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다산동 재난기본소득 사용기

지난 3월26일 밤 10시30분, 당직근무를 마치고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간신히 집에 도착한 뒤에 그대로 뻗어버렸다. TV채널을 돌리다 MBC 100분토론에 흰머리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나와 나이, 직업,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했다. 보수 야권 인사가 재난기본소득은 위기를 틈 탄 선거용 포퓰리즘이라고 맹비판하는 것을 보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 4월20일 밤 9시, 당직근무를 서다 온라인으로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을 신청했다. 기회되면 쓰고 못 쓰면 기부할 생각이었다. 4월30일 석가탄신일, 당초 출근일이었지만 갑자기 쉬게 됐다. 모처럼 쉬는 날을 맞아 동네 미용실에 가서 컷트를 하고 2만원을 카드로 결제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있어 부모님을 뵈러 가는 길에 꽃집에 들러 노란 카라 화분을 2만원 주고 샀다. 친구한테 받은 쿠폰으로 케익을 사면서 추가로 4천원을 결제하고 시원한 커피도 한잔 사 마셨다. 이날 오후 딸아이는 본인의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10만원을 엄마 신발사는데 보탰다. 고마운 마음에 저녁은 동네 치킨을 배달시켜 먹었다. 여기까지가 남양주시 다산동에서 하룻동안 이뤄진 재난기본소득 사용 후기다. 딸과 함께 집 주위 반경 10km 내에서 기분좋게 소비를 했다. 30년 넘게 다산동에서 살면서 미용실 사장님, 꽃집 주인, 카페 아르바이트생, 신발매장 매니저, 치킨집 배달원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본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며칠 후 신용카드 사용(재난기본소득 차감) 안내문자를 받고 웃은 것도 처음이었다.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이 시작됐다. 딸아이에게 기부를 하는 게 어때라고 물었다. 녀석은 단호하게 싫다고 거절했다. 나라에서 쓰라고 준 돈이니까 본인 몫은 본인이 알아서 쓰겠다고 한다. 11살 아이는 학교 앞 문방구 가서 학용품도 사고, 아파트 옆 작은 분식점에 가서 떡볶이랑 꼬마김밥도 사먹고 싶다고 했다. 또 빨리 개학해서 친구들과 함께 동네 서점 가서 책도 사고 싶다며 잠이 든 딸을 보면서 혼잣말을 했다. 딸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강현숙 사회부 차장

[지지대] 코로나 기회와 프로선수의 자세

코로나19 여파로 미뤄졌던 프로야구가 예정보다 39일 늦은 지난 5일 개막했다. 사상 전례 없던 무관중 개막으로 시즌이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확산)으로 인해 스포츠 행사가 모두 중단된 상황에서 개막은 스포츠 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줬다. 개막 5경기 시청 인구 합계 216만명에 포털사이트 평균 누적 시청자 수 149만3천483명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스포츠가 주는 효과는 다양하지만 그 중에 경기 관전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대리 만족케 하는 효과는 산업으로 발전할 만큼 엄청나다. 그래서 태동된 것이 바로 프로스포츠다. 프로스포츠는 선수와 지도자에게는 부와 명예를, 팀을 운영하는 구단에게는 이윤을 가져다준다. 기업은 후원과 광고를 통해 홍보를 하고 관중은 댓가(입장료)를 지불하고 경기를 즐긴다. 아마추어 스포츠와 다른 이유다. ▶프로야구에 이어 어버이날인 8일에는 프로축구 K리그가 늦은 개막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스포츠 관전 기회가 사라진 외국인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이에 이들의 욕구 충족을 위해 해외 방송사들이 중계권료를 지불하고 한국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를 자국에 중계하고 있다. 40주년을 눈앞에 둔 국내 프로야구ㆍ축구에서 처음있는 일로 코로나19가 가져다준 진풍경이다. 그동안 내수에 그쳤던 한국 프로스포츠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한다면 야구와 축구는 물론 한국 스포츠가 전반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기의 질적 향상이 선행돼야 한다. 외국 시청자들에게 한국 프로야구와 축구가 속칭 동네야구, 동네축구 수준으로 비춰진다면 선수들의 해외 진출과 스포츠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회가 아니더라도 프로선수라면 아마추어 선수들과는 분명 달라야 한다. ▶그러나 최근 국내 프로 경기를 보면 일부 선수의 경우 전혀 프로다운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특히, 고액 연봉 선수 중에도 자신의 몸값에 걸맞는 투지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팬들에게 실망을 안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자신은 물론 다른 동료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모처럼 찾아온 한국 프로스포츠의 도약 기회를 살리고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입증하는 진정한 프로선수의 자세가 필요하다. 황선학 체육부 부국장

