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지역 맞춤형 행복지표

한 나라가 잘사느냐 못사느냐는 대개 GDP(국내총생산)로 말한다. GDP는 1937년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가 제시후 한 나라의 경제규모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사용돼 왔다. 2018년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약 3만1천달러로 세계 26위를 기록했다. GDP가 높다고 잘사는 나라, 행복한 나라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UN산하 지속가능한 발전해법 네트워크가 발표한 세계행복지수에서 올해 상반기 54위를 기록, 1인당 GDP 순위와 큰 차이가 났다. 해외 선진국들은 일찍이 GDP 대안지표 개발에 나섰다. 포드햄 사회건강지수(FISH)는 유아사망률, 아동학대, 10대 자살률 등 16개 항목을 평가한다. 경제복지지수(ISEW)는 개인 소비 지출을 기준으로 무급 가사노동을 더한 다음 그 결과에 범죄, 오염, 사고 등에 사용된 지출같은 손실 완화 비용을 빼서 나타낸다. 경제규모보다 시민이 느끼는 삶의 질을 중심으로 하는 참진보지수(GPI)도 있다. 개별 국가 차원에서 GDP를 수정보완하거나 대안지표를 개발하는 사례도 있다. 캐나다는 예술, 시민참여, 건강 등 8개 영역에서 삶의 질 변화를 측정하는 웰빙지표(CIW)를 마련했고, 아이슬란드는 2020년 예산안에 웰빙지표에 따라 경제보다 친환경이나 평생학습, 불평등 해소 등을 우선순위에 뒀다. 국민의 행복을 측정하고 이를 정책과 예산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우리 실정에 맞는 지역 맞춤형 행복지표가 국내 처음으로 공개됐다. 수원ㆍ구리ㆍ여주시 등 전국 14개 기초자치단체가 참여한 행복실현지방정부협의회가 지난 18일 자치분권시대 행복지표 심포지엄에서 제시했다. 행복전환지표는 지역공통 지표 90개와 지역유형별(도시ㆍ농촌ㆍ도농복합형) 선택지표 10개를 포함해 총 100개 지표다. 지역공통 지표는 개인ㆍ사회ㆍ자연 3개 대영역으로 구분되고, 3개 대영역은 다시 12개 소영역(물적자산ㆍ건강과 교육ㆍ일ㆍ여가와 문화ㆍ공공서비스ㆍ기반시설(의료, 문화, 교육)ㆍ참여(거버넌스)ㆍ안전과 신뢰ㆍ사적관계ㆍ자연환경ㆍ지속가능성ㆍ주관적 행복감)으로 나뉜다. 12개 소영역은 27개 세부항목과 46개 주관지표, 44개 객관지표 등 90개 지표로 구성됐다. 지역 맞춤형 행복지표는 개발단계부터 지역 전문가와 공무원, 주민이 참여해 지역별 특수성을 반영했다. 각 지방정부가 개발과 성장 중심에서 지속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정책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 전환 속도와 방향을 점검하는 지표라는데 의미가 있다. 행복지표를 정책과 연계하기 위해선 주민참여, 지자체의 자발적 움직임, 이를 추진할 행복부나 행복청 같은 전담조직이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선수가 게임룰을 바꾸는 ‘꼴불견’

지난 17일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면서 2020년 4월 15일 치러질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의 서막이 막 올랐다. 이번에도 역시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 자신이 정확히 어디로 출마할지도 모른 채 후보자들이 일단 등록부터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국회 내부 사정은 더 어지럽다. 한국당을 제외한 정당들은 국민이 듣도 보도 못한 4+1, 3+1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협의체를 구성해 연일 선거법 개정을 놓고 다툼 중이다. 이들은 국회의원 정수를 확대하려 하지를 않나, 최근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연동형 캡 등을 놓고 씨름하고 있다. 정치부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보니 많은 질문을 받는다. 연동형이 뭐냐? 석패율제는 뭐냐? 정치부 기자조차 하나하나 설명하기 어려운데, 정치권과 상관없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 애초 4+1이 뭐냐고 묻는 질문에 협의체에 포함된 정당 이름을 정확히 대답할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도대체 국회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최근 국회의 행보를 보면서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원들이 모여 자신들이 출마할 선거 룰을 바꾸는 게 맞는 것인지 말이다. 선거제도는 법을 바꿔야 하고, 법을 의결하는 권한은 국회에 있으니 국회의원들이 선거법을 바꾸는 게 이치에 맞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해 보자. 야구선수들이 매 시즌 앞두고 모여 룰을 바꾼다면?! 홈런타자들은 펜스를 앞으로 당기자고 주장할 것이고, 투수들은 공을 더 작게 만들자고 주장할 것이고 합의가 되겠는가?! 또 그것을 지켜보는 야구팬들은 얼마나 꼴사납게 쳐다보겠는가. 지금 국회가 하고 있는 논의가 이것과 뭐가 다른가. 제안하고 싶다. 시민단체와 학계, 정계가 모여 선거제도를 논의하는 기구를 만들고, 그곳에서 의결되는 안을 국회가 무조건 받아 의결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자. 적어도 국회의원들이 자기 밥그릇 지키려 싸움하는 꼴은 안 볼 수 있을 것 아닌가. 국회의장 아들은 아버지 지역구에 출마한다고 하질 않나, 지역구 선거에 떨어진 후보를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여보내자고 하질 않나, 제1야당은 무슨 이유로 언제부터 인지도 가물가물해질 정도로 거리 정치만 하고 있질 않나 국민이 정치를 혐오하게 하는 방법도 참 가지가지다. 이호준 정치부 차장

