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인종차별 겪는 스포츠선수

2012년 미국 스타벅스에서 미국인 직원이 한국인이 주문한 음료 컵에 이름 대신 찢어진 눈을 그려 넣어 논란이 일었다. 당사자와 한인사회, 인권단체 등은 한국인 비하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라며 항의했다. 국내에서도 소식을 접하고 많은 국민이 불쾌함에 부글부글 했다. 영국 토트넘에서 뛰는 손흥민 선수도 인종차별을 당했다. 다른 팀 팬들에게 개고기 운운하는 인종차별적 발언과 몸짓을 여러차례 겪었다. 2018년엔 웨스트햄 팬이 손 선수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체포돼 약 40만원 벌금형에 처해졌다. 흑인 선수에겐 원숭이 울음소리를 내며 조롱하는 등 유색인종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종종 모욕을 당한다. 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PFA)는 축구계에서 일어나는 인종차별을 엄벌에 처한다는 입장이다. 인종차별을 혐오 범죄로 규정하고, 인종차별을 저지른 이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했다. 협회는 법률 개정을 요청했고, 영국 총리실은 강력한 인종차별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우리 선수들이 해외에서 열리는 각종 대회에서 인종차별을 겪을 때면 흥분하며 비난한다. 최근엔 여자배구와 남자축구 대표팀도 상대팀으로부터 동양인을 비하하는 눈 찢기 세리머니를 당했다. 이런 일에는 분노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같은 처지에 놓인 선수들에게 인종차별을 하다니 이중적인 모습이다. 귀화한 농구선수가 지속적인 인종차별을 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전주 KCC 소속 라건아는 지난 14일 SNS에 자신이 받아 온 인종차별 메시지를 공개했다. 라건아를 흑인 비하 표현인 깜둥이(nigger)로 부르고, 라건아의 어머니를 욕했다. 네 나라로 돌아가라고도 했다. 라건아는 2012년 미국에서 대학 졸업 뒤 한국에 진출했고, 2018년 한국 국적을 취득하며 이름을 리카르도 라틀리프에서 바꿨다. 2018년 아시안게임, 2019년 농구 월드컵에선 태극 마크를 달고 출전했다. 동료 외국인 선수 브랜든 브라운(안양 KGC)도 16일 한국 팬들로부터 받은 인종차별 악성 메시지를 공개했다. 교통사고나 나라는 저주 표현도 있었다. 끔찍한 차별과 혐오 발언에 이들은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 낯 뜨겁고 창피스럽다. 미국 프로농구에선 흑인 비하 발언을 한 구단주를 영구제명 했다. 유럽 축구계에선 인종차별 물의를 일으킨 팬들의 경기장 출입을 평생 막고, 구단에게도 관리책임을 묻는다. 우리나라도 엄격한 인종차별 철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다른 인종과 민족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지 오래다.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포용, 다양성을 중시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춰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그 때, 그 감동을 평생 베품으로

1983년 대한민국이 경제적 자립을 이뤄나가던 그때 전 국민의 뇌리에 박힌 순간이 있다. 미국의 제40대 대통령인 레이건 대통령이 비행기 앞에서 오른쪽 손을 흔들며 웃고, 낸시 레이건 여사는 그 옆에서 어린 동양인 아이 2명의 눈높이에 맞춰 허리를 숙인채 손을 잡고 있다. 낸시 여사와 손을 잡은 리본 달린 원피스의 여자 아이와 두꺼운 점퍼의 남자 아이는 고마움과 수줍음에 어쩔 줄 모른다. 1983년 11월 레이건 전 대통령 부부가 한국을 방문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던 날 공항의 장면이다. 낸시 여사는 방한 당시 국제자선기구 기프트오브라이프 인터내셔널(Gift of Life InternationalGOLI) 주선으로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던 한국인 어린이 2명을 미국으로 데려가 수술을 지원했다. 당시 4살이던 이길우와 7살이던 안희숙은 그렇게 낸시여사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 받았다. 낸시 여사의 이 같은 행보를 감동적이면서도 슬프게 바라보던 이가 있었다. 지금의 가천대길병원을 만든 이길여 가천길재단 이사장이다. 1978년 전 재산을 쏟아 인천시민을 위한 종합병원인 인천길병원을 설립한 그는 1982년 의료취약지던 양평군에 양평길병원을 세웠다. 그에게 당시 낸시여사의 행보는 고마우면서도 슬픈 일이었다고 한다. 우리의 아이들을 우리의 의료기술로 고쳐줄 순 없었을까. 오늘의 가천길재단은 다른 나라에 의학교육을 전수하고, 최첨단 시스템의 길병원을 갖춘 재단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 이사장은 당시의 감동을 잊지 않았다. 1992년 베트남 의료봉사에서 만난 여성 심장질환자를 국내로 데려와 수술한 것을 시작으로 1996년부터 국외심장병환자 초청 치료사업을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2020년 현재 17개 의료취약국 431명이 길 병원을 통해 새 생명을 얻었다. 1983년 당시의 슬픔은 이제 우리나라를 넘어 또 다른 의료취약국을 향한 도움의 손길로 이어진 셈이다. 그때 그 감동을 가슴에 담아 베품으로 옮기는 삶, 평생 베품의 길을 걸어온 그에게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인천본사 김경희 사회차장

[지지대] 작심삼일도 좋다

매년 새해가 시작되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결심을 한다. 올해는 꼭!이라는 단서 조항을 달고 의미 심장하게 각자 세운 계획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다짐을 말이다. 그 결심은 건강과 운동이 될 수도, 독서가 될 수도, 회사에서의 승진 등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각자의 기호와 특성에 맞게 말이다. 특히 30~50대 남성 직장인들의 상당수는 절주와 금연에 본인의 강력한 의지를 담아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다. 그렇지만 그 대상자의 또 상당수는 새해와 함께 3일을 넘기지 못하며,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백기를 들고 마는 것이 세상의 이치처럼 느끼고, 또 한해를 후회 속에 술과 담배에 의지한 채 살아간다. 현실의 무게를 짊어지고서 말이다. 우리는 이를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고 쓰고, 의지박약이라고 자책한다. 그리고 또다른 새해를 기약한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 흰 쥐띠 해가 밝은 지도 보름이 지났다. 필부필녀(匹夫匹婦)들의 새해 계획과 다짐도 이 작심삼일의 잣대에 비춘다면 상당수는 벌써 몇차례 쓰고, 포기하고를 반복했을 시간이다. 그래도 제2, 제3의 작심삼일 계획이라도 반복하며 자신을 다잡을 수 있다는 것은 새해가 주는 선물이며, 희망 찬 한해를 설계하는 우리 필부필녀들의 특권일 것이다. 할 수 있다는 희망에 대한 도전은 그 자체로 의미 있고, 자신을 성장 시킬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 경제에는 이 작심삼일이 보이지 않는다. 경제를 이끌어 갈 정부의 핵심코어는 그동안 유지했던 마이웨이 경제관만을 고집하고 있다. 서민들에게 희망찬 새해 계획을 제시하지도, 실천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도 주지 않고 있다. 다가온 총선 승리와 검찰 개혁을 위시한 피의 복수, 아직도 미련이 남은 남북 관계 개선 등에만 집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뿐... 무엇을 해보겠다는 다짐이 동반된 계획이 없다. 다소 무모하더라도 이 계획을 받아 들이고 움직일 실물경제의 주체가 움직이고 다시 손보고 재도전하는, 의미 있는 작심삼일이라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심삼일이 빠르게 무엇인가를 포기한다는 부정적 의미가 아닌, 포기해도 재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김규태 경제부장