[지지대] 정부 불신

사설 두서에 전제를 달았다. 지금처럼 안정추세가 이어지고, 감염 창궐로 다시 추락하지 않을 경우. 결론은 방역 행정 칭찬이었다. 제목부터 문재인 정부의 방역 행정은 성공했다였다. 5월5일 종료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기해 내린 평이었다. 정부가 잘한 대목을 구체적으로 평가했다. 순발력 있게 대처한 진단키트를 칭찬했고, 확대를 주도한 드라이브 스루를 칭찬했다. 5월6일자로 보도한 본보 사설이다. ▶그 다음 오후, 용인 확진자(66번)가 나왔다.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동일 동선에 대한 대대적 검사가 시작됐다. 확진자가 쏟아져 나온다. 12일 정오 기준으로 전국 100명을 넘었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았을 때의 수치다. 확진자 분포도 전국적이다. 서울 64명, 경기 23명, 인천 7명, 충북 5명, 전북 1명, 부산ㆍ제주 각 1명이다. 확진자의 직업도 천태만상이다. 일반 회사원, 군인, 의료기관 근무자, 학생 등이다. ▶코로나19의 일반적 잠복기는 보름이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확진자들의 감염 시기가 나온다. 최대 4월 말 이전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정부가 코로나19가 안정 추세라고 홍보하던 게 바로 그때다. 신규 확진자가 줄고 있다고 했다. 3일부터 7일까지 서울 지역 공식 확진자는 0명이었다. 다 끝난 것처럼 말했다. 그때 서울 이태원 확진자 64명은 감염 또는 감염 잠복 상태였다. 돌아보니 어처구니없는 정부의 거짓말이었다. ▶모든 게 국민 덕이라고 했다. 성급한 샴페인이었다. 일부 검사를 국민 전체 검사로 오인했다. 그 오류로 코로나 긴장은 와해됐다. 클럽에 구름 인파를 밀어 넣은 꼴이 됐다. 5월5일자 사설을 내가 썼다. 이쯤에서 반성하고 갈까 한다. 그 사설은 옳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방역행정은 성공했다라 쓰지 말았어야 했다. 전제는 달았지만,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되레 이런 전제는 확신 없음을 반증하는 징표였다. ▶언론인들이 안고 가는 첫 계명이 있다. 모든 주장에는 일단 의문을 가져라. 주장의 주체가 권력이라면 더욱 그렇다. 긍정적 방향으로만 가려는 게 권력이다. 문재인 정부만 그런 게 아니다. 작금의 모든 정부, 세계의 모든 정부가 그렇다. 그 습성을 잠시 잊었던 게 잘못이다. 교훈으로 삼자. 코로나19에 대한 비판은 계속돼야 한다. 반정부 논조 소리를 듣더라도 그래야 한다. 가짜뉴스 비난을 받더라도 그래야 한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바이러스 X’ 시대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진자 수가 10일 현재 397만여명에 이르고 있다. 218개국에서 발생했고, 27만8천여명이 사망했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코로나19는 바이러스와의 공존이 더 이상 영화 속 얘기가 아님을 증명했다. 문제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X가 앞으로 계속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일찍이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의 유행을 예측했다. 2018년 2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추후 세계 대유행을 일으킬 바이러스를 발표했다. 에볼라, 지카, 사스, 메르스에 이어 신종 바이러스 출현을 의미하는 질병 X(Disease X)라는 용어를 언급했다. 아직 발현돼 존재가 확인되거나 현존하진 않지만, 수많은 인구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질병이 인류를 위협할 수 있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질병 X는 바이러스성 질환과 세균성 질환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원래 존재했던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백신이나 치료제가 듣지 않도록 진화하거나, 여러 동물들에게 전파된 바이러스가 변이해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지의 전염병에 대한 경고는 계속됐다. 지난해 초 다포스포럼 직전에 발표된 세계 위협요인들에 기후변화, 자연재해, 사이버 공격 등과 함께 감염질환 전파가 거론됐다. 2020년 3월,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유행병) 양상을 보이자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그동안 국제사회가 경고해온 질병 X라고 했다. 바이러스 X의 유행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2015년 메르스까지 대략 6년 안팎의 간격이 있었다. 그런데 메르스 발생 5년도 안돼 코로나19가 등장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X의 발생 주기가 갈수록 짧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바이러스 특성상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기까지 적지않은 시간이 걸린다. 코로나19도 길게는 2년 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올가을 2차 유행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존의 문화나 관행, 습관을 그대로 두면 코로나19뿐 아니라 다른 바이러스 X가 닥쳤을 때 또 당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지난 6일부터 생활 속 거리 두기(생활방역)를 시작했다. 와중에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가 80여명에 달해 비상이다. 미세하고 변화무쌍한 바이러스 앞에서 인간은 무력하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맞춰 변화된 일상에 적응해야 한다는 전문가 조언처럼, 위생수칙을 잘 지키며 경계해야 한다. 예방이 최선의 대책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부성 우선주의’ 폐지 권고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의 주인공 최서희는 김길상과 결혼, 두 아들을 낳아 최환국, 최윤국으로 이름 지었다. 가부장제가 엄격했던 일제강점기에 자녀에게 아버지 대신 어머니 성을 물려주는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서희는 서류를 위조했다. 요즘의 가족관계부에 자기 이름을 김서희, 남편은 최길상으로 바꿔 기재했다. 최 참판댁 무남독녀로서 어떻게든 대를 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우리 민법은 제정 당시 자녀는 무조건 아버지 성을 따르도록 했다. 어떤 예외도 허용되지 않았다. 이는 딸은 대를 이을 수 없다는 가부장주의와 직결됐다. 자손 대대로 집안 성을 물려주며 대가 끊기지 않게 하려면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남아선호가 확산되게 됐다. 부성(父姓)주의는 헌법이 규정한 양성평등 원칙에 어긋나 위헌이란 의견이 2000년대 중반 이후 꾸준히 제기돼왔다. 노무현 정부가 2005년 호주제를 폐지하면서 부성주의도 손을 봐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렸다. 당시 이 문제가 헌법재판소에 제기됐을 때 9명의 헌법재판관 중 유일한 여성인 전효숙 재판관이 국가가 일방적으로 부성의 사용을 강제하는 건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 양성평등을 명하고 있는 헌법 위반이라는 의견을 냈다.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 다만 부모가 혼인 신고 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민법 781조 1항). 2005년 개정된 현행법은 부성주의를 기본 원칙으로 삼되 부부가 합의하면 모성주의를 적용할 길을 살짝 열어놨다. 이후 부모의 두 성을 함께 쓰는 이들이 생겼다. 법무부 산하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가 어버이날인 8일 여성아동 권익 향상과 평등한 가족문화 조성을 위해 민법상 부성 우선주의 원칙 폐기를 정부에 권고하기로 의결했다. 앞서 2018년 문재인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에도 부성 우선주의 폐지 원칙이 담겼다. 저출산을 부추기는 불합리한 법제 개선의 일환으로 아버지 성을 우선하는 부성주의 원칙에서 부모 간 협의 원칙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7명은 자녀가 아버지 성을 따르도록 한 부성주의 원칙을 없애는 제도 개선에 찬성했다. 남성도 63.4%가 부모가 협의해 자녀 성을 정하는 것에 동의했다.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CEDAW) 등 국제사회도 한국정부에 불평등한 자녀 성 결정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해왔다. 한국사회의 가부장제 뿌리가 깊다. 법제개선위원회의 부성 우선주의 폐기 권고를 법무부가 받아들일 지 주목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영웅, 우리 곁에

