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매를 맞으면서도 이유를 모르면…

쌍둥이 형제가 있다. 큰아이는 매일 사고를 친다. 부모에게 사랑받고 싶다며 설거지를 하겠다고 나서면 그릇을 깨고, 다리미질을 하겠다고 나서면 옷을 태워 먹는다. 작은아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형만 쫓아다닌다. 형이 사고를 칠 때마다 부모에게 형이 또 그릇을 깨트렸다. 형이 사고 쳤으니 나를 사랑해 달라고 고자질만 한다. 당신이 부모라면 어떤 자식에게 미소를 짓겠는가. 그릇을 깨더라도 설거지를 하는 큰 아이인가, 옆에서 형의 잘못을 일러바치기만 하는 동생인가.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압승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의 승리다. 더불어민주당의 기세가 무서울 정도다. 총선이 끝난 다음 날, 더불어민주당의 무서움을 또 한 번 느꼈다. 이해찬 대표는 승리의 기쁨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정신 바짝 차릴 때라며 당원들에게 말조심 할 것을 신신당부한다. 승리의 근본적 이유인 문재인 대통령 역시 16일 첫 메시지가 총선이 아닌 세월호다. 그리움으로 몸마저 아픈 4월이라는 문 대통령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와 대책 속에는 세월호의 교훈이 담겨 있다며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다. 총선은 언급조차 없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자신들이 왜 국민에게 회초리를 맞는지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 황교안 대표는 나라가 잘 못 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통합을 이뤘지만 화학적 결합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한다. 형이 그릇을 깼는데 왜 형을 안 혼내주느냐고 부모에게 고자질하며 형한테 회초리를 때려 달라고 떼쓰는 유치원생 같다.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자세도 갖추지 못한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야당도 변화하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이겠다. 국민이 이 정부를 도우라고 한 만큼 야당도 그 뜻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황 대표보다는 김 위원장이 고수다. 김 위원장의 저 말 속에 패인도, 부활할 방법도 다 들어 있지 싶다. 다음 선거는 2022년 3월 대선이다. 내년 이맘때는 여야가 대선 경선 레이스를 준비한다는 말이다. 통합당은 반성할 시간도, 만회할 시간도 부족하다. 이번 패배로 충격도 받았고 혼란스럽겠지만, 그럴 때 가장 빠르게 극복하는 방법은 일하는 것이다. 억지로 싸우지 말고, 습관적으로 딴지걸지 말고, 일하라!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 국회의원선거까지 계속 회초리를 맞고 있는데, 아직도 왜 맞는지 모르면, 방법이 없다. 계속 맞는 수밖에. 이호준 정치부 차장

[지지대] 생각의 근육

해마다 연초에는 한해 계획을 설계하고, 크고 작은 목표를 세운다. 대부분 취업이나 창업, 직장이나 학교생활 등 자신과 관련한 분야에서 계획할 것이다. 소소하게는 운동을 통한 건강관리, 금연, 독서 등도 단골 메뉴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것이 바뀐 형국이다. 일단 정상적인 생활이 쉽지 않다. 미국과 유럽에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사는 만큼 우리나라도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그 공포와 피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확진자 수가 줄어든 것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효과를 보는 중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모임이나 회식 등 약속은 과거보다 현저히 줄어들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극장이나 목욕탕 등 다중이용시설도 마찬가지다. 국내 스포츠는 물론 미국의 메이저리그 야구나 EPL 등 유럽 축구도 잠정 휴업상태다. 이런 때 독서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지루함을 날릴 수 있는 한 방법일 것이다. 올해 초 한 지인으로부터 독서와 관련한 책 한권을 선물 받았다. 지난해 짬짬이 줄까지 쳐가면서 읽은 책이라며, 이 책을 통해 책에 접근하는 방법을 새롭게 정립하게 됐다고 조언까지 해줬다. 매일 30분이라도 책을 읽는 습관들이기, 양에 집착하는 독서 지양하기, 무조건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책에 대한 책임감 내려놓기, 독서를 위한 방법으로 깊게 흔적을 남기면서 읽고 이후에는 반드시 사색하기 등이 이 책을 읽으면서 체득한 내용이다. 지난해 말 교육계에 종사하는 분과의 식사자리에서 자녀 교육과 관련해 책을 읽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라는 어리석은 물음을 던진 적이 있다. 그분은 책을 읽는 것은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것이 아닐까라는 현답을 주셨다. 현대인들은 걷기, 달리기, 헬스, 등산 등 운동에 시간을 투자하며 몸의 근육을 키운다.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는 독서를 통해 생각의 근육을 키우면 어떨까.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이명관 사회부장

[지지대] 차명진 말·유시민 말

정동영 노인폄훼발언. 총선 역사에 손꼽히는 설화(舌禍)다. 아니 설화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2004년 3월 26일 발생했다. 총선을 20여일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열린우리당 정 의장이 인터뷰에서 말했다. 60세 이상은 투표하지 않고 집에서 쉬어도 된다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 선거판에 소용돌이가 일었다. 대한노인회 등이 들고일어났다. 결국,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비례대표에서도 사퇴했다. 그에겐 평생의 주홍글씨로 남았다. ▶그런데 총선판도도 바뀌었을까. 언론은 그런 것처럼 보도했다. 발언 전후를 비교한 여론조사를 썼다. 46.8%(전)에서 42.4%(후)로 줄었다-한국 갤럽 조사-. 하지만, 이 시점에는 박근혜 천막당사가 등장했다. 박풍(朴風)의 영향이 컸다. 최종 선거 결과를 보자. 열린우리당이 152석으로 과반의석을 넘겼다.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쳤다. 열린우리당 압승이다. 세상 바뀔 것처럼 떠들어 대던 노인폄훼발언, 정작 표심은 바뀌지 않았다. ▶설화를 끌어가는 공식이 있다. 문제 될 발언을 찾아낸다. 앞뒤 맥락은 모두 생략한다. 반복 보도로 화두를 키운다. 피해 집단의 노기(怒氣)를 보도한다. 집단 내 차분한 목소리는 뺀다. 후보 사퇴, 책임자 사과 요구를 강조한다. 마무리 기사 제목은 대개 이렇다. 설화로 총선판 뒤집혀. 보도는 여기까지만이다. 투표일 이후 지면에서 사라진다. 설화가 바꿔 놓은 것도 없다. 노인 폄훼 발언한 열린우리당의 압승처럼. ▶차명진 말이 시끄럽다. 세월호 텐트 불륜을 꺼냈다. 언론에 쓰기에도 민망하다. 일부 언론에서 집중 조명했다. 세월호 유족들의 분노를 샀다. 미래통합당이 그를 제명했다. 유시민 말도 시끄럽다. 진보 진영 180석을 얘기했다. 반대 진영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여권의 오만함이라 규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진화에 나섰다. 언론마다 서로 의미를 부여한다. 한쪽은 통합당 감표를, 다른 쪽은 민주당 감표를 단정한다. ▶언론의 오만이고 착각이다. 유권자의 판단은 기사(記事)를 넘는다. 스스로 팩트를 찾는다. 숨겨진 맥락도 챙겨본다. 그리곤 대개 본래의 생각대로 간다. 설화라고 썼던 대부분의 선거가 그랬다. 통합당이 지면 차명진 설화라고 쓸 것인가. 민주당이 지면 유시민 설화라고 쓸 것인가. 그러면 서로 교차하는 경우의 수는 어찌 설명할 건가. 유시민 설화 속에 민주당이 이기고, 차명진 설화 속에 통합당이 이기는 경우 말이다. 괜한 호들갑이다. 이런 댓글이 많다. 그래도 나는 찍을 사람 찍는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코로나19와 쓰레기

