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코로나 블루

코로나19 장기화로 코로나 블루를 겪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19 사태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이는 감염 위험에 대한 우려는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일상생활 제약이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는 불안과 두려움 등 정신적 충격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실내에 머무르면서 생기는 답답함, 자신도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 작은 증상에도 코로나가 아닐까 걱정하는 두려움, 활동 제약이 계속되면서 느끼는 무기력증, 감염병 관련 정보와 뉴스에 대한 과도한 집착, 주변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 등이 이에 해당한다. 실제 코로나19가 일상생활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었다. 누구나 바이러스 영향을 받고있지만, 개인이 경험하는 고충의 종류와 강도는 차이가 있다. 대학교에 입학을 했지만 비대면 수업 여파로 캠퍼스 생활을 경험해보지 못한 신입생, 이른바 코로나 학번이 대표적이다. 초중고생들도 온라인 수업으로 학습에 문제가 있고, 친구들을 만날 수 없는 단절된 생활로 힘들다. 취업준비생이나 구직자들은 취업 기회 자체가 줄어 스트레스를 받는다. 엄마들은 어린이집이 문을 닫아 종일 가사와 육아를 병행해야 하니 힘들다.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를 하면서 업무 집중의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회사 상황이 안좋아져 그만두는 사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다. 자영업자는 문을 닫는 경우까지 생기면서 생계 위협을 받고있다. 코로나 블루가 그 정도를 넘어 분노로 변해 화병 증세를 보이는 이들도 있다. 코로나 레드 코로나 앵그리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집계한 코로나19 관련 상담 건수가 2월17일 집계 이후 40만건을 넘어섰다. 광복절 이후 2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상담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연장으로 답답함, 불안감, 막막함 등 국민들의 우울감이 더 커졌다. 개개인이 현명하게 잘 극복해야 하겠지만 정부 차원에서도 국민의 정신적 피로를 감소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병균 소독뿐 아니라 심리적 방역이 절실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이낙연 대표의 협치

견제와 균형을 하면서 서로 존중하고 협치와 양보를 이끌어냈다. 2018년 2월28일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대한민국 정치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며 연정(聯政))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도민과 함께한 경기연정 1천426일 기념식에 참석해 연정의 종료를 선언하는 자리였다. 그는 서로 처한 정치적 입장은 달랐지만 바라보는 것은 한 길이었다며 국민의 행복이라는 큰 가치를 두고 다른 입장, 다른 철학, 다른 정책을 갖고 조율하고 협치하며 소통했던 과정이기에 아름다웠다고 강조했다. 경기 연정은 지방정부로서는 최초의 실험이고 최초의 도전이었다. 인사정책예산 등 도지사의 권한을 야당과 공유하고 연정협의체를 구성, 소통과 협력을 강화했다. 이는 도민 행복을 위한 정책이 여ㆍ야 합의로 추진되는 밑거름이 됐다. 소통과 협치를 바탕으로 도정 추진 방향과 정치 이념을 근간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그는 2019년 3월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계은퇴를 선언하며 스타트업으로 제2의 인생 출발을 알렸다. 5선 의원, 도지사로서의 화려한 정치 경험을 과감히 던진 그의 모습이 새삼 그립다. 원칙은 지키면서도 야당에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원칙 있는 협치에 나서겠습니다. 8월29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낙연 의원은 신임 대표 수락 연설을 했다. 그는 국난을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려면 국민의 힘을 모아야 합니다. 그 일에 여야와 진영이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며 통합 정치를 강조했다. 민주당은 4ㆍ15총선에서 압승한 뒤 거칠 게 없었다. 제1 야당을 무시하고 반민주적이며 반의회적인 독주가 이어졌다. 내 편 아니면 적인가? 배타와 배제, 맹목과 궤변으로 정치, 경제, 사법(검찰)까지 비상식적으로 권력을 휘둘렀다. 당장 이 대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각종 개혁 입법, 민생 경제 회복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산적하다. 이 대표의 정치력, 야당과의 협치를 국민은 지켜본다. 김창학 정치부장