요즘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인기다. 5명의 의사는 저마다 개성이 다르지만, 환자를 향한 열의와 사랑만은 하나다. 주인공인 5명의 의사들은 밤낮이 없다. 중국 음식을 주문한 후 식사가 나오기도 전에 걸려온 전화에 망설임 없이 병원으로 달려간다. 수술을 하느라 다 식어버린 도시락을 먹는가하면 취미생활로 하는 밴드 활동 중에도, 군인인 여자친구와 오랜만의 데이트도 뒤로하고 환자에게 향한다. 소아환자가 쓴 편지 한 장에 하늘을 날 듯이 기뻐하는가하면 딸의 결혼을 앞두고 심장수술을 받게 된 아버지를 대신해 후배 의사의 갈치 양복을 빌려입고 결혼식에 대신 참석해주는 따뜻함도 있다. 환자의 고민을 도란도란 나누며 30분이 넘도록 진료하는가 하면 습관성 유산으로 임신 사실을 기뻐하지 못하는 산모에게 산모님의 잘못이 아니다며 위로를 건넬 줄도 안다. 혹자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라고 한다. 지금까지 그런 의사를 만난 적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는 코로나19를 겪으며 드라마 속에만 존재할 것 같은 의료진을 현실에서 분명히 만났다. 대구가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하자 의사들은 병원 문을 닫고 대구로 향했다. 온 몸을 꽁꽁싸매 땀이 비오듯 흐르는 최악의 조건에도, 며칠밤을 집에 가지 못해 가족과 생이별을 한 상황에도 의료진들은 코로나19라는 강력한 적과 싸우고 있다. 이제 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의료진들은 곳곳에서 확진자의 건강한 일상 복귀를 위해 힘쓰고 있다. 환자의 상태가 안 좋을 때 누구보다 괴로워하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의사의 모습 그대로다. 지난 6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한 것도 우리가 느끼진 못하지만 어디선가 늘 사투를 벌인 의료진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병원 옆을 지날 때면 고개 숙여 인사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살피는 한 의사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필자가 보낸 칭송을 부끄러워한다. 그러면서도 의료진에게 조금이라도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길은 생활 속 거리두기 속에서도 각자가 철저히 방역수칙을 지켜주는 게 아닐까요?라고 한다. 오랜만에 외출에, 간만에 북적이는 거리에 조금은 설렐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어딘가에서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을 위해서라도 개인별 방역 수칙 준수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싶다. 김경희 인천본사 사회부장

[지지대] 준비된 일상으로 돌아가자

최대 6일간의 황금연휴가 끝남과 동시에 사회적 거리두기도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 방역)로 전환됐다. 이제 모임과 행사는 물론 헬스, 수영 등 개인 운동도 가능해졌다. 마스크 착용과 개인 위생이 동반된다면 코로나19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했던 일상 생활이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생활 방식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국제 사회 및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말처럼 우리의 일상은 코로나 사태 이전과 달리 크게 변화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최근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다시금 주목 받은 영화들(감기, 컨테이전 등)이 있다. 마치 지금의 상황을 예상이라도 하듯이 상당히 유사하게 바이러스 확산을 묘사하거나 진행 과정을 구체적으로 전개해 코로나19로 인해 새롭게 생겨난 집콕족들에게 재조명을 받았다. 그런데 영화는 결국 영화다. 이들 영화의 엔딩은 그들이 상상 속에서 만든 바이러스로 전세계가 얼마나 피해를 봤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는 언급했지만 어떻게 이겨냈고 달라진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어떤 설명도 없었다. 이것이 현실과 영화의 차이인 것이다. ▶코로나19가 바이러스 세상의 시발점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2차 팬데믹(대유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더 강력한, 변종된 바이러스의 출몰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코로나19에도 제대로 된 방역체계가 가동되지 못한 미국과 유럽 등은 더 이상 의료계의 선진국을 자처하지 못한다. 코로나 사태를 국민적 공감대에서 이겨내고 있는 우리가 K-방역체계를 전세계에 모범 사례로 전파, 선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미 전세계가 대한민국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만큼, K-방역체계를 국제표준으로 만들 토대는 마련됐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바이러스도 일정 부분 통제가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코로나19 이전의 삶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일상화된 마스크 착용과 철저한 위생 관리, 국가적 권고 지침 따르기 등은 이제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될 것이다. 메르스를 거쳐 코로나까지. 우리는 어려움을 새로운 환경에 대한 준비책으로 승화시켜 왔다. 포스트 코로나 삶의 표준 방식도 결국 대한민국이 이끌어 나갈 것이다. 자부심을 갖고 준비된 일상 속으로 돌아가자. 김규태 경제부장

[지지대] 장비 소방

2019년 4월 15일. 노트르담 대성당에 불이 났다. 400여명의 소방 인력이 동원됐다. 진화에 8시간 40분이나 걸렸다. 피해가 적지 않았다. 지붕, 첨탑, 성당 내부가 불에 탔다. 600년 된 파이프 오르간도 사라졌다. 프랑스 파리의 상징이다. 세계적 유물에서의 화재다. 그 자체로 프랑스에는 수치였다. 하지만, 소방 역사에 남긴 의미도 있다. 문화재 보존을 위한 특별한 소방 작전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끝까지 붕괴되지 않았다. ▶공중 살수를 끝까지 자제했다. 노후된 성당의 붕괴를 막으려는 선택이었다. 대신 첨단 장비가 동원됐다. 하나는 무인 항공기(드론)였다. 공중에서 촬영된 정보를 지휘부로 송출했다. 이를 토대로 핀셋 살수를 했다. 또 하나는 소방 로봇이다. 지붕과 장미창에 불이 붙으면서 성당 내부 온도가 800도까지 올라갔다. 이때 로봇이 진입했고 살수작업을 했다. 가시 면류관, 석상, 십자가 조각을 안전하게 지켜낸 첨단 장비들이다. ▶4월 14일 오후 2시 6분. 수원 광교산에서 불이 났다. 7부 능선에서 시작된 불이 강풍을 타고 번졌다. 흰색 연기가 산등성이를 덮어갔다. 경기도 명소인 광교산 전체가 위험했다. 많은 시민이 지켜봤다. 불길은 발생 3시간 30분만에 잡혔다. 인명피해도 없었다. 피해 지역도 넓지 않았다. 대형 산불로의 확산을 걱정하던 시민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현장에 투입된 소방ㆍ경찰ㆍ시 공무원 250여명의 노고가 물론 컸다. ▶인터넷에 목격담이 여럿 올라왔다. 대부분 소방헬기의 활약을 전한다. 이날 동원된 헬기는 13대였다. 인근 광교저수지 등에서 쉴새 없이 물을 날랐다. 연기를 뚫고 들어가 물을 쏟았다. 그때마다 연기가 한꺼번에 사라졌다. 헬기 13대의 소방 작전은 빈틈없이 이어졌다. 누리꾼들이 사진과 함께 많은 소감을 남겼다. 소방 헬기 멋지다 듬직한 헬기 작전을 봤다. 소방 장비의 활약을 보여준 재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화재의 유형은 많다. 진압법도 다양하다. 그 진압의 핵심은 장비다. 노트르담 성당에 살수를 해서는 안 된다. 드론과 로봇이 활약했다. 광교산 7부 능선은 높았다. 사람이 다다르기엔 시간이 없다. 물 폭탄을 쏟아 부을 헬기가 투입됐다. 제대로 된 소방 장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불타는 유물에 물줄기를 쏘아대는 소방, 불타는 7부 능선을 삽 들고 뛰어올라가는 소방. 이런 소방 속에서 재산이 사라지고 목숨이 사라진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재난지원금, 기부보다 소비를