415 총선 사전투표가 지난 10,11일 있었다. 이번 투표는 코로나19 여파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 연출됐다. 마스크를 쓰고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하는 장면이라니. 선거관리위원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유권자들에게 마스크 착용, 1m 거리두기, 투표 전후 충분한 손 소독 외에 투표시 일회용 비닐장갑 착용을 강제했다. 감염병 예방은 두 말할 필요없이 중요하다. 그러나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일회용품이 자칫 제2의 쓰레기 대란을 불러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상향되면서 일회용품을 줄이자는 사회적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개인 위생에 대한 걱정이 커지자 환경부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풀어줬다. 식품업소 내 일회용품 사용을 일시 허용하면서 커피전문점 등 매장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배달음식 및 인터넷 배송량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월 택배 물량이 2억4천255만개로 전년 동기 대비 31.7% 늘었다. 환경부는 내년부터 일회용컵을 퇴출키로 했다. 지난해 11월 일회용품 줄이기 계획을 확정하면서 2022년까지 일회용품 사용량을 35% 이상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두달 넘게 이어지면서 일회용품 사용 규제 강화는커녕 풀어주며 딜레마에 빠졌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걱정이 크다. 재택근무와 집콕이 늘면서 가정의 일회용품 쓰레기 배출량이 크게 증가했다. 일회용품 사용 후 깨끗하게 분리수거를 한다해도 이는 해결책이 못된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국제유가가 급락해 재활용 단가도 연일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재활용업계와 전문가들은 2018년 쓰레기 대란이 다시 올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폐지나 폐플라스틱을 수거하고 선별해 이익을 얻는 재활용업체들도 수익이 큰 폭으로 떨어지자 수거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달 기준 폐골판지 가격이 1kg당 56원이라는 역대 최저금액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수출길이 막히면서 1kg당 75원 수준이던 작년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폐플라스틱도 마찬가지다. 3월 페트병 등에 사용되는 PE 가격은 지난해 대비 1kg당 40원 떨어진 546원을 기록했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엄청난 양의 일회용품 쓰레기를 줄이려면 사용하지 않는 수밖에 없다. 텀블러 들고다니기, 심각한 곳이 아니면 면 마스크 쓰기, 택배 포장재 줄이기 등 생활속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보다 나부터라는 생각을 갖고 늘어나는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수능 대리시험

유명 사립대에 재학 중인 현역 병사가 선임병의 부탁을 받고 2020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대리로 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공군 모 부대에 근무하는 A 병사는 작년 11월 14일 휴가를 내고 서울의 한 수능 고사장에서 선임병(현재 전역) B씨를 대신해 수능을 치렀다. B씨는 정시전형을 통해 대학 3곳에 지원했고, 일부 학교의 합격권에 들었다고 한다. 교육당국은 지난 2월 국민신문고 공익제보로 접수되기 전까지 이런 내용을 까맣게 몰랐다. 수능 수험생은 응시원서를 낼 때 여권용 규격 사진 2매를 제출한다. 1매는 응시원서에 부착되고, 1매는 수험표에 부착된다. 수험표는 예비소집 때 받아서 수능 당일에 들고 간다. 수능 날 수험생들은 책상 위에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을 올려놓는다. 감독관은 수험생들의 응시원서 서류철을 들고 다니면서 책상 위에 올려진 수험표, 신분증과 비교한다. 응시원서, 수험표, 신분증 3가지를 일일이 확인해 수험생 본인이 맞는지 점검하는 것이다. 이번 대리시험의 수험표에는 A 병사가 아닌 B씨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시험 감독관의 신분 확인 절차에서 적발되지 않았다. 수능 시험실당 감독관은 2명(탐구영역은 3명)이고, 교시별로 교체하게 돼있다. 이날 감독관이 10여명이나 됐음에도 적발하지 못해, 수능 부정행위 감독 체계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A 병사가 B씨와 닮아 보이도록 변장을 해 감독관 눈을 속였는지, 감독관이 본인 확인을 부실하게 했는지 등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수능 대리시험이 적발된 것은 2004년 11월 치러진 2005학년도 수능 이후로 15년 만이다. 당시 범인들은 특정 과목을 잘하는 선수가 휴대전화를 숨기고 들어가 정답 번호만큼 휴대전화 숫자를 두드려 바깥의 도우미 후배들에게 답을 보내면, 이들이 다른 부정 응시자들에게 답안을 전송하는 방식으로 범행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지금의 부정행위 방지 체계를 만들었다. 모든 전자기기를 반입 금지하는 한편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필기도구도 고사장에서 지급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대리시험 사건은 정부가 대입 공정성 강화를 위해 수능 위주인 정시 비율을 현재 29%에서 40%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터져 교육당국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수능 신뢰도를 뒤흔드는 심각한 사안이다. 교사들의 주관적 평가와 부모 찬스 논란이 있는 수시 대신 정시를 공정하다고 보는 시각이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데 뒤통수를 친 격이다. 교육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중대 사안인 만큼 부정행위 방지 장치를 다시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코로나와 성실성

