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인기 얻으려는 홍보 그만, 공약 내세워야

선거는 축제다. 민주주의의 꽃이기도 하다. 시민을 대신해 국회에서 일할 인물을 뽑는 그 축제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바로 오는 4월15일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총선)다. 300만 인천시민은 이번 선거에서 인천을 대표 할 13명을 뽑는다. 시민 위에서 군림할 권력자를 뽑는 것이 아니라, 일꾼을 뽑는 자리다. 그렇다면 당연히 일꾼을 자처하고 나선 (예비)후보들은 자신이 국회에서 어떤 일을 할 것인지를 뽐내야 한다. 4년 간 인천을, 그리고 자신의 선거구에서 시민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내세워야 한다. 회사로 따지면 계획서를 만들고, 발표 자료를 만들어서 상사에게 보고하는 것이다. 여기서 계획서나 발표 자료는 공약이고, 상사는 당연히 시민이다. 그리고 시민은 그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고 훌륭한 공약을 낸 후보, 아니면 공약을 잘 실천해 낼 것으로 보이는 능력 있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 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공약을 내세우며 홍보하는 후보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아직 공천 과정에 있기에 본선에서 쓰려고 아껴두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약보다는 인기를 얻는데 급급해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몇몇 후보들이 기생충 포스터 등을 패러디한 카드뉴스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것은 시민들에게 인기를 얻고 싶어 하는 것일 테다. 홍보 전략을 공약보다는 인기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인지도가 높아지면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당의 공천 여부를 떠나 선거에 나선 후보라면 공약을 제시하며 본인이 국회에서 할 일을 유권자에게 설명하는 것은 의무다.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모든 후보들이 훌륭한 공약을 제시하며 유권자에게 다가가길 바란다. 이민우 인천본사 정치부장

[지지대] ‘의원님이 왜 거기서 나와’

김영환 전 의원이 미래통합당 최고 위원이 됐다. 당을 이끌어갈 지도부 12명 가운데 한 명이다. 경기도민에게는 2018년 지방선거의 기억이 강하다. 바른미래당 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저격수 역할을 했다. 한국당 입장을 대변하듯 공세를 폈다. 이후 이재명 도지사의 선거법 위반도 그의 질문에서 비롯됐다. 보수 진영에게는 적의 적이었다. 그래서일까, 그의 미래통합당 입당에 조용하다. ▶김 전 의원은 DJ(김대중) 키즈다. 동교동계 막내 세대였다. 새천년 민주당 대변인도 했다. 40대에 과학기술부 장관도 했다. 김대중 집권기 가장 많은 혜택을 본 동교동계로 꼽히기도 했다. 국회의원 당선도 모두 민주계 신분이었다.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긴 건 19대 임기 중이었다. 오래된 정치기자들에겐 그래서 어색하다. 지금의 핑크색 점퍼가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시쳇말로 이런 질문이 나올듯하다. 의원님이 왜 거기서 나와요. ▶이찬열(수원갑) 의원도 그렇다. 이달 초 당시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13일 한국당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입당 신고식 차원의 인사말을 했다. 한나라당(한국당 전신)부터 시작해 결국 여기까지 왔는데 정의당만 못 가본 것은 확실하다고 해 좌중에 웃음을 자아냈다. 당선되겠다, 공천만 주신다면이라고도 했다. 그는 눌변이다. 투박한 말투로 유명하다. 간혹 이런 면을 좋게 보는 유권자들이 있다. 어쩌면 그 다운 입당 인사였을 수도 있다. ▶이 전 의원은 손학규 맨이다. 2009년 재선거로 국회에 입성했다. 손학규 선거라 불릴 정도였다. 이후 그 스스로 손학규계를 자청했다. 2017년 국민의당, 2018년 바른미래당 선택도 전부 손학규 따르기였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 손 대표와 결별했다. 그리고 적진(敵陣)이던 한국당-미래통합당-에 입당했다. 수원갑(장안구)은 대표적인 보수 지역이다. 그의 보수적 색채가 3선에 도움이 됐다는 평도 많다. 그래도 여전한 질문은 있다. 의원님이 왜 거기서 나와요. ▶당적(黨籍) 변경을 어떻게 볼 것인가. 투표 결과로 결론지어진다. 당선되면 용서된 것이다. 낙선하면 심판받은 것이다. 투표가 추인하는 여론 평가다. 이게 현실 정치다. 이찬열 당적 변경, 평가는 장안구민의 것이다. 김영환의 당적 변경, 평가는 안산시민의 것이다. 기존 표까지 쓸어가면 압승일 것이고, 새로운 표도 얻지 못하면 참패일 것이다. 이래저래 해당 지역 주민에게는 21대 총선을 보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세계지질공원 손색없는 한탄강