[지지대] 공짜티켓

연말연시 공연장이 뜨겁게 달궈지면서 가끔 공짜티켓을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곤 한다. 모 선배가 연말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하는 공연이 있는데 공짜티켓을 구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선배님 요즘 저도 그런 부탁을 받아본 일이 없어 확인해 보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런데 선배의 부탁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한 주가 흘렀다. 문득 선배의 부탁이 생각나 전당에 연락해 해당 공연의 티켓을 구할 수 있냐고 문의를 했더니, 이걸 어쩌나. 공연이 이미 지난 주말에 끝났다는 것이다. 선배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어 전화를 할까 하다가 그 선배님도 의례 못구했다 생각해서 안 하신거겠지라고 생각하며 전화기 통화 버튼을 껐다. 과거 같으면 문화부장은 연말 공짜 티켓을 구해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일을 담당(?)하는 것이 업무이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기획사들이 공연장에 무료 티켓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초대권 배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바른 공연 문화가 정착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 연말연시 공연 성수기를 앞두고 온라인 암표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인기 가수의 콘서트 또는 뮤지컬 공연 티켓을 구매해서 곧바로 웃돈을 얹어 되팔아 수익을 얻는 리셀러(reseller)들이 어김없이 활개를 친다는 것이다. 정가보다 두배 이상 비싼 암표 탓에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기사였다. 최근에는 콘서트 티켓을 대신 구매해주는 대리 티켓팅도 나타났단다. 수수료 명목으로 3만~4만 원 가량 받고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인기 가수의 공연 티켓을 구매ㆍ전달해주는 방식이란다. 이런 기사를 보니 공짜 티켓이 활개(?)를 치던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 공연은 무슨 공연이냐는 분위기 였다. 티켓 판매율이 50%도 안되면 기획사들은 여기저기 티켓을 뿌려 공연 홍보를 했었다. 지금은 어찌됐든 티켓 완판은 물론이고 웃돈을 줘 가면서까지 티켓이 거래되고 있다. 그만큼 공연 문화가 사람들에게 일상화됐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공짜티켓이 살짝 그립기도 하지만 제대로 된 돈을 내고 정당하게 공연을 즐기는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되길 기대한다. 최원재 문화부장

[지지대] ‘고래고기 먹인 이춘재’

고래 고기 사건은 이렇다. 2016년 울산 경찰이 한 사건을 발표한다. 밍크고래 불법 포획 유통업자 등을 검거한 사건이다. 모두 6명이 체포됐고 2명이 구속됐다. 보관 중이던 고래 고기 27톤을 압수했다. 40억원 상당에 달하는 양이다.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면서 논란이 생겼다. 검찰이 21톤의 고래고기를 환부(還付)했다. 불법이 확인된 고기는 6톤뿐이라는 이유였다. 검찰은 고래연구소 의견 등을 참고한 적법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환경단체가 검사 등을 고발했다. 포경업자의 손을 들어줬다고 주장했다. 업자들에게 30억 상당의 이익을 줬다고 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곳은 울산경찰청이다. 통상의 고발장은 검사 지휘를 받는다. 하지만, 당시 황운하 울산청장은 직접 수사를 지시했다. 검찰과 경찰이 정면충돌하는 계기가 됐다. 경찰 수사권 독립과 맞물렸다. 요란했던 이 사건의 결론은 없다. 검ㆍ경 충돌사에 남을 고래고기 사건이다. ▶수원지검이 이춘재 8차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윤모씨 재심 사건과 관련된 수사착수다. 윤씨는 살인 혐의로 20년간 징역을 살았다. 이춘재가 뒤늦게 범행을 시인했다. 법적으로는 윤씨의 범행이 확정된 상태다. 이를 바로잡을 절차는 재심이다. 윤씨가 입증하려는 건 강압수사다. 검찰이 이 재판의 공소유지를 맡는다. 윤씨에 대한 강압수사 여부는 밝히는 게 재판 전 준비다. 검찰도 수사 배경을 그렇게 설명한다. ▶몇 가지 정황이 검찰발(發)로 나왔다. 당시 국과수의 감정서가 조작된 것 같다고 한다. 윤씨를 지목하는 데 결정적 증거였다. 이 과정에 경찰이 개입됐다는 보도도 나온다. 당시 형사들의 가혹 행위도 확인됐다고 전해진다. 그러자 경찰의 볼멘소리가 나왔다. (감정서 조작은) 확정적이지 않다 검찰이 경찰의 가혹 행위를 집중 부각시킨다. 이춘재 이감 때도 그랬다. 검찰이 경찰에 알리지도 않았다며 불만이 터져 나왔다. ▶검ㆍ경 동시 수사라는 모양새가 됐다. 17일 경찰이 당시 검사ㆍ형사 등을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이쯤 되면 언론도 헷갈린다. 경찰 출입 기자와 검찰 출입 기자가 서로 다른 주장을 한다. 한 기자는 검찰 개입이 성급했다고 하고, 다른 기자는 경찰 불만이 근거 없다고 한다. 여간 씁쓸하지 않다. 희대의 살인 사건이다. 20년 누명을 밝히는 수사다. 고래 고기와는 차원이 다른 흉악범죄다. 검ㆍ경 합동 수사를 해도 시원찮다. 이런 마당에 검ㆍ경 동시 수사라니. 이춘재에도 고래고기를 먹이려 하나. 안 된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공명지조(共命之鳥)

공명지조(共命之鳥)는 아미타경 등 불교 경전에 등장하는 하나의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다. 글자 그대로 목숨(命)을 함께=공동유지(共) 하는 새(鳥)다. 줄여서 공명조(共命鳥) 또는 동명조(同命鳥)라고도 한다. 두 생명이 서로 붙어 있어 상생조(相生鳥), 공생조(共生鳥), 생생조(生生鳥), 명명조(命命鳥) 라고도 한다. 서로가 어느 한 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 같이 생각하지만 실상은 공멸하게 되는 운명공동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불본행집경과 잡보장경에 따르면 이 새의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몸은 하나인데 마음이 둘인 셈이다.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었는데, 다른 머리가 이를 시기하고 질투했다. 화가 난 다른 머리는 어느 날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었고, 독이 온몸에 퍼져 모두 죽게 됐다. 교수신문이 2019년을 정리하며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를 선정했다. 매해 촌철살인을 보여주는데 올해도 사회상을 제대로 짚어냈다. 공명지조를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한국의 현재 상황은 상징적으로 마치 공명조를 바라보는 것 같다. 서로를 이기려고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 쪽이 사라지면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한국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어 선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를 놓고 교수 1천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장 많은 347명(33%)이 공명지조를 선택했다. 공명지조를 택한 응답자들은 분열된 사회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좌우 대립이며 진정한 보수와 진보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정치가 좌우로 나뉜 것은 그렇다 쳐도 왜 국민들까지 이들과 함께 나뉘어서 편싸움에 동조하는지 안타깝다, 지도층이 분열을 해결하려는 노력보다는 이용하고 심화하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 국익보다 사익을 위한 정쟁에 몰두하는 듯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자기는 잘 살 것이라 생각하지만 결국 공멸하는 공명조가, 같이 살고 같이 죽는 운명공동체임을 잊고 서로 못 잡아먹어 으르렁대는 한국 사회와 닮았다. 한 나라 백성인데 두 가지 마음으로 갈라진 우리 현실 그대로다. 조국 사태로 갈라진 서초동과 광화문 광장에서, 협상과 타협이 실종된 국회에서 상대를 죽여야 산다는 식으로 공격하고 혈전을 벌였다. 목숨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무모하고 어리석었다. 이제 극단적인 분열을 끝내고 함께 사는 길을 찾아야 한다. 상생과 화합으로 나아가야 같이 살 수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노동인구 감소

