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슈퍼 여당, 국민 신뢰 잃지 마라

4월 15일 오전 8시. 제21대 국회의원을 뽑으려고 투표소로 가는 중 어르신을 한 분도 못 뵀다. 투표를 마친 뒤 집 근처 광교산에 오르자 어르신들의 다소 격앙된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투표하면 뭐해. 달라질게 있나. 누굴 탓해”. 대부분 현 정치를 비판하시면서도 투표 그 자체에 부정적이었다. 순간, 생각했다. ‘게임 끝났다…’ 어르신들이 반드시 보수는 아니다. 하지만 이 정권을 좌 편향으로 보시고 불편한 감정도 감추지 않으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분석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의 연령대별 투표율을 봐도 그렇다. 당시 투표율은 70대가 73.3%로 가장 높았다. 이어 60대 71.7%, 50대 60.8% 순이다. 20대는 52.7%, 30대는 50.5%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중ㆍ노년층이 투표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연령별 투표 출구조사를 보자. 50대 새누리당 39.9%, 더불어민주당 19.6%였으며 60대 이상 새누리당 59.3%, 더불어민주당 11.7%로 응답했다. 출구조사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투표한 뒤의 응답이라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지 않을까. 선거 결과, 새누리당이 패했으나 비례대표를 제외하면 더불어민주당에 단 한표차로 졌다.

21대 총선 결과는 ‘깜놀’(깜짝 놀람)이다. 총선이 치러지기 한 두 달 전만 해도 바닥 치는 경제에 정권심판론이 하늘을 찔렀고 중국발 ‘코로나 19’ 쇼킹까지 사회를 휩쓸면서 민심은 여당에 급속도로 차가웠다. 상대적으로 미래통합당에 유리한 조건이었지만 그들은 자멸했다. 정치 초보 수준의 무력한 수장, 반복된 공천 잡음, 투표 전날까지 막말 논란 해명으로 그 귀한 시간을 허비했다. 대안없는 제1야당에 든든한 기반인 노년층은 물론, 중도층과 부동층의 외면은 당연한 결과다. 이번 총선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민심은 여당에 압도적 승리를 몰아주면서 180석의 슈퍼 여당을 탄생시켰다. 헌법 개정만 빼곤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됐다. 너무 압승한 탓일까? 이낙연 당선자는 “무겁고 무서운 책임을 느낀다”며 국민 앞에 겸손히 머리를 조아렸다. 이해찬 대표도 ‘승리에 취하지 마라’고 경계의 편지를 보냈다. 더불어민주당이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 미래 권력을 놓고 친문대 비문이 충돌하지 않고 조화롭게 극복하느냐가 슈퍼 여당이 풀어야 할 숙제다. 그들만의 정치가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김창학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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