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기수론. 1971년 김영삼 의원이 들고 나왔다. 그의 나이 44세였다. 야당 대통령 후보의 조건이라 했다. 국민에 활기있는 이미지를 주자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자기가 되겠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었다. 연륜이 지배하는 세상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73세, 윤보선 대통령이 67세에 취임했다. 이런 정치판에서 나온 40대 기수론이다. 얼마나 황당했을지 짐작 간다. 그런데 성공했다. 당내 주자들이 다 40대였다. 김대중 45세, 이철승 48세. ▶이후 오랜 기간 이 ‘40대’가 주역이었다. ‘양 김’ 밑에서 감히 세대교체론을 주장하는 세력은 없었다. 끝내 ‘양 김’은 대통령까지 갔다. 김영삼 대통령 65세, 김대중 대통령 73세였다. ‘40대 기수론’은 그렇게 ‘60대 대통령론’ ‘70대 대통령론’까지 연결된다. 40대 기수론이 정치사에 남긴 공식이 있다. 가장 충격적 변화는 세대교체라는 점, 한 번 정해진 정치 세대는 뒤로 가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그 시도는 항상 야당에서 일어난다는 점이다. ▶또 한 번 충격적인 세대교체가 있다. 2000년 총선에 등장한 386 기수론이다. ‘당시 30대ㆍ80년대 학번ㆍ60년대 출생’을 말했다. 당시까지 정치는 ‘3 김’의 시대였다. ‘3 김’에 기생해온 아류들이 지배하고 있었다. 이걸 뒤집어엎자고 등장한 게 386 기수론이다. 이 역시 야당인 한나라당에서 일어났다. 바람은 무서웠다. 선거판은 ‘386이냐 아니냐’가 화두였다. 풋내기 30대들이 선거판을 장악했다. 연륜 있는 거목들이 무기력하게 넘어갔다. ▶386의 생명력도 길다. 이것까지도 40대 기수론을 닮았다. 2000년 등장한 386이 벌써 20년째다. 명패를 ‘586’으로 슬쩍 바꿔 달았을 뿐이다. 30대가 50대가 돼서다. 대통령을 뺀 모든 권력의 자리를 꿰찼다. 21대 총선이 끝일 거란 예상도 있었다. 선거 전 몇몇 386의 용퇴 소식이 나와서다. 결과는 틀렸다. 386은 또 살아남았다. 여전히 정치판에 중심이다. 이번에도 끝까지 가보려는 듯하다. ‘386 기수론’의 종착지도 ‘686 대통령론’일까. ▶처음 듣는 세대가 등장했다. ‘830세대’다. ‘80년대 출생ㆍ30대ㆍ2000년대 학번’이다. 서울에 출마한 830의 성적표가 나쁘지 않다. 낙선자 11명의 평균 득표율이 42.4%로, 기성세대 낙선자의 39.7%보다 높다. 참패한 미래통합당 쪽에서 나온다. 어차피 갈아엎을 거면 ‘830 기수론’이 어떠냐는 아이디어다. 40대 기수론이 30년 갔고, 386 기수론은 20년 왔다. 새 세대가 등장할 때가 되긴 했는데…. 선거전에 했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 지켜볼 일이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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