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어떤 ‘눈’을 하고 있습니까

사람의 인상을 좌우하는 데 큰 역할 하는 눈. 최근 코로나19 탓에 마스크가 얼굴 일부가 되면서 눈의 중요성이 더욱 주목받는 것 같다. 코와 입을 가리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외모적으로 눈은 매우 중요하다. 또 마스크로 가린 얼굴 탓에 표정이 사라진 사람들. 그 속에서 눈은 그 사람의 감정을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눈이 생긴 모양새를 눈매라 한다. 인상의 약 80%를 눈매가 좌우한다고 알려졌다. 눈매가 심하게 처지거나 심하게 올라가면 인상이 좋지 않다고 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관상학을 보면 눈이 크지만 눈동자는 작고 둥글면서 부리부리한 눈을 범눈이라고 한단다. 범눈을 가진 사람은 강직한 성격에 정의감이 넘친다고 한다. 큰 눈에 둥그스름하고 속눈썹이 많은 눈은 소눈이라고 하는데 인자하며 인내심이 강하다고. 적당한 크기의 눈동자에 흰자와 검은자가 분명한 눈을 학눈이라고 하는데 이런 눈을 가진 사람은 청렴결백해 주변에 신뢰가 두텁고 재복 운도 좋다고 한다. 큰 눈에 쌍꺼풀이 지고 눈초리가 위로 살짝 올라가 있는 모양의 눈은 사자눈이라고 하는데 사자눈을 가진 사람은 지혜가 충만하고 관운이 좋다고 한다. 눈매의 모양이 인생을 좌지우지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눈매에 따라 사람의 호감도와 인상이 결정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최근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병원을 찾아 눈매교정을 한다고 하니 말이다. 눈에 나타나는 기색을 뜻하는 눈빛. 눈은 마음의 창(窓)이라고 하는데 표정은 숨길 수 있지만 눈빛은 숨길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관상학에서 눈빛은 굉장히 중요한데 눈빛은 사람의 타고난 본연의 의식이기 때문에 시시각각 변하지 않고 평생에 걸쳐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만큼 눈빛을 읽어내는 것이 관상의 근본이라고. 눈에 광채가 있는 사람은 총명하며 광채가 없으면 결단력이 없고 음탕하다. 눈빛이 흐리면 운이 막히고 눈빛의 기운이 좋은 사람과 상대하면 그 사람으로부터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단다. 또 눈동자가 흔들리는 사람은 믿음직스럽지 않다고 한다. 마스크 탓에 눈만 내놓고 생활하는 요즘 같은 시기, 눈빛만 봐도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눈으로 대화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새삼 체감하게 된다. 표정이 사라진 세상. 당신은 어떤 눈을 하고 있습니까. 정치부 이호준 차장

[지지대] 위기 다음은 기회다

프로야구의 여러 속설 중 하나가 바로 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는 것이다. 직전 수비에서 만루의 위기를 잘 넘기면 다음 공격에서 점수를 내는 일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면서 생겨난 말이다. 이 상황을 좀 더 분석해보면 수비 상황에서 위기를 맞았을 때 집중력을 극대화해 고비를 넘기면 고도로 집중된 운동 신경이 공격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빛을 발해 득점에 성공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프로야구로 따지자면 우리를 위기에 몰아 넣은 상대팀의 공격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7월7일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영업 실적을 발표했다. 삼성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인 재난 상황으로 번져 나갈 당시, 올해 성장에 대해 비관 또는 회의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각 국가가 전염에 대한 우려로 나라의 관문인 공항을 사실상 폐쇄하면서 비즈니스를 위한 모든 교류가 차단됐기 때문이다. 특히 모든 기술력이 총 망라된 휴대전화를 비롯해 첨단 가전 산업은 그 나라의 현실에 맞는 타겟팅 비즈니스가 이뤄져야 하는데, 올해는 그 기회가 고스란히 사라졌기에 우려의 목소리는 커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삼성전자가 코로나19 위기를 뚫고 깜짝 실적을 냈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수요 증가에 따른 반도체 실적 호조로 시장 예측을 뛰어넘는 수준의 영업이익을 내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이다. 주목할 부문은 코로나19 여파의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화상회의, 게임 등 언택트(비대면) 수요 증가를 대비하면서 서버ㆍPC 업체들의 반도체 수요 증가를 이끌어 낸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꼭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준비하지 않은 자는 기회가 와도 승부수를 띄울 수 없다는 것이다. 프로야구가 재미있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매년 깜짝 스타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9회말 대타로 등장한 선수가 끝내기 안타 혹은 홈런을 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고 주전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백미가 있다. 하지만 모든 선수가 그 기회가 주어졌을 때 똑같은 영웅이 되지는 않는다. 그 단 한번의 기회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서로 달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세상을 바꾼 새로운 유형의 위기다. 하지만 그 위기 뒤에는 분명 기회가 존재한다. 삼성전자의 어닝서프라이즈에서 새로운 유형의 기회를 모색해 보는 것도 방법이 되지 않을까. 김규태 경제부장

