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창궐하던 지난해, 대학동문 카톡방에서 한 남자친구가 대화 때마다 ‘코로나년’ ‘코로나 미친년’ 운운했다. 코로나 때문에 친구를 만나지도 못하고, 일상생활이 힘들다는 표현을 한 것이다. 근데 왜 ‘~년’인지, 상당히 불쾌했다. 따로 카톡을 보내 “부인이 있고 딸을 키우면서 왜 말끝마다 코로나년이냐”고 했다. 그 친구는 ‘전혀 의식하지 못한 발언’이라며 부끄러워 했다. 대화 내용을 지우고, 조심하겠다고 했다.
이 친구처럼 은연 중에 여성을 비하하는 이들이 있다.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탓이다. 광고에서도 가끔 여성을 모욕하거나 비하하는 내용이 제작돼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우유 광고에선 잇따라 여성을 젖소에 비유해 거센 비난을 샀다.
서울우유는 지난달 말 유튜브 채널 등 SNS를 통해 자사 제품 홍보영상을 공개하고 감상평을 댓글로 남기면 경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영상에는 풀밭에 엎드려 요가 동작을 하거나 계곡물을 마시는 흰 옷입은 여성들이 등장한다. 한 남성이 이 여성들을 몰래 촬영하다 나뭇가지를 밟아 소리가 나자 목초지에 있던 여성들이 모두 젖소로 바뀐다.
여성을 젖소에 비유한 광고라니, 네티즌들은 황당하다, 불쾌하다, 역겹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여성들을 몰래 촬영하는 듯한 ‘도촬’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서울우유는 공식 사과하고 영상을 내렸다. 이 회사는 2003년 인사동의 화랑에서 신제품 홍보행사를 하면서 여성 누드모델 3명을 출연시켜 서로의 몸에 요구르트를 뿌리는 등의 퍼포먼스를 벌인 바 있다.
서울우유에 이어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가 홍보용 웹툰에 젖소무늬 원피스를 입은 여성을 등장시켰다가 삭제했다. 위원회는 홍보용 웹툰 ‘춘봉리 밀키’를 선보여 왔는데, 최근 웹툰에 밀키가 몸에 딱 붙는 젖소무늬 옷을 입고 나온다. 누가봐도 젖소를 연상시킨다.
성차별적인 이런 광고는 우리 일상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져 있음을 방증한다. 광고 완성까지 수많은 관계자를 거쳤을 텐데 걸러지지 않은 것은 의도적이건, 부주의건 문제가 많다. 대중에게 호감을 이끌어내야 하는 광고가 혐오를 유발하고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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