노동인구는 노동을 하고 있거나, 할 수 있는 15~65세 인구를 뜻한다. 한국의 노동인구가 앞으로 20여 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가파르게 줄어들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다. 전체 인구는 크게 변화가 없지만, 저출산고령화 영향으로 15~65세 인구만 급격히 줄어 국가경제 잠재 성장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최근 발간한 세계 무역 보고서 2019에서, 2040년 한국의 노동인구가 지난해보다 17%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전 세계 노동인구가 평균 17% 증가하는 것과 정반대 흐름이며, 주요 국가 중 가장 큰 감소율이다. WTO는 한국의 노동인구가 대폭 줄면서 국내총생산(GDP)도 2040년까지 65%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세계 평균(80%)보다 15% 포인트 낮다. 일본(19%)과 유럽연합(45%), 미국(47%) 등 주요 선진국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인도(226%)와 중국(141%) 등과 비교하면 크게 뒤지는 수치다. WTO는 한국의 노동인구 감소는 이후 고용률이나 인구 증가율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인구는 지난해 3천765만명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노동인구가 줄면 재정 부담은 늘고 경제 활력은 떨어져 국가 잠재 성장력이 하락한다. 생산활동에 참여할 수 없는 고령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노동인구만 줄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사회보장 및 복지를 감당할 수 없는 국가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세대간 갈등도 우려된다. 한국의 초저출산고령화 추세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고 가파르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98명이었다. 올해는 0.8명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OECD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명에 못 미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동향 2019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65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노인부양비(100.4명)를 기록할 전망이다. 노인부양비는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해야 할 고령인구로, 2017년 20.4명인데 약 50년 만에 5배로 늘어난다는 얘기다. 2065년 예상되는 OECD 평균 노인부양비는 53.5명으로 한국은 2배에 근접한다. 정부가 초저출산고령화 대응에 2006년부터 지금까지 260조원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그런데도 성과가 없다는 것은, 주먹구구식 예산 집행 등 정책에 문제가 있다. 실효성 있는 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 노동인구 감소는 나라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위기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박항서 매직’에서 배우는 리더십

한 마음으로 한 곳에 모여 목이 터져라 누군가를 응원했던 날. 2002년, 전국민을 하나가 되게 만든 한일월드컵 당시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친구들과 태극기로 온 몸을 치장하고 잘 알지도 못했던 축구를 보며 목이 터져라 응원하던 그날의 열기가 최근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동남아시안(SEA)게임 남자축구 우승을 확정한 베트남 22세 이하(U-22) 대표팀을 보면서다. 지난 10일밤, SEA게임 종료 휘슬이 울리면서 60년만에 첫 우승을 확정한 순간 베트남 전역은 박항서 감독을 연호하는 목소리로 가득찼다. 거리에는 태극기가 휘날렸고, 베트남 국민은 한국 사람만 보면 하이파이브를 하고 헹가래를 할 정도로 기뻐했다. 부임 후 줄곧 신화를 써내려가는 박항서 감독 덕에 그의 나라인 한국도 함께 영웅 대접을 받는 셈이다. 박 감독이 베트남 축구 위상을 올릴수록 한국에 대한 호감도도 함께 상승해 왔다. 부임 이후 동남아 국가와의 경기에서는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싶다. 박 감독 덕에 K-POP은 물론이고 뷰티 산업, 소주나 드링크제처럼 식품산업까지 베트남은 한류 열풍이 가득하다. 물론 박 감독에 대한 베트남의 호감도가 국민 영웅 수준으로 오른 건 그가 보여준 결과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결과를 만들어낸 건 분명 박 감독의 남다른 리더십 덕분이다. 처음 박 감독이 베트남에 갔을 때 베트남어는 물론이고 영어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말이 통하지 않자 박 감독이 택한 소통 방법은 신체적인 접촉, 스킨십이었다. 선수들을 안고 다독이고, 볼을 쓰다듬었다. 2018년 8월에는 수비스 딘흐 트롱 선수가 SNS에 올린 발마사지 영상이 화제를 모았고, 자신에게 배정된 비즈니스석을 허리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선수에게 양보한 모습도 화제였다. SEA게임 결승전 당시에도 과격한 플레이를 하는 인도네시아 선수들에게 경고를 주지 않는 주심에게 항의하다 퇴장 당하기도 했다. 지는 팀이었던 베트남이 이기는 팀으로 변할 수 있던 원동력은 박 감독의 이 같은 세심하고 낮은 자세의 리더십 덕이 아닐까. 내가 먼저 솔선수범하며 상대에게 믿음을 전하는 리더십, 박 감독의 박항서 매직에서 리더십을 배운다. 김경희 사회부장

[지지대] 인기스타 ‘펭수’와 같은 마인드를 갖자

최근 EBS 펭귄 캐릭터 펭수가 인기다. 펭수의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 구독자는 5개월만에 128만명까지 늘어났다. 한 취업포털사이트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한 설문조사 및 인기투표에서 당당히 방탄소년단(BTS)을 제치고 1위를 하기도 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존댓말도 하지 않고 각종 사회적 규범을 공격하며 스스로 슈퍼스타이자 셀럽이란 것을 자랑하는 건방짐을 꼽는다. 김명중 EBS 사장의 이름까지도 방송에서 마구 부르는 일정 선을 넘는 캐릭터다. 이처럼 건방진데도 인기가 높다? 보수적인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불가능 한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금기를 깨는 펭수의 이 같은 건방진 행동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는 듯하다. 사회적 불평등을 감내하면서 계층 상승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과 반대로 펭수는 너무 당당해서다. 이 때문에 특히나 젊은 세대, 젊은 직장인들이 열광한다. 직장의 위계 구조에 짓눌려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큰 위안이다. 물론 현실성은 없지만. 나도 어느새 40대 중반으로 가면서 매일 후배들에게 자칫 꼰대짓을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 한다. 꼰대는 권위적 사고를 가진 어른 등을 비하하는 은어다. 아예 옛날엔 말이야, 내가 옛날엔 등으로 시작하는 말도 하지 않으려 애쓴다. 한편으로는 만약 후배가 펭수 같은 행동을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에 대한 고민도 한다. 펭수의 인기는 곧 직장 내 꼰대들을 향한 긍정적인 비판 에너지다. 우리 모두가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 지향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이것이 곧 나 뿐만 아니라 회사(직장), 그리고 우리나라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혁신이라고 본다. 모두가 꼰대 보다는 펭수 같은 마인드를 가지면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민우 인천본사 정치부장