[지지대] 쩜오의 위력과 국민성

교회발이다, 집회발이다라는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최근 코로나19가 무섭게 재확산하면서 정부는 오는 6일까지 경기ㆍ서울ㆍ인천 등 수도권에 대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조치를 내렸다. 이 조치의 핵심 중 하나는 오후 9시까지만 일반음식점을 비롯한 알코올을 취급하는 곳에 대해 영업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 웃지 못할 촌극에서 대한민국 사람들의 국민성을 엿볼 수 있다. ▶평소 일반적으로 표현에 인색하고 무뚝뚝한 성향을 지닌 대한민국 국민들. 그런 이들이 오후 6시 이후 퇴근과 함께 음주가 시작되면 흥에 취하고 사람에 취한다. 물론 그 중 일부는 과함을 이기지 못하고 실수를 범하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렇게 하루를 마감하고 새로운 동력을 얻으며 집으로 향했다. 술이 한잔 두잔 들어가면서 사람 사이에 있던 장벽은 하나 둘 사라지고 형, 동생, 친구라는 강력한 연결고리를 형성해 나간다. 전 세계적으로도 아주 드문 대한민국만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네트워크였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단 며칠 사이 음주 문화가 바뀌고 있다. 강력한 쩜오(0.5)의 위력이라고 하겠다. ▶시간에 쫓기듯 하염없이 시계만 바라보며 술을 마신다. 시간 없어, 시간 없다고라며 연신 조급한 마음에 폭음을 한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제법 이를 어기면서 술기운에 시간을 연장해 달라고 할 수도 있고 업주 입장에서도 이를 반길 수 있을 듯 한데도 오후 8시50분이면 모두 자리를 정리하고 집으로 향한다. 이 사회적 관습에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술을 한잔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런 모습이 난관을 극복하는 대한민국 국민성이구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강하면서도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 민족이 있는 대한민국이다. 코로나19도 이런 국민들 앞에 슬슬 무릎 꿇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김규태 경제부장

[지지대] 토마 피케티에 제동 건 중국

시진핑(習近平)은 한때 균형감각을 갖춘 공산주의자였다. 대약진운동을 통해 급진적인 공산주의의 추락을 지켜봤고 덩사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을 묵묵히 실천했었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와의 접목은 청년 공산당원 시진핑의 이상이었을 터이다. 물론 구 소련의 경제학자 이브제이 리베르만이 시도했다 실패하긴 했어도 말이다. 그가 중국 최고 지도자 반열에 올랐을 때의 에피소드는 그래서 유명하다. ▶40대 초반의 프랑스 경제학자인 토마 피케티의 저서 21세기 자본론을 극찬했던 권력자가 시진핑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빈부격차 심화를 비판하면서 이 저서를 인민들에게 강추했었다. 2015년 전국인민대표회의 연설에서다. 빈부격차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인민들에게 에둘러 강조했던 셈이다. ▶피케티는 21세기 자본론을 통해 빈부격차 해결을 위한 노하우도 제시했다. 빈부격차는 자본주의의 아킬레스건이다. 그는 자본주의 완성은 불평등 심화 극복을 통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저서는 신자유주의경제의 진영인 시카고학파들에게도 곧잘 인용됐다. ▶그랬던 시진핑이 5년 만에 기조를 바꿨다. 피케티의 신작 자본과 이데올로기 중국 출판에 제동을 걸었다. 중국의 사회적 불평등과 빈부격차를 서술한 부분에 대한 삭제를 요구한 것이다. 이 때문에 자본과 이데올로기는 중국에선 출판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피케티는 삭제 없이 완전한 번역본만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시진핑은 갈수록 심화되는 사회적 불평등, 소득부의 배분과 관련된 자료의 불투명성, 사회주의체제와 고도의 불평등 역설 등을 인정하기가 불편한지도 모른다. 피케티의 지적에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의 현재 상위 10% 부자가 중국 전체 부의 7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지적이다. 청나라 이후 100년 만에 지구촌 패권 국가를 꿈꾸고 있는 중국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정치인의 장애인 비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9일로 임기를 마쳤다. 7선 국회의원에 참여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친노 원로이자 재야운동권 대부인 이 대표의 2년은 당대표에 출마하면서 내세운 20년 집권, 100년 정당, 정권 재창출이라는 소명을 완수하기 위한 여정으로 요약된다. 그의 독선적 리더십은 21대 총선에서 180석 압승을 이끌었다는 평가와 함께, 당내 언로를 막아 다양한 의견을 위축시켰다는 비판이 따랐다. 당내 입단속을 중시했지만 정작 본인은 여러 설화에 휘말렸다. 며칠 전 이 전 대표는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장애 비하 발언으로 인권교육 권고 조치를 받았다. 지난 1월 민주당 유튜브 채널 씀에서 선천적인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지만 사고로 장애인이 된 분들은 정상적으로 살던 것에 대한 꿈이 있어 의지가 강하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장애를 비정상 상태로 규정한데다 선천적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이 영상을 삭제했다. 2018년 12월엔 당내 장애인위원회 행사에서 신체 장애인보다 더 한심한 사람들 정치권에는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 장애인들이 많이 있다 등의 발언을 했다. 장애인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정치권의 막말 논란이 종종 있었다. 생각없이 툭, 던진 말들은 장애로 고통받는 이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자 인권침해다. 지난해 8월엔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 도발에 벙어리가 돼버렸다고 말해 비난을 샀다. 이에 홍준표 의원은 달을 가리키니 손가락만 쳐다보는 외눈박이 세상이라며 말을 보탰다. 벙어리와 외눈박이는 모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한 차별 표현이다. 인권위는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의 절름발이 총리, 황교안 전 대표의 키 작은 사람은 (투표용지를) 자기 손으로 들지도 못한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조만간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정치인의 말은 언론에 그대로 옮겨지는 만큼 파급력이 크다. 여당 전 대표에 내려진 인권교육 조치는 정치권 인사들의 잇단 장애 차별혐오 발언에 대한 경고다. 장애인 인권교육을 강화해 정치권에서 더 이상 장애인 비하 발언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경로우대 연령

