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헤이하이즈와 출산율 제고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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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마다 자녀는 한명씩만 낳자? 옛날 얘기가 아니다. 10년 전까지 중국의 현실이었다. 급증하는 인구를 억제하기 위해서였다. 헤이하이즈(黑孩子)라는 단어는 당시의 독보적인 검색어였겠다.

▶헤이하이즈는 산아제한정책을 피하기 위해 호적에 올리지 못한 아이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산아제한정책을 위반하면 부과되는 벌금이 서민 가정의 1년치 생활비였기 때문이다. 특히 농촌에서 이런 아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사회적으로도 버림받는 경우들이 많았다.

▶한 가정에서 한명 이상을 낳으면 엄청나게 불이익을 받았다. 직장을 잃는 건 다반사였다. 집안 물건을 압수당했다. 집이 철거되는 수모도 당했다. 그래서 둘째아는 꼭꼭 숨겨 눈에 잘 띄지 않게 키웠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으니, 주민등록번호도 없었다. 학교도 가지 못하고 결혼하더라도 혼인신고는 엄두도 못 냈다. 나이가 들어 죽어도 사망신고를 할 필요도 없었다. 중국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는 농민들에게 이 정책은 치명적이었다. 농사일을 할 수 있는 노동력을 확보할 수 없는 탓이었다.

▶그랬던 중국이 요즘 아이를 더 낳으라고 독려하고 있다. 성(省)마다 출산장려에 나서고 있다. 중국 성 31곳(직할시 및 자치주 포함) 가운데 최소 11곳이 최근 출산휴가, 육아휴가, 배우자 돌봄 휴가 등 다양한 출산장려정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최근 발간한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1천명당 신생아수를 의미하는 출생률은 8.52명이었다. 지난 197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출생률이 10명 미만으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의 출생률은 2016년 12.95명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소폭 증가했으나 2017년 12.43명, 2018년 10.94명, 2019년 10.48명 등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인구 대국에서도 저출산이 우리처럼 심각한 모양이다.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등에 이어 출산율 감소까지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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