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경기 둘레길 860㎞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기자페이지

걷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선물한다.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고, 기쁨과 행복감을 느끼게도 한다. 누군가는 특별한 목적을 갖고 걷지만, 누군가는 걷는 그 자체를 즐긴다. 자연 속을 걷든 도심을 걷든, 걷기는 단순한 운동 그 이상이다.

걷기 예찬론자들이 많다. 히포크라테스는 “걷는 것이 바로 최고의 약”이라 했다. 니체는 “진정으로 모든 위대한 생각은 걷는 것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키에르케고르는 “걸으면서 나의 가장 풍요로운 생각을 얻게 됐다. 걸으면서 쫓아버릴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생각이란 없다”고 했다.

틱낫한 스님은 ‘걷기 명상’을 강조한다. “들숨날숨에 집중하며 느리게 걷는 것은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한다. 어딘가에 도착할 필요가 없는 걸음은 정신 집중, 기쁨, 통찰력, 살아 있음을 깨닫게 한다”고 말한다. ‘걷기=명상’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제주 올레길까지 가지 않더라도 걸을 곳이 많다. 걷기 열풍에 전국의 자치단체마다 ‘길’을 만들었다. 경기도 외곽 2천리 길을 연결한 ‘경기 둘레길’이 지난 15일 개통됐다. 2018년 11월부터 추진된 경기 둘레길은 도 경계 15개 시·군의 860㎞ 길을 하나로 연결했다.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시·군에서 만든 길, 기존 마을 길, 임도, 하천길 등에 표지판을 설치했다. 시·군별로 단절돼 있던 길을 연결해 생태·문화·역사를 공유하면서 함께 걸을 수 있는 길로 만든 것이다.

경기 둘레길은 평화누리길(김포~연천 186㎞), 숲길(연천~양평 245㎞), 물길(여주~안성 167㎞), 갯길(평택~김포 262㎞) 등 4개 테마로 구성돼 있다. 코스는 60개나 된다. 시·군별로는 평택 섶길, 안산 대부 해솔길, 안성 박두진문학길 등 기존 걷기 여행길과 여주 신륵사, 화성 궁평항, 안산 동주염전, 시흥 연꽃테마파크, 양평 산음 휴양림 등 관광지와 이어진다. 경기 둘레길은 비대면시대 관광상품으로 제격이다. 이 길을 걸어보자. 새로운 경기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