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피그말리온의 사랑

김경희 인천본사 사회부장 gaeng2d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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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키프로스의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여성을 혐오하다가 아름다운 여신상 하나를 만들면서 변하기 시작한다. 생명이 없는 조각상에게 멋진 옷을 입혀주기도 하고, 온갖 장신구로 치장해주며 밤이면 팔베개까지 해준다. 피그말리온은 조각상에게 진심으로 사랑을 느낀다. 이에 감동한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조각상에 생명력을 선사한다. 훗날 이 이야기는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기대나 믿음을 받으면, 이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좋은 결과가 나타난다는 사회현상, 피그말리온 효과로 전해진다.

피그말리온 효과가 가장 필요한 현장을 꼽으라면 단연 학교다. 아이들은 사회로 나오기 전 작은 사회인 학교 안에서 성장하고, 변화하며, 발전한다. 20년간 학생의 심리를 분석한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최근 피그말리온 효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사가 긍정적인 기대를 가지고 아이를 대하다보면, 그것이 비단 따뜻한 말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학생의 태도나 성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 같은 사실은 1968년 하버드대의 로젠탈 교수의 실험에서도 엿볼 수 있다. 로젠탈교수는 미국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한 뒤 결과에 상관없이 무작위로 20%의 학생을 뽑았다. 교사는 이 학생들에게 기대와 격려를 담아 따뜻하게 대했다. 그리고 얼마 뒤 다시 지능검사를 했더니 학생들의 성적이 실제로 향상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최근 인천에서는 학교 내 교사들이 학생을 상대로 폭언을 해 정서학대를 당했다는 신고가 잦다. 물론, 요즘의 교육현장에서 교권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교사의 말한마디, 행동 하나는 아이들에게 생각보다 더 큰 영향을 준다. 교사에게 자주 폭언을 듣는 학생들이 다른 교우관계에서도 ‘나쁜 아이’로 낙인찍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이는 실제 아이의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인천의 교육현장에는 훌륭한 교사들이 많다고 믿는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는 그들의 손에 있다.

김경희 인천본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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