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인기다. 5명의 의사는 저마다 개성이 다르지만, 환자를 향한 열의와 사랑만은 하나다. 주인공인 5명의 의사들은 밤낮이 없다. 중국 음식을 주문한 후 식사가 나오기도 전에 걸려온 전화에 망설임 없이 병원으로 달려간다. 수술을 하느라 다 식어버린 도시락을 먹는가하면 취미생활로 하는 밴드 활동 중에도, 군인인 여자친구와 오랜만의 데이트도 뒤로하고 환자에게 향한다. 소아환자가 쓴 편지 한 장에 하늘을 날 듯이 기뻐하는가하면 딸의 결혼을 앞두고 심장수술을 받게 된 아버지를 대신해 후배 의사의 갈치 양복을 빌려입고 결혼식에 대신 참석해주는 따뜻함도 있다.
환자의 고민을 도란도란 나누며 30분이 넘도록 진료하는가 하면 습관성 유산으로 임신 사실을 기뻐하지 못하는 산모에게 “산모님의 잘못이 아니다”며 위로를 건넬 줄도 안다.
혹자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라고 한다. 지금까지 그런 의사를 만난 적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는 코로나19를 겪으며 드라마 속에만 존재할 것 같은 의료진을 현실에서 분명히 만났다. 대구가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하자 의사들은 병원 문을 닫고 대구로 향했다. 온 몸을 꽁꽁싸매 땀이 비오듯 흐르는 최악의 조건에도, 며칠밤을 집에 가지 못해 가족과 생이별을 한 상황에도 의료진들은 코로나19라는 강력한 적과 싸우고 있다.
이제 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의료진들은 곳곳에서 확진자의 건강한 일상 복귀를 위해 힘쓰고 있다. 환자의 상태가 안 좋을 때 누구보다 괴로워하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의사의 모습 그대로다.
지난 6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한 것도 우리가 느끼진 못하지만 어디선가 늘 사투를 벌인 의료진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병원 옆을 지날 때면 고개 숙여 인사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살피는 한 의사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필자가 보낸 칭송을 부끄러워한다. 그러면서도 “의료진에게 조금이라도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길은 생활 속 거리두기 속에서도 각자가 철저히 방역수칙을 지켜주는 게 아닐까요?”라고 한다. 오랜만에 외출에, 간만에 북적이는 거리에 조금은 설렐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어딘가에서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을 위해서라도 개인별 방역 수칙 준수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싶다.
김경희 인천본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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