모든 게 바이러스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등교 개학이 네 차례 연기되는 우여곡절 끝에 9일 전국 중3ㆍ고3이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을 했다. 학생들은 오전 9시부터 각자 집에서 원격수업으로 선생님과 만났다. 학생, 교사, 학부모들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 다들 혼란, 혼동 그 자체다. 말대로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코로나19 때문에 시작했지만, 미래 학교로 한 걸음 나아가는 기회일 수 있다. 준비 안 된 온라인 개학은 교사, 학부모, 학생들의 성실성이 성공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가 다시 인기다. 프랑스 알제리 도시 오랑에 창궐한 전염병 페스트를 이겨낸 시민들의 이야기다. 전염병, 외출금지, 격리, 화장터에서 내뿜는 연기 등 생지옥이 지금 코로나19 팬데믹과 닮아 있다. 소설에서 전염병과의 싸움에서 시민들은 세 가지를 강조한다. 성실성과 연대, 그리고 희망. 의사 리유는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입니다라며 최선을 다해 역병에 맞서 싸운다. 랑베르가 성실성이 무엇이냐?고 되묻는다. 리유는 그것은 자기가 맡은 직분을 완수하는 것이다라고 답한다. 이 소설에는 위대한 인물이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모두 소시민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코로나19 때문에 교육 시스템 전체가 거대한 실험과 도전을 시작했다. 온라인 수업은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려면 받아들여야 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많은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있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할 순 없다. 부족하면 서로 채우고, 망가지면 서로 고치는 서로서로 의지하고 돕는 연대와 각자의 직분에 맞는 성실성으로 극복해야 한다. 학생으로서 제시간에 온라인 강의에 접속하는 것도 어엿한 직분이고, 교사로서 늦잠 자는 학생들 깨워주는 것도 어엿한 직분이다. 코로나19를 극복해 나가는 주역은 각자의 성실성이다. 그 성실성이 연대로 이어지면 희망은 찾아오지 말라고 해도 우리 곁에 시나브로 다가온다. 강현숙 사회부 차장 코로나와 성실성

[지지대] 첫 민선 체육회 성공을 바란다

경기도체육회 사상 첫 민간 회장을 선출한 다음날인 지난 1월 16일 아침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체육회 간부로 정년퇴임한 인사였다. 체육회장 당선자의 선거를 도운 모양이었다. 자신과 선거캠프에서 함께한 동갑내기 3명이 체육회에는 들어가지 않기로 도원결의(桃園決義)를 했다고 전했다. 자신들이 도운 후보가 당선된 것으로 만족한다는 이유였다. 그와 뜻을 함께한 두 사람은 학교장과 도청의 간부 공무원으로 퇴임한 체육 관련 인사들이다. ▶참으로 잘했다고 생각했다. 대개 선거를 돕는 사람 중에는 어떤 자리를 바라거나 다른 보상을 받기 위해서인데 평소 후배들의 존경을 받았던 분들이라 역시 달랐다. 그로부터 두 달여가 지났지만 민선 첫 도체육회장을 둘러싼 루머가 끊이지 않는다. 선거를 도운 사람들에 대한 체육회 입성과 이에 따른 경기도와의 마찰 등이 주를 이룬다. 몇몇 계약직 자리에 특정인에 대한 내정설도 흘러나온다. ▶사실여부를 떠나 이러한 소문은 민선 회장의 행보에 발목을 잡고 있다. 어떤 선거든 득표를 위해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출마자들은 당선 후 자신을 도운 사람들에 대한 보은 때문에 고민할 수 밖에 없다. 민선 첫 당선자인 이원성 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참으로 고민스러울 것이다. 더불어 그는 예산의 대부분을 지원하는 경기도, 도의회를 상대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이제 체육인들이 그 짐을 덜어주어야 한다. 그 첫 단초는 당선을 위해 뛴 사람들이다. 앞의 세 사람처럼 지지한 후보의 당선만으로도 보상 받았다는 양보가 필요하다. 그리고 종목단체와 시ㆍ군체육회를 비롯, 체육회 임직원들이 적극 나서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또한 행정과 예산을 지원하는 경기도, 도의회 역시 통 큰 지원으로 민선 체육회장 제도 도입 취지를 살려줘야 한다. 물론 엄격한 예산 집행과 행정에 대한 관리 감독은 필요하다. ▶경기체육은 규모나 예산 등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앞에서 이끌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민선 체육회장 시대 도래 이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답보 상태에 있다. 아직 진행형인 체육회장의 당선 무효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따른 본안 소송이 진행 중이고, 이런 저런 루머로 혼란스럽기만 하다. 선거 과정의 잘 잘못은 법의 판단에 맡겨두고, 이제는 체육인 모두가 첫 민선 시대 경기체육의 성공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황선학 체육부국장

