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아프면 쉴 권리

아프면 서럽다. 아플 때 일하면 두배 세배 더 서럽다. 아프면 쉬는 게 맞지만 쉴 수 없는 사람들도 많다. 아프면 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현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는 아파도 출근하거나, 참고 일해야 하는 한국 일터의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격리’ 차원이지만, 아프면 집에서 쉬어야 한다는 상식이 직장에 적용됐다. 재택근무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나 비정규직, 일용직, 소기업 노동자 등 사회보장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에겐 먼 나라 얘기다. 고용 형태가 불안정하고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코로나19에 확진된 경우 무급휴가를 쓰고, 퇴사를 강요받기도 한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3월 직장인 2천명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확진 뒤 격리기간에 급여를 받지 못하고 무급휴가를 썼다는 응답이 비정규직의 경우 42.1%에 달했다. 정규직 16.2%에 비하면 두배가 넘는 비율이다. 5인 미만 사업장도 40.3%나 됐다. 무급휴가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노동약자층에서 코로나19 확진은 소득 감소로 이어졌다. 응답자 가운데 비정규직의 10.1%는 코로나19 확진 뒤 퇴사를 권고받거나 강요받았다고 한다. 현행 노동관계법에서 병가는 법적의무가 아니다. 개별기업이 취업 규칙이나 사규를 통해 도입하고 있다. 2020년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병가제도를 운영하는 사업장은 21.4%였다. 1천명 이상 사업장은 96.7%가 운영하지만, 상시 노동자가 5인 미만인 사업장은 12.9%에 그쳤다. ‘아프면 쉴 수 있는 권리’ 보장을 위한 법적·제도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노동자가 아플 때 쉴 수 있는 ‘법정병가’와 질병으로 인해 일을 쉬더라도 국가가 소득을 보전해주는 ‘상병수당’ 제도가 뒷받침돼야 맘 편히 쉴 수 있다. OECD 회원국 중 두 제도가 모두 없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뿐이다. 정부가 7월부터 상병수당 제도를 시범운영 한다는데, 법정병가 논의는 없다. 노동약자들이 아프면 쉴 권리를 차기정부가 반드시 실현하길 바란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스쿨존 속도

운전 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보행자 안전이다. 도로 위 모든 보행자는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지만, 교통약자인 어린이와 노인은 각별히 더 보호돼야 한다. 때문에 어린이와 노인을 보호하기 위해 어린이보호구역과 노인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School Zone)’은 교통사고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차량 통행과 속도 등이 제한되는 구역이다. 유치원, 초등학교 등의 주변도로에서 운전자들은 30㎞ 이내 속도제한 등 안전수칙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스쿨존에서 어린이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고, 사망사고도 많다. 2019년 한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초등 2년생인 김민식군이 차에 치여 숨지면서 스쿨존에서의 교통사고 처벌을 강화한 도로교통법이 개정됐다. 이른바 ‘민식이법’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심야시간대 간선도로에 있는 스쿨존 제한속도를 시속 40~50㎞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인수위는 “어린이 교통사고 위험이 극히 낮고, 교통정체가 가중되는 시간대에는 속도 상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2017년부터 최근 5년간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 2천478건 가운데 오후 8시에서 다음날 오전 8시 사이에 발생한 사고는 4.7%(117건)이며 사망자는 없었다는게 인수위 설명이다. 이로써 도심 주행 속도를 규정한 ‘안전속도 5030’ 정책이 전면시행 1년 만에 뒤집힐 상황에 처했다. ‘안전속도 5030’ 정책이 비효율적이라는 여론을 반영했다지만, 이 정책의 순기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어린이보호구역을 비롯한 거주지 인근 도로에서의 규제 완화는 안된다고 한다. 운전자들이 어린이보호구역 제한속도를 시속 30㎞로 인지하고 있는데 시간대별 주행 속도를 달리하는 것은 혼란만 가중시킨다. 과속과 불법 주정차 등 안전불감증도 여전하다. ‘안전속도 5030’은 국제적 흐름이다. 국민 편의보다는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반려식물

짙은 녹색에 연한 줄무늬가 듬성듬성 새겨진 작은 잎이 하나 돋아났다. 식물을 좋아하지만 뭐 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성격 탓에 자생력이 강하다는 스투키를 들인지 넉 달 만이었다. 사실 이전에 관심을 제대로 주지 못해 밖으로 내보낸 식물과 화초 수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갓 태어난 아기처럼 흙에서 새싹을 일궈낸 스투키는 관심을 달라는 듯 새 생명을 피워냈다. 식물들의 생명력, 그 조용한 에너지가 신비롭고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코로나 시대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새로운 취미로 펫 플랜트(Pet Plant)가 인기 끌고 있다. 펫(Pet)과 식물을 뜻하는 플랜트(Plant)가 합쳐진 말로 반려동물처럼 곁에 두고 키우는 반려식물을 뜻한다. ‘식물집사’, ‘식물테크’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우울하고 삭막한 외로운 현대사회 속 식물에서 위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녹색식물, 자연과의 연결과 교감은 뇌에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분비시켜 불안과 우울감도 덜어준다고 한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독거노인의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해 반려식물 키우기 사업을 시행했다. ‘정직한 즐거움’도 큰 수확으로 꼽힌다. 비료를 줬더니 이파리에 윤기가 돌고, 물을 잘 줬더니 새순이 예쁘게 나왔구나 하는 식이다. ▶마침 무언가를 심기 좋은 계절이다. 기후변화로 식목일은 10년 전부터 3월로 앞당기자는 논의가 이어져왔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뭐니뭐니 해도 ‘나무심기’다.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내 집에서, 주변 뜰에서 나무를 키워도 열섬현상과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다. 손 쉽게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울 땐 자그마한 꽃나무류나 분재가 좋다고 한다. 뜰이나 정원이 있다면 유실수나 관상수를 심는 게 좋다. 화초가 삶의 동반자가 된 시대, 가까운 친구처럼 마음을 나눌 식물을 심어 키워보는 것도 복잡한 현대사회를 건강하게 사는 방법인 듯 하다. 정자연 문화체육부 차장