[지지대] 깡 열풍 제대로 탄 ‘새우깡’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 아이 손 어른 손 자꾸만 손이가. 농심 새우깡 CM송이다. 1980년대 후반에 나온 노래는 경쾌하면서도 쉬운 가사가 특징이다. 오전에 들으면 온종일 입에서 떠나지 않을 정도로 중독성이 강했다. 고단한 퇴근길, 새우깡 한 봉지면 열 안주 안 부럽던 때도 있었다. 49년째 국민 스낵으로 사랑받아 온 새우깡이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서 부는 깡 열풍에 더욱 인기다. 농심은 지난 한 달간(524~623) 제품 매출이 전년 대비 30%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2017년 12월1일 가수 비는 오랜 휴식 끝에 미니앨범을 내놓는다. 타이틀곡이 깡이다. 난 꽤 많은 걸 가졌지 수많은 영화제 관계자 날 못 잡아 안달이 나셨지 귀찮아 죽겠네 알다시피 이 몸이 꽤 많이 바빠 섭외 받아 전 세계 왔다 갔다 팬들이 하늘을 날아 WHOO!. 자아도취형 가사와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듯한 안무는 혹평으로 이어졌다. 공식 유튜브에는 온갖 조롱 섞인 댓글이 달렸다. 반복적으로 댓글을 다는 누리꾼들도 생겨났다. ▶미운 정이 더 무섭다는 말처럼 3년이 지난 지금 하루 한번 깡 영상에 댓글 달기로 번지면서 1일1깡 신드롬을 낳고 있다. 대중들은 놀림 대상이 돼도 주눅이 들지 않고 오히려 당당한 비의 모습에 더 열광한다. 비가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노래 깡이 뒤늦게 주목받는 것을 두고는 아침 먹고 점심 먹고 저녁 먹고 1일3깡 정도는 해야 한다며 능청을 떨자 1일3깡이 주요 검색어로 부상했다. 심지어 1일7깡도 서슴지 않는다는 팬들이 1깡은 새우깡, 식후깡 등 해시태그와 함께 새우깡 구매 인증사진을 올리고 있다. ▶새우깡은 1971년 탄생했다. 국내 첫 스낵 개발에 나선 농심은 짭짤하지만 고소한 맛에 포커스를 맞춘다. 주재료는 맛도 좋고 칼슘도 풍부한 새우였다. 고소한 맛과 향을 높이고자 생새우를 갈아 넣었다. 새우깡 한 봉지(90g)에는 57㎝ 크기의 생새우 4마리가 들어간다. 기름에 튀겨내는 방법 대신 가열된 소금에 굽는 방법도 주효했다. 특유의 담백하고 바삭한 맛은 반 백년 한결같이 사랑받아 온 비결이 됐다. ▶지난해 7월 발생한 꽃새우 전쟁은 최고 품질의 새우만을 고집하는 데서 시작됐다. 농심은 한해 300500여 톤에 달하는 꽃새우를 전라북도 군산 어민들에게서 사들인다. 군산 꽃새우 전체 생산량의 70%에 해당한다. 새우 품질이 나빠졌다는 이유를 들어 미국산으로의 교체를 선언하자 난리가 났다. 거센 반발에 방침을 철회했지만 품질보증이라는 약속을 받아냈다. 품질우선은 연간 700억 원 매출의 비결이었던 거다. 이유없이 바람이 부는 건 아니다. 박정임 미디어본부장

[지지대] 동양하루살이

잠실 주경기장에 난데없이 곤충들의 공습이 감행됐다. 그라운드에선 EAFF E-1 풋볼 챔피언십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2013년 여름이었다. 그해 압구정동은 이 녀석들의 운동장이었다. 당시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는 압구정 벌레였다. 5년 뒤에는 영화보다 더 기막힌 현실이 벌어졌다. 아예 경기가 중단됐다. 역시 벌레(곤충)들의 광란 때문이었다. 지난 2018년 6월14일이었다. 당시 잠실야구장에선 두산과 KT 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요즘은 더 심각하다. 땅거미 질 때가 이 벌레들의 출근시간이다. 징그럽다. 여름이란 계절을 아예 반납하고 싶다. 밤이 깊어갈수록 쇼윈도는 하얗게 뒤덮힌다. 그러다 동이 틀 때면 주검들이 새하얗게 길바닥에 널브러진다. 남한강 주변 상인들의, 요즘 말로 웃픈 우화(寓話)다. 남양주시 와부읍 삼패공원과 궁촌천 일대가 그렇다. 양평군 양수리 두물머리도 마찬가지다. 양평군청 주변에선 절정을 이룬다. 동양하루살이 얘기다. ▶몸 길이 10~20㎜, 날개 편 길이 50㎜. 성충은 엷은 갈색이다. 겹눈은 갈색이다. 다리의 부절 사이는 검은색이다. 날개에는 전체적으로 엷은 검은색 세로줄 무늬가 미세하게 보인다. 꼬리 길이는 20㎜ 정도이다. 이 녀석의 신상명세서다. ▶한 민선시장은 아예 이 녀석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매일 오후 동양하루살이 주요 출몰지역을 돌면서 퇴치에 나서고 있다. 청색 끈끈이 트랩이 활용된다. 이 벌레들이 청색 조명에 가장 많이 모이고 끈끈이에 많이 달라붙는다는 점에서 착안됐다. 모니터링 결과, 효과가 상당 것으로 판단돼 기존 10개에서 12개가 추가로 설치됐다. 다른 퇴치방법은 없을까. ▶1970년대를 풍미했던 영국의 록밴드 킹 크림슨(King Crimson)은 Epitaph에서 이렇게 읊조렸다. 우린 내일 어떤 일로 울어야 할지 두렵습니다. 동양하루살이는 공교롭게도 2급수 수질에서 자란다고 한다. 2013년 초여름이 시작되기 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출몰이다. 생태계에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사태가 벌어지는 건 따지고 보면 다 인간들 탓이다. 한낱 하루살이 때문에 곤욕을 치를 수도 있다는 점을 과연 예측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내일이 두렵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KT 위즈와 가을야구

프로야구 막내 구단인 KT 위즈가 1군 데뷔 여섯 번째 시즌을 맞아 야심차게 내세운 목표는 창단 첫 가을야구 진출이었다. 2013년 국내 10번째 프로야구단으로 탄생한 KT는 경기도 야구팬들의 기대를 안고 2015년 1군리그에 데뷔했다. 이후 3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문 뒤 2018년 탈꼴찌에 성공했다. 이어 지난 시즌에는 역대 최고인 6위에 오르면서 올 시즌 가을야구를 기대케 했다. ▶이는 이강철 감독의 취임 2년 차를 맞아 높아진 기대감과 전력 상승 요인 때문이다. 새 외국인 투수 데스파이네와 특급 신인 소형준이 가세하며 마운드가 한층 안정감을 찾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타선 역시 한방을 갖춘 거포와 교타자들이 고루 포진해 무게감을 더했다. 미국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이 감독의 가을야구 목표는 유력하게 전망됐다. 하지만 개막 후 두 달이 지난 현 상황에서 KT의 가을야구 진출은 녹록하지 않다. ▶시즌 초반부터 좀처럼 중위권으로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믿었던 불펜진이 일찌감치 붕괴한 데다 호투하던 선발진도 불안하다. 그나마 타선의 힘으로 버티고 있지만, 초반 맹타를 휘두르던 타자들도 조금씩 하락 기미를 보인다. ▶KT의 불안 요인은 크게 3가지로 꼽힌다. 선발ㆍ불펜 등 투수진의 기복이 심한 것이 첫 번째다. 여기에 팀 4번 타자인 강백호를 비롯 중심 타자들이 득점 기회서 부진하다. 이강철 감독 역시 전략ㆍ전술과 투수 교체 타이밍 등에서 지난해 같은 지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홈에서 열린 2위 키움전은 이 같은 문제점을 모두 노출시킨 패배였다. ▶KT가 예상 밖으로 저조한 성적을 거두자 팬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프로스포츠는 흥행도 중요하지만 결과가 더욱 중요하다. 이제 KT에게 더이상 막내이기 때문에라는 응석은 통하지 않는다. 불과 2년 먼저 1군 무대에 뛰어든 9번째 구단 NC는 데뷔년도 7위로 시작한 이후 2014년부터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지난 2018년 단 한번 최하위에 머물렀을 뿐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올 시즌은 선두를 내달리고 있다. 그동안 성적과 과정을 보면 이 같은 선전이 투자의 결과 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NC와 키움 등 상위권 팀들에게는 선수들의 프로 근성과 팀을 위한 플레이, 이기기 위한 감독의 번뜩이는 지략이 읽어진다. KT가 가을야구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황선학 체육부 부국장