경로우대 제도는 1981년 노인복지법이 제정되면서 시행됐다. 7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철도와 지하철 요금을 50% 할인해 주는 것으로 시작해 1982년부터는 65세 이상으로 연령을 낮췄다. 현재 지하철은 무임승차, KTX와 새마을, 무궁화 등 기차는 주중 30%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국공립 박물관이나 미술관, 고궁 등도 무료다. 정부가 65세 이상인 경로우대 연령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981년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4% 정도였으나 지난달 주민등록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6%에 달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이면 20%를 넘어선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것이다. 정부가 최근 인구구조 변화 대응 방향을 발표하면서 경로우대 제도 개선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평균수명 연장과 건강 수준 향상으로 노인 연령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2017년 정부의 노인실태 조사에서 노인이 생각하는 노인연령 기준을 물었을 때 59.4%가 70~74세라고 응답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경로우대 기준선이 오를 경우 대중교통 이용 혜택은 물론 소득보장노후생활 지원, 일자리 등 관련 복지 우대 사업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법정 정년과 노인일자리 대상은 60세이며 국민연금은 62세부터 지급된다. 기초연금이나 지하철 무임승차 등의 혜택은 65세부터다. 경로우대 연령을 상향하려는 정부 조치에 복지 축소라는 지적과 고령층 반발이 예상되지만 고령화가 가속되는 상황이라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급속히 늘어나는 노인인구 비중에 나라 살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전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지고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현실을 감안하면 40여년 전 만든 경로우대 제도를 손볼 때가 됐다. 그러려면 노인 연령기준 상향(현행 65세에서 70세로)으로 이어질 공산이 큰데 상당수 노인이 소득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 제도개선에 앞서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게 충분히 검토하고 꼼꼼히 챙겨 봐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인천 유나이티드의 ‘생존왕 부활’

인천의 각종 최근 소식 중 가장 기쁜 것은 바로 프로축구 K리드1 인천 유나이티드의 생존왕 부활 소식이다. 인천은 15경기에 단 1승도 하지 못해 리드 최하위에 머물렀고 8연패라는 팀 최다 연패 불명예까지. 지난달까진 인천의 꼴찌, 그리고 2부리그 강등을 예상하는 암울한 분위기가 이어져왔다. 하지만 인천은 대구와 수원을 잇따라 잡으며 깜짝 2승을 했다. 직접적인 강등권 경쟁 상대인 수원과의 승점차는 고작 3점. 이 같은 인천을 두고 일각에선 우주의 기운이 몰리고 있다는 표현까지 하고 있다. 인천의 공격 최일선에 있는 스트라이커 무고사가 대표팀에 차출될 뻔 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이 대표팀 소집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하면서 인천은 대형 악재를 운좋게 피해나갔다. 인천의 구호는 바로 인천은 강하다이다. 그 강함을 갖고 앞으로 계속 승리를 이어갈 것이라 기대해본다. 이와 함께 인천시도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비록 그동안 각종 사건사고로 마계인천이라 불리던 부정적 이미지고 크고 최근엔 수돗물과 최근 교회발 코로나19 집단 감염 발생으로 위축된 상태지만, 인천시민 모두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서울의 위성도시로서 작아져야만 했던 인천시는 이제 국제도시로 우뚝서고 있다. 그동안 작아졌던 것은 더 큰 도약을 위한 움추림일 뿐이다. 지금 인천시는 코로나19 사태를 포스트 코로나로 뒤바꾸고 이후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전 세계 핵심도시로 우뚝 일어설 준비에 한창이다. 인천의 강한 모습을 기대해본다. 이민우 인천본사 정치경제부장

[지지대] 역대급 재앙

역대급 태풍 바비 한반도 강타 우려 역대급 장마,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속출 역대급은 역대 그 어떤 것보다 최고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신조어다. 요즘 역대급이라는 수식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는데 그다지 기분 좋은 의미로 사용되지 않는 듯하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대한민국은 역대급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잠잠할 것 같았던 코로나19가 다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대로 가면 3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정부를 통해 공식으로 거론되는 등 코로나19는 그야말로 역대급 재앙이 되고 있다. 현재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는데 실내 50인 이상실외 100인 이상이 대면으로 모이는 모든 집합모임행사는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노래연습장, PC방, 클럽 등 12종의 고위험시설과 실내 국공립시설의 운영도 중단됐다. 학교도 고3 수험생을 제외한 모든 학생들의 등교가 중지됐고, 프로 스포츠 경기는 다시 무관중 경기로 전환됐다. 2단계에 이어 3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 필수적 사회경제활동 외의 모든 활동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경제적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금도 소상공인 등 서민들은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 것을 감안하면 3단계 이후의 사태는 섣불리 예상할 수도 없다. 코로나19 관련 대책이 역대급으로 마련돼야할 이유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소득 수준에 따라 취약 계층 위주로 선별지급하느냐, 전국민에게 지급하느냐 등이 주요 화두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 정부와 정치권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재난지원금 지급만이 코로나19 대책의 전부인 양 정쟁 도구가 된다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 다양한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역대급 종합 대책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더 고민하고 살펴야 한다. 이선호 지역사회부장