우리나라는 기부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는 않았다.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의 세계나눔지수(World Giving Index) 보고서에 따르면 20092018년 10년 누적 기준 한국의 기부지수 점수는 34%, 순위로 126개국 중 38위였다. 이는 갤럽이 조사시점 기준으로 전월에 기부한 적이 있는지를 설문해 백분율로 환산한 결과다. 한국과 기부지수 점수가 비슷한 국가로 우즈베키스탄(35%), 파라과이(34%), 레바논(33%) 등이 있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순위는 중하위권으로, OECD 국가 가운데 20위였다. 4일부터 기초생활보장수급,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 수급 대상 270만 가구를 시작으로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고 있다. 나머지 가구는 11일 온라인 신청을 받아 13일부터 지급되는데 정부는 신청 과정에서 기부의사를 표시하거나 3개월동안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 기부한 것으로 간주해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 재난지원금 기부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기부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아니지만, 송영길 백혜련 서영교 의원 등이 기부 의사를 밝히며 릴레이 기부를 확산시키고 있다. 송영길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지원금을 기부하면 15%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기부금은 고용보험기금 재원으로 활용되는데 나와 가족은 모두 기부하기로 했다며 여유있는 분들이 더 어려운 분들을 위하는 자발적 기부운동이 일어나 대한민국의 새로운 감동을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수원시, 세종시, 서울 서초구 등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의 동참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 기부가 반강제적 또는 관제 기부로 비쳐질 수 있어 정부는 자발적 의사에 맡긴다는 입장이다. 사회 곳곳에서도 기부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일 조계종은 주요 소임을 맡고있는 스님 5천여명의 재난지원금 기부를 결정했다. 착한 기부라는 칭송이 이어졌다. 재난지원금은 가구 기준으로 1인 가구 40만원, 2인 가구 60만원, 3인 가구 80만원, 4인 가구 이상 100만원이 지급된다. 현금 또는 소비쿠폰 형태로 지급돼 그만큼 소비 여력이 더 생긴다는 측면에서 기부보다는 사용이 각 가구에 경제적으로 이득이다. 소비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도 실질적 도움이 된다. 재난지원금을 기부하면 재래시장ㆍ식당ㆍ미용실 등 생활영역으로 당장 갈 수도 있는 돈이 사라진다. 때문에 소비가 우선이지 기부를 강요할 일은 아니다. 자발적 기부를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에 비유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덕분에 챌린지

대한민국이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날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달리는 의료진을 응원합니다. 의료진 덕분에 대한민국은 코로나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코로나19 환자 진료 및 치료에 힘쓰는 의료진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덕분에 챌린지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4월16일 시작한 덕분에 챌린지에 지난 30일 현재 7천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덕분에 챌린지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SNS에 한 손은 엄지를 치켜세우고 다른 한 손은 이를 받치는 수어(手語) 동작을 한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고 #덕분에캠페인 #덕분에챌린지 #의료진덕분에 등 해시태그 3개를 붙이는 국민참여 캠페인이다. 수어 동작은 존경과 자부심을 뜻한다. 게시물을 올린 사람은 응원 메시지를 이어갈 3명을 지목해 릴레이를 이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의료진의 헌신에 존경과 감사를 표하며 덕분에 챌린지 캠페인에 참여했다. 지난 27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 앞서 수어 동작을 하며 의료진 덕분에! 국민 덕분에!를 외쳤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으로부터 차기 참여자로 지목받은 문 대통령은 인기캐릭터 아기상어와 배구선수 김연경, 수어통역사 권동호씨 등 3명을 다음 참여자로 지목했다. 덕분에 챌린지에는 피겨선수 김연아 등 스포츠 스타, 가수 탤런트 코미디언 등 연예인, 각 지방자치단체와 정치인, 일반 국민 등이 계속 동참하고 있다. 감염 위험을 무릅쓰며 밤낮없이 노력하는 의료진에 깊은 감사를 전하는 아름다운 물결이다. 중대본은 덕분에 배지를 제작해 정부 공식 행사에 사용하고, 국민 누구나 덕분에 배지를 자유롭게 제작ㆍ활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지난달 28일로 국내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지 100일째를 맞았다. 의료진의 헌신이 있어 지금같은 안정세로 접어 들었다. 이들은 숨도 쉬기 힘든 장비와 착용에만 30분은 걸리는 방호복으로 무장하고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며 환자를 치료했다. 환자를 치료하다 감염된 의료진이 200명을 훨씬 넘었다. 의료진 덕분에 소중한 생명이 지켜지고,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있다. 방역 모범국가라는 세계의 평가가 가능했고, 서서히 일상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의료진들의 숭고한 정신이야말로 엄지척이다. 이들의 헌신과 노력이 헛되지 않으려면 국민 모두 방역을 느슨히 하면 안된다. 정은경 본부장의 말대로 코로나19는 여전히 진행 중이므로 방심을 경계해야 한다. 상당기간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전문가 조언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농민에 희망 심는 `드라이브 스루'