[지지대] 엔데믹은 현실이다

일일 확진자 30만명은 이제 대수롭지도 않다. 어디에서 누군가에게 옮겨졌는지도 모른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누적 확진자가 전체 대한민국 인구의 30%에 육박하고 있다. 오히려 걸린 사람들의 마음이 편해지는 요즘인 것 같다. 비감염자는 ‘대기자’일 뿐이다. 오늘 밤에도, 내일 아침에도 진단키트에 두 줄이 선명하게 새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말한다. “대한민국 사람 전체가 한번씩은 (코로나19에)다 걸려야 끝날 수 있다”고 말이다. ▶10명에 자정까지다. 사실상 마지막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인 것 같다. 마스크를 쓴 모습을 제외하면 코로나19 이전으로 어느 정도는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강제적 제한의 시간에서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확진을 막았냐? 아니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일일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오는 국가라는 오명을 쓴 지 오래다. K- 방역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면서 말이다. 자영업자는? 강력한 거리두기는 그들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갔다. 늘어난 것은 빚이요. 나오는 것은 피눈물 뿐이다. 국가 경제는? 한마디로 부채의 바다를 항해하고 있고, 구성원 간엔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의 시대를 초래했을 뿐이다. ▶“한국은 엔데믹(종식 없이 계속적으로 발병하는 질병)으로 가는 최초의 나라가 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의대 모니카 간디 교수의 말이다. 독감과 함께 했듯 코로나19와도 같은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한다고 덧붙이면서.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면 실내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모든 조처를 해제하는 쪽으로 정부는 방역조치의 가닥을 잡은 것 같다. 말 그대로 엔데믹으로 가는, 새로운 체계를 준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듯 하다. 코로나19가 감기가 되는 세상. 그 시작은 백신이었고, 그 마지막은 탈 마스크라 하겠다. 환하게 웃으며 마스크를 벗어 던지는 그날을 꿈꿔 본다. 엔데믹은 이제 이상이 아닌 현실이다. 김규태 사회부장

[지지대] 일본의 핵 공유

새삼스럽진 않다. 한 두 번이 아니다. 수 천 년 동안 그랬다. 잠잠할 때가 되레 걱정된다. 잠시 숨을 고를 때는 그럴싸한 명분도 쌓는다. 원래 그렇거니 이해하려고 해도 쉽진 않다. 이러다 큰일이 나는 건 아닐까. 걱정이 태산 같다. ▶뭔 뜬금 없는 얘기일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2개월여째다. 민간인들이 포화(砲火)에 희생되고 있다. 세계대전으로의 확산도 우려된다. 이런 가운데, 일본이 방위비 인상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 나라는 적(敵)기지 공격능력 보유도 추진 중이다. 적국의 기지 등을 공격해 파괴하겠다는 꼼수다. 선제 타격을 통해 무력화겠다는 전략이다. 무섭다. 야치 쇼타로·기타무라 시게루 전 국가안전보장국장 등이 가세했다. “전수방위 개념에 구애될 필요가 없다”는 발언이나 “대담하게 정책이나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제안까지 나온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발언이 하이라이트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방위비를 증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핵 공유(Nuclear Sharing) 검토도 주장,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2023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방위비를 본 예산 기준으로 6조엔(약 59조7천억원)으로 늘려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외신에 따르면 올해 일본 방위비는 추경과 합쳐 약 6조엔이다. 내년에는 본 예산을 기준으로만 비교해도 11.1% 증액된다. 올해 일본 방위비는 전년보다 1.1%(본예산 기준) 증가한 수준이었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도 빼놓지 않았다. 미국 정부의 모호한 전략이 동북아를 위험에 처하게 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급기야는 핵 공유도 다시 꺼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인 2월 하순이었다. 핵 공유를 거론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일부 회원국이 미국 핵무기를 반입해 미국과 공동 운용하고 있는데 일본도 이런 방안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핵 공유는 안된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일부 정치권과 극우 세력 등을 중심으로 핵 공유설은 끊이질 않고 있다. 이웃 나라의 우크라이나 정세를 지렛대로 한 핵 공유 주장은 분명 경계해야 한다. 전쟁을 일으켰던 전력이 있는 나라여서 더욱 그렇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또 블랙리스트 논란

