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4월 19일, 전국에서 학생들이 일어난 그날 화요일을 역사는 ‘피의 화요일’이라 부릅니다. 무차별 발포로 이날만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부상자 치료를 위한 혈액이 부족하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헌혈에 나섰습니다. 시민들의 고귀한 행동을 경험한 대한적십자사는 1961년 ‘사랑의 헌혈운동’을 시작했고, 1974년 그동안 매혈로 충당했던 혈액 수급을 헌혈로 변경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4ㆍ19혁명과 헌혈, 나눔의 역사’란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4·19혁명 60주년을 맞아 헌혈에 대한 의미있는 역사를 공유하고 싶어서였다고 밝혔다. 피를 팔아 생계를 이어가던 시절이 있었고, 매혈(賣血)의 역사를 헌혈(獻血)의 역사로 바꾸게 된 계기가 4·19혁명이었음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듯하다. 대통령의 말처럼 ‘헌혈은 서로의 생명을 지키는, 고귀한 사랑의 실천이며 가장 적극적인 나눔’이다. 4·19혁명 때도, 5·18민주화운동 때도 시민들의 헌혈이 수많은 이웃을 살렸다.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국민들의 헌혈로 많은 생명을 구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혈액 보유량이 8천여 명분 부족하다고 한다. 전국 병원들마다 피가 부족해 비상이다. 코로나 감염 우려에 헌혈하는 사람이 급감한데다 헌혈의 70% 이상을 차지하던 학생들마저 온라인 개학으로 집에서 안 나와 헌혈자가 줄면서 급하게 수혈이 필요한 환자들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달 전국에서 헌혈한 사람은 19만여 명. 1년 전에 비해 3만 명 넘게 줄었다. 이 달 헌혈자는 훨씬 더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혈액 적정 보유량인 5일분에, 턱 없이 모자란다.
헌혈이 부진하자 혈액 공급 비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올해 1분기에만 10만명에 육박하는 군 장병이 헌혈에 참여했다. 기업, 기관, 지자체 등에서도 동참하고 있다. 지자체에선 헌혈하는 날 휴가를 쓰도록 하는, ‘헌혈 공가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일반 기업체나 기관 등에서도 30대 이상 직장인들의 헌혈을 유도하기 위해 ‘헌혈 공가’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헌혈과 코로나19는 관련이 없다고 얘기한다. 호흡기 바이러스인 코로나19는 혈액을 통해 감염되지 않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한적십자사도 시민들이 안심하고 헌혈을 할 수 있도록 채혈 간호사 등 직원들의 위생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고 헌혈의 집과 헌혈버스에 대한 소독 등 안전조치를 강화했다. 헌혈은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소중한 일이다. 안정적 혈액 수급을 위해 시민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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