코로나19 사태로 일선 학교의 개학이 연기되면서 급식용 식자재를 계약재배해오던 농가들이 판로가 막혀 시름에 잠겼다. 오래 저장하기 어려운 과일이나 채소 등을 제때 납품하지 못해 산지 폐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의 참여와 관심 속에 진행되는 학교급식중단 피해 농가를 돕기 위한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착한소비) 판매가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암울한 시기를 생각하면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농산물 꾸러미 판매 행사는 지난 3월9일 경기도와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이 진행한 친환경 딸기 팔아주기를 시작으로 지난 25일 여주 신륵사에서 열린 판매 행사까지 모두 11차례 열렸다. 매회 완판을 이어가 농산물 누적 판매량이 251t, 11억4천여만원을 기록했다. 피해 농가 돕기 착한소비 캠페인이 완판 행진을 이어간 데는 드라이브 스루(승차구매)가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ㆍ비접촉 소비가 일상화된 가운데 소비자가 차에 탄 채 창문만 열고 결제하면 판매자가 농산물을 차에 실어주는 승차구매 방식은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인기다. 일선 지방자치단체도 코로나19 여파로 판로를 잃는 농가를 돕기 위한 소비촉진 행사를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피해농심을 보듬고 있다. 용인시의 드라이브 스루 마켓, 고양시의 드라이브 스루 안심판매장 등은 행사 이름만 다를뿐 모두 착한소비 캠페인이다. 농협 등 공기업과 민간기업 등도 착한소비 캠페인에 참여해 농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재난 위기 상황에서 드라이브 스루 판매 방식이 농산물 유통의 경기도형 해법이 되어 가고 있다.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은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5월2일 수원 종합운동장에서 수원시 앙코르 행사, 9일 의정부 경기도 북부청사, 16일 파주 임진각에서 농산물 꾸러미 판매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우리보다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 작은 나눔을 실천한다면 오늘의 위기상황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이관식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테마주

위기가 기회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때아닌 주식 투자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19, 총선이 끝난 어수선한 정치권, 북한 김정은 사망설, 위독설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의 이상현상이다. 경제는 어려워지고 있다는데 위기 속 기회를 찾는 사람들이 주식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새로운 사건이나 현상이 발생할 때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 발생할 때 주식시장에서 관련 업종이 떠오른다. 투자가 몰리기도 한다. 이를 테마주라고 한다. ▶최근 코로나19 백신개발에 성공했다는 설 등 온갖 정보들이 생산한 코로나 테마주들이 이른바 개미 투자자들을 자극한다. 주식을 할 줄 모르는 사람들도 술자리에서 안줏거리로 주식투자에 대해 이야기가 나온다. 모 바이오주를 사야 한다. 어떤 제약회사에서 백신 개발에 거의 성공했다. 미국과 이미 거래하는 업체가 있다 등 나름의 논리와 정확성을 자랑하며 주식을 사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미국 CNN에서 북한 김정은이 위독하다고 보도하자 방산업체 테마주가 떴다. 모 업체 주식을 사야 한다는 설이 또 회자된다. 그러나 테마주 주식정보와 관련 실체는 확인하기가 어렵다. 정확한 정보라면 빚을 내서라도 투자할 기세지만 투자해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가입하면서 화제가 됐던 펀드가 있다. 이 펀드는 초기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수개월이 지난 현재 1%대의 낮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맞물려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관련 분야 투자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대통령도 가입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한때는 30%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수익률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펀드가 허다한 상황에서 선전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몇 개월 만에 거품이 빠졌다. 테마주가 장기간 성공하기는 어렵다. 단기간 반짝 뜨다가 어느 순간 사그라진다. 그런데도 개미들이 몰리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일 것이다. 위험성 높은 테마주에 몰리는 사람들이 대부분 평범한 소시민들이다. 특히 요즘같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나아져 보려는 욕구가 개미투자자들을 탄생시킨다. 테마주에 투자해 단기간 수익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이선호 지역사회부장