[지지대] 두 모정(母情)

노모는 아들이 살아 있는 줄 알았다. 아들이 추울까 이불을 계속 덮어줬다. 경찰이 발견했을 땐 7장이 겹쳐 있었다. 옷도 계속 갈아 입혔던 것으로 보인다. 시신의 부패 정도에 비춰 옷이 깨끗했다. 이렇게 두 달여를 모자는 공존했다. 집주인이 들여다보고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다. 출동한 경찰에 노모는 말했다. 경찰 아저씨, 우리 아들 아픈데 병원에 좀 데려가 주시오. 치매를 앓고 있는 70대 노모의 아들 사랑이다. ▶숨진 아들의 어머니 사랑도 극진했던 듯하다. 신용카드로 구입한 마지막 물품이 식재료였다. 지난해 11월 결제된 목록이 쌀과 식료품이다. 두 모자가 발견됐을 때, 방안에 쌀, 음식, 통조림이 남아 있었다. 국가ㆍ지자체의 어떤 손길도 닿지 않는 두 모자의 사글세 방이었다. 그 속에는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한 모자의 가슴 저린 정이 있었다. 어쩌면 뜻하지 않게 남게 됐을 어머니의 행동, 그건 치매의 병마도 막지 못한 모정이었다. ▶엄마가 아들을 죽였다. 지속적 학대가 죽음에 이르게 했다. 그렇게 보고 경찰이 수사 중이다. 언어장애 2급의 9살배기 아이다.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신고한 것은 엄마였다. 찬물이 담긴 베란다 욕조에 한 시간 정도 앉아 있게 했다. 당시 바깥 날씨는 영하였다. 아이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경찰이 어머니를 긴급체포했다. 아이의 몸에서 여러 개 멍 자국이 발견됐다. 경찰은 아이에 대한 지속적 학대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아이에 대한 학대는 처음이 아니다. 2016년에도 아이를 학대한다는 신고가 있었다. 조사 결과 사실로 확인됐고, 아이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보내졌다. 33개월 정도 생활을 했을 때 아빠가 아이를 데려갔다. 초등학교에 입학시켜야 한다는 이유였다. 아이에겐 학대가 기다리는 지옥으로 끌려간 셈이다. 그리고 결국 숨졌다. 엄마는 친모가 아니다. 아빠와 재혼하면서 가정을 꾸렸다. 경찰은 다른 자녀들에 대한 학대 여부도 조사 중이다. ▶친모의 모정과 계모의 모정? 여기서 오는 차이?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가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분석해 발표한 자료다. 아동 학대의 81.3%는 부모였다. 더 구체적으로 친부모와 계부모를 구분해 봤다. 친부 44.7%, 친모 32.2%다. 계부 1.8%, 계모 2.2%다. 친모와 계모의 사랑 차이는 전혀 없다. 새해 벽두부터 들려온 두 이야기다. 죽은 아들도 추울까 이불을 덮어준 70대 치매 엄마, 성치 않은 아들을 찬물 속에 넣어 숨지게 한 30대 멀쩡한 엄마. 같은 엄마일까. 서로 다른 종족(種族)의 얘기 같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민간 항공기 격추

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이맘호메니이 국제공항을 출발한 우크라이나항공(UIA) 보잉 737 여객기가 이륙 2분 만에 추락했다. 이로 인해 이란 82명, 캐나다 63명, 우크라이나 11명, 스웨덴 10명, 아프가니스탄 4명, 영국독일 각 3명 등 탑승객과 승무원 176명이 전원 숨졌다. 여객기는 이란군이 발사한 미사일에 격추된 것으로 드러났다. 격추 가능성 제기에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은폐를 시도하던 이란군 당국은 11일 국영TV를 통해 적기(미군기)로 오인한 사람의 의도치 않은 실수로 격추된 것이라고 밝혔다. 혁명수비대 방공사령관은 여객기 격추 소식을 듣고 죽고 싶었다라고 말했지만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해도 수도를 방어하는 최정예 부대가 민간 여객기와 적의 미사일을 구분하지 못했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고의성 여부와 상관없이 무고한 민간 여객기 격추는 반인륜적 범죄다. 민간 여객기가 무력충돌이나 군사적 긴장 고조 때 격추된 참사는 여러 차례 있다. 이란-이라크 전쟁이 막바지였던 1988년 7월3일 페르시아만에서 이란군과 교전하던 미 해군은 이란항공 655편을 이란군의 F-14 전투기로 오인해 격추, 탑승자 290명 전원이 숨졌다. 비행기엔 어린이도 66명 탑승했다. 최악의 민항기 격추 오인 사건은 1983년 소련 전투기에 의해 격추된 대한항공 007편이다. 9월1일 뉴욕을 출발한 서울행 대한항공기는 사할린 인근에서 항로를 벗어나 소련 영공을 침범했다가, 소련 전투기의 미사일에 격추돼 269명이 사망했다. 당시 미ㆍ소 긴장이 고조됐던 때였고, 사고 현장 부근에서 미국의 군사훈련이 자주 전개돼 소련이 대한항공기를 미군 전투기로 오인했다고 한다. 2014년 7월17일 내전이 벌어지던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암스테르담을 출발해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의문의 미사일을 맞고 탑승자 298명 전원이 사망한 사건도 있다. 러시아군이나 친러 우크라이나 반군의 소행으로 추측됐다. 2001년 10월4일에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출발해 러시아 노보시비리스크로 향하던 러시아 시베리아항공 여객기가 훈련중이던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에 맞아 탑승자 78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번 참사는 국가 간 군사적 긴장과 충돌이 제3국 민간인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단거리 발사체를 예고없이 쏘아대는 북한과 긴장관계에 있는 우리나라도 안심할 상황은 아닌 만큼 안전조치가 필요하다. 고의적인 민항기 격추에 대해선 경제 제재 등 국제사회가 응징해야 한다. 갈등 완화 및 평화 정착도 모색돼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현금없는 사회