[지지대] 잃어버린 봄

경찰이 20대 남자를 검거했다. 자가 격리 위반자다. 남자는 이달 초 귀국했다. 동남아 국가를 다녀왔다. 보건 당국으로부터 자가 격리 명령을 받았다. 6일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보건소는 남자와 연락이 끊어지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위치 추적을 통해 남자를 발견했다. 집 안에만 있기 답답해서 바람 쐴 겸 나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자가 격리 위반자는 고발 없어도 수사하겠다고 했다. 남자는 그날 입건됐다. ▶PC방, 카페 등이 다시 북적거린다. 손님 대부분은 젊은이들이다. 클럽 앞엔 입장객이 늘어섰다. 지난 주말, 영업을 재개한 서울 강남 클럽마다 젊은이들이 넘쳐났다. 우려는 곧바로 현실이 됐다. 강남 최대 유흥업소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종업원으로 일하던 젊은 여성이다. 여성이 일하는 9시간 동안 500여명이 업소를 방문했다. 보건 당국이 추가 감염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꽃 피는 지난 주말 있었던 일이다. 봄에 유혹된 젊음이다. ▶꾹 참고 잘 지내던 두 달여다. 젊은이들의 외부 활동을 추론할 자료가 있다. 서울 생활 인구 데이터가 분석한 통계다. 서교동, 서초4동, 신촌동, 화양동의 추이가 있다. 서교동은 5만여명(1월 10일)에서 3만7천여명(3월 27일)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신촌동ㆍ화양동ㆍ서초4동도 모두 감소했다. 특히 신천지 사태가 시작된 2월 하순 급격히 줄었다. 코로나19 공포에 젊은이들도 예민했다. 결코 무책임하지 않았다. 봄이 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답답하다며 뛰쳐나온 젊은이, 경찰에 연행됐다. 부비부비를 외치며 클럽으로 쏟아져 나온 젊은이들, 종업원 확진에 보건소 검사를 받게 됐다. 젊고 건강한 연령의 면역력은 강하다. 전문가들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 개념이다. 고연령층이 비해 그렇다는 것이다. 여전히 코로나는 인간 모두에 치명적이다. 질병관리 본부가 7일 발표한 일일 통계에 연령대별 치명률이 있다. 20대가 19.96%로 가장 높다. ▶20대의 왕성한 활동력이 걱정이다. 사회적 감염의 우려가 그만큼 크다. 가족간 전파의 가능성도 걱정이다. 연로한 부모에 전염될 경우 치명적이다. 벚꽃이 흐드러진 강변, 오색 찬란한 밤거리, 가슴을 두드리는 음악. 이번 봄도 젊음을 유혹한다. 그래도 참아야 한다. 본인과 가족, 이웃을 위해 반납할 각오를 해야 한다. 2020년을 사는 20대에게는 잃어버린 봄이다. 자가 격리를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이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도쿄올림픽 연기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심화에 도쿄올림픽이 결국 1년 연기됐다.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은 연기 논의의 배경으로 사람의 생명은 올림픽 개최를 포함한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원칙을 들었다. 연기된 도쿄올림픽은 2021년 7월23일(금)에 개막해 8월8일(일)까지 열린다. 원래 올해 7월24일(금)부터 8월9일(일)까지 예정이었는데 딱 1년 연기된 것이다. 도쿄올림픽 개최 시기는 미뤄졌지만 공식 명칭은 변함없이 2020 도쿄올림픽이다. 대회 연기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도쿄올림픽은 선수들에게 수여할 메달 5천여개에 2020 도쿄올림픽 로고를 박아 제작 완료한 상태다. 대회에 필요한 물품과 가방 등 기념품에도 모두 2020 도쿄올림픽 로고가 들어가 2021 도쿄올림픽으로 다시 제작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도쿄 2020 명칭이 유지되면서 파라과이 마라톤 선수 델리스 아얄라는 다리 문신 걱정을 덜었다. 아얄라는 다리에 TOKYO 2020과 함께 오륜기 형상을 새겼는데, 도쿄올림픽 1년 연기가 발표되자 소셜미디어에 2021을 새길 방법을 누가 알려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팬들은 2020 뒤에 +1을 붙이라고 조언하거나 2020~2021로 표현해보라 등의 아이디어를 냈다. 다행히 대회 명칭이 바뀌지 않으면서 고민은 날아갔다. 일본은 과거에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고 열지 못한 사례가 있다. 전쟁 때문이다. 1940년 9월 도쿄에서 하계올림픽, 같은 해 삿포로에서 동계올림픽을 각각 개최 예정이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 여파로 열지 못했다. IOC에 올림픽 개최권을 박탈당했다. 이후 하계올림픽은 1940년 7월 핀란드 헬싱키로 변경됐으나 2차 세계대전 발발로 개최하지 못했다. 1940년 동계올림픽은 스위스 생모리치를 거쳐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으로 개최지가 넘어갔지만 역시 개최를 못했다. 이후 2차 대전이 지속되면서 1944년 런던올림픽(하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올림픽(동계) 역시 열리지 못했다. 1896년 아테네에서 제1회 올림픽이 열린 이후 취소된 경우는 하계동계 대회 통틀어 5차례다. 모두 전쟁이 원인이다. 바이러스 때문에 취소된 적은 한번도 없다. 2010년 밴쿠버 동계, 2016 리우 올림픽 때 각각 신종플루, 지카바이러스가 창궐했지만 올림픽은 차질없이 진행됐다. 손실은 크지만 도쿄올림픽 1년 연기는 현명한 결정이다. 모든 사람의 건강을 보호하고 바이러스 전파 차단에 기여해야 하는 것은 스포츠라고 예외일 수 없다. 지금은 지구촌이 바이러스 종식에 적극 협력할 때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시급한 ‘스토킹 처벌법’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범죄로 구속된 사회복무요원 강모씨의 스토킹(stalking)이 공분을 사고 있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과 아동 살해를 공모한 강씨는 A씨를 대상으로 2012년부터 최근까지 스토킹 범죄를 저질러 왔다. 피해자 A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가해자 신상공개를 요구하며 올린 스토킹 피해 내용은 악랄함에 소름이 돋는다. 강씨의 고교 담임교사였던 A씨는 재직 당시부터 스토킹에 시달려 법적해결을 시도했지만 처벌은 물렀고 가해자의 협박 강도는 더 세졌다. 강씨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A씨 곁을 맴돌며 공포스런 위협을 했다. 결국 2018년 상습협박 혐의로 구속돼 1년2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강씨는 복역을 마치고 2019년 3월 출소했고, 수원의 한 구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게 됐다. 그는 A씨 개인정보를 알아내 복수를 예고했고, 이후 딸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강씨는 2017년 A씨 집을 찾아가 빨간색 글씨로 조각낸다. 토막낸다. 갈아버린다. 죽인다. 갈아 마신다. 튀겨낸다. 찢는다. 도려낸다. 학살한다는 내용의 A4 용지 6장을 출입문에 붙였다. A씨가 이사하면, 옮긴 집에 또 찾아가 출입문에 Ill kill you, my suicide or your genocide(너를 죽일 것이다. 내 자살 혹은 너의 학살) 등의 글을 붙였다. 전화번호를 2개 사용해도, 주민번호를 바꿔도, 차를 바꿔도, 배우자의 성별ㆍ국적 그리고 외모까지 바꿔도 어디든 쫓아갈 수 있다는 편지도 남겼다. 피해자 A씨는 개인정보 유출과 협박으로 실형을 살다 온 사람에게 개인정보를 빼갈 수 있는 자리에 앉게 하다니요? 부모님도 이름과 주민번호를 바꾸었고 평생 살던 지역에서 이사했다며 강씨의 신상공개를 호소했다. 강씨가 실형을 살고 나와 또 개인정보를 빼내고, 스토킹을 계속 한 것은 사회복무요원 관리제도에 헛점이 많은 탓이다. 또 하나, 스토킹을 경범죄 정도로 다스렸기 때문이다. 현행법에선 스토킹 범죄를 엄벌할 규정이 없다. 경범죄처벌법의 지속적 괴롭힘 조항이 유일하며, 처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5만원 미만 과태료에 그친다. 스토킹 처벌 법안은 1999년 15대 국회에서 스토킹 처벌에 관한 특례법안이라는 이름으로 첫 발의된 뒤 20대 국회까지 14차례 발의됐다. 법무부도 2018년 5월 스토킹 처벌법 제정안을 입법예고 했지만 아직도 법안 발의는 안됐다. 스토킹 행위를 어떻게 정의할지 부처간 의견 조율이 안됐다는 이유에서다. 20년간 방치된 스토킹 처벌법, 강씨 사례를 보면 당장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코로나19, 맞벌이 부부 강력한 휴가 대책 필요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맞벌이 부부들의 고충을 토로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개학이 연기될 때부터 시작한 이들의 고민은 개학 이후까지 이어지게 됐다. 교육부는 최근 9일 고3학생을 시작으로 순차적인 개학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방식은 온라인개학. 교사와 학생이 원격으로 수업하는 것으로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걸 제외하면 개학 전과 다름없이 아이들은 집에 머물러야 한다. 최근 취재를 위해 학부모들을 만나보니 맞벌이 부부들의 고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일부는 퇴사를 고민하는 정도다. 이유를 물으니 온라인수업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 먼저 나온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을 켤 줄 조차 몰라 학부모 손길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아이의 식사 등 집에서 누군가 함께 돌봐주지 않는 이상 더 어려워졌다는 게 학부모들 반응이다. 교육부가 2주씩 2번에 걸쳐 개학을 연기했을 당시에도 아이를 돌봐줄 사람은 없는데, 맞벌이는 해야하니 울며겨자먹기로 번갈아가며 휴가를 쓴다는 어느 부부가 있었다. 정부가 활용하라고 한 가족돌봄휴가는 무급휴가라 맞벌이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에겐 사실상 그림의 떡에 불과하지만, 대책은 없었다. 순차적인 온라인 개학, 즉 아이들은 집에 있고 수업만 온라인으로 하는 방식을 택한 지금도 마찬가지다. 조사를 통해 맞벌이부부에 한해서라도 회사에서 유급휴가를 줄 수 있도록 강제하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전히 정부의 입장은 휴가 쓰겠다고 하면 잘 주고, 가족돌봄 휴가도 이용하세요 정도의 권고, 딱 그 수준에 그치니 회사에 휴가를 내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하는 실정이다. 언젠가 초등학생 대상 돌봄교실 앞에서 만난 학부모는 눈물을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저기 보세요. 다른 애들은 집에서 돌봐주는데, 우리가 가난해 내 애가 저기서 시간을 보내야 해요. 사상 초유의 사태, 처음 겪는 바이러스의 공습에 우왕좌왕 할 수는 있다. 하지만 3개월째 지속하는 지금의 상황 속에서는 맞벌이 부부에 대해 희망한다면 권고 수준이 아닌 강력한 휴가 지원책도 필요하지 않을까. 인천본사 김경희 사회부장