[지지대] 코-세대

합격하고도 출근 못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빚은 참사다. 구인 구직을 연결하는 사람인이 조사했다. 코로나19로 채용 취소 또는 입사 연기를 통보받았는지 물었다. 40.7%가 있다고 답했다. 채용 연기를 통보받은 구직자는 58.7%였다. 채용 취소를 통보받은 구직자는 18.9%였다. 연기 후에 취소 통보를 받은 구직자도 12.4%였다. 연기든 취소든 구직자를 피 말리게 하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 ▶입사 연기ㆍ취소의 사유도 조사했다. 코로나19로 경영상황이 악화돼서라는 안내가 59.1%였다. 일정이 무기한 연기돼서도 46.3%였다. 기존 인원도 감축 예정이어서가 11.4%, 해당 사업 또는 업무가 아예 없어져서라는 안내가 6.4%였다. 어떤 경우든 사유의 출발은 코로나19였다. 당사자들의 심정을 물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이해하는 답이 48.7%였다. 47.9%는 억울하다고 답했다. 차라리 솔직해 보인다. ▶그렇다고 다른 곳을 찾기도 어렵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284개 기업을 설문했다. 상반기 내에 신입사원을 뽑겠다는 기업은 31.8%에 불과했다. 반대로 하반기 이후 채용하겠다는 기업이 68.2%였다. 하반기 채용시장이 확정적이지도 않다. 기업 상당수가 하반기 채용도 그때 가봐야 안다고 답했다. 하반기 채용을 확정한 기업은 전체 10%에 그쳤다. 꽉 막혀 버렸다. 취업 연기 통보가 바뀌어 연락 오길 애타게 기다릴 수밖에 없다. ▶2001년생은 현재 대학 1학년이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못해 봤다. 캠퍼스도 못 가 보고 한 학기를 보내고 있다. 대학교 3, 4학년도 피 마르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파행적 온라인 강의에 제물이 됐다. 토익 시험은 연기됐고, 영어 학원은 문 닫았다. 인턴 경력을 쌓으려 해도 받아주는 기업이 없다. 1~2년 뒤에는 취업 시장 피해도 넘겨받아야 한다. 2020년 현재 모든 대학 재학생이 이렇다. 코로나19로 빠져든 대한민국의 20대다. ▶이 가운데 최대 피해 세대를 뽑으라면 역시 2020년 구직자다. 올 3월 현재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취업 연령이 31세다. 취업 대기 연령은 대략 29~30세다. 1990~1992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다. 이들의 사회 진출이 코로나19로 꽉 막혀 버렸다. 코로나 저주가 직접 타격한 세대다. 코-세대(Corona-Generation), 어느 세대도 겪지 않았던 전염병 취업난 세대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코로나 백신 개발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할리우드 배우 톰 행크스와 리타 윌슨 부부가 백신 개발을 위해 혈액을 기증했다. 톰 행크스는 지난 25일(현지시각)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아내 리타 윌슨과 코로나 바이러스 연구를 위해 혈액과 혈장 기증을 자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많은 항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기증될 혈액 내 항체가 백신으로 만들어진다면 행크-씬(Hank-ccin)의 이름을 붙이고 싶다고 우스갯소리도 했다. 톰 행크스 부부는 3월 초 엘비스 프레슬리의 생애를 다룬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호주에서 머물던 중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치료 및 격리후 회복돼 3월말 미국 LA로 돌아왔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암울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가을ㆍ겨울에 2차 대유행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2차 대유행 가능성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각국 방역책임자들도 공식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유행과 완화를 반복하다가 겨울철이 되면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좋아지고, 밀폐된 환경으로 접어들기 때문에 대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체 인구의 코로나19 항체 보유율이 높지 않고, 아직 백신과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종식돼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되려면 궁극적으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필수다.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백신과 치료제 개발 경쟁이 한창이다. WHO는 최근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의 속도를 올리고 공평한 분배를 보장하기 위한 이니셔티브를 출범했다. 국내에서도 치료제 20여건, 백신 10여건 등 30여종의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정부가 범정부지원단을 구성해 전방위 지원에 나선 것은 시의적절하다. 우선 공용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를 통해 1~2개월 소요되던 연구심의 절차를 1주일 이내로 단축하고, 가능할 경우 심의를 면제해 연구개발을 신속히 진행하기로 했다. 우리는 초기에 진단키트를 개발하고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진료소를 가동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국산 진단키트의 수요가 늘어나 국내업계의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WHO와 여러 국가가 우리의 코로나19 대응에 주목하고 지원을 요청하는가 하면, 진단검사ㆍ방역ㆍ검역ㆍ자가격리 관리ㆍ치료 지침 등의 공유를 부탁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도 정부와 업계가 합심해 우리가 성과를 이뤄내길 기대한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 우리의 바이오 의약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느슨해진 마스크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100일이 돼간다. 국내 환자는 1월 20일 처음 발생했고, 2월 18일 신천지대구교회 신도인 31번째 환자가 나온 이후 급증했다. 신규 환자는 2월 29일 하루에만 909명이 발생해 정점에 이르렀다가, 확진자가 1만명을 넘은 이후 점차 줄어 최근엔 하루 10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해외유입과 지역발생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으나 이른바 안정기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숱한 고비와 어려움을 극복하며 3개월 넘게 이어가고 있는 코로나19와의 싸움은 전 국민이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에 동참하면서 큰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우리의 모범 사례는 방역 한류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신규 확진자가 며칠째 10명 안팎에 머물고 있지만 방역당국과 전문가의 경고처럼 코로나19 사태는 쉽게 끝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코로나19 종식이란 말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파력이 강한데다 경증이나 무증상인 경우가 많아 언제 다시 대유행이 찾아올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세계적 대유행(팬데믹)도 그대로인 상황이다. 신규 확진자 수 감소에 일희일비해선 안된다. 바이러스 확산세가 누그러지고 날씨가 화창해지자 잔뜩 움츠러들었던 거리가 활기를 찾아가는 듯하다. 주말이면 산과 도심공원이 나들이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골프장에도 라운딩을 즐기는 동호인들로 붐비고 있다. 감염 우려에 위축돼 서로를 경계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일상을 찾아가는 모습을 나쁘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달 30일 부처님오신날부터 5월 5일 어린이날로 이어지는 6일간의 황금연휴가 코로나19가 다시 크게 번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전 세계 하늘길이 막히며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탓에 연휴기간 제주는 항공기와 호텔 예약률이 80~90%에 이르고 있다. 강릉, 속초, 삼척, 양양 등 동해안의 리조트와 대형 숙박업소도 연휴 예약이 거의 찼다. 항공ㆍ여행업계는 반짝 특수를 기대하면서도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해 긴장하고 있다. 국민들은 여행이나 나들이를 통해 그동안 쌓인 코로나19의 피로를 씻어내고 싶겠지만, 황금연휴가 어렵사리 일궈낸 방역 성과를 물거품이 되게 해선 안된다. 개인과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생활 속 거리두기를 통한 생활방역을 계속 실천해야 한다. 느슨해진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벗기는 자칫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 있다. 거리두기가 무너지면 일상 복귀는 더 힘들어진다. 방심하다 애써 쌓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게 경각심을 갖고 스스로 기본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슈퍼 여당, 국민 신뢰 잃지 마라