[지지대] 사라진 사다리-김우중

단돈 500만원으로 시작. 김우중을 상징하는 말이다. 대우 역사의 시작이기도 하다. 그가 사업을 시작한 건 1967년이다. 다니던 섬유수출업체를 그만두고 창업했다. 원단생산업체인 대도섬유와 손잡고 만든 대우실업이다. 당시 투입한 자본금이 500만원으로 알려진다. 창업 첫해부터 58만 달러를 수출했다. 싱가포르에 트리코트 원단과 제품을 납품했다. 수출이 곧 국력이던 시절이다. 창업부터 그는 주목받는 기업인이었다. 나이 30세 때다. ▶1973년 영진토건을 인수해 대우개발로 바꿨다. 1976년 옥포조선소를 대우중공업으로 만들었다. 1974년 인수한 대우전자와 1983년 대한전선 가전사업부를 합쳐 대우전자를 그룹 주력으로 키웠다. 창업 15년 만에 대우는 국내 4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주목받았던 건 해외 시장 개척이다. 1969년 이미 한국 기업 최초로 호주 시드니에 지사를 세웠다. 1998년 말 대우는 396개 현지법인을 보유했다. 해외 고용 인력만 15만2천명에 달했다. ▶박정희와의 특별한 관계가 많이 얘기된다. 그는 나를 자식처럼 여겨준 대통령이라고 했다. 곡절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대구사범 은사가 김우중의 부친이다. 김우중과의 첫 만남에서 박 전 대통령이 물었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 세계를 돌며 무역업을 하고 싶습니다. 젊은 김우중 답변에 박 전 대통령이 책 한 권을 내밀었다. 육당 최남선의 한국해양사였다. 대우의 급성장에는 이런 권력과의 연(聯)도 한몫했으리라 본다. ▶그 권력이 종단엔 역풍으로 바뀌었다. 바뀐 권력이 대우를 침몰시켰다. 1998년 외환위기의 충격을 대우가 그대로 받았다.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잔인하게 공중 분해됐다. 대우의 성공도 정경 유착의 적폐로 재명명됐다. 그는 부당하다고 했다. 평생을 그렇게 말했다. 외환위기 때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의 방침에 무조건적으로 따르고 책임을 기업에 돌리는 등 잘못된 구조조정을 시행했다(2014년 연세대 특강 중에서). ▶기업 흥망에는 수 없는 원인이 있다. 대우의 성공을 정경 유착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대우의 몰락도 권력 횡포로만 설명할 수 없다. 다만, 그가 남긴-특히 70, 80년대를 청춘으로 살았던 세대에게- 분명한 기억은 있다. 김우중은 그 시절 청년들의 꿈이었다. 나도 500만원으로 70조 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상상의 모태였다. 지금은 사라졌다는 계층 상승의 사다리다. 어찌 보면 그 사다리의 마지막이 곧 김우중 대우의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일본의 위안부 공문서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병사 70명당 위안부 1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는 기록이 발견됐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지난 6일 보도했다. 이런 내용은 주중 일본영사관이 일본 본토의 외무성과 연락하기 위해 1938년 작성한 기밀문서에 나온 것으로, 일본 정부가 위안부 관리에 직접 관여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당시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 주재하던 일본 총영사는 보고서에 해군 측은 예작부(藝酌婦) 합계 150명 정도 증가를 희망하고 있으며 육군 측은 병사 70명에 대해 1명 정도의 작부가 필요하다는 의향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지역 총영사는 황군이 전진하는 경우를 내다보고 4월 말까지 적어도 5천명의 특수부녀를 집중, 군용차에 편승한 특수부녀 186명 남하 등을 보고했다. 교도통신은 다른 보고서에서는 작부특수부녀가 매춘 여성과 같은 의미로 기재됐다며 이들이 위안부를 의미한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1991년부터 각 부처에 남아있는 군 위안부 관련 공문서를 조사하고 있는데, 이번 기록은 2017~2018년에 수집한 23건의 문서 중 13건에서 나온 것이다. 병사 70명당 위안부 1명이란 수치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군과 외무성이 국가 차원에서 위안부를 전쟁터로 보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근거라고 평가했다. 기록을 보면 일본군이 위안부 제도를 만들고 유지하고 운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야말로 빼박이다. 2017년엔 일본 군부대가 인도네시아에 위안부를 끌고 와 난폭한 수단으로 협박했다는 내용의 전범 재판(바타비아(자카르타의 옛 명칭) 재판 25호 사건) 기록이 공개된 적도 있다. 그런데도 아베 정부는 위안부 모집에 강제성이 없었다며 정부와 군의 개입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 일본은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 담화를 통해 위안소는 군 당국의 요청에 따라 설치운영된 것이며, 위안부 이송에 구 일본군이 관여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라,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광범위한 역사적 조사를 진행해 밝힌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잇단 증언으로도 일본의 파렴치한 전쟁범죄가 세상에 드러났다. 국제사회도 한목소리로 야만적인 위안부 제도를 규탄하고 있다. 아베 정부는 더 이상 고노 담화 자체를 부정하며 추악한 범죄를 감추려 해서는 안된다. 범죄행위를 반성하고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 일본군의 위안부 공문서는 앞으로 또 나올 수 있다. 명백한 역사적 진실은 절대 감출 수 없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심각한 불신사회