[지지대] 사회적 경제두기

한국은행을 비롯한 수많은 경제 기관들이 지난 두달간 내놓은 지표는 실로 암울하기 짝이 없다. 올해 경제 성장률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고, 심지어 외국의 한 경제 전문 기관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마이너스(-) 6% 이상 한국 경제가 역(逆)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코로나19는 대한민국 경제를 그렇게 급속히 냉각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다. 2m 이상 거리를 두거나 외출, 모임 자제 등을 통해 언제, 어떻게 전파될지 모르는 바이러스 균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것이 이 캠페인의 골자다.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는 앞다퉈 사회적 거리두기를 홍보하면서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이 캠페인은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를 지키기 위해선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현상을 빚고 말았다. 바이러스 전파는 어느 정도 방어하며, 급 확산을 막는 역할을 했지만, 사회적 경제는 외면하고 말았다. 골목 경제를 비롯한 현장 경제가 급속도로 침몰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상할 정도로 위기에 강한 면모를 보여 왔다. IMF 사태 당시 옷장 속에 고이 모셔 두었던 금붙이를 모았던 점, 리먼 사태로 전 세계 경제가 공황에 빠질 때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견뎌냈다. 메르스 사태 역시 굳건히 이겨내며,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위한 예방 기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제 다시 한번 대한민국은 위기에서 하나로 뭉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 시발점이 사회적 경제두기가 돼야 할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IMF 사태 때가 오히려 더 나았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요 상가에는 급 임대라는 현수막이 하나 둘씩 걸리기 시작했고, 하루에 1만원도 못 번다는 식당 주인들의 푸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사회적 경제가 죽으면 결국 대한민국의 근간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 ▶혼밥, 혼술 족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더 늘어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는 골목 경제가 무너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집회를 하고 종교활동을 하고자 거리로 나오라는 말이 아니다. 음식점들은 철저한 방역을 통해 손님 맞이 채비를 갖춰야 하고, 우리는 그 식당을 믿고 경제 활동에 나서야 한다. 금액에 한계가 있는 긴급 재난 기금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단발성으로 끝날 확률이 크다. 우리 모두 사회적 경제두기에 동참해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어 보자. 김규태 경제부장

[지지대] 국회의원 허경영?