[지지대] 인천대 이사회, 밝히면 될 것을

인천대학교가 총장 선거 후폭풍을 겪고있다. 인천대는 시민에겐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비리사학으로부터 학교를 지키려던 학생들의 움직임에 온 시민이 공감해 힘을 모았다는 정당함, 인천의 교육 발전을 위해 지켜낸 학교를 시립대에서 국립대로 격상시켰다는 보람, 나의 마음과 혈세를 모아 지금의 학교를 갖추도록 도왔다는 애틋함. 그렇게 인천시민에게 인천대는 각별하다. 그런 인천대가 요즘 심한 내홍 중이다. 그 수위도 심해지는 모양새다. 내홍의 이유는 단 하나다. 이사회의 침묵. 총장 선거가 배경이긴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꼽으라면 그것은 필시 이사회의 침묵 때문이다. 인천대는 국립대로서의 3번째 총장을 뽑기 위해 수개월동안 분투했다. 학교 구성원들의 의사를 100% 반영한 직선제를 치르자는 여론이 지배적이었지만, 수월한 진행을 위해 학교 구성원의 비율을 75%까지 늘리고 선거를 치렀다. 특히, 이번 선거는 처음으로 학생이 학교 구성원으로 인정받아 학생도 정책평가단에 참여토록 한 후 치른 선거다. 그렇게 총장추천위원회는 3명의 후보에게 순위를 매겼다. 그런데 이사회가 이 순위를 뒤집었다. 1위 후보를 두고 3위 후보를 최종 후보로 선정한 것이다. 사실, 그럴 수 있다. 필요했으니 3위를 최종 후보로 뽑은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상하다. 왜가 없다. 도대체 왜, 이사회는 총추위가 수개월에 걸쳐 검증하고, 평가하고, 구성원의 투표까지 받아 정한 순위를 뒤집었는가. 왜. 이사회는 침묵한다. 인천대 법에 총추위가 3명을 추천해 이사회가 정한다고 규정했으니 절차상 하자가 없단다. 취재 과정 중 밝힐 이유도, 필요도 없다는 얘기도 들었다. 학원 민주화를 이뤄내고 시민과 구성원이 힘을 모아 국립대를 만들어놨더니 이제는 감놔라 배놔라 하지 말라는 거다. 인천대 구성원들은 목요일마다 교정에서 촛불을 든다. 이유는 하나다. 이사회가 후보 선정의 이유를 밝히라는 거다. 총장 선출 과정에서 이사회가 말한대로 정말 하자가 없었다면, 그게 뭐 어려운 일인가. 인천대 이사회는 현실을 알아야 한다. 지금 침묵은 금이 아니다. 그저 의혹과 내홍만 키울 뿐. 김경희 인천본사 사회부장

[지지대] 민주적이지 못한 인천 군구의회 의장단 선거

인천 군구의회의 의장단 선거에 민주주의가 없다. 의장을 뽑는 선거 과정에서 의원들의 생각은 없고, 국회의원과 정당(인천시당)의 뒷조종(?)에 따라 뽑히고 있다. 이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행태임은 당연하다. 국회의원이 군구의회 의장 선거 등에 개입하는 행위는 결국 의원들을 줄 세우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반 선거라면 엄연한 불법이다. 사실 의원들의 공천권을 국회의원들이 가진 만큼, 그들의 명령을 거역하기는 어려울 테다.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또 만약 이 같이 뽑힌 의장 등은 앞으로 의정활동에 국회의원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 당연하다. 이러면 군구의회가 제 역할을 하겠는가. 반면 일부 군구의회에선 국회의원과 정당의 뜻과 다르게 의장이 뽑히고 있다. 나름 의원들이 소신껏 의장을 뽑았을 수도 있고, 개인의 욕심에 의한 일탈행위일 수도 있다. 이를 두고 국회의원과 정당은 당론을 내세워 이들을 해당(害黨)행위로 규정하고 모두 징계한다고 한다. 이것이 과연 모두가 꼭 따라야 하는 당론인가. 또는 국회의원과 정당의 독선인가. 지금 인천의 군구의회는 대부분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강화군을 제외하고 대부분 군수구청장과 같은 당이다보니, 비판과 견제라는 의회의 기본 기능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데 국회의원과 정당은 의장단을 꾸리는데까지 감놔라, 배놔라 하고 있다. 만약 국회의원 선거에 중앙당이 끼어들어 공천을 뒤 흔든다면, 과연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들은 가만히 있겠는가. 분명 지역을 무시한다고 반발할 것이 뻔하다. 의장단 선거도 엄연히 선거다. 그리고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다. 이민우 인천본사 정치부장

[지지대] 간식도 ‘보존식’

