 그래서 붙여진 별칭이다. ▶이제 미국이 떠나고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20년 만의 재집권하면서 강대국들이 손익계산서를 다시 쓰고 있다. 파키스탄,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은 미국의 공백을 이용한 영향력 확대가 예상된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선 어쩌면 당연한 분석이겠다. 미국이 물러난 자리를 자신들이 통째로 차지하겠다는 야욕도 녹여져 있다. 탈레반의 득세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유입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남의 얘기처럼 귓등으로 흘려선 안 된다. 미국 등 서방세계 국가들은 모두 대사관을 철수한 지 오래됐다. 우리 대사관과 교민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탈레반 정권이 인수한 아프가니스탄은 계속 존재할 터이다. 정권은 유한(有限)해도 역사는 영원하다. 굴곡 많은 세계사는 오늘도 그렇게 흐르고 있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상상

연초면 늘 어김없이 발표되는 기대 지표가 있다. 국내총생산(GDP) 목표다. 올해 우리나라가 내건 연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목표는 3.1%다. 언론에서도 국내외 환경으로 녹록지 않다는 등 전문가의 분석을 더하며 주요하게 다룬다. GDP 성장에 초점을 두는 건 부유한 나라건 가난한 나라건 대부분 마찬가지다. ▶최근엔 조금 다른 이슈가 고개를 들고 있다. 탈성장이다. 서점가의 주요 키워드로, 세계적인 석학들의 입에서 다뤄진다. 경제인류학자 제이슨 히켈은 최근 적을수록 풍요롭다_지구를 구하는 탈성장에서 GDP 성장이 빈곤을 줄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사람들의 삶을 증진시켜줄 유일한 길이라고 말하면서 이를 정당화 했다. 여기서 문제가 시작된다면서 끊임없는 성장 대신 인간의 좋은 삶과 생태적 안정성을 중시하는 포스트 자본주의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팬데믹과 기후위기는 새로운 삶에 대한 논의를 앞당겼다. 천주교 수원교구는 오는 2030년까지 교구 222개 본당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포했다. 탐욕으로 일그러진 삶의 방식을 버리고 지속 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함이다. 수원교구 탄소중립 생활실천 캠페인도 시행하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하기, 기후난민을 위해 기도하기, 쓰레기 줄이기, 불필요한 이메일 삭제하기 등이다. ▶경기도는 최근 탄소중립 실현과 도민의 행복 구현을 목표로 한 2022년도 경기도 산림시책을 발표했다. 기후위기 시대 탄소흡수원 관리강화, 산림재해 예방강화 및 신속 대응, 산림자원의 순환경영, 산림복지서비스 확대, 지역과 함께하는 산림정책 총 5개 과제를 중점 추진한다. ▶무조건 많이 생산하고 성장할수록 이득을 보는 시대는 지났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등으로 국민의 삶의 질이 떨어지는 부정적인 효과까지 고려해 보자는 차원에서 고안된 그린 GDP도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기후위기 너머 미래를 위해 개인의 일상에도 새로운 상상이 필요한 시기다. 정자연 문화체육부 차장

[지지대] 네거티브

내가 살아남으려면 경쟁 상대의 흠을 찾아라. 모든 좋다. 상대를 무너트릴 수만 있다면 경쟁자의 영혼까지 탈탈 털 기세다. 오랫동안 이어온 우리 정치권의 네거티브 선거 관행이다. 경쟁 후보의 말실수는 물론 직계가족, 사돈 팔촌의 비리와 언행까지 집요하고 교묘한 비판이 선거 기간 내내 이어진다. 경쟁 후보의 심각한 비리 의혹이라도 제기되면 더 신이 난다. 특히 누가 승리할지 알 수 없는 선거가 임박할수록 네거티브는 강해진다. 이번 대선도 5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력후보들의 네거티브가 도를 넘고 있다. 무차별적인 녹취 내용이 폭로되고 그를 근거로 한 공격이 이어진다. 서로를 깍아 내리려 혈안이다. 그만큼 선거가 치열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들 사이에서는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비야냥이 나온다. 그렇다고 각 후보가 국민들이 관심을 둘 만한 대선 공약을 내 놓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각 후보가 다양한 공약을 발표하고 있지만 이는 곧바로 네거티브 태풍에 휩쓸려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결국 정책 없는 선거로 전락하고 만다. 선거는 승자 독식이다.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선거 방식에 쉽게 빠진다. 이 같은 네거티브 선거 방식은 어느 정도 묵인돼 왔고 네거티브로 재미를 본 자들은 더 자극적인 네거티브에 나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정작 필요한 정책 검증보다는 원색적인 비난전에 식상해 하고 있다. 이상적인 선거는 이렇다. 각 후보들이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이를 근거로 토론하고 자신이 적임자임을 유권자들에게 알린다. 유권자들은 정책과 인물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투표해 후보를 선출한다. 당선자는 낙선자 정책도 반영하고 낙선자는 결과에 승복한다. 국가 지도자로 잘 싸우는 격투기 선수를 뽑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국민들은 알고 있다. 이선호 지역사회부장