국가혁명배당금당(이하 허경영당)이 8억4천만원을 받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급하는 선거 보조금이다. 정당 가운데 7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은 3천67만원이다. 이보다 무려 26배나 많다. 보조금 지급 항목은 여성추천보조금이다. 전국 지역구 총수(253개)의 30%(76개) 이상일 때 주는 돈이다. 허경영당은 이번 선거에 77명의 여성 후보를 냈다. 처음부터 보조금을 계산에 둔 여성 공천이었을까. ▶여간 씁쓸하지 않다. 여성추천보조금은 여성의 정치 참여를 유도하는 장치다. 적지 않는 국고를 들여 여성의 정치 참여를 돕고 있다. 그런데 허경영당의 모습은 전혀 다르다. 여성에 대한 성범죄 전과자가 다수 공천됐다. 조만진 후보(전남 나주ㆍ화순)는 청소년을 강간한 전과가 있다. 안종규 후보(경남 김해을)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2건이 있다. 이런 정당에 여성 권익을 옹호했다며 격려금을 준 셈이다. ▶자연스레 관심이 가는 곳이 있다. 허경영은 국회에 입성할 것인가. 허경영 대표는 이번에 비례대표 2번이다. 비례대표 자리를 얻으려면 정당 지지도에서 3% 이상을 받아야 한다. 또는 지역구 5석 이상을 얻어야 한다. 허 대표의 경우 4~5%를 얻어야 당선권에 든다. 허경영당 후보는 모두 240명이다. 주류 정당 못지않게 방대하게 포진했다. 얼핏 3~5% 득표가 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국회의원 허경영은 가능할 것인가.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비관적이다. 현재까지의 여론조사 등 판세가 그렇다. 존재감을 보여주는 후보가 거의 없다. 일례로 전북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최근 여론조사가 있다. 전주을을 조사했는데 허경영당 김주완 후보가 출마했다. 응답자 중, 단 한 명도 지지하지 않았다. 김 후보 지지율 0%다. 30%, 40%에서 4~5%는 오차 범위다. 하지만, 0%에서 오차 범위는 0%다. 안쓰럽지만, 이게 현재 허경영당의 판세다. ▶국가혁명배당금당의 로고는 독특하다. 허경영 대표의 축지법 동작이 형상화돼 있다. 공약도 독특하다. 매년 2천조원씩 확보해 복지 정책을 펴겠다고 한다. 18세 이상 국민에 1인당 코로나 생계 지원금 1억원씩 주겠다고도 한다. 국민들은 웃는다. 로고를 보며 웃고, 공약을 들으며 웃는다. 그러면서 허경영 국회의원 당선 가능성을 자못 진지하게 계산해 보기도 한다. 축지법으로 단상에 오르는 허경영 의원이라. 시쳇말로 웃픈 일이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48.1cm 총선 투표용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국민들은 불안과 공포 속에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몸을 사리고, 굶어죽게 됐다고 한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세상은 난리판이고 일상은 망가져 있다. 불안하고 고통스런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4ㆍ15 총선은 치러진다. 후보자 등록도 마쳤다. 경기지역에서는 59개 선거구에 총 241명의 후보가 등록, 평균 4.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인천은 13개 지역구에 53명의 후보가 등록했다. 이제 본격적인 여의도 입성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상당수 국민들은 그들만의 선거를 하고 있구나 생각한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감염병으로 사회 분위기도 안좋지만 선거판이 참으로 이상스럽다. 정책은 물론 정체성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고, 이름도 엇비슷한 정당들이 우후죽순 난립해 유권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2장의 투표용지를 받는다. 하나는 지역구 투표용지, 또 하나는 지지 정당에 투표하는 비례대표 투표용지다. 그런데 비례대표 투표 용지 길이가 48.1㎝나 된다. 총선 역사상 가장 길다. 비례대표 후보를 등록한 정당이 모두 35개나 되기 때문이다. 4년 전 20대 총선 때는 21개 정당이 나서 33.5㎝짜리 투표용지에 기표했는데 이번엔 훨씬 길어졌다. 기계가 감당할 수 없는 길이여서 전자개표 도입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수작업으로 분류하게 생겼다. 당연히 개표 결과도 늦어질 것이다.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길어진 것은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쉽게 하려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탓이다. 소수 목소리 역시 국민 여론의 한 부분인 만큼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통해 소통과 통합의 기회를 확대하자는 취지로 출발했다. 하지만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온갖 꼼수를 부리며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급조하는 상황까지 갔다. 위성정당에 의원 꿔주기라는 해괴한 행태도 서슴지 않았다. 당초 기대감에서 우려가 커지고, 비례대표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거대 양당의 이전투구가 초래한 기형적 비례대표 투표용지에는 듣보잡 정당들이 수두룩하다. 후보가 1명인 정당이 2개, 2명의 후보만 낸 정당이 11개나 된다. 함량 미달 후보도 상당수다. 비례대표 후보 10명 중 3명이 전과자로 밝혀졌고, 살인죄로 복역한 후보도 있다. 이런 사람들을 앞세운 정당이 공당(公黨)인지,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유권자들이 준엄하게 심판해야 한다. 21대 국회에서 위성정당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선거법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코로나19 국제연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이 지난달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써달라며 1억달러(약 1천200억원)를 기부했다. 소프트웨어 산업에 뚜렷한 업적을 남기고 물러난 빌 게이츠는 부인과 함께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만들어 질병 및 빈곤 문제 해결을 돕는 데 노력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전염병과 관련해 빌 게이츠가 주목받고 있다. 그는 여러 강연과 인터뷰에서 전염병 대유행이 인류에게 가장 큰 위협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과거엔 핵전쟁이 가장 큰 두려움이었다면 지금은 전염병이 가장 두려운 재난이라고 했다. 전염병과 관련된 가장 큰 문제는 세계 각국이 이에 대한 대책과 시스템이 없다는 점이라고도 했다. 그가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빌 게이츠가 얼마전 공개한 코로나19는 정녕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치는가라는 글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는 문화ㆍ종교ㆍ직업ㆍ빈부, 명성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이 질병은 모두를 평등하게 대하고 있다. 내 말을 못 믿겠다면 톰 행크스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톰 행크스 부부는 할리우드 스타들 중 최초로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고, 이후 많은 배우의 확진은 바이러스의 보편성을 실감케 했다. 그는 코로나19는, 우리 모두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가르친다.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가르친다. 이 지구가 병들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이 시간이 종말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다고 가르친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를 거대한 재앙으로 보지만, 나는 위대한 교정자로 보고 싶다. 우리가 잊고 살아온 중요한 교훈을 일깨워주기 위해 그것이 주어졌고, 그것들을 배울지 말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도 했다. 바이러스가 멈춰놓은 세상, 빌 게이츠의 글이 울림을 준다. 코로나19 전 세계 확진자수가 29일 65만명에 육박하고, 누적 사망자는 3만명을 넘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26일 화상으로 열려 위기 극복을 위한 전 인류적 차원의 공동대응 의지를 천명하고 국제적 연대ㆍ협력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공동성명은 생명보호, 일자리소득 지키기, 금융 안정성 보존 및 성장세 회복, 무역 및 글로벌 공급체인 붕괴 최소화, 지원이 필요한 국가 도움, 공중보건 및 금융 조치 공조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코로나19 불안과 공포에 각국이 국경 봉쇄와 교류 중단에 나서고 일부에서 배타ㆍ혐오 분위기가 확산하는 가운데 주요 국가 지도자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단결을 호소한 것은 다행이다. 국제적 공조와 협력이 어느때 보다 절실하다. G20이 선도적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정치권도 지키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국회의원의 세비를 반납하거나 삭감해 고통분담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국민적 동의를 얻고 있다.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고 위기에 처한 국민을 위해 국회의원의 월급 반납 또는 삭감을 건의한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지금 시점에서 국회의원들 스스로 월급을 삭감하거나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원은 수많은 동의를 얻어 18일 정부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넘어서더니 26일 현재 37만6천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국민청원이 화제가 되면서 아름다운 반납 릴레이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장ㆍ차관급 이상 공직자들이 급여의 30%를 반납하기로 했다. 경기도 내 자치단체장의 동참도 잇따르고 있다. 윤화섭 안산시장은 4개월치 급여 40%를 반납하고 연간 업무추진비 30%도 감액하기로 했다. 은수미 성남시장과 정장선 평택시장도 3월부터 4개월간 월 급여액의 30%를 기부하기로 했다. 한국전력과 LH 등 공기업도 동참하고 나섰다. 아름다운 반납 릴레이가 전국으로 확산하자 국회의원들도 속속 세비 반납을 약속하고 있다. 정의당은 세비 30% 반납을 결정했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소속 의원들의 45월 세비(활동비 제외)의 50%를 성금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회의원과 총선 후보자들의 세비 반납 약속을 지켜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국민청원이 제기되기 전엔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총선이 임박하니까 눈치 보기 식으로 세비를 반납 약속을 앞다퉈 쏟아 내고 있기 때문이다. 4년 더 임기를 보장받으려면 몇 달치 세비 정도는 포기해도 된다는 계산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세비 반납을 하려 했으면 서둘렀어야 한다는 얘기다. 국회의원들의 세비 삭감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각 개원이나 장외 투쟁으로 국회가 열리지 않아 여론의 뭇매를 맞을 때 단골로 논의되곤 했다. 지난해 국회 파행을 이끈 패스트트랙 사태 때도 일부 논의가 진행됐지만 결국 무산됐다. 국민은 국회의원들이 본업에 충실할 것을 원한다. 민주당 국회혁신특별위원회가 회의 불출석 일수에 따라 세비를 단계적으로 환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일하는 국회법을 발의했다. 정치권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이관식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코로나, 시민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다

