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막말 정치인들 낙선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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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에서는 유난히 막말 논란이 많았다. 4ㆍ15 총선에선 부적절한 언행으로 구설에 올랐던 후보들 대부분이 낙선했다. 막말로 문제가 된 후보들에게 공천장을 준 정당도 대패했다. 유권자들이 준엄하게 심판했다.

미래통합당 후보로 부천병에 출마한 차명진 후보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텐트 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기사를 인용해 막말을 했다. 차 후보는 당 긴급 최고위원회에서 제명됐지만, 법원의 무효결정으로 선거를 완주했으나 떨어졌다. 그는 16일 페이스북에 ‘부관참시’라고 썼다. 통합당이 총선 참패 원인을 세월호 막말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걸 걸고 무너뜨린 세월호 우상화 탑이 이렇게 다시 보란 듯이 복원되다니 비통하다”고 했다. 이날은 세월호 6주기였다.

평소 거친 언행으로 여러 차례 논란을 부른 통합당 민경욱 후보도 인천연수을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천렵질’로 비하하고, “차가운 물 속에서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며 헝가리 유람선 참사 실종자 가족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민 의원은 공천 뒤집기를 반복해 ‘호떡 공천’ 논란을 부르며 어렵게 공천장을 손에 쥐었으나 재선에 실패했다.

강원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갑에 출마한 통합당 김진태 후보도 낙선했다. 김 후보도 국회의원 임기 동안 “세월호를 인양하지 말자. 돈도 시간도 너무 많이 든다”는 등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부정적 발언과, 5·18 민주화운동 모욕 발언 등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당 윤리위는 그런 발언 때마다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으나 유권자는 단호했다.

“밥하는 아줌마가 왜 정규직이 돼야 하느냐”고 급식노동자를 비하한 이언주 의원도 낙선했다. 5·18 유공자를 ‘괴물집단’, 세월호를 ‘시체장사’로 폄훼한 김순례 의원은 총선 후보에 오르지 못하고 컷오프됐다. 서울 관악갑의 통합당 김대호 후보는 “3040세대는 논리가 없이 무지와 착각 속에 빠져 있다”는 ‘세대 비하’ 막말에 이어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는 ‘노인 비하, 장애인 비하’로 해석될 만한 발언으로 선거 중간에 제명조치 됐다.

불미스런 행동, 혐오 발언, 막말을 쏟아낸 20대 국회 정치인들이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하게 된 것은 자업자득이다. 정치판을 오염시키고 상처 입은 국민을 보듬기는 커녕 들쑤셔대는 정치인은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막말 논란을 부른 정치인은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여당에도 있고, 다른당에도 있다. 평소 언행을 조심하고 품위를 지켜야 한다. 유권자들이 지켜보고, 이번 선거처럼 또 표로 심판할 것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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