안산의 한 사립유치원에서 집단 식중독이 발생했다. 첫 식중독균 증상 원아는 지난 12일 나왔다. 원생과 가족, 교직원 등 전수검사 대상 361명 가운데 29일 오후 6시 기준 유증상자는 116명이다. 유증상자 가운데 장 출혈성 대장균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는 58명이다.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 환자도 16명이나 됐다. 뒤늦게 증상을 보인 HUS 환자 한 명은 원생의 가족인 것으로 조사됐다. 상태가 심각한 4명은 신장투석을 받고 있다. ▶문제는 보건당국의 역학조사에서 장 출혈성 대장균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거다. 급식 외 간식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는데 해당 음식의 보존식이 없어 조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식품위생법은 집단급식소를 운영하는 자는 조리ㆍ제공한 식품의 매회 1인분 분량을 영하 18도 이하에서 144시간 이상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위생사고 발생 때 원인을 규명하려는 조치다. 보존식은 단체 급식소에서 지켜야 할 가장 기초적인 의무사항인 셈이다. ▶A유치원은 6월10일 간식으로 제공한 궁중떡볶이를 비롯해 우엉채조림(6월11일 점심), 찐 감자와 수박(6월11일 간식), 프렌치토스트(6월12일 간식), 아욱 된장국(6월15일 점심), 군만두와 바나나(6월15일 간식) 등 첫 증상이 나타난 12일 전후로 6건을 보관하지 않았다. 보관하지 않은 건지, 보관하다 폐기 한 것인지도 명확지 않다. 해당 유치원 원장은 고의로 폐기한 것은 아니며 저의 부지로 인해 그런 것이라는 내용의 해명 문자를 학부모들에게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관해야 하는지 몰랐다는 거다. ▶식품 위생법은 조리한 것과 제공한 것 모두를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배식 전 보존식 확보를 규정해 놓고 있다. 배식하고 남은 음식을 보관하는 게 아니라 보존식을 마련하고 배식하는 게 순서다. A유치원은 배식 후 남아야만 보관한 탓에 평소에도 남지 않을 땐 보관하지 않았다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그런데도 유치원 원장은 몰랐다고 한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한 술 더 떴다. 29일 오전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간식은 법적으로 보존식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가 논란이 일자 오후 입장을 번복했다. 역시 몰랐다는 거다. ▶학부모들이 궁금한 건 사고 원인이다. 이번 사태로 5세 아이가 HUS 진단을 받았다는 한 엄마는 지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도대체 어떤 음식을 먹여야 아이들이 혈변을 보고 투석을 하고 햄버거병으로 밤낮으로 고생하며 병들어 갈 수 있는 겁니까라며 원인 규명을 촉구했다. 경찰이 유치원 내 CCTV와 급식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철저한 수사가 있어야 한다. 몰랐다는 말로 덮기엔 사안이 너무 크다. 박정임 미디어본부장

[지지대] 나문재와 협궤열차

나문재는 바닷가에 서식하는 풀이다. 쥐똥나무의 아우뻘이다. 쌍떡잎식물로 명아주과에 속하고 한해살이다. 태어나고 자라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이 길어봤자 1년이다. 줄기는 엷은 녹색이다. 가을이면 붉게 바뀐다. 꽃도 핀다. 색깔은 녹황색이다. 잎겨드랑이에 12개 달린다. 어린 잎은 먹을 수도 있다. ▶인적 드문 포구에선 유일하게 이방인을 반기는 식물이다. 겉모습은 영락없이 숫기없는 시골 총각을 닮았다. 도회지에선 존재감이 없지만, 해변에선 터줏대감이다. 가끔 허공을 향해 헛기침도 내지른다. 그런데도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다. ▶열차는 섬 그늘을 끼고 느릿느릿 달렸다. 그 탈 것을 따라 나문재가 앉은뱅이처럼 앉아 있었다. 창가에 앉아 바깥을 내다보면 종종걸음으로 비릿한 바닷바람이 쫓아왔었다. 철길 너비가 유난히 좁았다. 열차에 오르면 옆 사람과 어깨 부딪치는 일이 다반사였다. 수원 고색을 떠나 인천 송도까지 이어졌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수인선이었고, 협궤열차였다. ▶소설 협궤열차는 나문재와 수인선이 나란히 등장한 작품이다. 윤후명 작가가 1992년 발표했다. 옛 연인이 찾아와 협궤열차를 타고 싶다고 말하면서 작품은 시작된다. 둘은 무작정 여행을 떠난다. 숱한 어촌 사람들의 삶과도 만난다. 그들은 일그러진 현실을 탓하지 않고 새벽이면 묵묵히 고깃배를 탔다. ▶수인선은 일제강점기가 남긴 유산이다. 일제가 우리의 소금을 빼앗아 가기 위해 만들었다. 1937년 8월 운행에 들어가 1995년 폐선 됐다. 오목, 어천, 야목, 빈정, 일리, 성두, 원곡. 역 이름도 정겹다. 60여 년 동안 누군가의 등하굣길이었고, 가족과 친척을 만나러 가는 상봉의 길이었다. ▶수인선은 이처럼 오랜 세월 나문재와 협궤열차의 어울리지 않은 조합의 산물이었다. 그랬던 수인선이 폐선된 뒤 다시 부활한다. 강산이 두 번 바뀐 시간이었다. 지난 2012년 오이도와 송도 구간이 복선전철로 개통된 뒤 오는 9월 수원한대 앞 구간 개통을 앞두고 있다. 8년 만이다. 올가을이면 다시 수원에서 인천으로 가는 열차를 탈 수 있겠다. 창밖으로 옹기종기 앉아있는 나문재도 만날 수 있을까.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주소 없는 판문점

6ㆍ25 한국전쟁 70주년, 정전 협정 67주년을 맞았다. 한국전쟁 이후 남북은 분단돼 지금까지 대치하고 있다. 이런 남북분단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가 있다. 바로 판문점이다. 판문점은 1953년 7월 휴전협정을 맺은 이후 공동경비구역으로 지정된 뒤 남북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는 유일한 장소로 사용됐다. 그만큼 남북분단의 역사를 가장 잘 이야기 해 주는 장소가 판문점이다. 남북 교류의 대표적인 사업 남북적십자회담이 열렸고 2018년 4월2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가져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남북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판문점은 평화의 상징으로 인식됐다. ▶이처럼 역사적 중요한 가치를 지닌 장소 판문점에 대한민국 주소가 없다. 이같은 사실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정전협정 당시 유엔군 사령부가 관할하는 특수지역이 되면서 아직까지 대한민국 행정구역이 부여되지 않았다. 수십년이 흐를 동안 누구도 판문점 주소 찾기에는 관심이 없었다. ▶최근 파주시가 판문점 일대 지적 복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관심이다. 파주시 조사를 보면 판문점이 위치한 지역은 행정구역상 경기도 파주시 전서면 선적리다. 판문점 원래 지명도 널문리였는데 중국어 표기를 위해 판문점(板門店)이 됐다고 한다. 그러나 정확한 주소가 등재되지 않으면서 인터넷 포털 사이트는 물론 통일부,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에서조차 판문점 위치 표기를 제각각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사정이 이런데 해외에서 정확한 지명 사용은 요원한 일이다. 때문에 파주시의 판문점 일대 지적복구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북한이 남한에 대해 강경 발언을 하고 개성공단에 건립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키면서 남북 관계는 다시 급랭했다. 2년 전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할 때만 해도 민족의 숙원인 남북통일이 곧 될 것 같은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주소 없는 판문점처럼 남북관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남북관계는 과거에도 화해와 대립을 거듭해 왔다. 개성공단을 운영했다가 폐쇄하고, 금강산 관광사업을 하다가 중단했다. 이런 역사적 현실을 볼때 남북관계 놓고 일희일비 해서는 안된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착실히 해야 한다. 판문점 주소 찾기도 우리가 해야할 중요한 일 중에 하나다. 먼 훗날 후손들이 판문점 위치와 지명을 놓고 싸우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대한민국의 정확한 주소를 등록하고 알려야 한다. 이선호 지역사회부장