[지지대] 남극빙어가 헤엄방식을 바꾼 까닭은?

자연은 비정하다.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淘汰)된다. 장 막시밀리앙 라마르크(Jean Maximilien Lamarque)의 용불용설(用不用說)은 점잖다. 찰스 로버트 다윈(Charles Robert Darwin)은 한술 더 떠 적자생존(適者生存)을 주창했다. ▶존립을 위해 꼭 이래야만 할까. 바퀴벌레는 수 십억 년 동안 그렇게 견디며 지내왔다, 용불용설과 적자생존 등을 온몸으로 때운 족속이다. ▶환경 훼손은 인류 문명과 반비례한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자연은 파괴된다. 지구라는 행성의 서사(敍事)가 그랬다. 산업혁명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게 탄소 문제였다. 그렇게 산소의 선순환구조를 뒤흔들었다. 변화무쌍한 환경에도 치열하게 부딪치고 저항했다. 그리고 장엄하게 사라져갔다. 인류를 제외한 생태계의 얘기다. ▶최근 이 같은 이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마디로 지구라는 행성의 서사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뜻이다. 남극해 물고기들이 헤엄 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보고를 통해서다. 지구 온난화로 변온 동물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고정관념도 깼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버지니아 공대 생의학연구소는 남극 빙어(Blackfin Icefish)와 검정 돌치(Black Rockcod) 등을 관찰했다. 급성 해수 온난화 스트레스에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연구소는 실험 장비를 설계한 후 장비를 남극 팔머 기지로 옮겨 3개월 동안 실험을 이어갔다. 실험 탱크에 남극 빙어와 검정 돌치 각각 5마리를 넣어 적응 과정을 거치게 한 뒤 수온을 -1.8℃에서 13℃까지 시간당 3℃씩 올렸다. ▶그랬더니 예상 밖의 결과가 도출됐다. 녀석들은 지느러미 부채질 또는 벌리기, 수면 근처 호흡하기 등의 행동을 보이며 해수 온난화에 적응했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남극 빙어는 집중적으로 가슴 지느러미를 부채질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검정 돌치 행동은 더 복잡했다. 가슴 지느러미를 부채질하기도 하고 바깥쪽으로 벌리기도 했다. 아가미 개폐를 통해 아가미 순환을 늘리기 위해서다. 녀석들의 헤엄 방식을 통해 인류의 또 다른 미래가 엿보였다. 반갑다. 도태되지 않고 평화적으로 생존할 수도 있음을 알려줘서 말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예술인 연수입 755만원