‘블랙리스트(Blacklist)’는 ‘요주의 인물 명단’을 뜻한다. 정부나 수사기관 등에서 위험인물의 동태 파악을 위해 작성한 ‘감시 대상 명단’이다. 블랙리스트라는 말은 영국에서 처음 사용됐다. 찰스 1세가 청교도혁명으로 인해 사형당한 뒤, 아들 찰스 2세가 왕위에 오르자 찰스 1세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던 재판관 58명의 명단을 작성한 것이 시초다. 이들 명단을 적은 종이에 죽음을 뜻하는 검은색 커버를 씌웠다고 해서 ‘블랙리스트’라고 불렸다. 명단에 있던 사람 가운데 13명은 처형당했고 25명은 종신형에 처하는 등 복수가 이뤄졌다. 이 같은 살생부에서 시작된 블랙리스트는 보복이나 제거, 감시를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됐다. 19세기 미국에선 파업 노동자들의 이름을 적은 명단을, 1947년 할리우드에선 영화계 종사자 중 공산주의자로 의심받는 감독·작가·배우의 명단을 지칭할 때 블랙리스트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블랙리스트와 반대 개념으로 ‘화이트리스트(Whitelist)’가 있다. ‘살려야 하거나 배려 또는 지원이 필요한 인물’을 말하는 것으로, 독일 나치 시절 유대인들을 살리기 위해 만든 ‘쉰들러 리스트’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도 조선시대의 살생부, 현대사회 들어 블랙리스트가 있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일부 학계나 언론계, 문화계에서의 블랙리스트 의혹은 사회적 파장을 낳았다. 조용한가 싶더니, 블랙리스트 뉴스가 또 오르내린다. 정권 이양기인 요즘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 초기 부처 산하 기관장 또는 공기업 대표 등을 상대로 사퇴를 종용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동부지검은 탈원전 정책과 코드가 맞지않는 산하기관장을 부당하게 내보낸 의혹과 관련해 최근 산업부 등을 압수수색했다. 통일부와 교육부 산하 기관장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이뤄졌다. 검찰이 3년간 묵혔던 사건을 정권이 바뀌자마자 다시 끄집어내고 있다. ‘권력 앞에서 바람보다 빨리 눕는다’는게 검찰 속성이라고 한다. 블랙리스트 의혹을 철저히 밝혀내야 하겠지만 뭔가 씁쓸한 면이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문신 시술

눈썹이 굵고 진하면 젊게 보이고 뚜렷한 인상을 줄 수 있어 문신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이가 들수록 눈썹 숱이 빈약해지고 색도 흐려져 예전엔 중년 여성이 문썹 문신을 많이 했지만, 최근엔 중년 남성과 젊은 남녀의 수요도 크게 늘었다. 문신(文身)하면, 몸을 휘감은 용 그림 등 조직폭력배를 떠올렸다. 조폭의 상징이던 문신은 이제 ‘타투(tattoo)’라는 이름으로 리브랜딩 돼 우리 사회에 녹아들었다. 통계에 따르면 국민 4명 중 1명꼴인 1천300만여명이 눈썹 문신이나 타투 등 반영구 문신을 할 만큼 문신이 일상화 됐다. 타투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개성과 멋을 표현하는 수단이 됐고, 타투산업도 급속히 성장했다. 하지만 타투 대중화라는 현실과 달리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은 ‘불법’이다. 1992년 대법원은 타투 시술을 ‘의료행위’로 판단해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불법화했다. 작업자 실수로 진피를 건드릴 수 있고, 문신용 침으로 인한 질병의 전염 우려가 있다고 했다. 30년이 흐르면서 타투에 대한 사회인식이 달라졌으나 법과 제도는 이를 반영하지 못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국회에서 등을 드러낸 채 체험 이벤트를 열며, 타투업법 제정을 촉구했다. 문신 시술업자들은 의료인에게만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현행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헌법소원을 냈다. 인권위원회도 비의료인의 타투 불법화는 인권침해 소지 등을 인정해 현행법 제·개정 및 제도 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는 지난 31일 의료인에게만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현행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헌법소원을 기각했다. 헌재 결정이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이라는 지적이 많다. 타투 수요가 넘쳐나지만 시술 능력이 있거나, 실제로 하려는 의사가 별로 없다. 타투 합법화와 함께 ‘K타투’를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보건위생이 문제라면 위생교육 등 조건을 달면 된다. 21대 국회에 문신사 시술을 합법화하는 문신사법안, 타투업법안 등 6개 법안이 발의돼 있다. 국회가 해법을 찾길 바란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이뤄질까, 내집 마련의 꿈