영국의 싱크탱크 레가툼연구소가 매년 세계 번영지수를 발표한다. 번영지수는 세계 167개국을 대상으로 안전, 개인의 자유, 거버넌스, 투자환경, 기업여건, 시장 접근도와 기간시설, 경제의 질, 생활환경, 보건, 교육, 자연환경, 사회자본 등 12개 항목을 평가해 그 나라의 번영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흔히 살기 좋은 국가 지표로 인용된다. 최근 발표된 2019 레가툼 번영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적으로 잘사는 나라에 속하지만 심각한 불신사회인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순위는 29위로 상위권이었으나, 사회자본 항목은 142위로 바닥권이었다. 한국은 교육(2위)과 보건(4위) 분야에선 최상위를 기록했다. 경제의 질(10위), 시장 접근도와 기간시설(20위), 투자환경(21위), 생활환경(25위), 기업여건(33위), 안전(35위) 등도 양호했다. 개인의 자유(46위)는 지난 10년간 가장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자연환경은 91위에 그쳤고, 특히 사회자본은 142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사회자본(social capital)은 개인과 개인의 신뢰, 국가 제도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신뢰, 사회규범, 시민참여 등 그 사회의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무형의 자산이다. 이 부문에서 142위는 충격이다. 대한민국이 심각한 불신사회임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11월 초 발표된 OECD 주요국 정부신뢰도 순위에서도 34개국 가운데 22위를 차지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 사회조사에서도, 우리사회를 믿을 수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49.1%에 달했다. 연령별로는 20~30대 54.9%가 믿을 수 없다고 답해 청년층의 사회적 불신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30~39세에서도 절반 이상(51.5%)이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개인과 사회에 대한 불신은 국민 행복을 저해한다. 때로 개인 간의 불신은 폭력으로, 국가에 대한 불신은 집단 시위로 나타난다.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의 저자인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분노와 불신이 팽배한 것이 우리사회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개인에게도 불행한 일이지만, 불신사회에선 실력경쟁 대신 안전한 위험회피 경쟁을 하게 되면서 성장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고 말했다. 레가튬연구소도 제도에 대한 신뢰, 개인 사이 신뢰는 세계 각국이 진정한 번영을 구축하기 위한 핵심 요소라고 밝혔다. 신뢰 기반이 없는 나라는 사회적 비용 증가로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하게 된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 신뢰 사회로 나아갈 수 있고, 국민행복지수도 높아진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가슴이 따뜻한 겨울나기

겨울은 소외계층에게 더욱 힘든 계절이다. 국가 경제가 장기 침체기로 들어선 데다 정치 불안까지 겹쳐 기업과 국민 모두 살아가기가 팍팍하다. 우리의 삶이 너무나 불안하고 팍팍하다 보니 주위를 돌아볼 여력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각박한 세태 속에서도 어김없이 홀로 사는 노인이나 저소득 가정, 복지시설 등에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어려운 이웃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해 유치원 어린이부터 초ㆍ중ㆍ고 학생, 기업, 지역사회단체, 군인 등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십시일반 모은 성금으로 마련한 쌀, 김장김치, 밑반찬, 이불, 온열매트, 연탄 등 각종 생필품과 난방용품 기부가 줄을 잇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많은 사람이 연탄을 때고 있다. 두 장에 천 원 정도 하던 연탄이 한 장당 800원으로 가격이 올라 저소득 가구를 힘들게 하고 있다. 연탄을 때는 저소득 가구는 기름이나 가스보일러로 교체하고 싶지만, 시설 비용이 만만치 않고 기름값이나 가스비를 충당하기 어려워 현실적으로 연탄을 땔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연탄은 불 조절만 잘하면 한 장, 두 장으로도 온종일 따뜻하게 지낼 수 있어 겨울 추위에 난방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서민에게 연탄은 큰 선물이다. 사랑의 연탄나눔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어려운 이웃의 마음을 훈훈하게 녹여주고 있다. 비탈지고 좁은 골목길을 두 줄로 길게 늘어선 자원봉사자들은 혹여나 기부한 연탄을 떨어트리지나 않을까 양손으로 소중히 잡고 옆 사람에게 건네주는 얼굴에는 웃음꽃이 끊이지 않는다. 자원봉사자 행렬에는 부모의 손을 잡고 참여한 아이들도 있다. 4㎏이나 되는 무거운 연탄을 연신 옮기다 보면 얼굴에는 검은 가루가 묻고 팔다리는 아프지만, 아이들의 얼굴에는 나눔에 대한 기쁨으로 웃음이 가득하다. 부모는 자녀의 참된 스승이다.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자녀는 나눔의 기쁨과 행복을 배우는 소중한 경험을 쌓는다. 올겨울 자녀의 손을 잡고 연탄 한 장 한 장을 정성으로 꽃피워 어려운 이웃을 보듬어 보자. 흘린 땀만큼이나 가슴이 따뜻한 겨울이 되지 않을까. 이관식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반등

축구의 5할은 감독의 몫이라는 얘기가 있다. 어떤 선수를 어떻게 기용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단 한 명 한 명의 진면모를 알아야 하고, 또 그러기 위해서는 그 선수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 중 하나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토트넘 핫스퍼를 맡은 명장 조제 뮤리뉴는 이를 실천하는 대표적인 감독이다. 스페셜 원으로 불리는 뮤리뉴 감독은 1년 가까운 야인 생활을 청산하고 위기에 빠진 토트넘의 감독을 맡았다. 그리고 기적과도 같은 3연승으로, 10위권 밖에 머물던 팀을 단숨에 5위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동안 폼을 잃었던 델리 알리의 부활과 만능키 손흥민 선수의 월드클래스 진가를 더욱 널리 알리게 하고 있다. 반등의 역사를 새로이 써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조직에서 팀장의 역할은 축구 감독과도 같다. 팀원들의 면모를 하나하나 분석하고, 최적화된 상황에서 그들의 진가를 끌어내 최고의 퍼포먼스를 창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누구는 칭찬에 춤을 추고, 누구는 소통에 웃음 짓는다. 나를 알아주는 상사를 만났을 때 자신을 100% 넘어서는 활약을 펼칠 수 있다는 말이다. 반대로 팀원들의 심리적, 대내외적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지속적으로 그들에게 기름을 부어 결국 폭발하게 만드는 팀장도 있다. 이 팀의 운명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불화와 대립 속에서 결국 팀 전체가 와해되는 결론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제는 어떤 팀에서 어떤 팀장과 함께 하고 있는 것일까. 경제팀장은 올바르게 잘가고 있다고 스스로 팀을 진단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팀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20여 년 전 IMF 사태 때보다 더 어렵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팀장과 팀원들 사이에 이미 소통은 사라진지 오래다. 경제성장은 더디고, 물가는 다시 오르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는 모양새다. 우리의 경제는 결국 불행역에 종착하게 되는 것인가. 조제 뮤리뉴는 축구에 있어서 이미 명장 반열에 올라서 있다. 그래서 더욱 특별한, 스페셜 원으로 추앙받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스페셜 원이 등장할 때다. 반등 없는 우리 경제에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쾌거는 절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규태 경제부장

