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두서에 전제를 달았다. “지금처럼 안정추세가 이어지고, 감염 창궐로 다시 추락하지 않을 경우”. 결론은 방역 행정 칭찬이었다. 제목부터 ‘문재인 정부의 방역 행정은 성공했다’였다. 5월5일 종료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기해 내린 평이었다. 정부가 잘한 대목을 구체적으로 평가했다. 순발력 있게 대처한 진단키트를 칭찬했고, 확대를 주도한 드라이브 스루를 칭찬했다. 5월6일자로 보도한 본보 사설이다. ▶그 다음 오후, 용인 확진자(66번)가 나왔다.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동일 동선에 대한 대대적 검사가 시작됐다. 확진자가 쏟아져 나온다. 12일 정오 기준으로 전국 100명을 넘었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았을 때의 수치다. 확진자 분포도 전국적이다. 서울 64명, 경기 23명, 인천 7명, 충북 5명, 전북 1명, 부산ㆍ제주 각 1명이다. 확진자의 직업도 천태만상이다. 일반 회사원, 군인, 의료기관 근무자, 학생 등이다. ▶코로나19의 일반적 잠복기는 보름이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확진자들의 감염 시기가 나온다. 최대 4월 말 이전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정부가 코로나19가 안정 추세라고 홍보하던 게 바로 그때다. 신규 확진자가 줄고 있다고 했다. 3일부터 7일까지 서울 지역 공식 확진자는 ‘0명’이었다. 다 끝난 것처럼 말했다. 그때 서울 이태원 확진자 64명은 ‘감염’ 또는 ‘감염 잠복’ 상태였다. 돌아보니 어처구니없는 정부의 거짓말이었다. ▶“모든 게 국민 덕”이라고 했다. 성급한 샴페인이었다. 일부 검사를 국민 전체 검사로 오인했다. 그 오류로 코로나 긴장은 와해됐다. 클럽에 구름 인파를 밀어 넣은 꼴이 됐다. 5월5일자 사설을 내가 썼다. 이쯤에서 반성하고 갈까 한다. 그 사설은 옳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방역행정은 성공했다’라 쓰지 말았어야 했다. 전제는 달았지만,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되레 이런 전제는 확신 없음을 반증하는 징표였다. ▶언론인들이 안고 가는 첫 계명이 있다. ‘모든 주장에는 일단 의문을 가져라’. 주장의 주체가 권력이라면 더욱 그렇다. 긍정적 방향으로만 가려는 게 권력이다. 문재인 정부만 그런 게 아니다. 작금의 모든 정부, 세계의 모든 정부가 그렇다. 그 습성을 잠시 잊었던 게 잘못이다. 교훈으로 삼자. 코로나19에 대한 비판은 계속돼야 한다. 반정부 논조 소리를 듣더라도 그래야 한다. 가짜뉴스 비난을 받더라도 그래야 한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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