한탄강을 처음 만난 것은 2003년이다. 김추윤 신한대 교수가 한탄강이 보배로운 강이다. 집중 조명할 가치가 있다며 지역신문에서 이런걸 해야되지 않느냐고 했다. 취재 욕심과 호기심이 발동해 한탄강을 찾기 시작했다. 지리학을 전공하고 향토역사문화에 박식했던 김 교수가 많은 자료를 챙겨줬고, 현장 취재에 동행했다. 강줄기를 따라 강원도 철원부터 경기도 포천ㆍ연천을 누비고 다녔다. 한탄강 자료가 많지 않고, 지형 자체가 계곡이 깊어 강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강의 일부분은 민통선내에 있어 군부대 허락을 받아야 했고, 유실된 지뢰를 밟지 않을까 늘 조심스러웠다. 자료 준비와 답사, 취재를 수개월 하고 2004년 38회에 걸쳐 한반도의 보고 한탄강이란 기획 시리즈를 경기일보에 연재했다. 한탄강 시리즈는 임진강의 지천 정도로 묻혀있던, 한편으론 방치됐던 한탄강의 가치를 집중조명한 탐사기획이다. 한탄강은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화산이 폭발해 생긴 강으로 젊은 유년기 지형이다. 북한의 평강에서 발원해 비무장지대를 지나 남한의 강원도 철원을 거쳐 경기도 포천ㆍ연천을 흘러 임진강과 만난다. 길이는 141km에 이른다. 한탄강 시리즈는 강 곳곳에 숨겨진 보석들을 찾아내고 그 가치를 재발견해 테마별로 조명했다. 이 탐사보도로 2005년 큰 상을 받는 영광을 안았고, 2006년에는 한탄강 단행본을 출간했다. 2010년이 지나면서 한탄강이 뜨기 시작했다. 감춰졌던 보물들이 하나하나 가치를 인정받았다. 2012년 포천의 현무암 협곡 및 비둘기낭 폭포가 천연기념물 제537호로 지정됐고, 2013년에는 포천ㆍ연천의 아우라지 베게용암이 천연기념물 제542호로 지정됐다. 또 2015년 12월에는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받았고, 지금은 세계지질공원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 중이다. 한탄강은 내륙에선 보기 어려운 화산암지대로 주상절리와 협곡 등 경관이 뛰어나다. 고중신생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암석이 분포해 지질학적으로 중요하고, 폭포주상절리판상절리하식애하식동굴 등 다양한 화산지형이 그대로 남아있어 지구과학적 가치와 생태학적고고학적역사적문화적 가치가 높다. 한반도 형성과정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지질시대 암석을 살펴볼 수 있어 살아있는 지질 교과서라고도 한다. 한탄강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 여부가 내달 결정된다. 세계지질공원은 유네스코가 미적, 고고학적, 역사ㆍ문화적, 생태학적,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곳을 보전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정하는 구역이다. 한탄강은 여기에 손색이 없다. 한탄강 세계지질공원, 3월에 기쁜 소식이 있기를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반지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오스카 4관왕을 차지하면서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 속 기택네 반지하집도 화제가 돼 외신들이 한국의 반지하를 조명하고 있다. 반지하 주택의 기원을 캐는가 하면, 반지하 거주자들을 인터뷰하며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영국 BBC는 서울의 반지하에 사는 진짜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르포 기사를 보도했다. BBC는 영화 기생충은 허구의 작품이지만 반지하(banjiha)는 그렇지 않다. 한국의 수도 서울에는 수천명의 사람이 여기에서 산다고 했다. 빛이 거의 없어 다육식물도 살기 힘들고 사람들은 창문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다. 10대들은 그 앞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땅에 침을 뱉는다. 여름에는 참기 힘든 습기와 빨리 퍼지는 곰팡이와 싸운다. 한국에서는 멋진 차나 집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여겨지고, 반지하는 가난을 상징한다. 내가 사는 곳이 내가 누구인지를 규정한다. 반지하에 사는 30대 초반 청년이 BBC와 인터뷰한 내용이다. BBC는 서울에서의 반지하는 젊은이들이 열심히 일하고 더 나은 미래를 희망하면서 살아가는 곳이라고도 했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내외부 사진을 곁들여 반지하 주택을 보도했다. 아사히는 도심에서 주택 부족이 심화하면서 저소득층이 저렴한 지하층 방에 살기 시작했지만, 최근 젊은이들이 몰리는 이태원 등의 관광지에선 반지하를 살린 카페나 잡화점이 독특한 구조로 인기를 끌고있다고 했다. BBC에서도 소개했듯, 한국의 반지하는 남북 분단과 급성장이 만들었다. 정부는 1970년 안보상의 이유로 대피용 지하층을 의무 설치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지하층 거주가 불법이었지만 암암리 주거용으로 개조해 셋방을 놓기 시작했다. 서울이 급성장하면서 주택 부족이 심각해졌고, 1976년에 지하층 거주가 허용됐다. 1984년 다세대주택이 도입되면서 독립된 세대로서 지하층 주거가 합법화됐고, 90년대 관련규제가 완화되면서 반지하가 크게 늘었다. 2005년만 해도 서울의 반지하 거주는 11%를 차지했으나 주차 기준이 강화되고 침수 문제로 규제가 생기면서 줄기 시작해 현재는 약 2% 정도다. 반지하가 세계적 현상인 빈부격차를 논하는 하나의 상징이 됐다. 반지하는 한국에만 있는 주거 공간이다. 봉준호 감독도 칸영화제에서 반지하는 영어나 불어에는 없는 단어로 한국만의 독특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빈곤과 반지하는 따로 떼기 어렵다. 정치권은 봉준호 기념관, 봉준호 공원, 봉준호 생가터 복원, 봉준호 동상, 봉준호 영화박물관 등 봉준호 마케팅에만 열 올리지 말고 빈부격차 완화, 반지하 탈출에 신경써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보건교사와 코로나19

보건교사들에게 2월은 잔인한 달이다. 3월 새학기를 앞두고 많은 보건교사들이 학생ㆍ교직원들의 건강 관련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분장을 요구하지만 그들의 목소리에 경청하는 이는 없다. 학교 현장에서 행정실과 보건교사 간에 업무분장을 두고 수많은 갈등이 야기되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업무분장은 학교장 결정사항이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사실상 먼 산 불구경하듯 뒷짐을 지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다보니 보건교사들이 공기질미세먼지수질 관리에 방역, 석면 관리나 물탱크 관리까지 독박 잡무에 치여 파김치가 되는 기형적인 일들이 당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 학교 현실이다. 과밀학급이나 기간제 보건교사의 경우 잡무 부담은 이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면증, 공황장애까지 호소하고 심지어 학교를 떠나는 보건교사들도 있다. 그런 가운데 코로나19로 일선 학교에선 감염증 확산방지 1차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보건교사들이 정신없이 더 바빠졌다. 교직원ㆍ학생 교육부터 시작해 외국여행 학생 전수조사, 가정통신문 발송, 마스크와 손 세정제 구입 및 제고 관리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하루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감염병이 돌 때면 보건교사들의 역할은 중요하다. 현재 많은 학교들이 겨울방학 기간이 그나마 다행이지만 온갖 새로움으로 생동하는 올해 3월은 코로나19까지 대응해야 하는 보건교사들에겐 더 잔인한 달이 될 것이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이후 2016년 학생 감염병 예방위기대응 매뉴얼이 개정됐다. 감염병 발생 시 학교 내 대응주체가 보건담임교사 중심에서 모든 구성원으로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감염병 대응 업무에 있어 보건교사 의존도가 높다. 비상상황으로 감염병 관련 업무가 폭증했지만, 여전히 수업 직전, 쉬는 시간 밀려드는 학생들의 응급처치를 서둘러 마무리 짓고 허둥지둥 수업에 들어가고 있다. 코로나19로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 보건교사들은 시설환경 관리 업무분장을 놓고 행정실, 학교장 사이에서 갈등과 반목, 싸움을 올해도 하고 있다. 경기도 보건교사들의 바람은 오직 하나다. 학생들에게 전념하고 싶다. 강현숙 사회부 차장