[지지대] 별건 수사와 먼지떨이 수사Ⅱ

90년대 말, 현직 시장이 구속됐다. 방대한 별건 수사가 진행됐다.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참고인이 얼마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수원지검에 큰 오점으로 남은 수사다(2019년 10월 16일 지지대). 별건 수사는 수사의 한 방식이다. 오랜 기간 수사기관이 그렇게 여겼다. 피의자 입장에선 다르다. 본건과 전혀 다른 별건이다. 본건을 자백하라는 협박이다. 수사권 남용이다. 별건 수사가 검찰 개혁에 화두로 등장한 이유다. ▶피조사자가 또 죽었다. 이번엔 청와대 민정비서관 출신 수사관이다. 유서-메모-에는 정확한 이유가 나타나 있지 않다. 정치권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야권은 죽음에 이를 정도의 권력형 비리가 있다는 의심을, 여권은 검찰의 별건 수사가 원인이었을 것이라는 의심을 말한다. 원래 정치가 이런다. 망자(亡者)를 놓고도 서로 따진다. 정치공학적 셈법으로 해석하며 싸운다. 새삼스러울 것도, 의미를 둘 필요도 없다. ▶다만, 한 가지는 짚고 가자. 별건 수사 논란이다. 검찰은 지금 별건 수사를 하고 있나. 검찰은 아니라고 한다. 외견상 모습도 그렇다. 울산시장 관권 선거 논란이다. 청와대가 지시하고, 경찰이 이행했다는 의혹이다. 사실이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유재수 부산 부시장 사건도 마땅히 해야 할 수사다. 검찰의 구속영장을 법원이 발부했다. 무마해선 안 될 비위였음이 증명됐다. 각각이 중대한 사건이라는 검찰 입장에 일리가 있다. ▶그런데 조국씨에겐 다를 수 있다. 검찰이 조국 수사를 시작한 건 8월이다. 압수수색을 기점으로 보면 8월 27일부터다. 100일이 넘었다. 그 사이 5촌 조카ㆍ동생ㆍ부인이 구속됐다. 조국 자신도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결과는 아직도 안 나왔다. 당초 혐의는 동양대 총장 위조ㆍ사모펀드 의혹이었다. 이제 유재수 의혹ㆍ울산시장 선거 의혹까지 왔다. 조국씨를 언제까지 수사할지, 어디까지 수사할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검찰 개혁안의 주체는 피조사자다. 피조사자의 인격ㆍ권리 보호가 목적이다. 수사가 석 달을 넘기고, 혐의가 갈수록 는다면 누구에든 별건 수사고 먼지떨이 수사다. 조국 사건도 그렇다. 이쯤에서 맺어야 한다. 청문회 혐의는 일단락 해야 한다. 기소든 불기소든. 울산시장 의혹ㆍ유재수 의혹은 별건 수사다. 많은 국민이 그렇게 본다. 필요하다면, 별개 수사로 해가면 된다. 공소장 변경ㆍ추가기소 제도가 다 그러라고 있는 거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자주 바뀌는 입시제도

대학입시가 또 바뀌었다. 정부 수립 후 19번째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시제도도 바뀌었다. 1945년부터 1953년까지 입시제도는 대학별 단독시험제였다. 68년까지는 대학별 시험과 본고사를 왔다 갔다 하다가 69년부터 자리를 잡았다. 1969년~80년은 본고사 세대로 불리는데 수험생은 대입시험을 두 번 치렀다. 예비고사를 치르고, 여기서 자격을 얻은 학생들이 대학별 본고사를 봤다. 대입제도가 법적 근거를 가진 것은 1981년 학력고사가 실시된 이후다. 전두환 정권은 1981년 교육법과 730 교육조치를 통해 대입제도를 손질했다. 과외 전면금지와 함께 학력고사 제도를 내놓았다. 본고사가 어려워 과외 등 사교육을 양산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이후 대선 후보마다 교육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1993년 김영삼 정권이 들어서며 수학능력시험(수능)이 도입됐다. 수능 첫해 수험생은 8월과 11월 두 번 시험을 쳤다. 하지만 수능 1차는 너무 쉽고, 2차는 너무 어려워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다음해부터 1회로 축소됐다. 김대중 정권 때도 수능은 유지됐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대입제도를 시행했다. 당시 이해찬 교육부 장관은 고교 0교시, 야간 자율학습과 월간 모의고사를 폐지했다. 봉사활동이나, 영어 등 특기 하나만 있으면 대학에 갈 수 있는 전형도 도입했다. 대학들은 논술이나 심층면접을 도입, 1.4%였던 수시가 2002년 28.8%까지 올라갔다. 노무현 정부는 공교육 정상화를 목표로 했다. 내신 중심 수시 비중이 크게 늘어 2007년 51.5%로 정시를 앞섰다. 9개 등급으로 수능 등급제가 도입됐고, 입학사정관제도 도입됐다. 이명박 정부는 입학사정관제를 확대, 대학이 저마다의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했다. 대입 전형이 3천개나 된다고 할 정도로 복잡해졌고, 학생들은 스펙 쌓기에 몰두했다. 박근혜 정부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도입했다. 학종은 학교 안에서 교육활동 위주로 학생부를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입시에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이 어떤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는지 몰라 깜깜이 전형이란 비판이 일었다. 수시 비율이 70%를 넘었다. 문재인 정부에선 학종 공정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수능 위주의 정시확대 비율을 늘리기로 했다. 교육부가 지난 28일 서울 16개 대학이 2023학년도까지 정시 비율을 40%로 올리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연히 다른 대학까지 확산될 것이다. 정시확대 발표에 공교육 파행과 사교육 조장 등 입주위주 교육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입시정책에 학부모와 예비 수험생들은 또 혼란스럽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체납자 추격전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티는 체납자들의 재산은닉 수법이 기상천외하다. 하지만 이를 찾아내는 체납 징수원들의 역량도 진화하고 있다. 재산을 빼돌리려는 체납자와 이를 찾아내려는 체납 징수원들의 숨바꼭질은 골프장에서,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체납자 자택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치열하다. 경기도 체납징수팀은 지난 4월 한 전원주택 앞에서 외제차를 발견했다. 자동차 운전대 앞에 놓인 명함 1장이 눈에 들어왔다. 체납자가 연락을 받고 왔지만 차 열쇠가 없다고 버텼다. 징수팀이 열쇠공을 부르면 비용을 차주가 부담해야 한다고 압박하자 문을 열었다. 체납팀은 트렁크 스페어타이어 보관 공간에서 보자기를 발견했다. 금반지금시계금팔찌 등 귀금속이 잔뜩 나왔다. 징수팀은 보석을 공매하고 부족분은 분납 약속을 받아내 9년간 밀린 체납액 2천800만원을 정리했다. 경기도 징수팀은 지난해 체납자 명의의 골프장 내 타운하우스를 수색했다. 기타 가방이 눈에 띄었다. 1만7천달러짜리 보증서를 확인하고는 명품 악기임을 감지, 압류했다. 기타를 대여금고에 보관했고 세금 완납 확인 후 돌려줬다. 기타 하나로 세금 6천만원을 받아냈다. 남양주시는 2억5천만원의 지방세를 체납한 이의 집을 수색, 고급 오디오 세트와 LP판 2천470장을 압류해 한국자산관리공사에 공매 의뢰했다. 오디오는 3천651만원, LP판은 795만원에 낙찰돼 체납 세금 일부를 징수했다. 인천시는 지난달 1820일 11개 골프장을 특별단속, 체납 차량 38대(체납액 2천700만원)를 적발했다. 자동차세를 2차례 이상 또는 과태료 30만원 이상 체납한 차량 11대 번호판은 현장에서 떼 영치하고, 나머지 27대는 차주에게 체납 사실을 문자로 전송해 납부를 당부했다. 왜 골프장까지 와서 단속하냐고 항의하는 이도 있었지만, 한 골퍼는 번호판이 영치되자 골프장에서 체납액 197만원을 모바일로 즉시 납부했다. 체납 징수원들의 가택수색, 재산압류 방법이 진화하고, 쫓고 쫓기는 체납자 추격전이 계속되지만 고액상습 체납자는 늘고 있다. 지방세 체납액이 2016년 4조1천억원, 2017년 4조8천억원, 2018년 4조5천억원 등 수년간 4조원을 넘는다. 행안부와 지자체가 최근 지방세 고액상습 체납자 9천67명(체납액 4천764억원) 명단을 공개, 세금 징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체납액은 여전히 많다. 세금을 고의적ㆍ상습적으로 안 내는 이들은 엄벌해야 한다. 재산을 은닉하고 호화롭게 생활하면서 복지혜택만 누리는 악의적 체납자는 대한민국 국민 자격이 없다. 끝까지 추격해 일벌백계해야 한다. 그게 조세정의 실현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하천·계곡 불법시설물 자진철거