시민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다시 기본수칙을 지켜주십시오! 박남춘 인천시장이 지난 1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다. 이날은 인천의 코로나19 32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날이기도 하다. 이 확진자는 약국과 병원 등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이 때문에 박 시장은 시민들에게 기본수칙, 즉 코로나19 증상이 나오면 집에서 격리하며 1339나 보건소를 통해 전화 상담을 하고 선별진료소로 방문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이 확진자는 보건소가 검체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발열설사오한근육통 등의 증상을 호소했지만, 해열제를 먹은 탓에 발열 증상이 없자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검역 당국이 과잉 대응을 하지 않은 탓은 하지 않고, 애꿎은 시민에게 기본수칙을 지키라고 과잉 대응한 셈이다. 많은 시민이 기본 수칙을 지키려 애쓰고 있다. 얼마 전 한 확진자는 무려 18층 계단을 계단으로 다녔고, 또 한 확진자는 집에서 자체적으로 격리하면서 자신의 동선까지 꼼꼼히 기록해두기도 했다. 일선 보건소 의료진 등 검역 당국이 코로나19 장기화로 현장에서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 불과 1개월 전에 우리 모두 과잉 대응을 외치지 않았던가. 만약 조금이라도 코로나19가 의심스러울 때 검체 검사하고 자가 격리를 권하면, 대다수 시민은 이 권고를 지킬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모든 공직자는 물론, 시민도 힘들고 점점 지쳐간다. 시민의 안전은 공직자들이 지켜줘야 한다. 물론 기본 수칙을 어기는 시민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시민을 탓하진 말았으면 한다. 코로나19, 시민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습니다라는 말처럼. 이민우 인천본사 정치부장

[지지대] 어떤 이의 코로나 통계

사회적 거리 두기만한 예방책이 없다. 가급적 멀리가 기본 원칙이다. 불가피할 땐 2m는 최소 원칙이다. 방역 현장에서 정립된 경험칙이다. 길 가다가 전염되진 않는다. 식사를 함께하거나, 단체로 교육을 받거나, 가족 관계에서 전염된다. 지금까지 확인된 경로가 다 그렇다. 확인 안 된 경로도 대개 그렇게 추측하게 된다. 확진자와 식사를 했거나, 단체 행동을 했다고 추론한다. 여기서 가슴 철렁한 논리가 나온다. ▶2월 1일, 한국의 12번째 확진자가 나왔다. 일본에서 귀국한 국민이다. 당시 일본의 확진자는 15명이었다. 2월 4일, 한국의 16번째 확진자가 나왔다. 태국에서 귀국한 국민이다. 당시 태국의 확진자는 19명이었다. 2월 5일, 한국의 17번째 확진자가 나왔다. 싱가포르에서 귀국한 국민이다. 당시 싱가포르의 확진자는 22명이었다. 2월 초, 한국은 코로나19의 발생 초기였다. 외국으로부터의 감염에 모두가 긴장했다. ▶우리가 놓쳤던 아주 단순한 확률을 보자. 우리 국민 12ㆍ16ㆍ17번 환자들이 감염자와 접촉-사회적 거리 이내에서-했을 확률이다. 일본은 인구 1억3천만명 가운데 15명이다. 접촉할 확률 0.000000115%다. 태국은 인구 7천만명 가운데 19명이다. 접촉할 확률 0.000000271%다. 싱가포르는 인구 600만명 가운데 22명이다. 접촉할 확률 0.00000366%다. 이 세 경우의 수가 연달아 이어질 확률, 이건 계산조차 안 된다. ▶이보다 합리적 확률이 있다. 감염된 경로가 따로 있을 경우다. 일본 확진자 15명, 태국 확진자 19명, 싱가포르 확진자 22명이 아닐 수 있다. 다른 일본인, 다른 태국인, 다른 싱가포르인으로부터 감염됐을 수 있다. 이 경우의 접촉 확률은 거의 100%에 가까워진다. 합리성의 근거는 확률의 크기다. 2월 초, 일본ㆍ태국ㆍ싱가포르엔 15ㆍ19ㆍ22명보다 확진자가 많았다. 그 수는 한국인 3명이 흔히 접촉할 규모였다. ▶우한에서 비밀에 부치는 동안 전 세계는 이미 감기 증상 비슷한 것으로 다 덮여 있었다. 이후 한국만 증세 있다 싶으면 모조리 검사했다. 20만명을 검사한 나라는 없다. 정말 악착같이 했다. 3월 13일 들은 얘기다. 이탈리아ㆍ미국ㆍ스페인의 코로나 창궐은 그 후 시작됐다. 맞을 듯하다. 코로나19는 이미 세상에 퍼져 있었고, 검사하는 양만 다를 뿐이었을 수 있다. 그날, 통계를 말했던 이는 염태영 수원시장이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축만제와 만석거