요즘 20~30대는 재테크에 관심이 높다. 주식이나 가상화폐(코인)에 투자하는 이들도 많고, 아트테크에도 관심이 많다. 미술품 투자는 일부 부유층이나 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으나 젊은층에서도 뛰어 들고 있다. 인기 작가의 미술품은 경매시장에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심지어 수십억원에 거래된다. 이를 거침없이 사는 이들도 있지만, 경제력이 부족한 젊은층은 아트테크 기업을 이용한 투자를 한다. 애호가들과 아트테크 기업이 돈을 모아 비싼 미술작품을 사고, 소유권을 나눠 갖는 형식이다. 흔히 거장으로 불리는 미술작가의 작품은 보통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해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들다. 일부 중견신진 작가의 작품도 오래 기다려도 구매가 쉽지 않다. 어떤 작가는 돈방석에 앉지만 대부분의 작가는 작업실 비용과 재료비 구입도 어렵다. 예술계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각하다. 코로나19 사태에 예술인의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예술인의 평균 작품 발표 횟수는 3.8회다. 2017년 7.8회보다 3.5회(48%) 감소했다. 작품 발표 횟수가 많은 분야는 음악으로 6.4회였다. 이어 국악 5.8회, 방송 연예 4.7회, 무용 4.1회였다. 사진은 2.4회, 건축 2.5회, 공예 2.6회로 더 낮았다. 예술인이 예술활동으로 벌어들인 개인 평균 수입은 755만원이었다. 2017년 평균 1천281만원보다 526만원(41%) 감소했다. 수입이 없는 경우가 41.3%로 가장 많았고, 500만원 미만 28.3%, 1천만2천만원 미만 9.2% 등의 순이었다. 연극인 수입은 509만원으로 예술인 중 가장 낮았다. 조사는 전국의 전업겸업 예술인 5천명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 결과를 통해 우리나라 예술인 상당수가 수입과 활동 모두 감소해 고통을 겪고 있음을 가늠할 수 있다. 정부는 실태조사에만 그치지 말고 예술인 복지와 창작활동 지원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근대문화유산 ‘한탄강 철교’

경원선(京元線)은 서울~원산을 잇는 철도로 1914년 9월6일 개통됐다. 길이가 223.7㎞에 이른다. 남북한 물자수송 및 교통에 큰 역할을 했으나 6.25 한국전쟁으로 파괴돼 비무장지대(DMZ) 주변으로 31㎞가 단절됐다. 국토 분단으로 남한 구간에선 서울 용산역에서 경기도 연천군 신탄리역까지 88.8㎞만 운행됐다. 경원선은 일제에 의해 건설되고 소련과 미국에 의해 끊어진 철길이다. 그래서 남한 최종단 신탄리역의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표지판을 보면서 분단의 아픔에 눈물 흘리는 실향민이 많았다. 이후 60년간 끊겼던 연천 신탄리~철원 백마고지간 경원선 철로가 복원됐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표지판도 철원으로 옮겨졌다. 경원선 일부 구간 복원으로 남북철도 연결의 초석을 마련했다. 남북관계 개선시 만주횡단철도(TMR),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의 연계를 대비하고 있으나 북한까지 연결이 쉽지 않다. 경기북부 전철화 사업이 진행되면서 경원선 철도 일부가 폐선됐다. 동두천~연천 구간 복선전철이 올해 말 개통 예정이어서 초성리역에서 한탄강역 구간 3㎞를 철거하고 있다. 철도공단이 레일과 침목을 해체하고 있다. 이 구간에 한탄강 위를 건너는 한탄강 철교가 있다. 경원선을 놓을 때 건설한 것으로 1914년 8월16월 완공됐다. 길이 244m, 너비 4.5m, 중력식 콘크리트 교각 9개로 이뤄졌다. 철교 건설을 위해 연천주민이 강제 동원됐고, 완공 후엔 산업물자 약탈 수송로로 쓰였다. 몇년 전까지는 지역민과 관광객의 주요 교통로로 활용됐다. 한탄강 철교가 철거위기에 놓이자 연천군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주민 애환이 서린 100년 넘는 근대문화유산을 없애 버리면 안된다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 설움과 한국전쟁의 아픔이 있는 역사를 잊지않기 위해서라도 그대로 둬야 한다. 이곳은 다크 투어리즘 (Dark Tourism)의 적합지다. 한탄강이 남북을 흐르듯, 38선에 놓인 한탄강 철교도 끊으면 안된다. 한탄강 철교는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 보존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그들의 기억을 바꾸는 길