1970년대 어릴 적 바캉스의 추억 중 하나는 일영 유원지, 장흥ㆍ송추계곡이다. 비록 당일치기였지만 튜브와 수영복을 챙겨 기차 타고 가는 내내 흥에 겹다. 부모님과 친하신 동네 몇 가족들과 함께였다. 계곡물에서 신나게 놀다 지치면 평상에 앉거나 누워 쉬고, 배고프면 닭백숙, 삶은 계란 등을 먹던 정말 아득한 추억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계곡을 찾지 않게 됐다. 이유야 여러 가지 있겠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자릿세인 듯하다. 자연이 내준 하천ㆍ계곡이건만 즐길 권리가 없다. 음식점을 이용할 때 비로소 계곡물에 발이라도 담글 권리(?)가 생긴다. 불쾌하지만 가족과의 즐거운 분위기를 망치기 싫어서 대가를 치른다. 지난 22일 오후 용문산과 유명산 사이에 숨은 듯 자리 잡은 어비산의 어비(魚飛)계곡. 물고기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뛰어나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이곳을 이재명 경기지사가 찾았다. 수십 년 동안 계곡을 불법 점거한 시설물을 자진 철거하기 때문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평상과 음식점에 무단 점령당했다. 국가 소유지인데도 개인 영업장으로 전락했다. 수차례에 걸친 계도와 고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배짱영업을 하던 업주들이 자비로 중장비를 임대해 불법 시설물을 철거하면서 계곡 주변 환경도 한눈에 성큼 들어온다. 바닥까지 보이는 맑은 계곡물에 햇살이 비치고 단풍잎까지 더해 풍광은 엄지 척이었다. 이날 이재명 경기지사는 철거 작업 현장을 점검한 뒤 마을회관에서 경기도ㆍ가평군ㆍ철거주민 및 지역상인, 지방의원 등과 간담회를 통해 애로사항과 의견을 청취했다. 이 지사는 무작정 장사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앞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고 부당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되 해당 주민들이 천혜의 자연경관으로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지사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깨닫는다. 당사자인 지역 주민들께서 좋은 아이디어들 많이 제안해달라.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불법시설물에 대해서는 단호하지만 주민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하천ㆍ계곡 불법행위 업소의 자진철거는 15일 현재 도내 25개 시군 176개 하천에서 1천384곳 중 697곳이다. 삶의 질과 관광 트렌드가 친환경적으로 변하고 있다. 불쾌한 관광지는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어비계곡뿐만 아니라 수많은 아름다운 하천ㆍ계곡은 사시사철 편하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김창학 정치부 부장

[지지대] 아프리카돼지열병, 이제 지나가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공포가 잦아들고 있다. 베트남, 중국 등 해외 사례를 보면 전 국토를 휩쓸고 지나간 경우도 부지기수였지만, 우리나라는 소강상태 국면이다. 정부는 최근 인천 강화와 김포, 파주에 이어 연천까지 4개 지역 ASF 발생농가와 10㎞ 방역대 내 양돈농가에서 ASF 바이러스가 모두 사라진 것으로 확인했다. 정부와 지자체, 민간 등이 한데 어우러져 적극적으로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우선 4개 지역에서 병에 걸리지 않은 돼지까지 예방적 살처분했다. 애초 3㎞ 반경의 가축을 살처분하는 것을 넘어 10㎞까지 확대한 데 이어 전 지역까지 범위를 넓혀 조치했다. 적극적인 이동제한 조치 또한 한몫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몇몇 무리한 작업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연천군이 수만 마리의 돼지사체를 매몰하면서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쌓아뒀다가 침출수를 유출했다. 이 과정에서 5만 마리 가량의 차이가 나는 잘못된 수요 예측도 드러나는 등의 허술함도 확인됐다. 문제는 앞으로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추가적으로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잇따라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던 야생멧돼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선 살처분 작업에 동원된 이 중 80%가 넘는 5천600여 명의 민간인이 겪는 불면증ㆍ환청ㆍ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트라우마에 대한 치료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공무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 또한 살처분된 축산농가를 비롯한 축산인들의 고통도 함께해야 한다. 접경지역에서 돼지를 다시 키울 수 있는 재입식이 언제가 될지는 현재로써는 예측조차 어렵다. 아직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경기남부를 비롯한 충청ㆍ강원도 축산농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은 이동제한 해제 조치와 경기북부의 추가적인 방역 완화조치를 바랄 것이다. 겨울이 오면서 조류독감이나 구제역 등의 공포도 몰려오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바란다. 이명관 사회부장

