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그 많던 여성들은 어디로 갔을까

정자연 문화체육부 차장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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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 찾던 골목 마카롱 가게를 오랜만에 들렸다. 2㎥ 남짓한 공간에서 40대 여성 두 명이 반죽을 치대 초콜릿가루를 뿌리며 만들어내는 그 맛이 꽤 좋았다. 육아를 하느라 10년간 경력단절로 지내다 일을 배워 새로운 출발을 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유쾌했다.

모처럼만에 들른 가게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24시간 무인 밀키트 전문점. 유쾌한 웃음소리도, 사람도 없었다. 무인 결제기인 키오스크와 즉석식품 등 간편식을 넣은 냉동실 대여섯 개만이 자리했다.

길을 걷자 사람 없는 점포가 골목골목 꽤 눈에 띄었다. 밀키트 전문점부터 빨래방, 편의점, 아이스크림 가게, 카페 등 업종도 다양했다. 이미 패스트푸드 매장에서는 계산대의 점원 대신 무인 결제기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이들 업체의 키오스크 도입률은 버거킹 92.4%, 롯데리아 76.6%, 맥도날드 64.3%, 맘스터치 33% 등으로 집계됐다.

번화가 한복판의 패스트푸드점에서, 쇼핑가의 대형 점포에서만 있는 일인 줄로만 알았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 되면서 사람 없는 점포는 골목으로, 주택가로 꽃처럼 피고 있다. 코로나19와 과학기술이 빚어낸 자영업 내 고용 구조 변화다.

대규모 경제위기가 찾아온 다음해에는 어김없이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떨어진다. 1997년 IMF 구제금융,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 드러난 법칙이다. 코로나19에도 이 법칙은 맞아떨어졌다. 서비스업과 비정규직, 저임금 업종, 특수고용직에 여성이 몰리는 한국 노동시장의 전형적 구조가 만들어낸 특성이기도 하다. 4차산업혁명의 기술 발달은 이런 쉬세션(She+Recession-경기 불황으로 인한 여성의 대량실업 사태)을 더욱 가속화 한다.

적은 임금이지만 꼭 필요했던 돈을 벌던 여성들의 일자리를 대신한 무인점포를 보며 생각이 든다. 대형마트와 골목 점포에서 계산하던 어머니들, 가게에서 반찬과 상품을 포장하던 여성들. 그 많던 여성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앞으로는 또 어디로 가야할까.

정자연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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