[지지대] 인공눈물

슬퍼지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서러워도 그렇다. 그러면 어김없이 눈물이 흐른다. 이럴 때 눈물은 슬픔과 애달픔의 동의어다. 기쁠 때도 눈물을 훔친다.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나쁜 뜻의 눈물도 있다. 악어의 눈물(Crocodile Tears)이 그런 경우다. 위선적인 행위를 일컫는다. 셰익스피어도 햄릿 등을 통해 자주 인용했다. 이집트 나일강에 사는 악어가 사람을 보면 잡아먹고 난 뒤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는 고대 서양전설에서 유래했다. 인문학적 분석이다. ▶악어의 눈물은 자연과학적으로는 어떤 의미일까. 악어는 먹이를 먹을 때 눈물을 흘린다. 슬퍼서 그러는 게 아니라 눈물샘의 신경과 입을 움직이는 신경이 같아 먹이를 삼키기 좋게 수분을 보충시켜 주기 위해서다. 얼굴 신경 마비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악어의 눈물 증후군(Crocodile Tears Syndrome)이 있다. 환자들의 침샘과 눈물샘의 신경이 뒤얽혀지는 증세다. ▶눈물은 건강한 시력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런 가운데, 악어의 눈물도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리아네 오리아 브라질 바이아연방대학 해부병리학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악어 눈물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를 통해 이처럼 발표했다. 악어의 눈물을 받아 성분을 분석한 결과, 인간의 눈물보다는 농도가 약간 더 짙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력 유지를 위해 인공눈물도 판매되고 있다. 인공눈물은 부족한 눈물을 일시적으로 보충해 안구건조증을 완화해주는 약물이다. 시력이 나쁘거나 치료 목적으로 쓸 때는 신중해야 한다. 최근 수원에서 화장품과 의약품 도소매업을 운영하는 기업이 경기도 자원봉사센터에 수재민과 자원봉사자자들을 위해 써달라며 인공눈물을 전달했다. 수재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을 유행성 결막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란다. 눈물의 순기능을 되살린 아름다운 이웃사랑이어서 코끝이 시큰해진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기초단체장의 다주택

백군기 용인시장 14채, 서철모 화성시장 9채, 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 4채, 최대호 안양시장 3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수도권 시장군수구청장 65명의 자산을 분석한 결과, 4명 중 1명이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다(多)주택자로 파악됐다. 민주당 소속 수도권 기초단체장 61명 가운데 26%에 해당하는 16명이 다주택자다. 기준은 단체장 본인과 배우자 명의 주택 숫자다. 백군기 용인시장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전용면적 127㎡(38평)짜리 아파트 1채, 용산구 한남동에 연립주택 13채를 가졌다. 정부 공시가격 기준 14채의 가치는 40억5천700만원이었다. 백 시장은 실제 내 집은 아들과 공동 소유한 아파트 1채뿐이고, 13채는 재혼한 아내가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것이라고 했다. 서철모 화성시장은 서울 노원구 1채, 군포 5채, 일산 2채, 충청도 1채 등 총 9채를 가졌다. 지역구인 화성시에는 집이 없다. 서 시장은 지방 1채를 제외한 8채에 대해 총 6억7천만원의 전월세 보증금을 받고 있다. 경실련은 대부분 언제든지 재개발 또는 재건축이 진행될 수 있는 지역이라며 부동산 투기 의심이 든다고 했다. 서 시장은 노후를 위한 것이라며 한 채만 남기고 모두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직접 살지 않는 집은 팔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정부와 여당은 다주택 보유를 투기이자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전제하고 다주택 보유를 막는 각종 규제 법안을 만들고 있다. 집값이 사상 최악으로 폭등하자 다주택자에게 화살을 돌리면서 세금 폭탄을 퍼붓고 있다. 문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며 20번 넘는 주택가격 안정 대책을 발표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지율까지 대폭 하락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 수도권 등 투기과열지구에 2채 이상 집을 가진 청와대 참모들은 1채를 제외하고 처분하라고 권고했다. 전셋값까지 치솟는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도 다주택 고위 공직자들은 하루빨리 주택을 처분하라고 지시했다. 모범을 보여야 할 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들도 꿈쩍않는 상황, 정부의 1주택 정책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마스크 의무화