[지지대] 북한의 태도와 본질

우리 민족은 왜 일본을 싫어할까. 이유는 단 하나. 우리나라를 강점한 36년 동안 저지른 극악무도한 만행을 지금까지 사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의 집을 36년 동안 강제로 침범해 집주인 가족의 시신을 훼손,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고 어린 딸을 무참히 짓밟고도 그런 적 없다는 듯 오리발을 내민다. 심지어 동네방네 다니며 반성은커녕 나는 잘못이 없다고 떠든다. 독일도 2차 세계대전 때 엄청난 수의 인명을 살상하고 여러 도시를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등 대규모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 그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홀로코스트(Holocaust)라 불리는 유대인 대학살. 그 대가로 독일 대통령, 총리, 외무장관 등 국가를 책임지는 정치인들이 무릎 꿇어 사죄하고 배상한다. 본질이 태도다. 일제강점기에 대한 일본의 본질은 침략성을 드러낸 것이고 태도는 잘못 없으니 사과도 없다로 귀결된다. 두 나라가 전범국이면서 책임지는 모습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어제는 6ㆍ25 동란(動亂) 70주년이다. 김일성이 새벽에 탱크를 앞세우며 남한을 침공해 국군은 물론, 북한ㆍ유엔ㆍ중국군, 민간인 등 수백만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부모, 형제, 동족이 서로 총부리를 겨눈 끔찍한 내전의 의미인 6ㆍ25동란을 언제부턴가 한국전쟁이라는 제삼자 시각으로 부르고 있어 안타깝다. 북한은 70년 세월을 지내면서 3대째 세습 독재정권을 이어가고 있다. 백두혈통, 최고존엄인 김씨 일가는 대한민국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군부를 앞세워 협박, 공갈, 무력도발하거나 웃는 얼굴로 살갑게 구는 등 강경ㆍ유화책으로 우리 정부와 국민을 우롱했다. 김정은은 2년 전 문재인 대통령과 4ㆍ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전 세계에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김씨 남매는 최근 남북한 평화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했다. 700억원 규모의 국가 재산 손실보다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갈가리 찢었다는 데 국민은 분노하고 허탈하다. 북한의 이 같은 행동에 김정은ㆍ김여정의 역할 분담, 최악의 경제난 타개책, 군부 불만 해소 및 군 장악 등 여러 해석이 쏟아졌다. 그 이유가 어떻든 북한은 남북평화, 나아가 평화통일을 원하나? 태도가 본질이다. 북한이 진정 남북평화를 바란다면 6ㆍ25동란을 일으킨 대죄를 민족 앞에 먼저 사과해야 한다. 70년이 지났지만 그들은 여전히 전략, 전술에 따른 대남 공작만 하고 있다. 북한도 일본과 다르지 않다. 또다시 남북 간 온ㆍ냉탕만 반복할 뿐이다. 김창학 정치부 부장

[지지대] 불쾌지수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주위에 짜증을 내는 이들이 많다. 날씨가 덥고 습도가 높으면 불쾌지수가 높아진다. 불쾌지수는 온도, 습도, 풍속 등 여러 조건에서 인간이 느끼는 쾌적한 만족도 또는 불쾌한 정도나 스트레스를 수치화한 것을 말한다. 날씨로부터 인간이 쾌적함 또는 불쾌감을 느끼는 요소는 온도나 습도뿐만 아니라 햇빛, 바람, 의복, 활동량 등 매우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날씨에 따라 짜증이 나는 수치를 간단한 수식으로 나타내기는 불가능하다. 불쾌지수는 일상생활에서 참고 목적으로 간단한 수식으로 수치화한 것이다. 그러므로 과학적으로, 세계적으로 통일된 단일 불쾌지수라는 날씨 지수는 없고 각국의 기상기관들이 여러 가지 모델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널리 쓰이는 불쾌지수(discomfort index)는 미국의 기후 학자 톰이 1959년에 개발해낸 지수로 주로 여름에 냉방 온도를 결정하는 용도에 적합하다. 이는 날씨에 따라 사람이 느끼는 불쾌함을 임의로 수치화해 나타낸 것으로 기온과 습도를 이용해 계산하며 불쾌지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보통 불쾌지수가 80 이상이면 대부분의 사람이 불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또 75~80 사이의 경우 50% 정도 불쾌감을 느끼고 68~75 사이는 불쾌감을 나타내기 시작하는 수치라고 한다. 온도로는 21도 이하는 쾌적, 21~24도 사이는 50% 이하가 불쾌, 24~27도 사이는 50% 이상이 불쾌, 29~32도 사이는 대부분 불쾌, 32도 이상은 조치가 필요한 단계라고 한다. 인터넷을 검색해 불쾌지수 계산식에 24일 체감 온도 25도와 습도 90%를 입력하니 75.95가 나왔다. 50% 사람이 불쾌감을 느끼는 날이다. 불쾌지수가 높을 때는 정말 사소한 일에도 이성의 끈이 끊김을 실감할 수 있다. 온도가 높고 습할 땐 서로 조심하는 것이 최선이다. 평소 성격 좋다고 평판이 자자한 대인도 이성에 금이 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초여름부터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장마도 시작됐다.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요즘 순간적으로 유체이탈해 감정 조절이 되지 않을 땐 하나부터 열까지 센 뒤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해보자. 이러면 탈출한 이성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 최원재 문화부장