[지지대] 지역주의-총리 망국

○○도 출신 총리. 또 이런 평(評)의 계절이 왔다. 총리 교체 때마다 반복된다. 역대 총리를 지역별로 나눈다. 그 수치를 대며 지역을 부각한다. 총리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선택의 전부가 대통령 맘이다. 이를 비집는 선전전이다. 내용을 보면 압박이다. 우리 지역 출신을 앉히라는 협박이다. 논리는 화려하다. 영남 대통령-호남 총리론 영호남 견제 충청 총리론. 둘의 공통점이 있다. 정치 공학만으로 따진 셈법이다. ▶영남 대통령-호남 총리론. 이 선택의 시작은 다소 뜻 밖이다. 전두환 정권이 효시다. 1982년 김상협 총리를 임명했다. 전북 부안 출신이다. 헌정 사상 첫 호남 총리다. 후임 진의종 총리도 호남이다. 전두환 정권 총리는 6명이다. 평안남도 출신이 두 명이다. 경기(남덕우)와 서울(김정렬) 출신이 1명씩이다. 숫자로는 분명 호남 우대였다. 세상이 다 아는 배경이 있다. 5ㆍ18에 분노한 호남을 껴안아 보려는 여론 무마용 선택이었다. ▶영호남 견제 충청 총리론. 모든 정권에서 통했던 논리다. 특히 90년대 이후 정설처럼 됐다. 권력의 축이 영호남을 오가면서다. 김대중 정부의 김종필, 노무현 정부의 이해찬, 이명박 정부의 정운찬, 박근혜 정부의 이완구가 이런 논리로 선택됐다. 이들은 전두환 정권 호남 총리와 달랐다. 대부분 실질적 권한을 휘둘렀다. 대망론의 당사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충청 표가 있었다. 야당도 쉽게 건드리지 못했다. 선거에서 충청도가 돌아설 수 있어서다. ▶아무 쪽에도 끼지 못하는 지역이 있다. 경기도다. 경기도 출신이 총리여야 할 어떤 논리도 없다. 하다못해 수도권 배려에도 못 끼어든다. 사실상 서울만의 수도권이다. 1948년 이범석 이후 71년이다. 이낙연이 45대 총리다. 경기 출신은 4명이다. 2천년대에는 1명이다. 이한동 총리(2000~2002년)다. 이마저도 대통령의 선택이 아니다. DJP연합의 몫이었다. 그렇게 보면 이홍구 총리(1994~1995년)가 끝이다. 마지막 경기도 총리였다. ▶그래서 경기도 출신이 돼야 한다? 나라를 망치려는가. 우리에게 총리는 없었다. 진정한 행정의 책임자는 없었다. 어차피 지역과 정치로 선택됐다. 그래서 지역 총리로 놀고, 정치 총리로 놀았다. 복지부동형 허세 총리로 지냈고, 차기 대권형 정치 총리로 지냈다. 이제는-아니면 이번에 한 번만이라도-진짜 총리를 앉혀야 한다. 대통령을 보좌할 총리, 지역을 초월할 총리, 국민을 잘살게 할 총리, 그리고 대권 꿈 안 꿀 총리 말이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청소년의 운동부족

초등학교 시절, 몸이 약했다. 조회시간에 운동장에서 쓰러진 적도 있다. 체육시간에는 자주 그늘에 앉아있었다. 건강 체질이 아니기도 했지만 운동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다. 달리기를 하면 거의 꼴찌였고, 재미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체육시간만 되면 머리가 아픈거 같고 배도 아픈거 같고, 그래서 선생님께 말씀 드리고 그늘에서 쉬는 날이 많았다. 중ㆍ고등학교 때도 그렇고, 성년이 된 이후에도 운동을 별로 하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 운동의 필요성을 느꼈을 땐 운동을 하는게 힘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에 흥미를 갖을걸, 운동을 즐길줄 알았더라면 좋았을걸, 뒤늦게 후회했다. 한국 청소년들의 운동 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6년 세계 146개국 1117세 남녀 학생의 신체 활동량 통계를 분석한 결과, 81.10%가 WHO 권고 수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며칠전 영국의 의학 전문지 랜싯에 실렸다. WHO는 청소년의 신체정신 건강발달과 생애 전반에 미칠 효과를 고려해 매일 평균 60분 이상 중간정도 이상(중간격렬) 신체활동을 하라고 권장한다. 그러나 청소년 5명 중 4명은 신체활동이 충분하지 않다는 게 WHO의 조사 결과다. 한국 청소년의 상황은 최악이다. 운동 부족으로 분류된 학생 비율이 94.2%로, 146개국 중 가장 높았다. 특히 한국 여학생은 97.2%로 100명 중 3명을 제외하고는 신체활동이 미흡했다. 일반적으로 국가의 소득 수준과 청소년 운동 부족 비율은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한국은 국민소득이 높으면서도 청소년 운동 부족이 심각한 사례로 꼽혔다. WHO는 청소년 운동 부족이 개선되지 않는 배경으로 정보기술 발전과 문화적 요인을 들었다. 연구를 수행한 WHO의 생활습관병 전문가 리앤 라일리는 전자혁명이 청소년이 더 오래 앉아 있게 운동 행태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남녀 격차는 여학생들이 운동을 하려면 탈의실이 갖춰져야 하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들었다. 체력은 국력이라고 했고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다. 그런데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기계문명의 급속한 발달로 눈과 손가락만 움직이는 시대가 되다보니 신체건강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특히 한국 청소년들은 입시위주 교육에 내몰리고, 체육시간이 줄어 학교체육이 활발하지 않으면서 운동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부모의 무관심과 수수방관, 학교와 정부의 무책임한 교육 등이 청소년들의 건강을 악화시킨다. 청소년들의 운동 부족으로 인한 건강 적신호는 국가 미래에도 영향을 끼친다. 더 늦기 전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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