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100일이 돼간다. 국내 환자는 1월 20일 처음 발생했고, 2월 18일 신천지대구교회 신도인 ‘31번째 환자’가 나온 이후 급증했다. 신규 환자는 2월 29일 하루에만 909명이 발생해 정점에 이르렀다가, 확진자가 1만명을 넘은 이후 점차 줄어 최근엔 하루 10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해외유입과 지역발생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으나 이른바 ‘안정기’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숱한 고비와 어려움을 극복하며 3개월 넘게 이어가고 있는 코로나19와의 싸움은 전 국민이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에 동참하면서 큰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우리의 모범 사례는 ‘방역 한류’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신규 확진자가 며칠째 10명 안팎에 머물고 있지만 방역당국과 전문가의 경고처럼 코로나19 사태는 쉽게 끝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코로나19 종식이란 말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파력이 강한데다 경증이나 무증상인 경우가 많아 언제 다시 대유행이 찾아올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세계적 대유행(팬데믹)도 그대로인 상황이다. 신규 확진자 수 감소에 일희일비해선 안된다.
바이러스 확산세가 누그러지고 날씨가 화창해지자 잔뜩 움츠러들었던 거리가 활기를 찾아가는 듯하다. 주말이면 산과 도심공원이 나들이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골프장에도 라운딩을 즐기는 동호인들로 붐비고 있다. 감염 우려에 위축돼 서로를 경계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일상을 찾아가는 모습을 나쁘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달 30일 부처님오신날부터 5월 5일 어린이날로 이어지는 6일간의 황금연휴가 코로나19가 다시 크게 번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전 세계 하늘길이 막히며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탓에 연휴기간 제주는 항공기와 호텔 예약률이 80~90%에 이르고 있다. 강릉, 속초, 삼척, 양양 등 동해안의 리조트와 대형 숙박업소도 연휴 예약이 거의 찼다. 항공ㆍ여행업계는 ‘반짝 특수’를 기대하면서도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해 긴장하고 있다.
국민들은 여행이나 나들이를 통해 그동안 쌓인 코로나19의 피로를 씻어내고 싶겠지만, 황금연휴가 어렵사리 일궈낸 방역 성과를 물거품이 되게 해선 안된다. 개인과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생활 속 거리두기를 통한 생활방역을 계속 실천해야 한다. 느슨해진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벗기는 자칫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 있다. 거리두기가 무너지면 일상 복귀는 더 힘들어진다. 방심하다 애써 쌓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게 경각심을 갖고 스스로 기본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