[지지대] 생존본능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나면서 지역사회에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초기에는 중국 우한 방문자만 검역 대상이었다. 지금은 중국 외 태국, 일본 등 타 국가 방문자는 물론 지역사회 이웃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제 동네 병원, 영화관, 마트, 식당 등 감염 경로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다. ▶코로나19가 공포감을 주는 이유는 치료 백신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크다. 결국 자신의 면역력이 바이러스를 극복해야 하는데 면역력이 약한 노인이나 어린이 등에게 더 치명적이다.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류의 생존 방법은 끝없는 변이를 일으키는 것이다. 독자 생존이 불가능한 바이러스는 본능적으로 새로운 변이를 일으켜 매개체를 통해 확산, 생존하려 한다. 이 같은 바이러스의 생존본능이 코로나19처럼 인간을 병들게 한다. 변화해야 살아남는다는 세상의 기본 원리를 코로나19가 보여주고 있다.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빈부 계급 간 차이를 풍자적으로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아 아카데미 오스카 트로피를 4개나 들어 올렸다. 현실의 기생충 역시 혼자는 자립할 수는 없다. 숙주에 몰래 들어가 양분을 빨아먹고 번식한다. 기생충의 생존전략이자 본능이다. 숙주의 환경 변화에 적응해야 살 수 있다. 숙주가 죽거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기생충도 죽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기생충의 운명이다. ▶4ㆍ15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생존본능도 꿈틀거리고 있다. 저마다 혁신과 변화를 외치며 자신이 국민의 대표 자격이 있다고 주장한다. 현대 정치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특히 정치인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그들의 불안감은 선거를 앞두고 공약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나온다. 어떤 정치인이 민심을 제대로 읽고 얼마나 어떻게 변화된 모습을 시민들에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살아남을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 바이러스처럼 치명적이거나 기생충같이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하느냐 이번 총선에서 정치인들의 생존본능을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다. 식상한 정치에 시민들은 냉정하다. 이선호 지역사회부장

[지지대] 전염병 보도는…

시흥에서 신종 코로나 환자가 발생했다. 언론이 환자들의 경로를 보도했다. 25번 환자-매화 할인 마트, 엘 마트 시흥점, 26번 환자-엘 마트 시흥점, 27번 환자-태양 38년 전통 그 옛날 손짜장. 방송은 화면까지 생생히 내보냈다. 모자이크도 하지 않았다. 이런 기사들이 인터넷으로 옮겨졌다. 매화 마트, 엘 마트 시흥점, 손짜장이 유명세를 탔다. 거기 섬뜩한 예단이 따라붙는다. 신종 코로나를 옮긴 매장, 신종 코로나 균이 있는 식당. ▶저렇게 보도를 하면 어떻게 하냐. 독자들의 걱정이 많다. 그도 그럴 만 하다. 태양 손짜장은 시흥 맛집으로 꼽힌다. 손으로 면을 뽑는 고집으로 유명하다. 자장면(6천원), 짬뽕(7천500원)을 찾는 시민이 많다. 이 식당에 코로나 공포가 덮쳤다. 매화 마트나 엘 마트도 같은 처지다. 서민들이 찾는 평범한 매장이다. 한 달 벌어 한 달 세(貰) 내는 자영업체일 것이다. 이번 보도로 인한 타격이 클 것이다. 독자들이 이걸 걱정하는 것이다. ▶잠깐 중국을 보자. 언론에 대한 개념부터가 다르다. 공산당 혁명의 선동수단으로 시작했다. 지금도 권력의 편에서 편집된다. 창궐하는 전염병 보도가 반가울 리 없다. 국익(國益)에 반하는 몹쓸 보도로 여긴다. 의사 리원량이 신종 코로나를 경고했다. 의사 8명이 뜻을 같이했다. 그러자 중국 경찰이 다 잡아갔다. 사회 불안을 야기한다는 혐의였다. 풀려난 리씨는 진료 중 감염됐고, 끝내 숨졌다. 세계가 지금 중국의 언론 정책을 지적한다. ▶중국 내 사망자 수가 1천명을 넘었다. 정확히는 1천16명이다. 누적 확진자가 4만2천638명이다. 이 가운데 7천300여명이 중태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발표한 11일 0시 현재 통계다. 우리나라 환자는 28명이다. 사망자는 없고, 4명은 완치돼 퇴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11일 오전 9시 통계다. 두 나라의 피해 상황이 극명하게 갈린다. 원인을 단순히 정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언론의 차이가 그 속에 있음은 분명하다. ▶환자 실명은 감춰진다. ○번 환자라는 표기가 자리 잡았다. 대신, 감염경로는 상세히 보도한다. 태양 손짜장, 매화 할인 마트라고 특정해 쓴다. 언론의 사회예방적 기능이 그런 것이다. 물론, 고민이 끝나진 않는다. 피해를 본 태양 손짜장, 매화 할인 마트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숙제는 남는다. 재난에 대하는 국가와 지자체 지원을 촉구해야 한다. 망하지 않도록 보살피게 해야 한다. 여기까지가 전염병을 보도하는 언론의 책임이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마용성 뺨치는 ‘수용성’