스웨덴은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로 가장 빠르게 옮겨가는 나라다. 2023년 현금 없는 사회를 목표로 대중교통의 현금 결제는 이미 중단됐고, 성당이나 교회에서 내는 헌금부터 길거리 구걸까지 모바일 결제로 이뤄지고 있다. 이곳에선 지갑을 몸에 지니지 않아도 불편이 없다. 국민들은 엄지와 검지 사이의 손등 표면에 마이크로칩을 심었다. 물건 살 때, 음식값 지불할 때, 대중교통 이용할 때 디지털 리더기에 손등을 대면 자동 결제된다. 칩에 각종 결제 정보가 담겨있어 신용카드나 스마트폰도 필요 없다. 현금 결제는 은행에서 돈을 찾는다든지, 돈을 들고 다닌다든지, 지폐와 동전을 일일이 세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반면 신용카드나 모바일 결제는 간편하다.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가 현금 없는 사회로 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스웨덴(13.0%), 영국(28%, 이상 2018년), 뉴질랜드(31%, 2019년)가 가계 지출액 가운데 현금 결제 비중이 낮다. 이들 나라는 상업은행들이 주요 현금 창구인 지점과 자동입출금기(ATM) 수를 줄여 국민들의 현금 접근성이 크게 약화됐다. 우리나라도 2018년 가계 지출에서 현금 결제가 19.8%로 현금 없는 사회에 바짝 다가섰다. 상업은행 지점 수도 크게 줄었다. 최근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이동하던 나라들에서 현금을 지키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금 이외에 다른 지불 수단을 쓰기 어려운 고령층ㆍ저소득층이 경제활동에 제약을 받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빈곤층이나 중고생은 기초자본과 신용이 부족해 신용카드를 만들 수 없다. 간편 결제에 이용하는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 구매도 쉽지 않다. 시골지역은 통신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곳도 많다. 현금 없는 사회가 자칫 개개인의 돈 흐름을 감시통제하는 사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사기해킹 등의 위협에 대한 불안도 제기됐다. 전자지급결제 시스템은 자연재해나 정전이 일어나 통신시설과 컴퓨터가 멈추면 먹통이 되면서 나라의 금융거래가 한꺼번에 중단되는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전자 결제는 간편하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도난 우려가 없어 금융생활에 편익만 가져다 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먼저 진행했던 나라들에서 현금 없는 사회의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급속한 진전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국민의 현금 접근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이 선회되고 있다. 현금 없는 사회는 동전의 양면처럼, 편리함 이면에 그림자가 있다. 우리도 취약계층의 금융 소외, 소비활동 제약, 공적 화폐유통시스템 약화 등의 문제가 나타나지 않도록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아낌 없는 덕담을 축원하자

새해만 되면 많은 사람이 덕담을 주고받는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는 새해 덕담 중 가장 보편적이고 절실한 표현이어서 대체적으로 많은 사람이 나누는 인사다. 또 다른 인사로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라는 인사도 주고받는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는 새해에 복을 기원해 줌으로써 한 해 동안 아무 탈 없이 소망하는 모든 일이 이뤄질 것이라고 미리 축하해주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 복(福)은 국어사전에 큰 행운과 오붓한 행복, 또는 그로 말미암아 얻는 기쁨과 즐거움이라고 되어 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은 복 받기를 좋아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글자도 복(福)자다. 조상은 매일 사용하는 밥그릇, 국그릇, 숟가락에 복(福)자를 새겨 넣었고, 이불과 베개 등에도 복(福)자를 수놓았다. 복(福)은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짓고 거두는 삶의 과정이라고 한다. 땅을 일궈 씨를 뿌리고 한 여름날 땀 줄기 쏟아내며 잘 가꾼 농부가 좋은 결실을 거두듯 삶의 과정에서도 항상 뿌리고 가꿔야 거둬들일 수 있는 삶의 열매가 바로 복이다. 사서오경(四書五經) 중 서경에 보면 인간의 오복(五福)에 대해 말하고 있다. 수(壽)는 천수를 누리는 복이며, 부(富)는 살아가는데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재산복이다. 강령(康靈)은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깨끗한 상태에서 편하게 사는 복이고, 유호덕(攸好德)은 남에게 많은 것을 베풀고 돕는 선행과 덕을 쌓는 복이다. 마지막으로 고종명(考綜命)은 일생을 건강하게 살다가 고통 없이 평안하게 생을 마칠 수 있는 복이다. 수천 년이 흐른 예나 지금이나 인간이 추구하는 복의 근원은 서경에서 말한 오복이 아닐까 싶다. 올해는 새해 덕담을 주고받은 지 한 달도 안돼 설 명절을 맞는다. 신년 벽두 두 번씩이나 덕담을 나누는 셈이다. 남에게 하는 인사는 스스로 겸손해지며, 인사를 통한 순수한 배려는 자신을 돋보이게 한다. 다가오는 설 명절에는 활짝 웃으며 아낌없는 덕담으로 축원해주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관식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잊혀진 역사·문화 찾기는 우리의 사명

인천에 살면서 이번에 처음 안 사실이 있다. 바로 팔만대장경이 인천 강화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장소는 강화도에 있는 선원사. 고려시대 만들어진 팔만대장경은 방대한 규모와 과학성을 자랑하는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유산이자 세계적 유산이다. 하지만 우리는 팔만대장경 하면 경상남도 합천에 있는 해인사를 떠올린다. 해인사가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만들어진 장소가 보관한 장소보다 훨씬 의미가 깊을 것이지만, 지금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선원사는 터만 남겨진 채 방치 상태고, 해인사는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정부는 선원사지는 지난 1977년 11월 29일 사적 259호 선원사지로 지정했다. 그리고 수년간 발굴 조사 사업도 했다. 이후 20년째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문화재청은 물론 인천시, 강화군 모두가 나서서 이제라도 선원사와 팔만대장경의 역사를 찾아야 한다. 이는 우리 인천이 갖고 있는 최고의 역사이고 문화적 유산이다. 단순히 발굴 및 복원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각종 연구를 통해 역사적 토대 등을 명확히 찾는 것이 급선무다. 팔만대장경은 사실상 강화 전 지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즉 강화 전체가 팔만대장경 유적지인 셈이다. 이 같은 역사적 고증이 이뤄진다면 우리에겐 강화=팔만대장경이라는 유물을 후세들에게 남길 수 있다. 팔만대장경을 만드는 과정은 물론, 나무종이 등 재료와 서예와 서각, 옻칠까지 다양한 관광 상품도 가능하다. 이는 해인사가 있는 합천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오로지 강화만 할 수 있다. 선원사는 단순히 절이 아니다. 우리의 역사이자 문화다. 종교적 시각에서 볼 것이 아니다. 앞으로 관계기관이 나서 우리의 잊혀진 역사문화를 과거를 찾는데 나서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이민우 인천본사 정치부장

[지지대] 유시민-진중권, 이언주?