조선 22대 임금 정조는 화성을 축성하면서 동서남북에 4개의 저수지를 만들었다. 화성 축성에 담아낸 꿈, 백성이 두루 잘 사는 신도시라는 원대한 기획을 위해 농업용 관개저수지까지 조성한 것이다. 당시 농사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물(비)을 가둬두는 저수지는 가뭄으로 인한 흉작을 막아 안정된 농업을 할 수 있었다. 화성의 북쪽에는 만석거(萬石渠ㆍ수원시향토유적 제14호)가 1795년에 축조됐다. 장안구 송죽동에 위치한 만석거는 만석의 쌀을 생산하라는 의미가 담겼다. 교구정(영화정)이 있는 방죽이라는 뜻에서 교구정 방죽으로 부르다가 조기정 방죽으로 불렸다. 1936년 수원군 일형면과 의왕면이 합쳐져 일왕면으로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일제시대부터는 일왕저수지로 불렸다. 화성 남쪽에는 화성시 안녕동 사도세자 묘역 근처에 1797년 만년제(萬年堤)를 축조했다. 원형은 없어졌지만 흔적이 발견돼 표석을 세웠다. 동쪽의 지동(池洞)에도 저수지가 있었다는데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조는 1799년(정조 23년) 서쪽에 축만제(祝萬堤ㆍ경기도기념물 제200호)를 축조했다. 팔달구 화서동의 축만제는 천년만년 만석의 생산을 축원한다는 뜻이 담겼다. 축만제둔(祝萬堤屯ㆍ서둔)을 위한 관개시설로 조성된 것으로 내탕금 3만냥을 들여 만들었다. 문헌에 보면 제방 길이가 1천246척(尺), 높이 8척, 두께 7.5척, 수심 7척, 수문 2개로 돼있다. 축만제는 서호(西湖)로 많이 불린다. 화성 서쪽에 있기도 하지만, 중국 항저우의 서호만큼 아름답고 넓은 호수라는 의미도 있다. 서호에 비치는 낙조(西湖落潮)는 수원팔경의 하나로 꼽혔다. 호수 남쪽에는 1831년 건립된 풍광이 아름다운 항미정(杭眉亭)이 있다. 축만제는 2016년 국제관개배수위원회(ICID)로부터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으로 인정받았다. ICID가 축만제를 높이 평가한 이유는 가뭄에 대비한 구휼 대책과 화성을 지키는 군사들의 식량과 재원을 제공하는 등 백성의 식량 생산과 생계에 기여했고, 화성이라는 신도시 건설의 하나로 조성한다는 아이디어가 혁신적이었고, 항미정 건립으로 관개용수 공급의 단일 목적을 넘어 조선후기 선비들의 풍류와 전통을 즐기는 장소가 됐다는 역사문화적 의미가 컸다. 만석거도 다음해 같은 유산으로 등재됐다. 시민들이 즐겨찾는 공원인 축만제와 만석거가 60여년만에 공식적으로 옛 이름을 되찾았다. 수원시가 최근 국토지리정보원 고시(제2020-1130호)에 따라 서호와 일왕저수지 명칭이 원래 이름인 축만제와 만석거로 공식 변경됐다고 밝혔다. 수원시의 제 이름 찾기, 소중하고 의미있는 일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막장 정치

욕을 하면서도 자꾸 보게 되는 드라마가 있다. 막장 드라마다. 막장 드라마 스토리는 정상적인 관계가 없다. 대기업 회장의 숨겨뒀던 주인공 아들이나 딸이 등장하고, 주인공을 괴롭히는 극악무도한 악역도 등장한다. 이 악역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각종 꼼수와 계략으로 주인공을 힘들게 한다. 사기, 납치, 감금 심지어 살인교사까지 하기도 한다. 드라마 작가는 이를 통해 시청자들 입에서 욕이 나올 정도로 연출한다. 시청자들은 욕을 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막장 드라마를 계속 시청한다. ▶4ㆍ15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한편의 막장 드라마를 찍고 있다. 각종 편법과 꼼수를 동원해 오로지 승리를 위해 폭주하는 양상이다. 이는 여당, 야당,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너무도 당당하게 자행된다. 정치권 자기들 입맛에 맞게 선거제도를 변경하고 선거구도 조정하더니 이제는 비례의석을 차지하기 위해 위성정당, 연합비례정당을 앞다투어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비례 순번을 두고, 연합정당 참여를 놓고 자기들끼리 싸운다. ▶미래통합당은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이 내 놓은 비례대표 순번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위성정당도 꼼수인데 그 정당이 한 비례 공천도 다시 자신들의 입맛대로 조정한다고 한다. 꼼수에 꼼수를 더하는 꼴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연합비례정당을 추진 중이다. 더불어시민당이라고 이름까지 정했다. 명분은 미래통합당 위성정당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그러나 이 또한 위성정당 성향이 강해 통합당하고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민들은 정치권의 막장 정치 행태를 보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다. 아무리 눈앞에 총선 승리가 급하다고 민주주의 정신 등은 무시하고 편법과 꼼수를 동원해야만 했느냐는 것이 주요 비난 이유다. 누구를 위한 꼼수인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시민들도 답답하다. 여야, 네 편, 내 편을 떠나 다 저 모양이니 말이다. 이래서 찍을 정당이 없다. 후보가 없다.라는 말이 나온다. 문제는 다가오는 총선에서도 시민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대안 없이 투표소에 가서 투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막장 드라마의 결말은 그나마 해피엔딩이다. 결국, 주인공이 고난을 이기고 행복해지면서 막을 내린다. 그러나 막장 정치 결말은 정치권의 승패만 있을 뿐,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기 때문에 심각하다. 이선호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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