4월 15일 오전 8시. 제21대 국회의원을 뽑으려고 투표소로 가는 중 어르신을 한 분도 못 뵀다. 투표를 마친 뒤 집 근처 광교산에 오르자 어르신들의 다소 격앙된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투표하면 뭐해. 달라질게 있나. 누굴 탓해. 대부분 현 정치를 비판하시면서도 투표 그 자체에 부정적이었다. 순간, 생각했다. 게임 끝났다 어르신들이 반드시 보수는 아니다. 하지만 이 정권을 좌 편향으로 보시고 불편한 감정도 감추지 않으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분석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의 연령대별 투표율을 봐도 그렇다. 당시 투표율은 70대가 73.3%로 가장 높았다. 이어 60대 71.7%, 50대 60.8% 순이다. 20대는 52.7%, 30대는 50.5%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중ㆍ노년층이 투표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연령별 투표 출구조사를 보자. 50대 새누리당 39.9%, 더불어민주당 19.6%였으며 60대 이상 새누리당 59.3%, 더불어민주당 11.7%로 응답했다. 출구조사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투표한 뒤의 응답이라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지 않을까. 선거 결과, 새누리당이 패했으나 비례대표를 제외하면 더불어민주당에 단 한표차로 졌다. 21대 총선 결과는 깜놀(깜짝 놀람)이다. 총선이 치러지기 한 두 달 전만 해도 바닥 치는 경제에 정권심판론이 하늘을 찔렀고 중국발 코로나 19 쇼킹까지 사회를 휩쓸면서 민심은 여당에 급속도로 차가웠다. 상대적으로 미래통합당에 유리한 조건이었지만 그들은 자멸했다. 정치 초보 수준의 무력한 수장, 반복된 공천 잡음, 투표 전날까지 막말 논란 해명으로 그 귀한 시간을 허비했다. 대안없는 제1야당에 든든한 기반인 노년층은 물론, 중도층과 부동층의 외면은 당연한 결과다. 이번 총선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민심은 여당에 압도적 승리를 몰아주면서 180석의 슈퍼 여당을 탄생시켰다. 헌법 개정만 빼곤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됐다. 너무 압승한 탓일까? 이낙연 당선자는 무겁고 무서운 책임을 느낀다며 국민 앞에 겸손히 머리를 조아렸다. 이해찬 대표도 승리에 취하지 마라고 경계의 편지를 보냈다. 더불어민주당이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 미래 권력을 놓고 친문대 비문이 충돌하지 않고 조화롭게 극복하느냐가 슈퍼 여당이 풀어야 할 숙제다. 그들만의 정치가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김창학 정치부 부장

[지지대] 디지털 소통의 시대

정부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면서도 스포츠와 휴양시설에 대한 완화 조치를 내놓았다. 당장 다음달 5일 어린이날을 맞아 프로야구가 개막한다. 팀별 시범경기가 21일 시작됐다. 경기별 누적 접속자수가 200만명에 육박하는 등 팬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5일 프로야구 개막 경기는 물론 무관중으로 치러진다. 프로야구가 본격 시작되면 중계 접속자가 폭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계를 보면서 상대팀 팬들간 댓글 싸움도 볼만하다. 직접 경기장에 가서 볼수 없지만 스포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테니스 선수들간 e스포츠 대결도 펼친다. 세계가 봉쇄돼 국제 경기를 치를 수 없는 상황을 극복(?)해 보자는 취지다. 기업들은 이들 경기의 광고 스폰서로 나서겠다고 한다. 문화계도 다르지 않다. 지난 3월 경기아트센터는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된 공연을 무관중 공연으로 선보였다. 실제 동원 가능 관객수보다 접속자수가 많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아트센터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관객에게 위로의 의미를 담아 사회적 거리두기로 취소된 공연을 무관중으로 생중계하거나 새로운 공연을 기획해 경기도예술단의 다양한 레퍼토리를 라이브 스트리밍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부분적 완화에도 경기아트센터의 공연 일정은 여전히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연장을 정상 운영하는 것은 아직 위험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다. 대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 지원 특별사업으로 대체한 공연을 무관중 온라인 중계 등을 통해 선보인다. 공연 영상을 생중계하는 경기 방방콕콕 예술 방송국, 예술단체 공연을 손안의 영상으로 즐기는 2020 문화나눔 등을 이용한다. 도내 문화계는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관중을 동원하지 않은 무관중 축제를 고민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회사는 화상을 통해 회식도 한다고 한다. 부장이 배달앱으로 직원들에게 음식을 배달해주고 화상을 통해 건배도 하고 대화를 나누는 형식이다. 모든 분야에서 직접 대면하지 않고 디지털을 통해 소통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주는 시그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최원재 문화부장

[지지대] 830 기수론

40대 기수론. 1971년 김영삼 의원이 들고 나왔다. 그의 나이 44세였다. 야당 대통령 후보의 조건이라 했다. 국민에 활기있는 이미지를 주자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자기가 되겠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었다. 연륜이 지배하는 세상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73세, 윤보선 대통령이 67세에 취임했다. 이런 정치판에서 나온 40대 기수론이다. 얼마나 황당했을지 짐작 간다. 그런데 성공했다. 당내 주자들이 다 40대였다. 김대중 45세, 이철승 48세. ▶이후 오랜 기간 이 40대가 주역이었다. 양 김 밑에서 감히 세대교체론을 주장하는 세력은 없었다. 끝내 양 김은 대통령까지 갔다. 김영삼 대통령 65세, 김대중 대통령 73세였다. 40대 기수론은 그렇게 60대 대통령론 70대 대통령론까지 연결된다. 40대 기수론이 정치사에 남긴 공식이 있다. 가장 충격적 변화는 세대교체라는 점, 한 번 정해진 정치 세대는 뒤로 가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그 시도는 항상 야당에서 일어난다는 점이다. ▶또 한 번 충격적인 세대교체가 있다. 2000년 총선에 등장한 386 기수론이다. 당시 30대ㆍ80년대 학번ㆍ60년대 출생을 말했다. 당시까지 정치는 3 김의 시대였다. 3 김에 기생해온 아류들이 지배하고 있었다. 이걸 뒤집어엎자고 등장한 게 386 기수론이다. 이 역시 야당인 한나라당에서 일어났다. 바람은 무서웠다. 선거판은 386이냐 아니냐가 화두였다. 풋내기 30대들이 선거판을 장악했다. 연륜 있는 거목들이 무기력하게 넘어갔다. ▶386의 생명력도 길다. 이것까지도 40대 기수론을 닮았다. 2000년 등장한 386이 벌써 20년째다. 명패를 586으로 슬쩍 바꿔 달았을 뿐이다. 30대가 50대가 돼서다. 대통령을 뺀 모든 권력의 자리를 꿰찼다. 21대 총선이 끝일 거란 예상도 있었다. 선거 전 몇몇 386의 용퇴 소식이 나와서다. 결과는 틀렸다. 386은 또 살아남았다. 여전히 정치판에 중심이다. 이번에도 끝까지 가보려는 듯하다. 386 기수론의 종착지도 686 대통령론일까. ▶처음 듣는 세대가 등장했다. 830세대다. 80년대 출생ㆍ30대ㆍ2000년대 학번이다. 서울에 출마한 830의 성적표가 나쁘지 않다. 낙선자 11명의 평균 득표율이 42.4%로, 기성세대 낙선자의 39.7%보다 높다. 참패한 미래통합당 쪽에서 나온다. 어차피 갈아엎을 거면 830 기수론이 어떠냐는 아이디어다. 40대 기수론이 30년 갔고, 386 기수론은 20년 왔다. 새 세대가 등장할 때가 되긴 했는데. 선거전에 했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 지켜볼 일이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헌혈 동참 운동