무주택 서민이라면 누구나 꾸는 꿈이 있다. 내집 마련의 꿈이다. 지난 대통령선거는 부동산 민심이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각종 부동산 정책의 변화가 예고되는 만큼 서민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 정부는 수십 번의 부동산 규제와 각종 공급정책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민심을 잃었다. 특히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낮추겠다는 목표로 대출규제를 강화하며 큰 혼란을 야기했다. 아파트값 급등세는 가속화 됐고, 당장 전세 계약을 앞둔 실수요자들은 거리에 나앉을 처지에 내몰렸다. 정부 입장에선 역대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겠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주거 취약 계층을 배려하지 못한 획일적인 규제는 부작용이 따랐다. 그렇게 서민들의 꿈은 멀어졌다. ▶차기 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부동산 정책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출규제 완화와 부동산 조세 완화 등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꼭 필요한 정책이다. 다만 거래절벽과 아파트값 고점인식이 팽배한 지금 상황에서 자칫 이 같은 정책이 집값 폭등을 유발할 수 있다. 규제 완화도 중요하지만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공급정책이 계획대로 실현되야 한다. 또한 세대별, 지역별 공급 여건을 파악해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책이 병행돼야 한다. ▶무주택 서민들이 바라는 꿈은 호화스러운 저택이 아닌, 가족과 지낼 수 있는 안락한 보금자리이다. 단 기간 내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게 되면 오히려 시장의 부작용은 악화되고, 과거가 되풀이 되면 민심은 들끓을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정부에서는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치밀한 분석을 통해 국민들이 기대하고 바라는 세심한 정책을 실현해야 한다. 내집 마련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되길 기대해 본다. 홍완식 경제부 차장

[지지대] 역대 민선 경기지사

사실상 지방선거의 시작은 196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0년 11월1일 지방자치법 제5차 개정안이 확정돼 지방선거는 1960년 12월12일 도의회 의원 선거, 12월19일 읍·면의회 의원 선거, 12월26일 읍·면장 선거, 12월29일 도지사선거 등 네 차례에 걸쳐 나눠 실시했다. 초대 민선지사는 민주당 신광균씨가 당선됐다. 신 지사는 민의존중, 산업증강, 복지증진, 행정쇄신을 도정 방침으로 내세웠다. 이듬해 5〈2022〉16 군사정변으로 경질됐다. 본격적인 지방선거는 1995년 제1회 지방선거다. 이 선거는 민주자유당 이인제 후보(126만4천914표·40.56%)가 민주당 장경우 후보(92만3천69표·29.60%)에 앞서 29대 경기지사로 4년간 재임했다. 제2회 지방선거는 새정치민주연합 임창열 후보(154만9천189표· 54.30%)가 한나라당 손학규 후보(130만3340표·45.69%)를 제치고 9대 경기지사에 당선됐다. 제3회 지방선거는 한나라당 손학규 후보(174만4천291표·58.37 %)가 새천년민주당 진념 후보(107만5천243표·35.98%)를 누르고 31대 지사로 선출됐다. 제4회 지방선거는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218만1천677표·59.68 %)가 새천년민주당 진대제 후보(112만4천317표·30.75%)에 앞서 32대 도지사 자리에 앉았다. 김지사(218만1천677표·59.68 %)는 제5회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207만9천892표·47.79%)를 누르고 재임에 성공했다. 제6회 지방선거는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252만4천981표· 50.43%)가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248만1천824표·49.79%)에 앞서 34대 지사로 당선됐다. 제7회 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337만621표·56 .40%)가 재선을 노리던 남경필 후보(212만2천433표·35.51%)를 제치고 35대 지사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선거에서 어떤 후보가 당선돼 도백의 자리를 차지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원재 정치부장

[지지대] 아브라함 협약

아브라함(Abraham)은 고대 이스라엘의 첫 족장(族長)이다. 기독교에선 믿음의 조상으로 불린다. 메소포타미아 우르를 떠나 이주해 살던 하란에서 조물주의 부르심을 듣고 가나안으로 갔다. 그곳에서 인류 구원의 역사 첫번째 장을 열었다. ▶서양인들에게 ‘아브라함’은 단순한 이름 차원이 아니라, 믿음과 사랑을 뜻하는 절대 명사다. 좌절에 빠졌을 때는 용기를 주는 구원의 손길이다. 넘어지고 떨어져도 끊임 없이 일어나는 불굴의 용기이기도 하다. 서양인 이름 중에 유독 아브라함이 많은 까닭이다.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조상 이름을 딴 조약을 체결했다. 지난 2020년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중재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등 아랍권 국가들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였다. 이른바 ‘아브라함 협약’이다. ▶이후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과 베니 간츠 국방장관의 외교·안보분야 협력협정이 이어졌다.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는 이스라엘 총리로는 최초로 UAE와 바레인을 방문, 정상 간 소통의 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22일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UAE 실세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 등과 3자 회담도 열었다. ▶이스라엘과 UAE, 바레인, 모로코 등 아브라함 협약 당사국 외교 수장들이 네게브 사막에 모였다. 지난 27일이었다. 이례적인 회동이다. 특히 아랍국 외교 수장들이 적대 관계였던 이스라엘에 모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각별하다. ▶회동에서 거론된 사안들에 대해선 베일에 가려져 있다. 중요한 건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서방 언론들은 이스라엘도 미국의 대(對)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중동 내 세력 재편의 신호가 감지된다. 까다로운 차원의 제2의 냉전이 시작됐다는 관측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에 어려운 숙제가 던져졌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청년 고독사