진중권의 독설은 여전했다. 쉼 없이 유시민을 몰아세웠다. 정확히는 알릴레오를 공격했다. 김경록 인터뷰 보도를 표적 삼았다. 증거 인멸은 맞다는 부분을 빼고 보도했다. 악의적 대중 선동이라고 했다. 알릴레오는 환타지라 안 본다. 작정하고 던진 모욕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유시민은 답을 하지 않았다. 한 번은 토론이 엉망 될까 봐라며 넘겼다. 또 한 번은 어허 참이라며 혀를 차며 넘겼다. ▶가는 곳마다 이 얘기다. 어떤 이는 이렇게 평했다. 진중권은 감정 토론을 했고, 유시민은 감성 토론을 했다. 다른 이는 이렇게 평했다. 진중권은 사자같이 덤볐고, 유시민은 승냥이처럼 달아났다. 각자의 저울에 올린 평가다. 나는 좀 달리 봤다. 시종일관 유시민의 입만 봤다. 유시민의 표정, 말, 논리만 봤다. 충격이었다. 그런 유시민은 처음 봤다. 말 안 하는 게 아닌듯했다. 말 못하는 듯했다. 언론인 유시민의 그날 모습이다. ▶소재가 기레기(기자 쓰레기)였다. 앞부분에 유시민이 말했다. 언론의 왜곡 불량 불통이. 점잖게 던졌다. 지켜보던 기자가 직감했다. 진중권에게 제대로 걸려들 것 같다. 예상이 맞았다. 본디 에두르지 않는 진중권이다. 곧바로 몰아세웠다. 알릴레오야말로 편향된 언론이다. 그 증거들을 가지고 나왔다. 운영자인 유시민은 왜곡 언론의 당사자다. 그걸로 토론은 끝났다. 진중권은 계속 말했고, 유시민은 계속 침묵했다. ▶유시민이 질 토론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언론인이다. 그것도 잘 나가는 언론인이다. 잘 나가는 언론은 곧 힘 있는 언론이다. 힘 있는 언론은 곧 독자 많은 언론이다. 그 독자의 한계는 사상과 이념이 획정한다. 사상과 이념에 반 토막 난 대한민국이다. 언론 독자의 최대치도 그 반 토막이 한계다. 반 쪽에게 저 언론은 뭘 해도 기레기다. 반 쪽에게 이 언론은 뭘 해도 기레기다. 그러겠다고 작정했다. 이걸 무슨 논리로 뒤집겠나. ▶재미있어 보여서였을까. 이언주 의원이 끼어들었다. SNS에서 진중권을 칭찬했다. 진정한 진보다. 진중권이 SNS로 답했다. 정치 좀비는 떠나라. 난장(亂場)이 따로 없다. 아무나 막 뛰어든다. 하기야 답도 없는 기레기 논쟁이다. 답이 없으니 질 염려도 없다. 누가 낀들 이상할 게 없다. 단, 여기에 출전(出戰) 못할 부류는 있다. 언론인은 안 된다. 무조건 절반의 기레기로 너덜너덜해진다. 풋내기 언론인 유시민이 그걸 몰랐던 듯하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강화 선원사지(禪源寺址)

인천광역시 강화군에 선원사(禪源寺) 절터가 있다. 남한에 현존하는 고려시대 사찰터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대몽항쟁 당시 고려대장경 목판을 조각하던 곳으로 추정되는 절터다. 문화재청은 학술적ㆍ역사적 가치가 크다며 1977년 선원면 지산리 692의5 일대 6천930㎡, 강화 선원사지를 사적 제259호로 지정했다. 선원사는 고려시대 몽골 침략을 받아 강화도로 도읍을 옮긴 후 1245년(고려 고종 32) 당시 최고 권력자였던 최우가 창건한 곳이다. 강화도 피난 당시 국찰(國刹)의 격을 갖던 사찰이었으며, 충렬왕 때에는 임시 궁궐로도 사용했다. 이곳에 대장도감(大藏都監)을 설치, 현재 해인사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을 판각하고 일시 보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실제 조판 장소였는지에 대해 학계 논란이 있다. 고려시대의 선원사는 순천 송광사와 함께 2대 선찰(禪刹)로 꼽혔으나 고려 왕실이 개경으로 환도 후 차츰 쇠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398년(태조 7년) 임금이 용산강에 거둥 하였다. 대장경의 목판을 강화의 선원사로부터 운반하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판각한 장소라는 기록은 없지만 선원사에 팔만대장경이 보관됐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안타깝게도 이후의 기록은 없고, 절터도 흔적을 찾기 어렵다. 1976년 동국대 강화도학술조사단이 지표조사를 통해 몇 개의 주춧돌과 보상화무늬 전돌, 범자(梵字)가 새겨진 기와, 지붕에 얹었던 잡상 등을 확인했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4차례 발굴조사 결과, 독립된 건물지 21개소와 부속 행랑지 7개소가 확인됐다. 중앙부 대형건물지에선 삼존불을 지탱한 것으로 보이는 불단 유구가 확인됐고 소형 청동탄생불, 금동나한상, 탄화된 사경편 등의 유물도 나왔다. 동국대 박물관은 발굴 조사를 통해 현 사적지가 절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료들을 찾았으나 이를 입증하는 고고학적 발굴 성과는 얻지 못했다. 발굴작업을 더 진행해봐야 상세한 것들이 드러나는데 20년째 방치되고 있다. 발굴 조사가 멈춰 서니 당연히 유물 등에 대한 고증 작업도 중지 상태다. 대장경판(大藏經板) 작업은 제작 기간이 16년이나 걸리는 등 고려시대 전체를 통틀어 가장 규모가 큰 국책사업이다. 대장경은 불교라는 종교적 차원을 넘어 역사적ㆍ문화적ㆍ학술적 가치가 뛰어난 우리의 소중한 유산이다. 세계가 인정한 문화유산이다. 국가 차원의 발굴 사업 재개와 이미 발굴한 유물 등에 대한 역사적 고증이 시급하다. 세계문화유산 팔만대장경을 어디에서 판각했는지 밝히는 일도 중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지역상생발전기금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국세인 부가가치세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해 2010년 지방소비세를 신설했다. 이때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의 재정격차 완화 및 균형발전 도모를 명분으로 지역상생발전기금을 만들었다. 경기ㆍ인천ㆍ서울 등 수도권 3개 시ㆍ도가 지방소비세 수입의 35%를 출연해 지방 시ㆍ도에 중점 배분하는 제도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한시적이라 했다. 지난 10년간 수도권 3개 시ㆍ도는 3조8천억원 가량을 출연했다. 경기도 1조8천억원, 인천시 3천500억원에 나머지는 서울시가 냈다. 수도권 경제사정이나 살림살이도 좋지 않은데 수도권의 세금을 사실상 강제 징수한 지역상생발전기금에 대해 불만이 컸다. 비수도권 지자체에서 이 상생기금이 마구잡이식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마치 공돈처럼 쓰면서 관리가 투명하지 않아 비수도권의 쌈짓돈이란 소리도 들렸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지난 연말 수도권 3개 시도의 지역상생발전기금 출연이 10년 연장됐다. 국회는 12월 27일 본회의에서 지역상생발전기금의 출연 기한을 2029년 12월 31일까지로 연장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기금 출연이 끝나면 재정에 숨통이 트일까 기대했던 수도권 지자체에겐 날벼락이었다. 앞서 이재명 경기지사는 경기도 재원이 다른 시도로 넘어가고 있다. 앞으로 계속 부담하라는 건 가혹하다며 기금 출연 연장에 반대했다. 박남춘 인천시장도 불합리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지방소비세율을 부가가치세의 15%에서 21%로 인상한다. 지역상생발전기금도 늘어날 것이다. 앞으로 10년간 경기도가 부담할 금액이 3조원 가량으로 추산됐다. 상생발전이란 명분의 황당한 기금이다. 이는 명백한 수도권 역차별이다. 수도권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이라는 악법 때문에 공장 신ㆍ증설도 맘대로 못한다. 경기동북부는 군사시설보호구역 규제, 상수원 규제 등이 더해져 고통과 피해를 겪고 있다. 정부는 균형발전이란 이름 하에 수도권을 각종 규제로 꽁꽁 묶어놓고 발전을 가로막는가 하면, 공공기관 대부분을 비수도권으로 이전시켜 수도권 지역경제를 황폐화 시켰다. 규제 걱정없이 신산업을 추진할 수 있게 규제 특례를 적용하고 각종 지원을 해주는 규제자유특구도 수도권만 제외했다. 이런저런 불합리한 정책으로 수도권을 옥죄면서 수도권의 세수를 거둬 비수도권에 준다니 어이없다. 지역 간 재정격차 완화와 지역발전 사업에 필요한 기금은 정부 몫이지 수도권 지자체의 세수로 할 일은 아니다. 언제까지 수도권에 희생만 강요할 것인가.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같은 명칭, 다른 의미