두더지 게임이란게 있다. 게임용 망치를 이용해 무작위로 튀어 오르는 두더지 모양의 인형을 때려 잡는 게임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두더지 게임에 비유한다.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뛴 지역에 고강도 규제를 가하면 규제를 피해 다른 지역에서 가격 폭등이 일어나고, 그러면 또 정부는 그 지역에 규제를 가한다. 현재의 부동산 폭등 현상은,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는 풍선효과와도 같다. 정부의 규제가 덜 미치거나 거래시장 단속이 느슨한 지역에서 풍선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 수용성이란 신조어가 생겼다. 경기 남부의 수원ㆍ용인ㆍ성남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 생긴 말이다.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서울의 마용성(마포용산성동)에 빗댄 것으로, 12ㆍ16 대책 등으로 서울 전역의 규제가 강화되자 수도권 집값이 급등세다. 수용성이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데 집값이 미쳤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거품이 끼었다는 분석도 있지만 풍선효과와 대형개발 및 교통 호재 등으로 계속 오름세다. 지난해 10월 수원 영통구 광교자연앤힐스테이트 전용 84㎡는 10억8천만원에 거래됐는데 2개월 후인 12월에는 12억7천만원에 팔렸다. 최근엔 신분당선 연장(광교~호매실)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호가가 13억5천만원까지 뛰었다. 지난해 6월 입주한 용인 수지구 성복역 롯데캐슬 골드타운의 전용 84㎡는 지난달 초 11억7천200만원에 팔렸다. 3개월 사이 3억원 넘게 올랐다. 이들 지역은 최고가 신기록을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1월 중순까지 전국에서 아파트 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수원 영통구다. 한 달간 평균 3.15% 올랐다. 수원 팔달구(1.69%), 용인 수지구(1.06%), 성남 중원구(0.92%)도 경기도(0.49%) 아파트 값 평균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분양시장도 과열 양상이다. 지난 4일 수원 팔달6구역 재개발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의 미계약 아파트 42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 6만7천965명이 몰렸다. 수용성의 아파트값 폭등을 반기는 이들도 있지만, 상대적 박탈감과 내집 마련의 꿈이 더 멀어져 한숨 짓는 서민이 많다. 이 지역의 과열이 지속되면 정부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또 두더지 잡기에 나설 것이다. 그때 그때 망치로 때려잡는 두더지 게임같은 규제 정책으로 여기저기서 튀어오르는 폭등 현상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소비자들은 피해를 입지않게 투자에 신중해야 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가격 담합, 부동산 허위매물 등 시장을 어지럽히는 행위를 단속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자가격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20번째 확진자는 15번째 확진자의 처제다. 15번째 확진자의 거주지인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다세대주택의 다른 호수에 거주한다. 지난 2일 15번째 확진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후 20번째 확진자를 비롯해 같은 건물에 사는 가족ㆍ친인척은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검체 검사를 했고,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자가격리를 하던 중 4일 저녁 인후통 등 증상이 나타났고, 다음날 오전 장안구보건소를 찾아 다시 한번 검체를 채취했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의 2차 검사 결과, 양성으로 판명돼 현재 국군수도병원에서 격리치료 중이다. 자가격리 중에 증상이 나타나 감염이 확정된 사람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음성이었던 사람이 자가격리 중 2차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온 사람도 있다. 가족이나 같이 식사한 지인 등의 감염 사례가 늘면서 1천여명으로 불어난 자가격리자들이 감시망을 피해 거리를 확보할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자가격리는 역학조사관이 환자와의 접촉, 중국 체류 등 신종 코로나 감염 의심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잠복기 14일간 집에서 나가지 않도록 하는 조치다. 질병관리본부는 2, 3차 감염자가 늘면서 지난 4일부터 확진자와 접촉한 모든 사람을 집에 격리시키고 있다. 자가격리자들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1대 1로 관리한다. 자가격리자가 늘면서 이들에 대한 동선 관리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보건소는 자가격리를 통보하면서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실질적 관리는 지자체와 보건소 직원이 하루 2차례 이상 전화를 해 집에 있는지 확인하는 정도다. 그러다보니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최근 페이스북에 자가격리 대상자가 격리를 거부하고 연락 두절되거나 그냥 벌금 내겠다고 거부한 사례를 공개했다. 자가격리는 격리자의 자발적 협조를 요구하는 시스템에다 이들의 일탈을 억제하기 위한 관리인력 부족 등의 한계로 허술한 점이 많다. 격리명령을 어길 경우 처벌만 강조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 자가격리자는 별도 방을 쓰고 식사도 따로 하는 등 가족과 2m 거리를 유지한 채 생활해야 하지만 제대로 지키는지 확인이 어렵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수원에서 20번째 확진자가 나오자 일정한 공간에 스스로 격리하는 자가격리는 다른 가족과 접촉할 수밖에 없어 완벽한 격리가 이뤄지기 힘들어 더 세밀하게 관리해야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가족간 감염 사례가 계속 느는 것은 방역의 허점이다. 3, 4차 감염으로 번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국민 위에 선 정권은 위태롭다

1972년 6월17일 새벽 2시30분께 워싱턴 D.C의 한 빌딩 경비원으로부터 불법 침입 신고 전화가 접수된다. 긴급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5명의 불법 침입자와 카메라, 도청 장비를 압수한다. 이들 중 한 명은 공화당의 닉슨 재선위원회 소속이고 또 다른 이는 백악관 직원이었다. 미-베트남 종전 6개월 전이자 대통령 선거로 주 전역이 후끈 달아오를 때다. 대부분 언론이 단순 절도로 보도했지만 워싱턴 포스트는 민주당사 도청을 시도한 5명 체포라는 제목으로 1면에 게재했다. 일명 워터게이트 사건이 수면으로 떠오르는 순간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정치적으로 이슈화하지 않았고 선거양상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이후 연이어 터지는 언론 보도로 백악관 도청 공작이 드러나고 닉슨 책임론이 제기됐다. 재선에 압승하고 여론의 지적에도 버틴 닉슨은 결국, 국민에 잘못을 시인하고 대통령직을 사임한다. 결정적 증거인 백악관 녹음 시스템이 상원 청문회에서 폭로되지 않았더라면 사건은 그대로 묻혔다. 그의 불명예는 거짓과 수사방해 등 민주주의, 법치의 근간을 흔들고 국민을 속인 결과다. 일련의 과정에서 닉슨은 사건 은폐를 위해 법무장관이 아닌 차관보를 통해 특별검사까지 해임했다. 그가 임명한 법무장관과 차관 모두 명령을 거부, 사임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토요일 밤의 대학살의 실체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관련, 법무부가 국회의 13인 공소장 전문 제출 요청을 거부해 야당과 참여연대까지 나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법조계는 사회적으로 파문이 일었던 사건의 공소장은 모두 국회에 제출해 놓고 청와대 관련 사건부터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부당성을 지적한다. 물론, 법무부 말대로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로 전문을 제출할 경우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사건관계인의 사생활명예 등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조국 사태부터 공소장 파문까지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해 법을 무시하고 국민 알권리까지 외면하고 있지 않나 되짚어야 한다. 국민 위에 선 정권의 밀어붙이기식 행태는 위태롭다. 김창학 정치부 부장