지난달 3일 청주의 한 원룸에서 20대 청년이 홀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직장내 따돌림을 당하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방에서만 지냈다. 박스째로 햇반과 라면을 쌓아두고 끼니를 때우며 술을 마셨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방에는 생활 쓰레기와 카드론 대출 4천900만원의 만기를 알리는 우편물이 쌓였다. 그에게는 친인척도 없고 왕래하는 지인도 없었다. 청년은 세 번의 시도 끝에 스스로 삶을 등졌고 숨진지 13일 만에 발견됐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제적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인 청년들이 외로운 죽음을 맞는 사례가 많다. 혼자 사는 가구가 늘고 취업, 빈곤, 대출, 우울증 등 각종 원인으로 힘겨운 삶을 버텨내지 못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고립돼 주변과 왕래없이 홀로 지내다가 세상을 떠나는 청년층 고독사는 가파르게 증가 추세다. 과거엔 홀로 사는 노인에서 많이 발생했으나 중년층과 청년층에서도 크게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고독사로 추정되는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7년 2천8명, 2018년 2천447명, 2019년 2천656명, 2020년 3천136명, 2021년 3천488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 크게 늘었다. 40세 미만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7년 63명에서 2018년 76명, 2019년 81명, 2020년 104명으로 집계됐다. 통계에서 빠진 경우를 생각하면 실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독사는 보살핌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아무도 모르게 삶을 마감하는 것이다. 주변과 교류가 없어 아픈 상태에서도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숨진 뒤에도 한참 뒤 발견된다. 죽음은 모두 안타깝지만, 2030대 청년들의 고독사는 더욱 가슴 아프다. 말실수 줄이자, 일하자 세상을 등진 지 2주가 지난 뒤 발견된 30대 청년의 구직 노력이 빼곡히 적힌 공책은 우리사회가 청년 고독사를 도외시했음을 방증한다. 고독사예방법이 제정돼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됐지만 정책의 대부분은 노인층에 맞춰져 있다. 청년 고독사를 사회적 타살이라고 하는 이유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롱코비드

조심한다고 했다. 하지만 어디서 감염됐는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당연히 일주일 자가격리를 했다. 처음엔 목이 타들어가는 듯한 따가움과 통증을 느꼈다. 약을 먹고 시간이 흐르면서 인후통은 조금 나아졌으나 어지럽고 속이 메스껍고, 피로함과 무력감에 제대로 앉아있기 힘들어 누워있는 시간이 많았다. 재택격리로 외출을 못하니 약은 전화로 상담처방해 퀵서비스로 받았다. 고혈압약 등을 복용해 기저질환자로 분류돼 보건소에서 전화가 한 번 왔다. 위급상황시 119를 부르라는 내용이었다. 이후는 셀프치료였다. 독감 걸렸다 생각하고, 약 먹고 좀 쉬면 낫겠지 싶어 책이나 읽고 집안정리도 해야겠다 계획했으나 아무것도 못했다. 코로나19 유행이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내 누적 확진자는 1천만명을 훨씬 넘었고, 현재 자가격리 중인 사람도 200만명에 이른다. 상당수 확진자들이 일상생활로 복귀했지만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에서 나은 뒤에도 오랫동안 후유증을 겪는 현상을 롱코비드(long COVID)라 한다. 롱코비드는 의학적인 진단명은 아니다. 나라마다 명칭도 다양해 포스트 코비드 컨디션(미국), 포스트 포비드 증후군(영국), 만성 코비드 등으로도 불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롱코비드를 코로나19에 확진되거나 확진됐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적어도 2개월, 통상 3개월 동안 다른 진단명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증상을 겪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WHO는 롱코비드 증상으로 피로감, 숨가쁨, 인지장애를 비롯해 일상 활동에 영향을 주는 기타 증상을 포함했다. 이밖에도 기침, 근육통, 흉통, 후각미각 상실, 우울불안, 발열 증상이 보고됐다. 앞으로 롱코비드 문제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감염 예방과 환자 치료가 방역정책의 최우선이었다면, 이젠 후유증을 연구하고 롱코비드 대책도 세워야 한다. 미국영국 등은 후유증센터를 설립해 연구가 활발하다. 우리도 백신 및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제대로 치료받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재점검의 시간

분기는 일 년을 4등분으로 나눈 기간으로 1분기 당 3개월의 기간이 된다. 분기의 단위는 특정 현황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거나 결산할 때 사용한다. 2022년 임인년 (壬寅年) 1분기 마감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회사들은 분기마다 회사의 매출 및 결산 내용을 정리한다. 관공서 역시 분기별 예산 운영성을 평가하거나 해당 분기 동안 추진된 사업에 대한 중간 평가를 진행한다. 이처럼 분기는 한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간 점검 시기라 말할 수 있다. 올해 초 임인년 호랑이해를 맞이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한 해 목표를 정했다. 다이어트, 헬스, 금연, 결혼, 자격증 취득 등 각자의 입장에서 시급히 이뤄야 할 목표 달성을 위해 달려온 시간이 벌써 1년의 기간 중 4분의 1이 지나간 셈이다. 음식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목표와 멀어져 버린 몸무게, 스트레스로 인해 다시 집어 든 담배, 앞 페이지 몇 쪽만 펼쳐본 자격증 전문서적. 새해 첫날 떠오르는 일출을 바라보며 다짐했던 각오가 1년 내내 한결같이 지속될 리가 없다. 연초에 세운 목표와 기대 수준이 여전히 유효한지 점검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기자의 경우 지난해 말 급격히 상승한 간 수치로 1주일간 병원 입원실에서 생활했다. 1주일이 수개월처럼 길게 느껴졌던 이 기간 동안 되뇌었던 금주 각오가 지난달부터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 현재, 다시 한 번 입원 당시 다지고 다졌던 각오를 복기하며 현재의 몸 상태를 점검해 봐야겠다. 배는 별을 보고 항해하지만 목적지는 항구다. 별에 이르겠다고 착각하지 말고 현실의 항구를 향해 범선(帆船)이 나아가고 있는지 확인하라. 만약 궤도가 이탈 됐다면 과감히 뱃머리를 돌려라. 양휘모 사회부 차장