경복궁은 1395년 9월 29일 완공된 조선 왕조의 법궁(法宮)이다. 여러 궁궐 중 으뜸이 되는 궁궐이라는 뜻이다. 1865년 흥선대원군은 세도정치 타파와 왕권 강화의 상징으로 경복궁 중건이라는 대공사를 벌였다.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대공사인 탓에 기부금 성격의 원납전을 걷었고, 재정난 타개를 위해 당백전도 발행했다. 그러나 양반들의 기부금인 원납전은 점차 강제 기부금이 되어 서원 폐지, 호포제와 더불어 양반들의 반발을 심하게 샀다. 도성을 출입하는 이에게는 통행세를 걷었다. 이때 불린 노래가 경복궁타령이다.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민심이 반영된 노래이다. 백성을 위한 목적이 아닌 탓에 이들의 미움을 사버린 것이다. 해로통행첩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중에 거둬들인 통행세이다. 그는 1597년 울돌목 전투 이후 바닷길을 다니는 배에 대해 통행증을 발급해 통행과 어업 행위를 보장하고 통행세를 받았다. 당시 많은 피난민이 자신의 배에 재물과 곡식을 싣고 생명을 지켜줄 이순신의 수군을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수군은 군량 보충을 하고 피난민들은 안전 보장을 받는 서로에게 좋은 관계가 형성됐다. 애국심이 더욱 뜨거워진 것은 자연스레 따라온 덤이다. 그들은 해로통행첩과 같은 규제에 대해 부담스러워하거나 거부를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가워했다. 흥선대원군과 이순신 장군, 두 가지 통행세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통행세를 내는 이들의 마음이다. 민심이다. 현대사회에서 민심을 가장 잘 반영하는 총선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한해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던 4건의 패스트트랙 논의가 시작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치권은 나홀로 갈등 중이다. 분명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논의돼야 할 중요 사안이긴 하지만, 국민이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진영논리를 앞세우며 밥그릇 싸움만 이어가고 있어서다. 당론을 떠나 얼마만큼 민심을 이해하고 그들의 이해를 구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나올 것이다. 역사는 항상 전해주고 있다. 민심은 천심임을. 이명관 사회부장

[지지대] 새해소망

2020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 소망을 기원하는 수만 명의 인파가 해돋이로 유명한 산이나 바다를 찾아 새해 첫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저마다 소원을 기원했다. 개인적으로 새해 목표도 세우고 소원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가족이 있는 부모들은 가족 건강을,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들은 좋은 직장에 취업을, 대입 수험생들은 합격을, 4ㆍ15 총선에 출마하는 정치인이라면 당선을 기원했을 것이다. 2000년대 초반 모 금융기관 TV 광고에 김정은 배우가 빨간 벙어리장갑과 스웨터와 입고 등장한다. 그리고 화면을 보고 시청자들에게 외친다. 여러분! 부~자 되세요 당시 돈을 지불하고 광고한 금융기관이 어디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도 김정은 배우가 외친 광고 카피 부자 되세요는 생생하다. 서민이 꿈꾸는 부자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을까. 이 광고는 큰 성공을 거뒀다. 광고로 금융기관이 얼마나 돈을 벌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부자가 되고 싶은 새해 소망은 아직도 평범한 서민들의 새해 소원 1순위다. 저마다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아마 부자가 되게 해 달라는 소망은 공통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富)는 행복의 절대 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으로 대부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부자를 꿈꾼다. 특히 2020년은 경자년 쥐띠 해이기에 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십이간지 중 쥐띠는 다산과 풍요 등을 상장하고 있다. 그러나 부자가 되고 싶은 서민들이 새해 소망을 성취하기에는 현실은 녹녹하지 않다. 연초부터 전기요금, 보험료 등이 인상될 예정이다. 현재 서민들이 도저히 살 수 없을 정도로 집값은 뛰었다. 정부가 뒤늦게 강력한 대책을 내 놓았지만 이미 양극화는 더 심화된 상황이다. 우스갯소리로 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월급쟁이들의 주머니 사정뿐이라는 비아냥이 나온 지 오래다. 청년들도 취업난에 고통받고 있다. 고령화 노인빈곤 문제도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민생보다는 정쟁에만 몰두해 있는 모양새로 정치에 대한 민심이 떠나고 있다. 경자년 대한민국에 바라는 새해 소망. 서민들이 과거 광고 문구처럼 모두 부자가 될 수 없다면 조금은 더 행복해 질 수 있기를, 정치ㆍ경제ㆍ사회 대립과 양극화가 조금이라도 더 해소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이선호 지역사회부장