지난 18일 부천시 한 시내버스에서 운전기사가 탑승 전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자 60대 남성이 기사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20여분간 행패를 부렸다. 이 때문에 승객 20여명이 버스에서 내리고, 경찰이 출동했다. 17일에는 성남시의 지하철 안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50대 남성이 하차를 요구하는 철도 직원을 밀치고 손톱으로 할퀴는 사건이 있었다. 버스와 택시,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 의무화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며 난동을 부리는 이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최근 두달여간 대중교통 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며 폭력을 행사하거나 소란을 피운 승객 등 67명을 검거했다. 코로나19가 무서운 기세로 재확산하는 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8일 경기도내 거주자 및 방문자는 실내, 집회공연 등 다중이 집합한 실외에서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위반시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세계 곳곳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프랑스 파리시는 센강이나 시장 등 사람들이 몰리는 장소 100곳을 지정해 야외에서도 마스크를 쓰도록 했다. 지정된 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않아 적발되면 벌금 135유로(약 19만원)를 내야 한다. 홍콩(5천홍콩달러약 66만원), 네덜란드(암스테르담 최대 95유로), 이탈리아(최대 1천유로)도 실내는 물론 야외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독일에선 실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최대 150유로(약 20만원)를 내야 하고, 상점 직원이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최대 5천유로(665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싱가포르는 상습자에 대해 가중처벌을 한다. 첫 적발 때 300싱가포르달러(26만원), 두번째 걸리면 1천싱가포르달러를 내야 한다. 베트남에선 미착용뿐 아니라 마스크를 함부로 버려도 벌금을 낸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최고 징역 6개월의 실형에 처한다. 코로나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현 상황에선 마스크가 답이다. 50명 넘는 확진자가 쏟아진 파주 스타벅스 매장에서도 KF94 마스크를 착용한 직원들은 감염되지 않았다. 마스크를 턱에 내려 쓰는 턱스크, 한쪽 귀에 걸치는 귀스크는 하나마나다. 형식적인 시늉이 아니라 올바르게 착용하는게 중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종교의 자유를 빙자한 대국민 ‘테러’

사회적 합의에 의해 국가에게 강제력을 준 규범을 우리는 법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법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이 헌법이다. 요즘처럼 헌법에서 규정한 국민의 자유를 다시금 생각케하는 때도 없다. 종교의 자유를 빙자해 국민을 향해 가히 서슴없는 테러를 일삼는 집단들에게 종교의 자유가 좋은 핑계로 전락해서다. 헌법상 종교의 자유란,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종교를 가질 수 있고, 종교활동할 수 있다는 내용이 중심이다. 다만, 국가적 안정을 보장해야 하거나 질서유지, 공공의 복리 등을 위해서는 제한할 수 있다는 게 지배적 학설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사랑제일교회 담임 목사 전광훈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불법 집회 참석 금지 조건으로 보석 석방된 전 목사는 지난 15일 2만여명이 참석한 광화문 불법 집회에 참석해 무대에 올랐다. 전국 각지에서 신도가 몰렸고, 이 중 일부는 찜질방이나 인근 숙박시설에서 묵었다. 그렇게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19 확진자는 벌써 600여명을 넘어섰다. 이 뿐인가. 최근 사랑제일교회 인근에 있는 한 체육대학 입시 전문학원 학생 18명 이상도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대입을 꿈꾸며 매진하던 고3들의 권리를 마음껏 박탈하는 것이 그들이 외치는 종교이고, 이를 보장해야 할 것이 종교의 자유라면, 그깟 자유 침해하면 좀 어떠랴. 자유라는 말이 너무도 아까운 그저 종교단체의 테러 아닌가.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폭염에 하루종일 마스크를 쓰고 코로나19의 확산을 막는 의료계 종사자들을 떠올린다면 이럴 순 없다. 검사를 많이해 확진자가 많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더이상 자유를 보장말라. 김경희 인천본사 사회부장

[지지대] 황당한 ‘부동산 정책’

경기도에 한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인 가족을 위해 원룸(도시형 생활주택)을 하나 구입하려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혼을 한 뒤 월세를 전전하는 가족이 너무 안타까워,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원룸을 구해주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중도금 대출을 하려다 금융기관에서 내민 기존주택 처분조건 등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추가약정서를 보고 기겁을 했다. 약정서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이른바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 주택이 있는 사람이 주택을 추가 구입할 경우에 기존주택을 반드시 처분하는 조건으로 대출을 할 수 있으며, 둘째는 반드시 추가구입 주택에 전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룸에 들어가기 위해 아파트를 처분해야 하는 것이냐는 항의에 금융기관 직원은 정부의 617 대책으로 무조건 제출해야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결국 A씨는 중도금 대출을 포기해야 했고, 다른 방법으로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원룸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정부는 규제지역을 대폭 확대하고 주택담보대출 강화를 골자로 한 617 대책과 다주택자, 단기거래에 대한 부동산 세제를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710 부동산 대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또한 수도권에 13만2천 가구의 주택을 추가 공급하는 84 부동산 공급대책도 제시했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부동산 세제의 큰 방향은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강화, 거래세(취득세양도소득세) 완화였다. 그런데 지금 정부의 정책은 보유세거래세 모두 강화다. 그래서 세금폭탄이라는 말이 나온다.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세금폭탄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공급대책이 약효가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하면서 집 가진 사람만 잡고 있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김재민 정치부 부장