[지지대] 프로축구에 부는 인천의 돌풍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스포츠 종목이 있다면 바로 축구를 꼽을 수 있다. 과거 2002년 한일월드컵의 추억을 갖고 있다면, 더욱 축구에 열광할 것이다. 축구는 공 하나를 갖고 양팀 선수 22명이 만들어내는 드라마다. 모두 39라운드의 경기가 치러지니, 38부작 드라마와 같은 셈이다. 인천시민으로서 올해 이 드라마가 너무 흥미롭다. 해마다 2부리그 추락을 걱정하며 잔류왕이라는 조금은 부끄러운 별명이 붙은 인천유나이티드 축구단이 6라운드까지 4승 1무 1패를 기록하며 승점 13점으로 리드 2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역대 최고의 승점 기록이다. 2009년과 2013년에 3승2무1패로 승점 11점이 최고였다. 이후에는 보통 승점 2~6점에 그쳐왔다. 지금 이대로라면 지난 2005년 준우승 이후 다시 한 번 준우승, 아니면 우승까지 노려볼 만한 분위기다. 인천유나이티드는 올해 착실한 전력 보강 등을 토대로 공격부터 수비까지 모두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감독의 역할도 커보인다. 인천유나이티드의 강등이 확실하던 2020년 시즌 중반 사령탑을 맡아 후반에만 7승을 거두며 기적적으로 잔류시킨데 이어, 지난해 탄탄한 조직력으로 8위, 올해는 아예 팀이 선두권에 있다. 사실 인천유나이티드는 시민구단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보니, 안정적 운영 자금이 부족해 우수 선수 스카웃에 적극 나서지 못한다. 한때 인천유나이티드도 흑자를 내면서 시민구단의 롤모델로 불리기도 했다. 이젠 인천유나이티드가 더 이상 해마다 시즌 막판까지 피말리며 2부리그 추락할까 조마조마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아니 이번 시즌에서 돌풍을 계속 이어가 과거의 영광을 다시 움켜쥐었으면 한다. 인천유나이티드를 좋아하는 시민으로서 간절히 바라본다. 이민우 인천본사 정치부장

[지지대] 푸틴의 플랜B?

베트남에서 프랑스가 철수했다. 1954년이었다. 디엔비엔푸 전투 패배가 결정적이었다. 그것도 시골 학교 교사 출신의 보 응우옌 잡 사령관 군대에게 졌다. 프랑스 체면이 많이 구겨졌다. 이후 미국이 군사고문단 명목으로 남부 베트남을 지원했다. ▶미국은 남부 베트남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린든 존슨 대통령은 이 나라에 개입할 명분을 찾고 있었다. 기회가 왔다. 하노이 앞바다에 정박 중이던 미 해군 군함 메독스호가 공격을 받았다. 통킹만 사건이다. 존슨 대통령은 사실도 파악하지 않고 북부 베트남을 공습했다. 의회도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1964년이었다. ▶미국은 속전속결로 전쟁을 끝내고 공산주의 정권이 통치하던 북부 베트남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그로부터 10년 이상의 희생을 치른 뒤 물러 나야만 했다. 프랑스 보다 더 체면을 구겼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벌써 한달째다.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협상도 지지부진하다. 그러는 사이 숱한 민간인들이 희생되고 있다. 유엔 집계로 민간인 925명이 숨지고, 난민도 350만명이 발생했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가입문제를 놓고 시작된 힘겨루기가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플랜B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방 정보기관들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수도를 점령하지 못하자 주요 도시 포위전술로 방향을 바꿨다고 분석 중이다. 수개월 동안 폭격하면서 동·남부 점령지를 넘겨 받으려 한다는 얘기다. ▶푸틴 대통령의 애초 목표는 수도 키이우에 바로 진격, 짧은 시간에 함락시키고 젤렌스키 대통령 축출이었던 것으로 미국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완강한 우크라이나군 저항에 막혀 키이우 공략이 진전을 보지 못하자 다른 도시들을 공격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하면서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전술로 전환했다.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다. ▶70여년 전 통킹만 사건과 데칼코마니다. 그때도 미국은 단시간에 끝내려 했었다. 그러다 10여년이 흘렀다. 전쟁은 힘의 균형이 깨어질 때 발생한다. 미국이 일으킨 베트남전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이 그렇다. 위정자들의 헛된 욕심이 지구촌을 망가뜨리고 있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헤어스타일 존중법