[지지대] 코로나바이러스, 사각지대를 없애자

벌써 이번이 세 번째다. 구리에 사는 30대 17번 확진자의 경우다. 무려 3차례나 의료기관을 방문했는데 중국이 아닌 싱가포르를 방문했다는 이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 1일 중국이 아닌 일본을 방문한 뒤 확진 판정을 받았던 12번 확진자(40대 중국인 남성)도 마찬가지다. 그는 서울, 경기, 인천, 강원 등 4개 시도를 활보했다. 그가 접촉한 사람만 6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이 환자는 증세가 나타난 상태에서 돌아다녔기 때문에 접촉자 가운데 추가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도 매우 크다. 14번 확진자는 12번 확진자의 부인이다. 지난 4일에는 태국 여행 후 지난달 19일 입국한 40대 한국인 여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16번 확진자다. 명절 기간이던 지난달 25일 오후부터 오한과 고열 등의 증상을 보였고, 동네 병원과 대학 병원까지 갔지만, 중국 방문력이 없다는 이유로 집으로 돌아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의심환자로 분류되지 않아 단순 폐렴약을 처방받은 것이 전부다. 18번 확진자가 16번 확진자의 딸이다. 이제껏 질병관리본부의 대응지침은 고열과 호흡기 증상이 심각한 환자라도 중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면 의심환자로 분류하지 않았다. 지난 3일 질본은 검사 기준을 완화했지만, 중국에서 입국한 인원에 대해서만 신종 코로나 검사를 한다는 방침은 요지부동이었다. 중국을 방문하지 않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질병관리본부의 대응지침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본보는 지난달 30일자부터 주창했다. 18명의 확진자 중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를 거친 확진자만 3명에 이르고, 이를 통한 2차 감염자도 2명이나 발생했다. 더욱이 이들은 10일이 넘도록 관리대상에서 제외돼 슈퍼 바이러스 유포 환자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가 검역망을 넓혀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 조치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조금 과하게 대응하겠다고 대통령부터 언급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명관 사회부장

[지지대] 재난과 표(票)

A는 세월호 수사 책임자다. 지금도 말을 아낀다. 부담이 컸던 사건이라서다. 그런 그에게 들은 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수사 막바지에 했던 말이다. 유족들이 어느 순간 바뀌었다. 그걸 보며 수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구나라고 직감했다. 다른 하나는, 한참 뒤에 했던 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이 불거진 뒤였다. (수사팀의 소견으로는) 희생자들은 침몰 50분 이후 모두 숨졌다고 봤다. 독백처럼 했던 말이다. ▶그는 검사다. 검사 시각에서 한 말이다. 그 후 세월호는 수사를 떠나 정치로 갔다. 더 정확히는 국민적 분노와 결합했다. 세월호 분노의 출구가 됐다. 모든 분노의 탄착점이 됐다. 사라진 7시간과 세월호 침몰은 어떤 연관도 없다. 그 7시간이 살렸을 생존자도 입증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족은 분노했다. 많은 국민도 분노했다. 분명 이성보다는 감성의 영역이었다. 이런 분노가 대통령도, 정권도, 그리고 역사도 바꿨다. ▶정치권엔 큰 학습이었을 게다. 재난과 정권을 결부 짓는 공식이 됐다. 신종 코로나 난국에서 재연된다. 전염병과 정권 책임을 연결하려는 시도가 많다. 대통령이 지나친 불안감을 자제하자고 했다. 야권이 안일한 인식을 개탄한다고 공격했다. 정부가 후베이성을 방문한 외국인 입국 금지를 발표했다. 야권이 중국 눈치 보다가 늦었다고 공격했다. 예외가 없다. 정부의 모든 방역 진단ㆍ대책이 야권엔 공격 거리다. ▶공식은 이번에도 얼추 맞아 가는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떨어졌다. 긍정 평가가 45%로 전주보다 2.0%p 내렸다(리얼미터ㆍ28~31일 조사).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도 추락했다. 34%로, 최근 20주 동안 가장 낮았다(한국갤럽ㆍ28~30일 조사).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여성들에게 민감한 이슈라고 설명했다. 야권 지지도가 반등한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여권이 긴장해야 할 추이다. ▶신종 코로나는 중국에서 발원했다. 문재인 정부의 잘못이 아니다. 중국 여행객은 한국 산업에 절대적이다. 쉽게 결정해선 안 될 일이다. 무조건 문재인 정부의 탓으로 몰고 가면 안 된다. 그런데 여기에 오버랩 되는 다른 목소리가 있다. 세월호는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이 아니다. 아이들의 희생은 현장 구조의 일이다. 박근혜 7시간과 연결할 수 없다. 진영이 만들어내는 전혀 다른 재난 해석이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언택트 소비

경기지역에서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5명 발생했다. 국내 12번째 확진자가 CGV 부천역점에 지난달 두 차례 방문했다는 통보에 이 영화관은 1일 상영 중인 영화를 모두 중단하고 휴업에 들어갔다. 이마트 부천점도 1214번째 확진자 부부가 들른 것으로 알려져 2일 오후 영업을 중단했다. 2일 수원에서 국내 15번째 확진자가 나오자 그의 아내가 근무하는 AK플라자 백화점 수원점과 백화점에 입점한 CGV 수원점은 3일 방역소독을 위해 휴업에 들어갔다. 장안구 천천동에 사는 15번째 확진자의 동선이 공개되면 휴업에 들어가는 업소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다녀간 것으로 드러난 업체들이 잇따라 해당 점포의 문을 닫고 있다. 곳곳의 백화점, 면세점, 대형마트, 영화관 등이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시민들의 불안감이 점점 커지면서 외출을 삼가해 오프라인 시장은 평소보다 고객이 크게 감소해 냉기가 돌고 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업계 전반에 미치는 타격이 작지 않을 것이란 우려다.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대면 접촉을 하지않는 언택트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언택트(Untact)란 콘택트(contactㆍ접촉하다)에 부정의 의미인 언(un-)을 합성한 말로, 소비자가 매장을 방문해 직원 등과 접촉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원하는 물건을 주문해 배달받는 소비 경향이다. 감염자의 침방울이 튀어 닿거나, 손에 묻은 채로 얼굴을 만지면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대한 대면 접촉을 피하는 언택트 소비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말, 평소 같으면 사람들로 붐비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개점휴업을 연상시킬 정도로 한산했다. 주말 사이 신종 코로나 확진자 수가 더 늘면서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이들이 많아서다. 오프라인 매장은 찬바람이 불었지만 온라인은 클릭 광풍이 계속됐다. 온라인 쇼핑업체 11번가는 국내 4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6일동안 즉석밥 주문이 58% 늘었다. 제균티슈는 343%, 손 세정제는 6천679% 폭증했다. 이 업체는 생필품 전체 구매가 이전보다 2배 늘었다. 유통업계에선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가 2015년 메르스 때처럼 언택트 소비를 확산시키는 데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전염병이 발생하면 온라인으로 장을 봐서 끼니를 해결하고 생필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게 된다. 국민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종식시키는 데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마스크 대란