[지지대] 작심 3일이라도…

하이디 그렌트 할버슨은 컬럼비아대 교수다. 최고의 성공학 강의로 유명한 사회심리학자다. 그는 노력해도 실패했다면 잘못된 방법으로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목표 설정이 잘못되었다면 엉뚱한 골인 지점을 향해 달리는 마라톤 선수라고도 한다. 그의 성공학에서 목표 설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서 어떻게 최고의 나를 만들 것인가에서도 그는 올바른 목표 설정법을 강조하고 있다. 작심삼일파가 들어야 할 교훈이다. ▶-목표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세우자-. 다이어트가 목표라면 이렇다. 3개월 동안 10kg 빼기와 같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보다 구체적이면 더 좋다. 3개월 10kg 감량이라는 목표를 월ㆍ주ㆍ일 단위까지 나누는 것이 좋다. 단위를 쪼갤수록 성공 횟수도 많아진다. 그만큼 잦은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새로운 동기부여에 도움을 주는 선순환을 일으킨다. 혹시 실패한 부분이 있어도 부담이 적다. 충당해야 할 부분이 잘게 쪼개져 있기 때문이다. ▶-목표는 가능한 한 높게 설정하자-. 목표가 높으면 쉽게 포기한다고들 한다. 잘못된 생각이다. 목표가 쉬우면 달성도 쉽다. 그러다 보면 원래 목표를 종종 잊는다. 낮은 목표치를 따라 생활도 태만해진다. 결국, 쉬운 목표치조차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있다. 조금 벅차다는 느낌의 목표치가 좋다. 의욕이 생기고 동기부여가 지속된다. 혹, 실패하더라도 이미 달성된 결실이 있다. 낮게 설정된 목표 때보다 훨씬 많은 경험치를 쌓아 놓게 된다. ▶노승일은 작가다. 하루 1% 15분 꾸준함의 힘 저자다. 책에서 그는 작심삼일의 원인을 5가지로 정리한다. 첫 번째는 체력이 약하다. 두 번째는 걱정이 앞선다. 세 번째는 자책한다. 네 번째는 완벽하게 하려고 한다. 다섯 번째는 스스로를 믿지 못한다. 역(逆)으로 풀면 작심삼일을 극복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된다. 체력이 강해야 하고, 걱정을 이겨내야 하고, 자책하지 말아야 하고, 완벽함에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 역시 작심삼일파에겐 교훈이다. ▶책은 이렇게 정리한다. 하루 1%의 시간, 15분의 씨앗을 심어라. 그래야 1년 후, 5년 후의 미래, 그 이상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새해 첫날이다. 책상 어귀 어딘가에 글이 붙을 거다. 담배를 끊는다ㆍ책을 읽는다ㆍ몸무게를 줄인다ㆍ아침 운동을 한다. 맘 한편으로는 자책할 준비를 한다. 이래 봐야 작심삼일로 끝날 텐데. 그래도 해보라는 거다. 할버슨 교수도, 노승일 작가도 일단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작심삼일이라도 시작해보자. 김종구 주필

[지지대] 얼굴 없는 기부천사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이면 많은 사람들이 기부를 한다. 기업인, 연예인, 스포츠스타 등 유명 인사들의 기부 소식도 들린다. 함께 나눔을 실천하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얼굴 없는 천사들의 소식도 전해진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남모르게 이웃을 챙기는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다. 기부천사들의 선행은 매년 이어진다. 그래서 이들을 얘기할 때 올해도 또 OO년째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는다. 어떤 이는 면사무소에 쌀 포대를 놓고 가고, 어떤 이는 적지 않은 돈을 보낸다. 연탄을 보내는 이도, 신발을 보내는 이도 있다. 볼펜 장수 출신으로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기부천사 이남림씨(73)는 지난 24일 여주시에 2억 원을 전달했다. 이씨의 아들이 시청을 찾아 수표와 함께 손편지를 전달했다. 편지에는 여주시 관내 형편이 어려운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은 마음에 성금을 전달하게 됐다고 쓰여 있었다. 이씨는 20대 때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볼펜ㆍ만년필 장사를 시작해 돈을 모았고 안경도매점을 하며 자수성가했다. 2006년과 2007년, 불치병을 앓는 아이들을 돕는 KBS 사랑의 리퀘스트에 30억 원씩을 기부한 바 있다. 앞서 2002년ㆍ2003년에도 태풍 루사와 매미로 피해를 입은 수재민을 위해 1억 원씩 성금을 내는 등 최근까지 70여억 원을 기부했다. 인천에서도 지난 20일 익명의 기부가 잇따랐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기부자가 한 마트에 부탁해 쌀 20㎏ 100포를 주문하고 연수2동 행정복지센터로 배달을 요청했다. 같은 날 한 주민은 청학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와 동전 보따리를 전달했다. 6개 통에 모은 동전의 총액은 51만7천500원이었다. 이 사람도 본인 신원을 알리지 않았다. 해마다 잊지 않고 기부를 이어가는 익명의 기부자들은 전국 곳곳에 있다. 대구의 키다리 아저씨로 불리는 60대 익명 기부자는 올해도 공동모금회에 2천300여만원을 기부했다. 지난 9일 서울 청량리역 자선냄비에 1억1천400만1천4원이 적힌 수표를 넣고 간 사람도 있다. 울산시 울주군에선 지난 20일 한 기부자가 언양읍에 신발 40켤레를 기부했다. 이 사람은 2017년부터 모두 140켤레 신발을 보냈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않고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이들은 주위를 훈훈하게 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예년에 비해 세밑 온정이 줄었다고 한다. 불경기에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마저 얼어붙고 있다니 안타깝다. 기부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얼굴 없는 천사들의 상당수는 자기 형편도 넉넉지 않은데 나누고 있다. 그래서 의미가 더 크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쓸모없는(?) 대학졸업장

