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만들어낸 이벤트 가운데 으뜸은 올림픽이다. 경연이 펼쳐지는 동안 지구촌은 대치와 증오를 멈춘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그랬지만,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시작됐던 현대 올림픽도 그렇다. 평화의 대제전이 펼쳐지는 탓이다. 그래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게는 찬사와 박수 등이 쏟아진다.
▶해가 거듭 될수록 종목들도 늘고 있다. 한여름에만 열리던 이벤트가 한겨울에도 개최됐다.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였다. 올림픽의 존재 이유다. 많은 인파가 행사가 열리는 도시를 찾는다. 외교사절도 마찬가지다.
▶스포츠 향연만 펼쳐지는 건 아니다. 경기장 밖에선 외교 올림픽도 열린다. 그동안 매듭짓지 못했던, 나라와 나라 사이의 해묵은 과제로 머리를 맞댄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게임이긴 하지만 말이다. 스타디움 안팎은 그래서 늘 활기가 넘쳤다.
▶그런데 올겨울 베이징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선 사정이 달라질 듯싶다. 미국이 외교사절 참석거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인권탄압을 문제 삼았다. 스포츠 경기 등에 공식 외교사절단 없이 선수단만 파견하는 행위를 ‘외교적 보이콧(Boycott)’이라고 부른다. 중국의 인권문제가 외교적 보이콧을 감행할 정도로 심각한가.
▶보이콧이란 단어는 아일랜드 귀족의 재산관리인이었던 찰스 보이콧(Charles Boycott)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한 전쟁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 1756~1763년이었다. 영국이 식민지로부터 세금 징수에 나서자 식민지 주민들은 영국 수출품 불매운동을 벌였다. 미국의 독립은 그렇게 쟁취됐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은 영향력이 막강하다. 미국 이외 다른 서방국가들의 동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의 강력한 반발도 예상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중국의 지속적인 종족 학살과 반인도적 범죄, 기타 인권 유린을 감안해 어떤 외교ㆍ공식적 대표단도 보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남아공 등에서 새로 발견된 코로나19의 변이 바이러스가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온 미국의 발표가 우리를 우울하게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힘겨루기도 볼썽사납다. 중국의 인권탄압을 비난하는 미국은 과연 인권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을까.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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