우한에서 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중국 전역을 비롯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경기도 5명을 포함 15명으로 늘어 불안감이 더 커지면서 약국, 마트, 편의점을 비롯한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마스크를 구하기 힘들어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판매자들이 마스크를 사재기하고 가격을 올리면서 마스크를 제값에 구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들을 엄벌해달라는 청원이 등장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본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고한다. 보건용 마스크는 입자차단 성능에 따라 제품을 구분하는데 신종 코로나 같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선 KF94KF99 등급의 마스크를 사용해야 한다. KF는 코리아 필터(Korea Filter)를, 뒤의 숫자는 입자차단 성능을 뜻한다. 숫자가 높을수록 차단율은 높지만 숨쉬기가 불편해 KF94 착용을 많이 한다. 하지만 KF94도 임산부, 호흡기 심혈관 질환자, 어린이, 노약자 등이 장시간 착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마스크 착용으로 호흡이 불편하면 사용을 중지하고, 필요하면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마스크는 국내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달 23일 이후 판매가 급증했다. 최근 한 온라인 쇼핑몰에선 KF94 마스크 대형 60매를 23만8천800원에 판다는 내용이 올라와 불만이 쏟아졌다. 마스크 1매당 약 4천원꼴이다. 소비자들은 바이러스보다 사람이 무섭다, 목숨 갖고 장사하나라며 불안 심리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는 행태를 비난했다. 기존 구매자에게 품절을 이유로 구매를 취소하고 다시 가격을 높여 판매하는 얌체 판매자까지 나오자 마스크 폭리를 막아달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마스크는 이제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사재기 하는 사람도 있고, 중국인 관광객이나 보따리상의 싹쓸이 쇼핑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마스크를 구할 수 없게 되자 중국인들이 몇박스씩 사서 본국으로 보내고 있다. 중국인 1명이 400만500만 원어치씩 사가기도 한단다. 마스크 폭리에 비난 여론이 들끓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대응책을 내놓고 가격 안정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경기도는 마스크 매점매석 행위에 대해 형사고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부당이득죄로 형사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사람의 절실한 상태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라는 판단에서다.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폭리를 취하는 행위, 옳지 않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사회인 야구 단톡방의 기우(杞憂)

사회인 야구를 시작한 지 십수 년이 지났다. 지난 2008년 고등학교 동기들로 시작된 팀이 지금은 더 다양한 직종의 인적 구성을 갖추게 됐다. 중국전문여행사 대표, 이벤트 기획사 대표, 중고차 딜러, 건설사 대표, 인력사무소 대표, 수산물 도소매업, 중소기업 직원, 공기업 직원, 중견기업 임원, 반도체납품 업체 대표, 개성공단 기업 직원, 포장마차 사장, 군인, 교사, 기자 등 직업이 다양하다. 이 단톡방은 하루에도 수십 번 까톡까톡 소리가 울려 아예 알림을 꺼두었다. 오전 마감시간이 지나고 휴대전화기를 확인하니 벌써 단톡방은 난리가 났다. 중국여행사 대표의 폭망했다는 글이 보였다. 이벤트 기획사 대표는 긴장을 타고 있다면서 사스에 메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까지 이번 일로 행사들을 다 취소하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냐고 하소연했다. 개성공단에서 레저 제품을 생산하던 친구는 개성공단 중단 사태로 중국에 공장을 가동해 겨우 기사회생 하나 했는데 중국 공장이 가동 중지되면서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한다고 한탄했다. 유통업을 하는 한 친구는 명동 거래처가 줄도산 위기에 있다며 2~3월에도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업종 변경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모 대학교 앞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사장은 제발 개학 이전에 사태가 종결됐으면 좋겠다고 메르스 악몽을 떠올렸다. 다양한 직종의 팀 구성원들이 감염병으로 인한 전파 위험 이외에도 저마다 파생되는 피해와 악영향을 걱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어떤 사람은 너무 호들갑 떠는 거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한다. 물론 호들갑으로 불안감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 태도는 의연하면서도 감염병과 관련된 예방과 주의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철저히 관리하고 또 점검하고 또 점검해야 한다. 현재 하는 매뉴얼이 잘못됐다면 즉각 수정하고 부족한 것들이 있으면 과하다 싶을 만큼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메르스의 교훈으로 많은 것이 개선됐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것들이 많다. 정부와 국민의 현명하고 철저한 대응으로 이른 시일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이 종식돼 팀원들의 걱정이 단순한 기우로 끝나길 간절히 바란다. 최원재 문화부장

[지지대] 설 밥상머리 민심은 ‘야당의 승’

설 연휴가 끝났다. 4월 총선을 앞둔 이번 설에도 역시 가족 간 정치 이야기는 빠지지 않았다. 설 명절 밥상머리 민심이라고 하던가. 이번 설 명절 밥상머리 민심을 놓고 여야는 서로 다른 평가를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을 챙기라는 국민의 말씀을 받들어야 한다며 임시국회를 열자고 제안했고, 자유한국당은 정권심판론이 대세였으며 더 세게 싸우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전했다. 싸우지 좀 말아라ㆍ먹고살기 힘들다는 비판에는 여야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여야가 서로 듣고 싶은 말만 듣는 것인지, 무슨 말이든 자신들이 해석하고 싶은 대로 해석하는 건지 모르겠다. 여야는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내가 느낀 이번 설 명절 밥상머리 민심은 야당의 승리다. 가족 중 여권을 지지하는 분들은 말 수가 적었고, 야권을 지지하는 분들은 말에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야당의 참패로 끝난 2018년 지방선거 이후 맞은 지난해 설 명절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야당을 지지하는 가족들이 두고 봐라. 이번 총선은 다를 거다라고 큰소리를 치시는데, 그 말을 듣는 여당 지지 가족들은 한숨만 쉬고 있다. 어찌 됐든 야당 지지 가족분들이 의기양양해서 집으로 돌아가셨으니, 결국 우리 집 밥상머리 민심은 야당의 승리라고 보인다. 비단 우리 집 뿐만 아니라 주변 지인들의 집안 분위기 역시 여당에 좋지 않은 상황임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러나 설 민심이 그대로 총선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가 전 국민을 덮치고 있다. 이 사태를 정부가 얼마나 슬기롭게 대응해 나가느냐에 따라 민심이 크게 요동칠 수 있을 것이다. 또 예상보다 화려하게(?) 컴백한 안철수 전 의원의 행보와 보수 통합 문제도 총선 핵심 이슈다. 박찬주 전 육군대장과 원종건씨 논란처럼 각 당에서 벌이는 인재영입도 총선판을 흔들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공천은 두말할 것도 없고. 3개월가량의 시간이 남아있으니 앞으로 수많은 변수가 남아있겠지만, 어찌 됐든 이번 설 명절 밥상머리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정부와 여당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면, 오는 추석 명절에 목소리가 클 가족이 누굴지 안 봐도 훤하다. 이호준 정치부 차장