영화는 그 시대 사회상을 담아낸다. 올해 한국영화에 비친 청춘의 모습은 밝지 않다. 취업준비생, 고시생, 비정규직, 백수 등 힘겹게 현실을 버텨내는 젊은이들이 등장한다. 취업난은 빼놓을 수 없는 소재였다. 지난달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 체감 실업률이 20%를 넘었다. 청년 5명 중 1명이 실업자인 현실을 영화가 반영한 것이다. 940만 만객을 모은 엑시트는 취업에 계속 실패하는 만년 취준생 용남(조정석)이 웨딩홀에서 일하는 의주(윤아)와 우연히 만나 함께 재난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렸다. 10월 개봉한 독립영화 오늘, 우리도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통과해야 하는 젊은이를 그렸다. 여성과 운동이란 소재를 결합해 호평받은 아워 바디의 시작도 취업난이다. 8년 차 고시생 자영은 번번이 시험에 떨어지자 시험공부를 때려치우고 달리기에 몰두한다. 안전한 미래를 꿈꾸지 못하는 청년들은 불안하다. 불안한 만큼 사회 불만도 크다. 청춘들이 겪는 절망적인 풍경들, 이를 바라보는 기성세대도 가슴이 아프다. 올해 초 저 청소일 하는데요?란 책을 낸 김예지씨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디자인회사에서 인턴도 했지만, 취업이 안돼 생계를 위해 빌딩 청소일에 뛰어들었다. 책엔 젊은 대졸자가 4년간 청소일을 하면서 온몸으로 느낀 세상의 편견 등을 담담하게 풀어놨다. 김씨는 그림으로 생계를 꾸릴 수 있게 되면 청소일은 그만둘 것이라고 했다. 대졸 취업자 가운데 대학 졸업장이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판매직, 단순 노무직 같은 일자리에 하향취업한 사람이 약 30%라는 한국은행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00년 22~23%였던 하향취업률은 올해 9월 30.5%까지 증가했다. 대졸자 수는 급증하는데 경제성장이 더뎌 고학력 노동을 시장이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향취업자들의 평균 임금은 적정 취업자보다 40% 가까이 낮다. 더 문제는 하향취업자 중 1년 뒤 대졸 수준의 직장을 찾는 경우가 5%도 안되고, 90% 가까이는 고졸 일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학진학률은 2009년 77.8%를 정점으로 지난해 69.7%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일자리 증가 속도가 더 빨리 떨어져 대졸자 취업은 갈수록 어렵다. 우리 사회의 학벌 만능주의, 학력 과잉 문제 역시 심각하다. 대학진학률 70%는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고등학교만 나와도 충분한 일자리를 대졸자가 차지하면 교육투자 및 인적자본 활용의 비효율이 생긴다. 단기간에 학력 과잉 구조를 깨긴 어렵다. 실수요형, 실무형 교육을 늘려 대학교육을 시장 수요에 맞게 재편하는 노력 등이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고려인은 한 핏줄

18만 고려인 동포 여러분은 대한민국에게도 큰 자랑입니다. 3ㆍ1독립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올해, 자랑스러운 독립유공자의 후손들을 만나게 되어 매우 뜻 깊습니다. 82년 전인 1937년 겨울, 7만6천여 고려인들이 이곳 우즈베키스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습니다. 그 분들의 근면과 성실이 자손들에게 이어져 우즈베키스탄 정계와 재계, 문화예술계 등 곳곳에서 많은 고려인 후손들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고려인을 언급하며 한 말이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했던 우즈베키스탄 거주 독립유공자의 후손을 일일이 거명한 뒤, 훈포장을 받지 않았더라도 고려인 1세대는 모두 애국자이며 독립유공자라고 격려했다. 대통령은 고려인을 각별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바라보는 고려인에 대한 시선은 따갑기 그지없다. ▶고려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몰도바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조지아(그루지야) 등 독립국가연합 내에 살고 있는 한인 교포들을 말한다. 1937년 소련 시절 스탈린의 소수민족 배제정책에 따라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은 소련이 해체되고 배타적인 민주주의 운동이 확산되자 직장에서 추방당하는 등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옛 소련 지역이 여러 국가로 나뉘면서 국적을 재취득하지 못해 현재 거주하는 나라의 국적이 없는 무국적자 고려인들이 발생하게 됐다. ▶최근 중앙아시아와 러시아에서 가족단위로 이주하는 고려인들이 증가하면서 안산에는 고려인 마을이 형성돼 이미 많은 고려인이 일시적 이주가 아닌 정주화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나그네이자,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5만여 명의 고려인들 중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은 300여 명에 불과하다. 말로는 동포요, 한겨레이자, 핏줄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변방인, 무국적자로 취급받고 있다. 이제 한국 사회는 이들 고려인을 이주자가 아닌 귀환자로 받아 들여야 할 때가 됐다. 문 대통령이 고려인은 한 핏줄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하겠다. 내 조국이 대한민국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해 가겠다고 한 다짐이 고려인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따가운 시선을 거둘 때다. 강현숙 사회부 차장

[지지대] 체육회장 선거, 경기하듯 치러라

1968년 제정된 체육인 헌장은 경기인(플레이어), 심판원, 지도자, 경기 관람자 등 체육 활동 주체가 가져야 할 마음과 실천 덕목을 규정해놨다. 이 체육헌장이 반세기를 넘어 개정이 논의되고 있다. 개정 체육인 헌장에는 인권 보호와 공정하고 건전한 스포츠 가치 실현의 내용이 담겨질 전망이다. 체육 환경의 변화에 따른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함이다. 최근 국내 스포츠계의 많은 변화 중 하나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내년 1월 16일이면 지방 자치단체장의 당연직 체육회장 시대가 막을 내리고, 민간 체육회장 시대가 열린다. 첫 민간 체육회장 선거로 인해 연말 지방 체육계가 선거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광역 체육회와 시ㆍ군ㆍ구체육회 모두 마찬가지다. 지방 체육회마다 후보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부 체육회의 경우 단일 후보 등록으로 무투표 당선자가 이미 나왔고, 몇몇 지역에서는 단일화 논의가 한창이다. 상당수 체육회는 복수의 후보자들이 선거를 통해 첫 민간 회장을 선출한다. ▶국내 체육계에서 선거 상황은 낯설기만 하다. 당연직 회장에 의해 이뤄졌던 행정에 익숙한 탓이다. 첫 민간 체육회장 선거가 본격화되면서 곳곳에서 후보에 대한 지지와 네거티브 등으로 파열음이 일기도 한다. 일반인들은 아예 관심조차 없는 그들만의 리그가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그런가하면 자리를 지키려는 현직 임원과 제도권으로 진입하려는 재야 체육인들 간 보이지 않는 대리전도 뜨겁다. 조만간 선건인단이 확정되고 후보등록을 마치면 9일간의 선거전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 ▶이에 선거로 인한 체육인들의 갈등 유발과 체육계의 분열이 심히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선거과정에서 촉발된 후보자 진영간 대립 양상으로 인한 후유증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체육인들에게 경쟁은 일상(日常)이지만 선거는 다른 영역의 얘기처럼 여겨졌기에 모든 것이 낯설고 부자연스럽다. ▶하지만 선거 역시 정해진 규정 안에서 경기를 치르는 운동경기와 다를 바 없다. 규정을 준수하고 그에 따라 경기를 치르듯 선거를 하면된다. 운동선수는 수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때론 감정이 격해지고 반칙도 나오지만 규정과 심판의 판정에 따라 결과에 승복한다. 이를 어기면 페널티가 부과된다. 처음으로 치르는 지방체육회장 선거, 경기를 치르듯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황선학 체육부 부국장