흑인들은 언제부터 백인들과 같은 부대에 소속됐을까. 정답은 한국전쟁이다. 그 이전까지는 백인 병사 따로, 흑인 병사 따로였다. 부대 내 인종차별은 당연했었다. 대통령에 당선된 드와이트 데이비드 아이젠하워(Dwight David Eisenhower) 대장이 관례를 깨고 백인과 흑인 혼성부대를 편성했다. 더글러스 맥아더(Douglas MacArthur) 원수가 그랬다는 설(說)도 있긴 하다. ▶뜬금없이 혼성 부대 얘기를 꺼낸 까닭은 흑인들이 백인들과 같은 부대 근무한 게 반세기 정도 밖에 안 됐음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흑백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일부 주에선 아직도 흑인이 차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유태인 감독 올리버 스톤(Oliver Stone) 감독의 베트남전 영화 플래툰에는 분대별로 흑인 병사는 한 명씩 배치됐다. 한국전쟁에서 20여년이 지났는데도, 혼성 부대 비율은 백인 대 흑인이 9대 1이었다. 이런 비율은 지금도 미국 주류 사회에서 여전하다. ▶한국전쟁은 흑인들에겐 이처럼 특별한 의미가 있다. 처음으로 백인들과 함께 참전했던 전쟁이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70여년이 지난 현재의 상황을 가늠케 하는 정치적 움직임이 있다. 미국 연방 하원의 헤어스타일 존중법 통과가 그것이다. 해당 법률 골자는 레게(Reggae) 머리 등 특정 인종 머리 모양 차별 금지다. ▶흑인 머리카락은 대부분 곱슬머리여서 안으로 말린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막기 위해 레게 머리를 한다. 머리 모양도 왕관(Crowon)처럼 보인다. 그래서 법률안 이름도 CROWN Act(Create a Respectful and Open Workplace for Natural Hair)다. ▶해당 법률을 발의한 민주당 일한 오마(Ilhan Oma) 의원 등의 발의 취지가 명쾌하다. 흑인 학생들이 머리 모양에 따른 복장 불량을 이유로 학교에서 벌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오마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내 두 딸이 머리나 외모에 따라 차별 받지 않는 세계에서 자라나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들은 왜 영어로 법이란 뜻의 Law를 쓰지 않고, 굳이 실행이란 뜻의 Act를 쓸까.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고, 실천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셀프’ 무궁화대훈장

대한민국 정부가 수여하는 훈장에는 12개 등급이 있다. 상훈법에 따라 우리 국민이나 외국인으로서 대한민국에 공로가 뚜렷한 사람에게 서훈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여한다. 그중 최상위에 있는 훈장이 무궁화대훈장이다. 대통령과 배우자, 우방국 원수와 배우자, 전직 우방 원수만이 대상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임기 중 이 훈장을 받았다. 대한민국 1호 훈장은 1949년 8월15일 이승만 전 대통령이 받은 무궁화대훈장이다. 그해 4월 독립건국 공로자들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상훈제도가 새로 만들어진 이후 첫 훈장이다. 김대중 대통령까지는 취임과 동시에 이 훈장을 받았다. 포상보다는 국가를 대표하는 원수에 대한 상징과 예우의 의미였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모든 서훈을 취소하기로 했지만 무궁화대훈장만큼은 제외했다. 대통령 재임 자체를 부정하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대통령에 대한 무궁화대훈장 수여는 이어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5년간의 공적과 노고에 대해 치하받는 의미에서 퇴임 때 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고, 임기 말인 2008년 초 이 훈장을 받을 때엔 집안 잔치 운운하며 논란이 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때도 야당에서 뻔뻔함이 금메달감이라고 비판했다. 탄핵으로 물러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 초에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조만간 무궁화대훈장을 받는다. 문 대통령 내외가 받는 훈장은 금은루비자수정 등의 보석으로 제작해 한 세트당 6천800여만원, 총 1억3천600여만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다른 훈장에 비해 지나치게 화려하고 비싼 것도 문제지만, 대통령 본인이 직접 자신에게 수여하는 셀프 훈장에 대해 국민의 반감이 있다. 꼭 문 대통령이어서는 아니다.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장차관 등 고위공직자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당연직 상훈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크다. 훈장은 국가와 국민이 주는 것이다. 상훈법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쓴소리를 피하지 말라

여러 의미로 역대급 대선으로 회자될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승리한 국민의힘은 성공적인 인수위원회 운영을 위해 연일 숨가쁜 행보를 보이고 있고, 패배한 민주당 역시 선거 후유증을 빠르게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야 모두 시간이 없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에서 승리한 국민의힘이지만 6월 지방선거에서 자치단체장을 대거 빼앗기게 된다면 새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인 상황에서 지방권력까지 민주당에 빼앗기면 대통령이 고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이 대선과 지선을 연이어 패배한다면 당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양당에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현명한 임금은 하나가 되게 만든다. 현명한 임금은 비천한 사람도 귀하게 만들고 빈곤한 사람도 부유하게 만들며, 멀어진 사람도 가까이 오게 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윗자리와 아랫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합하게 돼 나라가 편안해 질 것이다. 사기 진시황본기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은 윤석열 당선인과 국민의힘에 지금 꼭 필요한 말일 것이다. ▶매를 맞으면서도 이유를 모르면. 2020년 4월 출고했던 지지대 제목이다. 2017년 대선, 2018년 지선, 2020년 국회의원 선거까지 연이어 패배한 국민의힘을 향해 왜 매를 맞는지 모르면 계속 맞을 수밖에 없다고 썼던 글이다. 2년 만에 처지가 바뀌었다. 아무리 민주당이 대선에서 적은 표차로 패배했다고 해도 패배는 패배다. 졌지만 안 진 것 마냥, 왜 졌는지 이유를 모르는 모습을 보인다면, 다가올 지선에서 또 패배할 수밖에 없다. ▶쓴소리를 피하지 마라. 현명한 왕은 자기 허물을 듣는 것에 힘쓰고 자신의 잘한 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사기 소진열전에 담긴 말이다. 양당 모두가 새겨야 한다. 양당뿐이겠는가. 우리 사회 크고 작은 조직, 구성원들이 새겨야 할 글귀다. 이호준 정치부 차장