[지지대] ‘3호선’ 선거

지하철만한 교통수단도 없다. 안전성, 수송량이 최고다. 무엇보다 서울 접근성도 좋다. 영통 신도시(분당선)ㆍ광교 신도시(신분당선)가 대표적이다. 지하철 연결 계획만으로 도시 가치가 폭등했다. 지하철이 개통될 때 또 한 번 폭등했다. 다른 지역 주민이 그 과정을 지켜봤다. 이제, 너나없이 지하철을 원한다. 정치인이 이런 이슈를 쫓는 건 당연하다. 앞다퉈 지하철 연장을 공약한다. 많은 지역에서 철도 공약이 1호다. ▶이번엔 그게 3호선이다. 분당에 제2, 3 판교테크노밸리가 조성 중이다. 교통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김용 예비후보(분당갑)가 선제타를 날렸다. 교통 공약 기자회견을 열어 3호선을 공약했다. 지하철 3호선 연장과 지하철 역사 신설이다. 그러자 지역 현역인 김병관 의원이 맞받았다. 김 후보 회견 직후 3호선 반격을 했다. (이미) 박원순 서울시장 면담을 통해 지하철 3호선 연장 등을 건의했다. ▶용인병(수지구)도 뜨겁다. 이우현 예비후보는 명함에 수지 지하철 3호선 유치!를 큼직하게 박았다. 지하철 3호선 연장의 핵심은 현 수서 차량기지 이전이다. 20만여㎡의 부지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이 땅을 내놓겠다고 나선 게 용인시다. 용인시의회 의장 출신인 이 후보는 내가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경쟁자인 정춘숙 의원도 일찌감치 나섰다. 나는 이미 박원순 시장을 만나 건의했다. 현역 의원임을 프리미엄으로 내 건 작전이다. ▶뭐라 할 건 없다. 성남(분당)ㆍ용인(수지)ㆍ수원(광교) 주민의 요구가 그렇다. 3호선 연장 추진 연대가 출범했다. 청원에 2만여 명이 서명했다. 서울시도 직접 찾아갔다. 후보들에게는 3호선 연장을 공약하라고 촉구한다. 이런데 공약 안 하고 배기겠나.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관건은 이 공약에 누가 더 맛깔 나게 포장하느냐다. 저마다 더 능력 있음을 자랑한다. 그 미세한 능력의 차이를 찾아내는 것이 유권자 책임이 됐다. ▶파주에도 3호선 선거가 있다. 그런데 조금 다르다. 조일출 예비후보가 푯말을 들고 다닌다. 멈춰선 지하철 3호선 살려내겠습니다. 현역인 윤후덕 의원은 지난달 29일 관련 발표를 했다. 재추진 용역이 계약됐다고 밝혔다. 결국, 4년 전 약속을 못 지켰다는 얘기다. 철도 공약이란 게 그런 거다. 쉽지 않다. 4년 뒤 분당ㆍ수지ㆍ광교의 선거가 이렇게 안 될 거라 장담할 수 있나. 2020년 공약은 못 지켰습니다. 한 번 더 기회를 주십시오. 김종구 주필

[지지대] 이색 정당

4ㆍ15 총선을 앞두고 이색 정당들이 쏟아지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도입되는 이번 총선에서 기성 정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겠다며 창당에 나서고 있다. 27일까지 중앙선거관리위 등록을 완료하고 활동 중인 창당준비위원회는 15개다. 기본소득당은 22일 6명 후보가 21대 총선 출마 기자회견을 했다. 19일 창당한 이 정당은 당원 2만여 명 중 1030대 청년이 80%를 차지한다. 기후변화 위기와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정책으로 매월 60만 원의 기본소득 제공, 공공사회 서비스 강화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이웅진 대표는 낮은 결혼율과 초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결혼미래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전 국민 결혼 정보서비스 무료 제공, 결혼장려금 3천만 원 지원, 소득따라 최대 10년까지 신혼부부 임대아파트 지원, 맞벌이 부부를 위한 시간 연장 국공립 어린이집 1천 곳 건립을 우선 과제로 정했다. 허경영씨가 이끄는 국가혁명배당금당은 20세 이상 국민에게 1인당 월 150만 원, 65세 이상 노인에는 추가 1인당 월 70만 원 지급의 기본소득 공약을 제시했다. 청년 정당인 우리미래는 만 16세 선거권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기본소득 월 30만 원 보장, 지방분권을 통한 통일연방제 구상, 동북아 경제 중심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통일익스프레스 개통, 남북공존 실험 공간인 통일특별자치도 지정 등의 정책도 내놨다. 기독당은 1국가 2체제 통일국가 준비, 낙태 금지, 반이슬람 정책 등의 공약을 내놨다. 페트병살리기운동본부는 가자환경보호당 창당을 준비 중이다. 탈이념친환경을 내세우며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 환경노동위에 국회의원을 진출시키겠다는 포부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 핵무기를 제조하고 남북한 힘의 균등을 유지하겠다는 핵나라당도 창당을 앞두고 있다. 벤처기업인이 중심이 된 규제개혁으로 좋은 나라 만드는 당(규제개혁당)도 창당한다. 정치와 무관한 듯 보이는 벤처기업인들이 정당까지 만들어 정치판에 뛰어든 것은, 줄기차게 요구해온 규제개혁이 지지부진해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한민국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의 표시다. 규제개혁당 창당을 보며, 오죽했으면하는 생각이 든다. 정부도 정치권도 규제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색 정당의 목소리가 얼마나 국민의 공감을 얻을지 모르겠다. 원외 정당의 이색 공약은 대부분 비현실적이고 자극성에만 초점을 뒀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규제개혁당처럼 국가 미래를 위해 절박해서 나온 이들도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 자극이 됐음 좋겠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김종필·진중권-다른 말(言)