[지지대] 장마가 온다

찌는듯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22일 서울 낮 최고기온이 35.4도까지 치솟으면서 6월 하순 기온으로는 1958년 이후 가장 높았다. 기상청은 지난 10일 제주도가 장마철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제주와 서귀포에는 간간이 비가 내렸다. 하지만 수도권엔 연이어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적인 장마는 오늘(24일)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한다. 매년 되풀이하는 장마지만 자연재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각종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장마철에는 고온다습한 공기의 영향으로 집중호우가 내릴 수 있다. 강한 바람과 천둥, 번개에 간혹 우박도 동반한다. 올해 장마는 초반부터 많은 비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보여서 더욱 주의해야 한다. 붕괴 위험이 있는 축대나 시설물은 없는지 주변부터 살펴봐야 한다. 막힌 배수로는 미리 뚫어주어야 한다. 자가운전자는 타이어의 마모상태를 비롯해 브레이크 패드와 와이퍼 등에 대한 안전점검이 필요하다. ▶농가도 장마에 대비해야 한다. 논밭두렁, 제방 등이 무너지지 않도록 점검하고 빗물이 잘 빠질 수 있도록 잡초를 제거하는 등 배수로를 정비해야 한다. 강풍에 대비해 고추 등 밭작물은 지주대를 보강하는 게 우선이다. 높은 온ㆍ습도 탓에 병충해에 취약해지는 만큼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제를 철저히 해줘야 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검출지역 오염원이 하천, 토사 등에 의해 떠내려와 바이러스가 농장 내로 유입될 우려가 있는 만큼 축사 소독도 빈틈없이 해야 한다. ▶장마가 길어지면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진다. 온열질환은 물론 냉방병, 피부질환, 식중독 등 어느 계절보다도 다양한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 높은 습도는 만성질환을 악화하고 뇌졸중의 위험을 높일 수 있으니 적정 실내 습도(40~50%)를 유지해 주는 게 중요하다. 흐린 날씨 탓에 일조량이 부족해지면 호르몬의 불균형이 생겨 불면증이 나타날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은 숙면에 도움을 준다. 체력을 보충해줄 보양식을 챙겨 먹는 것도 무더위를 이기는 방법이다. ▶긴 슬픔이 있는 날에는 장맛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고 나뭇잎들이 미친 듯이 목놓아 울다보니 시궁창이 범람했다 미움 원망 사랑해서 사랑해서 어쩌지 못한 그리움 폭풍우 휩쓸고 가면 맑은 하늘 쌩긋 미소 짓는다 오순화 시인의 장마다. 시인은 폭풍우가 몰아친 후에는 맑은 하늘이 열린다고 했다. 장맛비가 코로나19로 심해져가는 서민들의 체증만이라도 쓸어갔으면 좋겠다. 희망을 보고 싶다. 박정임 미디어본부장

[지지대] 귀이빨대칭이

주둥이가 길쭉한 새들이 악다구니를 친다. 새떼 뒤로 석양이 지고, 주홍빛 노을이 호수로 내려앉는다. 시민들이 조류보호법 제정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펼친다. 줄리아 로버츠와 덴젤 워싱턴 주연의 영화 펠리컨 브리프의 첫 장면이다. 이들은 각각 로스쿨에 재학 중인 여대생과 환경문제를 파헤치는 신문기자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영화는 멸종위기에 놓인 펠리컨을 화두로 놓고 치열하게 펼쳐진다. 펠리컨을 보호하려는 환경단체와 펠리컨들이 사는 호수를 유전으로 개발하려는 정유회사와의 갈등이 숨 막힌다. 호수를 보존해야 인류의 미래가 있다는 게 환경단체의 입장이다. 호수에 송유관을 묻어야만 큰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건 정유회사의 주장이다. 영화는 송유관매설공사로 펠리컨들이 기름에 절은 채 죽어가는 장면을 자주 비춘다. ▶개봉 당시인 1990년대 초반, 대한민국은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지금 같진 않았다. 환경단체들이 후손을 위해 자연을 보호하고 생태계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막 내기 시작했던 때였다. ▶평택에서 멸종위기종 민물조개인 귀이빨대칭이가 발견됐다. 경기평택남부생태연구소가 지난 18일 평택시 현덕면 덕목5리 소재 멸종위기종 대체서식지에서 야생동물 보호 관리ㆍ종증식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폐사한 귀이빨대칭이 개체 10여개를 발견, 평택시에 신고했다. 귀라는 단어와 이빨이라는 이름과 대칭이란 명칭을 유추하면 그 생김새를 짐작할 수 있다, 귀이빨대칭이는 강 하류 진흙이 많고 수심이 깊은 곳에서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녀석들이 죽은 채 발견됐다는 점이다. 그만큼 평택을 포함한 경기남부지역도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는 현실의 반증이다. 생태전문가들도 보존을 위한 실태조사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귀이빨대칭이 폐사 원인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시급한 까닭이다. 지자체의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한 조직과 인원 확충도 서둘러야 한다. 귀이빨대칭이 소식을 들으면서 펠리컨 브리프의 마지막 대사가 귓전을 맴돈다. 자연을 보호하는 게 인류를 지키는 겁니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국회의원과 보좌진

21대 총선이 끝나고 며칠 뒤 경기 지역 초선 A의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용은 좋은 보좌관 한 명을 소개해달라는 것이었다. 수소문해서 한 명을 추천했는데 답이 오지 않았다. 모시고 있던 중진 의원이 21대 총선에 불출마하면서 실업자가 될 뻔 했던 그 보좌관은 A의원으로부터 연락이 없자 비례대표 B의원 보좌관으로 안착했다. 그 보좌관이 B의원을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의원회관 사무실을 전망 좋은 방으로 잡은 것이다. 국회 분수대와 넓은 잔디밭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B의원 방은 중진들이 선호하는 방으로, 비례대표에게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지만 보좌관의 발빠른 움직임으로 뜻밖의 행운을 잡게 됐다. 다른 도내 초선 C의원과 오찬을 할 때의 일이다. 배석했던 보좌진이 신고 있던 구두를 들어 보였다. 의원이 잘 해보자며 새 구두를 선물했다고 자랑을 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김영란법 때문에 기자들에게는 선물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은근히 약을 올렸다. 또다른 도내 초선 D의원 보좌진은 독특한 명함을 만들었다. 대부분 OOO 의원 △△△ 보좌관(비서관, 비서)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예쁜 캘리그라피로 OOO와 함께 하는 △△△보좌관(비서관, 비서)이라고 쓰고 점자도 넣어 정성스럽게 만들었다. CD의원의 보좌진에 대한 배려, 이들의 팀워크가 의정활동에 어떤 영향을 줄 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또한 도내 의원은 아니지만 경기도 행정부지사 출신 박수영 의원(부산 남갑)은 종이문서 없는 국회의원 사무실을 선언했다. 의원과 보좌진이 회의할 때 노트북이나 패드를 들고 참석한다고 소개, 혁신적인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반면 일부이지만 21대 국회가 개원한 지 20여 일이 됐음에도 아직 보좌진 진용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도내 의원실이 눈에 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처럼 분발해서 좋은 보좌진과 팀워크를 발휘해 멋진 의정활동을 펼치기를 기대해 본다. 김재민 정치부 부장