기억이라는 것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게 남아있다. 어느 날 저마다 다른 매개체로 인해 잊었거나 잊은 줄 알았던 기억들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머릿속에 스친다. 뇌과학적으로 기억은 불안정한 상태로 외부 충격 등에 따라 소실이 가능한 단기기억과 이미 각종 변형 등의 과정을 거쳐 외부의 충격에도 소실없이 살아남는 장기기억으로 나뉜다. 장기기억에는 감정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나 슬프거나 괴로움 등의 기억은 우리의 뇌리에 더욱 깊숙하게 남는다. 1개월 남짓의 시간동안 인천 만수동 대공분실을 취재하며 30여년전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들을 만났다. 다른 나라도 아닌 대한민국의, 대한민국을 지켜야할 기관들에 의해 무참히 자행됐던 독재와 국민의 기본권 침해 과정에 장렬하게 맞서 싸워온 인천의 민주화노동운동가들이다. 처음 이들은 그때가 잘 기억이 날지 모르겠어요라고 하더니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그때의 기억이 생생히 펼쳐지기라도 하듯, 지금은 믿기조차 어려운 경험들을 쏟아냈다. 그들이 그렇게 생생하게 그날의 감정을, 그들의 행동을 기억하는 건 당시의 상황이 너무나도 아프고 괴로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 기억을 모두 잊게 만들 순 없다. 그러나 그들의 기억에 더욱 의미있는 기억을 더해 바꿔줄 수는 있다. 더이상 그 공간은 당신들이 욕설과 폭행에 시달리던 공간이 아니라고, 많은 사람들이 당신이 온 몸으로 막아 지켜냈던 역사를 기억하는 공간이라고 말이다. 분명 우리는 그때를 치열하게 보낸 이들 덕에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렇기에 2022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그들의 아픔을 담은 공간을 후대에게 남기는 것, 계속해 기억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으로 그들의 기억을 바꾸는 길에 함께 해야 하는 것 아닐까. 김경희 인천본사 사회부장

[지지대] 감독의 변신은 무죄

컴퓨터 세터 황금의 손으로 한 시대를 장식했던 배구인 김호철은 국내는 물론, 세계 무대에서도 명성을 떨친 세계적인 세터였다. 1978년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그가 보여준 현란한 토스웍에 당시 현지 언론은 원숭이가 나무에서 재주를 부리는 것 같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오랜 국가대표 선수 생활과 만 40세까지 현역으로 활약한 그는 이탈리아리그에서 3차례나 MVP에 올랐고, 1995년 이탈리아리그 클럽팀 감독으로 변신해 두 번째 팀인 트레비소를 리그 우승과 유럽챔피언스리그 정상으로 이끄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2003년 국내에 복귀한 김 감독은 난파선 위기의 현대캐피탈을 맡아 2년 만에 우승으로 이끌었다. ▶선수와 지도자로 화려한 족적을 남겼음에도 불같은 성격 때문에 자주 구설수에 오르내렸다. 이탈리아리그 선수 시절엔 범실을 범하고도 세터 탓을 한 동료를 관중이 보는 앞에서 엉덩이를 걷어찬 일화가 있다. 국내 감독 시절엔 작전시간 중 선수들을 호통치는 것은 예사고 심지어 방송 리포터의 질문을 뿌리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그에겐 버럭호철 호통호철이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기분이 좋을 때는 묘한 웃음을 지어 호요미라는 또다른 애칭이 붙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호철 하면 떠오르는 것은 불같은 성정에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가 배구팬들의 뇌리 속에 각인돼 있다. ▶지난 2017년 남자 대표팀 감독을 끝으로 코트를 떠났던 그가 4년만인 지난해말 67세에 다시 코트로 돌아왔다. 선수, 코치의 이탈과 감독의 사임으로 좌초 위기에 있던 화성 IBK기업은행의 소방수로 등장한 것이다. 생애 처음으로 여자팀을 맡는 것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었다. 경험도 없는데다 무엇보다 강한 성격 때문이다. ▶주위의 우려는 기우였다. 비록 팀은 8연패 수렁에 빠져있지만 선수들을 특유의 호통보다는 웃으며 다독이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다. 세계적인 명세터와 지도자로 명성을 떨친 그는 상황에 따라 자신을 변화시키는 탁월한 지도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에 선수들의 신뢰감이 쌓여가고 있어 IBK의 연패 탈출은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다. 황선학 문화체육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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