진중권 전 교수가 페이스북에 썼다. 文이 대통령에 적합한지 의문PK패밀리 대부처럼 식구들이나 챙겨. PK 패밀리, 대부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글이다.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된 의견이다. 이런 글도 있다. 이번 총선, 조국 재신임 투표추미애는 꼭두각시. 이번 총선과 조국 사태를 연결짓는 표현이다. 또, 이런 글도 있다. 똥개냐? 집앞에서 싸우게. 총선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를 겨냥했다. 고향 출마를 꼬집었다. ▶가히 진중권 시리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화제다. 여야를 안 가린다. 여권ㆍ진보가 다 먹잇감이다. 문 대통령을 패밀리 두목처럼 쏴댄다. 법무부 장관을 꼭두각시로 몬다. 얼쩡거리던 야권도 망신을 당했다. 이언주 의원의 러브콜은 좀비로 몰렸다. 독설의 원조 홍준표는 똥개가 됐다. 진중권 소재 예능이 있었다. tvn의 SNL이라는 프로그램이다. 그 제목이 모두 까기 진중권이었다. 지금이 그렇다. 진보ㆍ보수, 가릴 것 없이 깐다. ▶열독률(熱讀率) 최고다. 가장 많이 읽히는 워딩이다. 급기야 보수언론 조선일보까지 그를 추켜 세웠다. 김광일 논설위원이 엊그제 평했다. (진중권 전 교수 말은)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맛깔 나는 표현력을 지녔다. 가슴이 시원한 말, 맛깔 나는 표현. 맞다. 진중권식 언어다. 어느덧 시대 언어로 자리했다. 면전에서 욕설을 퍼붓는 용기다. 상대 속을 후벼 파는 기술이다. 그걸 잘한다던 유시민도 이제 진중권의 상대가 못 된다. ▶한 세대 전, 말 잘하는 정치인이 있었다. 촌철살인의 원조, JP(김종필)다. 5ㆍ16이 형님이고 5ㆍ17이 아우라고 한다면 나는 고약한 아우를 둔 셈이다 (1987년ㆍ80년 신군부와의 관계를 묻는 말에). 있는 복이나 빼앗아 가지 마라(1995년ㆍ퇴진을 요구한 민주계의 설 방문 세배를 받으면서). 역사는 끄집어 낼 수도, 자빠뜨릴 수도, 다시 세울 수도 없는 것이다(1996년ㆍ문민 정부 역사 바로 세우기에 반대 뜻을 표하며). ▶하나같이 예민한 사안들이었다. 모두 언어의 상대가 버티고 있었다. 5ㆍ17 민정계가 듣는 말이었고, 정적 민주계를 앞에 둔 말이었고, 연합 정부 상대 YS를 향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절대로 상대를 특정하지 않는다. 에두른 표현으로 하고 싶은 말을 전한다. 그러면서도 정곡을 찌른다. 매번 정치권을 뒤집는다. 진중권의 언어와는 많이 다른 JP 언어다. 불현듯 궁금해진다. JP였다면 조국 사태, 검찰 사태에 뭐라고 평했을까. 김종구 주필

[지지대] 양육비 안주는 ‘배드 파더스’

자녀 양육비를 주지않는 부모를 압박하기 위해 개인 신상을 공개해온 배드파더스(Bad Fathersㆍ나쁜 아빠들) 사이트 관계자가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1부는 지난 15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배드파더스 관계자 구모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정보공개 활동을 하면서 대가를 받는 등 이익을 취한 적이 없고, 대상자를 비하하거나 악의적으로 공격한 사정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본 것이다. 배드파더스는 자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 사진과 이름, 나이, 주소, 직업, 미지급 양육비 정보를 제보받아 공개하고 있다. 지금도 100여 명의 신상이 공개되고 있다. 이들은 대개 이혼 과정에서 법원 판결문이나 각서에 따라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으나 거부하고 있는 아버지, 어머니들이다. 구씨는 2018년 개인정보가 공개된 부모 5명으로부터 고소당했고, 검찰은 작년 5월 구씨를 벌금 3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구씨의 무죄 판결에 시민단체들은 반기면서 미지급 행위에 대한 제재 강화 등 본질적 해결책을 촉구했다. 한국의 양육비 이행률은 매우 낮다. 여성가족부의 2018년 한부모 실태조사를 보면 양육비를 한번도 지급받지 않았다고 답한 응답자가 10명 중 7명꼴이다. 이에 비해 처벌은 미미하다. 가장 강력한 처벌이 감치명령이다. 양육비 지급 이행 명령 위반시 미국영국프랑스 등은 징역형까지 부과한다. 미국은 양육비 이행 강화 방안의 하나로 운전면허증, 사업면허증, 전문직면허증 등 면허증 제재 조치를 하고 있다. 우리도 운전면허 제재나 출국금지 처분을 골자로 하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여러건 발의돼 있으나 진척이 없다. 양육비 문제를 개인 간의 일로만 봐선 안된다. 아이들에게 양육비는 생존 문제다.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학대 범주로 보고 이를 처벌하거나 실효성 있는 제재 조치를 해야 한다. 국가가 대신 양육비를 지급해 미성년자녀가 안정적인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이후 채무자에게 비용을 징수하는 양육비 국가 대지급제 등 제도 손질이 절실하다. 현재 국내에서 양육비를 받지 못한 아동이 100만 명쯤 된다. 그 중엔 남편이 아이까지 때릴까봐 갓난아기를 업고 도망 나온 후 양육비가 없어 고통받은 사례, 아빠가 유명 로펌 변호사인데도 양육비를 안줘 엄마가 식당 알바를 나가 아이가 방치된 사례도 있다. 지난 17일엔 30대 남성이 위자료와 양육비를 주지 않는다며 찾아온 전처를 폭행해 입건됐다. 이런 파렴치한 부모를 언제까지 방관할 것인가.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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