[지지대] 자장면論

난데없는 자장면론이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던졌다. 복지 예산 분담률을 지적한 비유다. (현재의 복지 사업 예산구조는) 자장면 주문해 놓고 배달한 사람더러 돈 보태라는 격이다. 복지비에 휘청대는 사례도 들었다. 복지사업 매칭 비용 부담으로 예산이 왜곡돼 자체사업이 위축되고 인건비조차 부족해진 부산 북구청의 경우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으로 전락했다고 호소할 정도다. 지난 18일 복지대타협 토크콘서트에서 나온 말이다. ▶보도 안 된 분석이 계속 얘기된다. 경기도를 향해 한 말 같다. 달리 풀면 이재명 지사 들으라고 한 말 같다다. 그렇게 들릴 수도 있다. 복지비 분담은 민선 7기 행정 이슈였다. 경기도와 시군이 계속 갈등했다. 경기도를 거쳐 내려온 분담액이 한두 푼 아니다. 시군들이 아우성을 쳤다. 염 시장이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 회장이었다. 이후 복지대타협특별위원회까지 맡아 이를 성토하고 있다. 쭉 지켜본 기자들이니 그리 해석할 수도 있다. ▶경기도만의 얘기라면 맞는 얘기다. 그런데 아니다. 강원도도 도-시군 갈등을 겪고 있다. 무상교복 분담액 79억원을 놓고 싸웠다. 강원도의회가 도ㆍ시군 40%, 교육청 60%로 정했다. 강원도시장군수협의회가 도ㆍ시군 30%, 교육청 70%로 맞섰다. 서울시, 부산시 등도 다 이런 문제로 싸운다. 염 시장은 전국시장군수협의회 회장이다. 발언했던 토크쇼 주제도 복지대타협이었다. 할 수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소리를 한 것 뿐이다. ▶자장면 값은 누가 내나. 웃음 나오는 주제다. 토크쇼다운 풍자다. 풍자로 풀어가 보자. 자장면 드실 분은 국민이다. 복지라는 이름의 음식이다. 자장면 시키신 분은 중앙ㆍ도ㆍ시군이다. 상징적 자연인은 대통령ㆍ도지사ㆍ시장군수다. 자장면 값 내실 분도 대통령ㆍ도지사ㆍ시장군수여야 맞다. 그런데 여기서 빗나간다. 대통령은 적게 내거나 안 낸다. 도가 많이 낸다. 시군은 왕창 낸다. 자장면 값 푸념이 안 나올 수 없다. ▶갈등은 언제나 언론의 주된 먹거리다. 앞서의 자장면론 해석도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경중 가늠이 틀렸다. 대한민국 복지 실상은 다르다. 여유가 없다. 자장면 시키신 분과 자장면 값 내실 분이 계속 따로 논다. 중앙 정부는 자장면만 시킨다. 값은 온통 지방 정부에 넘긴다. 시군에 몽땅 떠넘기고, 도(道)에 절반쯤 떠넘긴다. 복지 모라토리엄 선언이 안 나오는게 신기하다. 이런 때 누가 누구를 지적하겠나. 도든 시든 다 같은 자장면값 희생자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교도소 책 반입 금지

2016년 작고한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는 20년을 교도소에서 보냈다.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하다 1988년 광복절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했다. 그해 수감생활을 하며 느낀 소회와 고뇌를 편지 형식으로 적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출간,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펴낸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 담론-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등도 인기다. 신 교수 책이 독자들에게 울림을 주는 것은 교도소에서 읽은 많은 책과 사색, 깨달음이 바탕이 됐을 것이다. 교도소 생활 중 유일한 낙(樂)이며 소일거리가 책읽기라는 사람이 꽤 있다. 교도소에서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뀌고, 변화된 사람들도 많다. 책을 통해 생각이 깊어지고, 책읽기가 정신적인 삶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사색과 깨달음을 통해 성장하는데 책이 도움을 준다. 법무부가 지난 11월11일부터 교정시설내 외부도서 반입을 제한하고 있다. 도서 반입이 음란물 등 금지물품 반입에 악용된다는 이유에서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 8월까지 194건의 반입금지 물품이 적발됐다. 담배(64건), 음란물(43건), 흉기(20건), 마약류(8건)가 포함됐다. 관리가 어려우니 재소자 독서권이 침해되더라도 악용될 소지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로인해 재소자에게 책 선물이 금지됐다. 그간 허용됐던 우편배송이나 민원실을 방문해 전달하는 방법은 불가능해졌고, 한 달에 2번 영치금으로 직접 구매만 가능하다. 돈없는 사람은 사실상 책읽기가 어려워졌다. 외부와 통제된 삶 속에서 도서정보를 자유롭게 접할 수 없어 도서 선택권도 문제다. 수용자의 도서접근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비난이 일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권위주의 통치 시기에도 교도소에 책 넣어주는 것을 금지하지 않았다. 수용자라고 해서 알권리, 읽을권리, 지식에 접근할 국민의 권리가 통제돼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부정 여론에 법무부는 뒤늦게 법률서, 외국어, 종교서적, 수험서 등은 상담을 거쳐 반입 허용을 정한다고 밝혔다. 의정부교도소와 군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두 재소자가 지난달 책을 받으려다 교도소가 불허하자 민변과 공익변호사단체 두루 등이 두사람을 대리해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 지침이 수용자의 알권리와 정보접근권 등을 보장하는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금지물품은 책뿐 아니라 편지, 우황청심환 등을 통해서도 들어온다. 법무부 조치는 지나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요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다. 반입금지 품목은 교정시설의 인력ㆍ장비 보강과 근무기강 확립을 통해 걸러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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