1960년 4월 19일, 전국에서 학생들이 일어난 그날 화요일을 역사는 피의 화요일이라 부릅니다. 무차별 발포로 이날만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부상자 치료를 위한 혈액이 부족하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헌혈에 나섰습니다. 시민들의 고귀한 행동을 경험한 대한적십자사는 1961년 사랑의 헌혈운동을 시작했고, 1974년 그동안 매혈로 충당했던 혈액 수급을 헌혈로 변경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4ㆍ19혁명과 헌혈, 나눔의 역사란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419혁명 60주년을 맞아 헌혈에 대한 의미있는 역사를 공유하고 싶어서였다고 밝혔다. 피를 팔아 생계를 이어가던 시절이 있었고, 매혈(賣血)의 역사를 헌혈(獻血)의 역사로 바꾸게 된 계기가 419혁명이었음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듯하다. 대통령의 말처럼 헌혈은 서로의 생명을 지키는, 고귀한 사랑의 실천이며 가장 적극적인 나눔이다. 419혁명 때도, 518민주화운동 때도 시민들의 헌혈이 수많은 이웃을 살렸다.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국민들의 헌혈로 많은 생명을 구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혈액 보유량이 8천여 명분 부족하다고 한다. 전국 병원들마다 피가 부족해 비상이다. 코로나 감염 우려에 헌혈하는 사람이 급감한데다 헌혈의 70% 이상을 차지하던 학생들마저 온라인 개학으로 집에서 안 나와 헌혈자가 줄면서 급하게 수혈이 필요한 환자들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달 전국에서 헌혈한 사람은 19만여 명. 1년 전에 비해 3만 명 넘게 줄었다. 이 달 헌혈자는 훨씬 더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혈액 적정 보유량인 5일분에, 턱 없이 모자란다. 헌혈이 부진하자 혈액 공급 비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올해 1분기에만 10만명에 육박하는 군 장병이 헌혈에 참여했다. 기업, 기관, 지자체 등에서도 동참하고 있다. 지자체에선 헌혈하는 날 휴가를 쓰도록 하는, 헌혈 공가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일반 기업체나 기관 등에서도 30대 이상 직장인들의 헌혈을 유도하기 위해 헌혈 공가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헌혈과 코로나19는 관련이 없다고 얘기한다. 호흡기 바이러스인 코로나19는 혈액을 통해 감염되지 않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한적십자사도 시민들이 안심하고 헌혈을 할 수 있도록 채혈 간호사 등 직원들의 위생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고 헌혈의 집과 헌혈버스에 대한 소독 등 안전조치를 강화했다. 헌혈은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소중한 일이다. 안정적 혈액 수급을 위해 시민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막말 정치인들 낙선

20대 국회에서는 유난히 막말 논란이 많았다. 4ㆍ15 총선에선 부적절한 언행으로 구설에 올랐던 후보들 대부분이 낙선했다. 막말로 문제가 된 후보들에게 공천장을 준 정당도 대패했다. 유권자들이 준엄하게 심판했다. 미래통합당 후보로 부천병에 출마한 차명진 후보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텐트 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기사를 인용해 막말을 했다. 차 후보는 당 긴급 최고위원회에서 제명됐지만, 법원의 무효결정으로 선거를 완주했으나 떨어졌다. 그는 16일 페이스북에 부관참시라고 썼다. 통합당이 총선 참패 원인을 세월호 막말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걸 걸고 무너뜨린 세월호 우상화 탑이 이렇게 다시 보란 듯이 복원되다니 비통하다고 했다. 이날은 세월호 6주기였다. 평소 거친 언행으로 여러 차례 논란을 부른 통합당 민경욱 후보도 인천연수을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천렵질로 비하하고, 차가운 물 속에서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며 헝가리 유람선 참사 실종자 가족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민 의원은 공천 뒤집기를 반복해 호떡 공천 논란을 부르며 어렵게 공천장을 손에 쥐었으나 재선에 실패했다. 강원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갑에 출마한 통합당 김진태 후보도 낙선했다. 김 후보도 국회의원 임기 동안 세월호를 인양하지 말자. 돈도 시간도 너무 많이 든다는 등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부정적 발언과, 518 민주화운동 모욕 발언 등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당 윤리위는 그런 발언 때마다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으나 유권자는 단호했다. 밥하는 아줌마가 왜 정규직이 돼야 하느냐고 급식노동자를 비하한 이언주 의원도 낙선했다. 518 유공자를 괴물집단, 세월호를 시체장사로 폄훼한 김순례 의원은 총선 후보에 오르지 못하고 컷오프됐다. 서울 관악갑의 통합당 김대호 후보는 3040세대는 논리가 없이 무지와 착각 속에 빠져 있다는 세대 비하 막말에 이어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는 노인 비하, 장애인 비하로 해석될 만한 발언으로 선거 중간에 제명조치 됐다. 불미스런 행동, 혐오 발언, 막말을 쏟아낸 20대 국회 정치인들이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하게 된 것은 자업자득이다. 정치판을 오염시키고 상처 입은 국민을 보듬기는 커녕 들쑤셔대는 정치인은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막말 논란을 부른 정치인은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여당에도 있고, 다른당에도 있다. 평소 언행을 조심하고 품위를 지켜야 한다. 유권자들이 지켜보고, 이번 선거처럼 또 표로 심판할 것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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