[지지대] 李지사 대법 판결, 도민 안전 달렸다

▶지난 16일 북한이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치로 문을 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불과 몇 초 만에 남북 평화의 상징이 잿더미가 됐다. 북한은 연락사무소 폭파 다음 날인 17일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에 군부대를 재주둔시키고 서해상 군사훈련도 부활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남북 관계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 이렇게 북측이 무력 도발을 할 때면 가장 불안에 떠는 사람들은 접경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경기북부지역 주민들이다. DMZ 내 위치한 대성동 자유의 마을을 현장 취재한 기자들은 외출을 자제한 채 잔뜩 움츠러든 주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북한에 의해 폭파된 지 2일이 지난 18일. 대법원에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전원합의체 심리가 열렸다. 전원합의체 심리에서 대법관들의 합의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이 지사에 대한 선고는 다음 전원합의체 선고기일인 7월16일 내려질 수 있지만 합의가 난항을 겪게 되면 두세 달 이상 선고가 미뤄질 수도 있다. ▶1천300만 경기도민의 일꾼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무죄 판결을 촉구한다같은 날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 경기지역본부는 경기도청에서 집회를 열고, 그동안 이 지사가 기업이 일하기 좋은 경기도, 투명경영으로 노사간 함께 하는 기업의 이미지를 고취시키는 데 노력해 왔다며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촉구했다. ▶나를 죽일지 살릴지 결정을 하는 심리가 대법원에서 열린다고 한다. 이 발언을 하는 현재 이미 목이 떨어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까지 나는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가 진행되던 시각,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도청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며 한 말이다. 대법원에서 어떠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할 일은 하겠다는 이 지사. 이날 이 지사는 공무원들에게 여름 휴가철을 맞아 불법 계곡 정비를 다시 한 번 강조했고, 기본소득 정책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그러나 제아무리 이재명 지사라고 할지라도 자신의 재판을 앞두고 본인의 능력 100%를 도정에 집중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1천300만 도민의 안위를 책임지는 경기도지사는 접경지역도 관할한다. 북한이 무력도발을 하고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상황이다. 경기도지사가 도정과 주민 안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대법원의 신속한 판결을 촉구한다. 이호준 정치부 차장

[지지대] 슬기로운 의사들의 리더십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최근 종영됐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작지만 따뜻하고 가볍지만 마음 한 켠을 묵직하게 채워 줄 감동이 아닌 공감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슬의생은 슈바이처를 꿈꾸기보단, 내 환자의 안녕만을 챙기기도 버거운, 하루하루 그저 주어진 일에 충실한 5명의 평범한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필자에겐 99학번 의사 동기들의 특별한 리더십이 눈에 들어왔다. ▶이익준(간담췌외과) 천재들이 인정하는 천재 중 천재. 공부도, 수술도, 하물며 기타연주에 노래까지도 못 하는 게 없는 만능맨. 분위기 메이커로 타고난 센스와 유쾌함은 그의 인기 비결이자 매력 포인트다. 하지만 익준의 가장 큰 매력은 가볍지 않다는 점이다. 환자를 함께 살린 수술방 식구들의 노고에 감사할 줄 아는 의사다. ▶안정원(소아외과) 슈바이처, 아니 공자, 맹자도 이겨 먹을 천사같은 성품의 소유자.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든 소아외과에서 정원의 따스함은 위로이자 희망이다. 지칠 법도 한 20년차 의사지만 한 번도 환자나 보호자, 하물며 동료 의료진에게도 화를 낸 적이 없다. 그래서 별명은 부처. 소아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밤이고 낮이고 주말도 없이 환자를 돌본다. ▶김준완(흉부외과) 의대 돌아이만 지원한다는 흉부외과의 전설적 돌아이. 병원의 심장 흉부외과는 몇 년째 미달 신세다. 그야말로 병원의 희귀템이다. 그런 흉부외과를 무덤덤하게 지키고 있는 이가 바로 준완이다. 레지던트들에게 냉혈안이라 불리우지만 정작 레지던트의 실수를 감싸기 위해 희생하고 후배에 말에 귀 기울이는 인간이다. ▶양석형(산부인과) 속을 알 수 없는 은둔형 외톨이 자발적 아웃사이더로, 숨 쉬고 사는 게 신기한 귀차니즘의 대명사. 병원 내 유일하게, 누군가의 울음을 기쁘게 맞이하는 곳. 탄생의 신비와 생의 경이로움이 찬란하게 빛나는 곳. 바로 산부인과다. 속을 알 수 없는 뚱한 표정, 묻는 말에 겨우 대답이나 하는 외모도, 성격도 별난 의사지만 호감을 실력으로 커버하면서 진료실은 항상 문전성시다. ▶채송화(신경외과)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카리스마. 후배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교수다. 병원 붙박이로, 언제 먹고 자는지가 의문인, 일명 귀신 미지의 세계이자, 우리 몸의 작은 우주로 불리는 뇌, 그 신비로운 매력에 끌려, 병원, 집, 병원, 집만을 오 간지 어언 10여 년. 송화는 병원 붙박이이자 귀신으로, 신경외과 유일의 여자 교수가 됐다. 실력만큼이나 인생 상담 능력이 뛰어나다. 이들 성격은 확연히 다르지만 리더십에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분야에 대한 뛰어난 전문성과 환자와 후배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시대의 리더들에게 그들의 리더십을 살짝 따라해 보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 본다. 최원재 문화부장