[지지대] 씁쓸한 복달임

의례 찜통더위에는 시원한 계곡에서 발을 담그면서 더위를 물리친다. 보양식도 먹는다. 대표적인 음식이 개장국이나 삼계탕이다. 개장국을 먹으면서 원기도 회복하고 영양분도 보충한다. 그래서 개장국을 보신탕(補身湯)이라고도 한다. 우리 조상의 이 같은 지혜를 흔히 복달임이라고 부른다. 미풍양속이다. 적어도 평상시 같았으면 그렇다는 얘기다. ▶사상 유례없는 긴 장마가 물러가니 코로나19가 서울ㆍ경기를 중심으로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종교단체 관련 확진자가 수백명에 이른다. 양평군 서종면 명달리 마을에서도 3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명달리숲속학교에서 열린 행사에 지역 주민들이 참가했다가 감염됐다. 그 행사가 바로 복달임이었다. 무더위를 쫓기 위해 모였다가 불청객인 코로나19를 맞이한 셈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속출하고 있다. 2차 대유행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사실 한때 주춤해지는 듯했다. 그런데 다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지난 1416일 사흘 동안 무려 500명이 넘는 확진자가 쏟아졌다. 세자릿수 확진자가 나온 지는 벌써 며칠째다. 종교단체 집회 이외에서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감염사례가 나오면서 방역당국의 추적 속도가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신천지ㆍ이태원 나이트클럽ㆍ쿠팡물류센터 이후 또다른 팬데믹도 우려된다. ▶방역당국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전염병이 확산할 때는 여럿이 모이는 것을 삼가야 마땅하다. 상식이다. 물론 양평 사례의 경우, 감염여부를 몰랐을 수도 있어 다소 억울한 측면도 있겠다. 하지만, 종교단체의 광복절 대규모 집회는 주최 측이 자제했어야 했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꼭 그렇게 여럿이 모여 구호를 외쳐야만 했었던 행사였는지도 자성해야 한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복달임은 이래저래 꽤 오래 기억될 것 같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관짝 소년단’ 논란

1987년 KBS 코미디 프로그램 쇼 비디오 자키에 시커먼스라는 음악개그 코너가 있었다. 코미디언 이봉원과 장두석이 우스꽝스러운 흑인 분장을 하고 등장했다. 얼굴을 검은 색으로 칠하고, 흑인의 곱슬머리나 레게머리 가발을 하고 나와 힙합 비트를 배경으로 깔고 그 위에 리듬을 맞춘 코미디 대사를 붙였다. 1980년대 한국은 인종 차별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다. 흑인을 검둥이라 하고, 혼혈아에 대한 편견이 심했다. 시커먼스는 1988년 갑자기 폐지됐다. 그 해 열린 서울올림픽에 정부는 외국인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명목으로 미화 정비에 나섰다. 시커먼스는 인종 차별 문제가 아닌, 외국인들이 보기에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 없어졌다. 최근 관짝 소년단 사진이 논란이다. 해마다 재기 넘치는 콘셉트로 졸업기념 사진을 찍는 것으로 유명한 의정부고의 학생들이 얼굴을 검게 칠하고 관을 든 관짝소년단 사진을 공개했는데 블랙페이스가 민감한 주제라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학생들은 관을 메고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가나 사람들의 장례 풍습을 패러디했다.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는 SNS에 2020년에 이런 것을 보면 안타깝고 슬퍼요. 흑인들 입장에서 매우 불쾌한 행동입니다라면서 문화를 따라 하는 것은 알겠는데 얼굴 색칠까지 해야 돼요?라고 했다. 네티즌들은 어디서 가르치려 드냐,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가 감히 등의 악성 댓글을 달았다. 그가 비정상회담에서 손가락으로 눈을 양옆으로 찢는 동양인 비하 행동을 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그를 추방하라거나 방송 출연을 금지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 그러자 샘 오취리는 학생들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 좀 경솔했던 것 같다며 사과했다. 샘 오취리가 이렇게까지 사과를 해야했을까. 의정부고 학생들이 흑인 조롱 의도가 없었다지만 한국사회에 인종차별 의식이 퍼져있는 건 사실이다. 인종차별에 대한 교육을 공교육에서 자세히 다뤄줬으면 한다는 청와대 청원에 공감이 간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정치는 섬김이다