[지지대] 기름값 2천원 시대

요즘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이야기를 실감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민들의 술 소주, 누군가의 든든한 한 끼 라면은 물론 과자, 우유, 빵 등 안 오르는 생필품이 없을 정도다. 물가가 오르는 이유는 다양하다. 원자재 가격이 올라서, 코로나19 여파 때문에 등 핑계 없는 무덤은 없지만 서민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러시아가 기름을 부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가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 먼저 러-우 전쟁이 발발하면서 기름값이 급등하는 모양새다. 16일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 집계를 보면 이날 현재 리터당 휘발유 가격은 전국 평균 2천3원, 경기 평균 2천20원을 기록하는 등 2천원대를 돌파했다. 리터당 경유가격도 전국 평균 1천916원, 경기 평균 1천939원을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불과 1년전인 2021년 3월 리터당 휘발유 가격이 1천400원대 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세가 너무 가파르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 차이도 100원대 안팎으로 급격히 줄어들어 이제 기름값을 아끼려고 경유차를 탄다는 말은 옛말이 될 듯하다. 더 심각한 것은 생계형 운전자들과 산업현장이다. 화물차를 운전하는 노동자들의 부담 가중과 산업현장의 비용 증가 등은 우리 경제발전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연장과 인하율 확대를 검토하기로 했으나 장기적인 대책은 될 수 없어 기름값이 내려갈 지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결국 러우 전쟁이 빨리 끝나야 기름값은 정상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제유가 변동은 보통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되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천원선 미만으로 떨어지려면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비단 기름값 뿐만이 아니다. 대통령 선거 이후 전기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 인상 압력 또한 높아지는 상황이다. 모든 경제 지표가 물가상승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가리키고 있다. 경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심상치 않은 징후를 느낀다. 이같은 문제는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만큼 결국 국가가 이상 징후를 신속 정확하게 파악, 경고를 보내고 위기에 대비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선호 지역사회부장

[지지대] 북대서양 연어

몸은 비교적 가늘은 편이다. 위와 아래는 납작하다. 머리는 원뿔 형태로 뾰족하다. 몸빛도 다르다. 등은 암청색이고 옆구리는 은백색이다. 몸과 지느러미 등에 검은 반점이 있다. 등 지느러미와 꼬리 지느러미 사이에는 작은 기름 지느러미가 있다. 연어라는 생선의 이력서다. ▶녀석의 생애는 간단찮다. 파란만장하다는 표현이 되레 적절하다. 알에서 깨어난 뒤 유년 시절은 민물에서 유영하며 보낸다. 조금 자라면 바다로 나간다. 산란기가 되면 강으로 되돌아와 알을 낳고, 강 상류에서 생애를 마감한다. ▶몸 형태도 수시로 바뀐다. 민물에 사는 동안은 타원형 무늬가 지느러미 옆에 나있다. 바다로 나갈 무렵이면 타원형 무늬는 없어진다. 색깔도 짙은 은백색으로 변한다. 바다에 있는 동안에는 몸길이가 70㎝까지 자란다. 산란기에 하천으로 거슬러 올라오면 그 거룩했던 은백색은 없어진다. 그리고 몸 전체가 거무스름해지면서 검정노랑분홍보라색이 섞인 불규칙한 줄무늬가 몸 옆에 나타난다. ▶강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그 기상은 늠름하기 짝이 없다. 물론 치열한 생존을 위해서지만 말이다. 대중가요도 녀석의 기상을 놓치지 않았다. 강산에의 노래가 대표적이다.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말이다. 그래서 역경에도 좌절하지 말라는 뜻으로도 곧잘 인용된다. 7할 이상은 북대서양에서 서식한다. 북대서양이 이들의 친정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연어값이 오르고 있다. 대형마트에 따르면 횟감용 연어필렛(100g) 가격이 3천880원에서 4천480원으로 15.5% 올랐다. 노르웨이산 연어도 덩달아 뛰었다. 100g당 3천780원에서 4천780원으로 26.4% 인상됐다. ▶북대서양 연어 중 으뜸은 노르웨이산이다. 주로 러시아 상공을 경유하는 항공편으로 들여온다. 러시아 영공 폐쇄로 우회 항로를 이용하면서 운임비가 올라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전 ㎏당 1213달러였던 연어 가격이 현재 1920달러까지 껑충 뛰었다.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업체의 설명이다. 분명 전쟁은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났지만, 시시각각으로 우리 생활에도 섬세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세상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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