[지지대] 선처 받을 일인가

아버지가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인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영조 38년 윤 5월13일, 양력으로 7월이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다. 뒤주에 갇힌 지 8일 만에 죽음을 맞은 사도세자는 영조가 마흔두 살에서야 얻은 귀한 아들이었다. 역사는 영조를 비정한 아버지, 사도를 비운의 세자로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사도세자의 광증과 그로 말미암은 살인 행각이 부자간 갈등에서 비롯된 후천적 요인이라 해도 용서받기 어렵다. 오죽하면 생모인 영빈 이씨가 나서서 남편 영조에게 아들의 잘못을 고하며 선처를 바랐을까. ▶2015년 2월2일, 검찰이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개인적 권위로 공적 운송수단을 통제해 안전을 위협했다는 게 이유다. 언론을 통한 사과와 반성은 비난 여론에 못 이겨 한 것일 뿐 진지한 자성의 결과를 찾기 어렵다고도 했다. 조 전 부사장은 어떤 결과도 달게 받겠다면서도 아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두 아들에게 한시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선처해 달라고 호소했다. 모정을 무기로 내밀었지만 슈퍼 갑질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유명 연예인을 포함한 인플루언서들이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는 건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견디다 못해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악성 댓글을 달아온 이들을 고소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그 어떠한 주장과 변명에 상관없이 선처는 없을 것이라는 강경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악성 댓글 탓인 심적 스트레스에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악성 글은 한 사람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와 불안감을 남긴다. 이유를 불문하고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연예인들의 처지가 이해가 간다. ▶지난 5월13일, 울산의 한 주택에서 60대 부부가 다투던 중 남편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내는 경찰에서 남편이 목을 졸라 이에 대항하려 둔기를 휘둘렀다고 진술했다. 조사 과정에서 당시 신고를 했던 아들도 공범으로 확인돼 어머니와 함께 구속됐다. 이들 모자는 오랜 기간 가정폭력에 시달려 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웃 주민들은 모자의 형편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수십 년 동안 이어진 가정폭력이 끔찍한 범죄를 낳게 한 것이니 선처해 달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경찰이 최근 의붓딸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 계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13일 오전 경남 창녕경찰서로 연행돼 약 9시간30분 동안 조사를 받은 계부는 혐의를 일부 인정했지만, 선처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아동의 말을 빌자면 달궈진 프라이팬으로 손가락을 지지고 쇠 파이프로 폭행하는 등 잔혹한 학대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을 것은 두려웠나 보다. 선처(善處)는 적절하게 잘 처리해 주기를 부탁할 때 쓰는 말이다. 비정한 아버지가 바라서는 안 된다. 계부(繼父)도 아버지다. 박정임 미디어본부장

[지지대] 이등병 마을

이등병은 훈련소를 수료하면 달아주는 첫 사병 계급이다. 속된 표현으로 가로 작대기 하나다. 그런데 헷갈린다. 작대기가 하나면 일병으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 숫자 개념으로 작명됐다면 그렇다는 얘기다. 대한민국 국군이 창설되면서 계급이 부여되는 과정에서 미국의 영향을 받았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사실 모병제인 미군 사병 계급에 이등병이란 계급은 없다. 이등병 없이 그냥 일병, 상병, 병장 등 3단계로 이어진다. 굳이 영어로 이등병을 표현한다면 Private Second Class일 터이다. 그렇다면, 일등병은 Private First Class이겠다. 그래서 이등병일까. 두 번째니까 말이다. ▶이등병의 뉘앙스는 한마디로 애틋함이다. 젊은 시절의 모든 애환들이 녹여져 있다. 머리를 빡빡 밀고 집 떠나와 입영열차에 오를 때부터 풀 한 포기와 친구 얼굴 모든 게 새로웠기 때문일까. 이등병이란 명칭의 연륜도 제법 길다. 1958년 고 박춘석 작곡가가 만든 삼팔선의 봄에도 이등병이 노랫말로 나온다. 가객 김광석이 부른 이등병의 편지에도 이등병은 등장한다. ▶파주시 광탄면 신산리에 오는 2022년까지 이등병 마을이 조성된다. 이등병의 편지를 만든 작곡가 김현성씨 고향인 점을 감안, 문화자원으로 활용해 마을 소득증대사업으로 연계돼 추진된다. 파주시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근거한 특수상황지역지원 신규 사업으로 국비 21억원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 입구에 통기타 랜드마크도 세워진다. 위문편지들이 전시될 이등병 우체국과 입영열차 모형이 놓일 소공원 등도 들어선다고 한다. 이등병 이발소도 빼놓을 수 없다. ▶김현성 작곡가는 자신의 고향에 소재한 육군 1사단에 입영하는 젊은이들을 보고 이등병의 편지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파주시는 이등병 마을 조성사업은 주민들과 함께하는 마을소득증대사업 하나인 만큼 인근 군부대와 연계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안보 관광을 넘어 평화 관광 차원으로 조성해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마을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첫 보도가 나간 게 지난해 여름이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코로나가 바꾼 학교 생활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곳 중 하나가 학교다.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며 등교가 이뤄졌다. 하지만 아직은 학생들과 학부모, 선생님과 교육당국 모두 바뀐 환경에 익숙하지 않다. 학생들은 불규칙적인 등교가 낯설다. 일주일에 한두번만 학교를 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일주일 동안 등교 후 2주간은 등교를 하지 않는 경우 등 학교와 학년별로 다양하다. 덕분에 초중고 신입생의 경우 학교 적응기간은 따로 없는거나 마찬가지가 됐다. 온라인 수업이 병행되는 것도 생소하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경기 초중고생 10명 중 8명이 온라인 수업을 통해 새로운 것을 아는데 도움이 됐다라는 설문조사를 발표하긴 했지만, 학교에 등교해서 수업을 받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부 학생들은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으로 수업을 듣기도 하는 등 태도도 저마다 제각각이다. 학교 생활도 달라졌다. 아침 조회 시간이 짧아졌다. 학교에서 아침 조회 때마다 발열체크 및 자가진단표 검사를 진행하는 탓에 훈화 시간 등이 줄어들었고, 바로 수업이 진행된다. 학교 복도나 화장실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을 위한 스티커가 붙어있다. 교실에서도 책상 2개를 붙여 짝꿍과 함께 앉는 구조가 아니라 1개씩 동떨어지는 등 학교의 풍경 자체가 바뀌었다. 새로운 친구 사귀기도 어색하기만하다. 마스크를 쓰는 건 당연하고 심지어 고글까지 착용해 얼굴을 알아보는 것도 어렵다. 친구들간에 말을 하지 않는 침묵게임까지 등장해 하루종일 아무말도 하지 않고 집으로 오는 경우도 있다. 급식 문화가 바뀌었다. 학생들은 투명한 칸막이를 세워놓고 대각선으로 앉아 식사를 하거나, 혹은 마주보지 않고 일렬로 1m씩 떨어져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일부 학교는 급식 대신 간편식이나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다. 교실 입구에 학생 수 만큼 놓으면 그걸 선생님이 배분하고, 다시 교실 앞에 놓으면 급식실에서 처리하는 식이다. 유쾌하고 왁자지껄했던 점심시간은 이제는 추억이 돼버렸다. 이명관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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