문밖을 나서는 귀중한 손님을 대접하듯이 하고, 백성을 부릴 때는 큰 제사를 받들 듯이 신중하게 하라. 사기에 나오는 말로, 공자의 제자인 염옹이 공자에게 정치하는 방법을 묻자 공자가 한 대답이다. 집에 찾아오는 손님은 융숭히 대접하면서 집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과는 걸핏하면 싸우거나 해코지를 하려고 한다. 그러니 모든 사람을 내 집에 찾아온 손님처럼 대접하라는 말이다. 몇 장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수해 관련 뉴스가 전해지는 TV 앞에서 여당 국회의원들이 둘러앉아 웃으며 엄지척을 하고 있는 사진에 국민이 분노했다. 해당 수해 지역이 지역구인 국회의원이 집중포화를 맞았지만, 국민의 눈에는 그 사진에 찍힌 모든 국회의원들이 악마로 보였을 것이다. 반면 김정숙 여사가 강원도 철원을 깜짝 방문해 수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는 사진에는 많은 이가 찬사를 보냈다. 김 여사의 철원 방문은 비공개 일정이었지만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외부로 알려지게 됐고, 이 같은 내용 덕에 김 여사의 수해 복구 사진은 진정성이라는 측면에서 더 많은 감동을 줬다. 수해 복구 현장에서 흙투성이가 된 태영호 국회의원의 사진도 사람들에게 화제가 됐으며, 그에 반해 수해 복구 현장에서 깨끗한 복장이 찍힌 류호정 의원과 심상정 대표는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최근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 할 것 없이 많은 정치인이 수해 복구에 동참하며 이들의 사진이 세간에 공개되고 있다. 당연히 사진 한 장으로 당시의 모든 상황과 그 인물의 속마음까지는 나타낼 수 없다. 그러나 정치인들에게 외부로 보여지는 모습은 매우 중요하고 사진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표현하고 전달한다. 코로나19에 이어 예상치 못했던 수해까지, 연이은 국난 상황 속에서 정치인들이 어떠한 활동을 해야 할지 정치의 근본에서 찾아보길 바란다. 정치는 섬김이다. 이호준 정치부 차장

[지지대] 슬기로운 의사들의 휴진

대학병원 전공의들로 구성된 대한전공의협회가 지난 9일 집단휴진했다. 오는 14일에는 대한의사협회도 총파업에 나선다고 한다. 대전협의 단체행동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5%가 의협 총파업에 동참한다고 한다. 설문조사 12시간 만에 7천여 명이 설문에 응답해 파업 동참에 대한 뜨거운 반응을 나타냈다. 의협이 주도하는 14일 총파업에 개업의 80% 가량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설립 등의 정책에 반대하며 단체행동을 벌이는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사투를 벌이는 의사들을 추켜 세우며 덕분에 챌린지를 벌이는 등 그들을 영웅으로 만들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마땅한 근거도 미래에 대한 철저한 고민도 없이 무작정 의사 인력을 증원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정부의 정원 증원 정책의 취지는 이렇다. 인력을 증원해 지방의 의료취약지에 의사를 보내 필수의료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의사 수를 늘리면 지방 의료 공백을 메울 수 있을까. 보건복지부의 발상이 너무 1차원적인 것 같다. 얼마 전 방영된 슬기로운 의사 생활에 소아외과 전문의 안정원 교수가 나온다. 드라마를 보면 신부가 되고 싶다는 안 교수가 병원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러자 병원장이 이렇게 얘기한다. 전국에 소아외과 의사가 35명이다. 우리 병원에 2명 있는데 1명은 속초 분원에 있고 안 교수가 그만두면 소아외과는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한다. 의료 소외지역의 의료 공백보다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공급을 늘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인가. 정부가 의사 인력을 늘려 원하는 장소에 못 보내고 원하는 필수과목 전문의를 양성할 수 없다고 단정한다. 그러면 그런 정책을 왜 하는 것인가. 정부는 의사들과의 대화를 통해 슬기로운 방법을 찾길 바란다. 최원재 문화부장

[지지대] 지구가 화났다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이상기후는 이제는 더이상 낯설지 않다. 한반도 너머 일이라면 오히려 무덤덤하기까지 하다. 최근 중국의 대홍수 사태와 함께 한반도에는 역대급 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북극 고온, 동시베리아 고온, 서태평양 고온 등 세가지 고온현상이 겹친 온난화 현상의 결과라고 한다. 통상 장마는 대륙의 차고 건조한 공기와 태평양의 무덥고 습한 공기가 맞부딪혀 생기는 결과로 알고 있었던 상식을 벗어났다. 한반도 중부지방은 폭우가 쏟아지는데, 남부지방은 열대야 현상까지 보이며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불과 일주일 전의 얘기다. 기상청의 예측이 계속 틀린다는 뉴스를 접하기는 어렵지 않은 현실이다. 예측이 계속 틀린다는 것은 기존의 누적된 통계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통상적이고 상식적인 범주를 벗어났다는 의미이다. 이상기후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이상기후를 경험했다. 2018년엔 더웠다. 강원도 홍천에선 41.0℃를 기록했고, 30일이 넘는 폭염일수를 찍는 등 역대급 폭염을 경험했다. 2019년엔 태풍이었다.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태풍의 수만 7개였다. 3.1개의 평년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 수치다. 이같은 이상 기후에 겪은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올해도 수많은 이재민과 천문학적인 재산피해가 있었다. 아직도 장마가 끝나지 않았고, 피해는 속출하고 있다. 지구가 비정상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햇님과 바람의 이야기에서 들려주는 자연의 이야기와는 다르다. 햇님은 햇님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가장 화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시련을 주며 경고의 메시지를 날리고 있다. 이같은 이상기후를 파생케 한 책임은 인류에게 있다고 말이다. 다시 돌려놓으라고 하는 것 같다. 잊지 말아야 한다.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지구를 물려줘야하는 책임과 의무는 지금의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지구야! 미안하다. 이명관 사회부장

