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대선 ‘3무(無)’ 공방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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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도 선거 전략의 일환이겠지만, 너무 심하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100일 앞두고 벌어지는 여야 선거전을 보는 국민들은 무슨 코미디를 보는 건가 싶다. 여러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박빙’의 두 후보 진영은 지난 주말 서로를 ‘3무(無)’ 후보라며 비판했다.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를 향해 정치 경험이 미흡함을 공격했다. “무능·무식·무당 3무는 죄악”이라며 “국정 책임자가 국정에 대해 모르는 것은 자랑이 아니고, 누가 시켜서 대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윤 후보의 ‘주 120시간 노동’ ‘전두환 옹호’ 등 미숙한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의 손바닥 ‘왕(王)자’와 관련, “무슨 이상한 스승을 찾아다니며 나라 미래를 무당한테 물으면 되겠느냐”고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실력·실적·실천이 있는 ‘3실 후보’라고 했다

윤 후보 측은 “3무 원조는 이 후보”라고 역공했다. 김은혜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무법(無法)·무정(無情)·무치(無恥)”라며 이 후보의 조폭 변론 논란, 강동구 모녀 살인 사건 가해자인 조카 변호 논란, 대장동 게이트 연루 의혹 등을 거론했다. 김병민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이 후보의 과거를 요약하자면 비겁하고, 비속하며, 비정함 투성이인 ‘3비’ 후보”라고 했고, 신인규 상근부대변인은 “음주·음흉·음지의 ‘3음’ 후보”라고 했다.

이ㆍ윤 후보 측의 막말 대잔치에 유권자들은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며 눈살을 찌푸린다. 찍을 후보가 없다는 이들이 상당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 모두 호감도보다 비호감도가 높았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민생이 망가졌고, 나라 안팎의 난제가 쌓여있다. 비전과 정책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데 말장난 같은 네거티브 공방이나 하고 있으니 한심스럽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국민의 정치혐오만 늘어난다. 대선주자에 대한 실망과 피로감은 냉소와 무관심으로 이어져 투표 포기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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