[지지대] 천정부지로 오르는 채소값

세상물정 모르는 여성이 있었다. 신성로마제국 여황제 마리아 테레지아 막내딸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린 나이에 정략결혼으로 나중에 루이 16세가 된 프랑스 왕세자에게 출가했다. 18세기 후반, 프랑스혁명이 막 발아(發芽)하던 시기였다. 그녀는 궁궐 밖에서 빵을 달라고 외치는 백성들에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해요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증오의 대상이 필요했던 당시 민중들에게 그녀는 좋은 먹잇감이었음은 분명하다. 마리 앙투아네트 얘기다. 유난히 긴 장마로 채소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살아있다면 그녀에게는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녀의 방식대로라면 채소가 없으면 다른 어떤 것을 먹으면 될 테니까 말이다. 계속되는 폭우로 50여명이 숨지거나 실종되는 피해에 비할 바는 더더욱 아니다. 수마에 집을 빼앗긴 이재민도 6천여명에 육박하고 있다. 유례없는 수해에 뜬금없이 뭔 푸성귀 타령이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경제는 디테일의 문제다. 최근 청상추와 양배추, 배추 등 대표 엽채류(잎줄기채소) 도매가격은 1개월 전보다 60~107% 급등했다. 대형 마트에서 거래되는 손질 배추 1개 판매가격은 3천980원으로, 2주일 전 3천300원보다 21% 올랐다. 지난달 초 2천200원이었던 논산 양촌 상추 200g 판매가도 같은 날 2천980원으로, 한달 만에 35%나 뛰었다. 무 1개 가격도 같은 기간 1천500원에서 1천680원으로 상승했다. 장마가 끝난 뒤 폭염이 이어지면 작물이 짓무르면서 출하량이 급감한다. 이 때문에 농가에선 이번 사태가 추석까지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살았던 시대와 지금과의 수평 비교는 의미가 없겠다. 하지만 위정자들은 모름지기 서민들의 궁핍한 시장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게 참 정치이기 때문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거침없는 ‘골드랠리’

인생에서 가장 좋은 때를 황금기라 한다. 주로 현재보다는 찬란했던 과거를 떠올릴 때 쓴다. 물건이 귀해졌을 때 어김없이 붙는 단어도 금이다. 매년 태풍이 지나가면 배추값이 금값이 됐고, 김치는 금치가 됐다. 부(富)의 상징이 된 지 오랜데도 몸값은 천정부지다. 지난 4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를 마친 국제 금값은 온스당 2천21달러로 처음으로 2천 달러를 넘어서며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탐험가 콜럼버스의 목숨을 건 모험도 부자가 되려 동양의 금을 찾아나선 데서 시작됐다. 콜럼버스가 살던 시대는 금을 신봉하던 시기였다.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에서는 지팡구(일본)를 황금의 나라로 소개하고 있다. 일본의 왕이 사는 궁전이 지붕은 물론 창문까지 온통 순금으로 만들어졌다고 적었다. 금에 대해서 광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던 중세 유럽인들의 마음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리차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1971년 8월 달러화의 금본위제(金本位制) 탈퇴를 선언했다. 1년 뒤 온스당 38달러로 달러화를 평가절하했지만 이후 고공행진을 거듭하다 1980년 1월엔 온스당 873달러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초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이란 혁명 등으로 투자가 금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1990년대 들어서는 등락을 거듭하다 1999년 8월에는 온스당 251.70달러까지 곤두박질 쳤다. 중앙은행이 금 보유량을 줄이고, 금광업체들이 가격하락에 따른 손실을 줄이려 금을 팔 것이란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금값이 다시 치솟기 시작한 계기는 2001년 911사태다. 테러 공격에 대한 공포는 금이 안전자산이라는 확신을 갖게 했다. 특히 전 세계의 투자자들은 달러 가치가 떨어지거나 경제가 불확실해지면 곧바로 금을 사들인다. 2008년 3월, 1천 달러를 돌파한 금값은 올 초만 해도 1천500달러대에서 거래됐다. 3월18일 1천477.30달러로 내려가기도 했지만 이후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왔다. ▶유례없는 금값 급등세를 두고 전문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탓인 글로벌 경기 위축이 지속되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달러화 약세가 국외 투자자들에겐 상대적으로 덜 비싼 가격에 금을 사들일 기회를 제공했다는 분석도 있다. 금 한 돈(3.75g) 가격이 30만 원 선을 넘어서자 금은방엔 가정에 보관해 두었던 금을 팔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한쪽에선 부의 축적수단으로 금을 사들이고 한쪽에선 팍팍한 살림에 보태려 결혼반지까지 내다 팔고 있다. 박정임 미디어본부장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