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보건교사

코로나19 보다 무서운 것은 학교 구성원들의 무관심과 무례함입니다, 학교에 힘들다고 수차례 말해도 소용없고 무능하다고만 치부합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경기도 지역 보건교사들의 목소리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학년별 순차적 등교개학 이후 학교에서 감염증 확산방지 1차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보건교사들도 정신없이 바빠졌다.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한다. 열이 나는 학생이 있는지 수시로 점검하고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감염병 예방업무와 방역물품 관리, 각종 방역 업무, 확진자 발생 시 조치도 맡고 있다. 또 당국에 매일 현황보고를 보내는 일 등 행정업무까지 보건교사 한 명이 도맡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이 보건교사들의 설명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보건 교사들과 원격 간담회를 열었다. 학교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애쓰는 보건교사들을 격려하고 현장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자리였다. 교육당국을 비롯해 부총리 경기도교육청, 그리고 학교 안 교육가족들, 지역사회 등 우리 모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보건교사들에게 무심(無心)했다. 보건교사니까 알아서 잘하겠지, 위에서 시키면 하는 거 아닌가, 힘들어도 참고 해야지, 우리는 그렇게 보건교사들에게 무례(無禮)했다. 그리고 무시(無視)했다. ▶2009년 발생한 신종플루가 그랬듯이 코로나19는 전세계적으로 계절마다 혹은 계절과는 무관하게 토착화되는 전염병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학교 내 유일한 의료인이자 방역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보건교사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한 이유다. 학교 내 감염병 대응은 보건교사 혼자가 아닌 전 교직원의 참여가 필수다. 학교 내에서 소수라고 해서 그 누구도 보건교사를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달러의 보건교육에 대한 투자가 14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낸다고 한다. 학생의 소중한 건강권과 보건교사의 책임 있는 코로나 방역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책임있는 배려와 관심이 절실하다. 강현숙 사회부 차장

[지지대] 장수(將帥)의 중요성

학창시절 누구나, 특히 남학생이라면 더욱 한번쯤은 밤을 새워가면서까지 읽었을 삼국지(三國志). 책의 내용은 다시 언급할 필요조차 없는 동양권을 대표하는 고전이자 필독서다. 스토리 전개는 의미 없지만, 삼국지를 읽다보면 느껴지는 생각이 있다. 바로 장수(將帥ㆍ군사를 거느리는 우두머리)의 중요성이다. 100만 대군 등 상당히 과장된 표현이 난무하는 삼국지에서 위ㆍ촉ㆍ오나라 군졸끼리 싸움은 거의 묘사되지 않는다. 결국 팀의 사기와 승리를 결정 짓는 것은 장수(將帥)의 능력이었다. 후대에 삼국을 통일하는 것은 조조로 대표되는 위나라였지만, 천하를 호령하고 상대 군주의 마음을 사로잡은 장수는 유비로 대표되는 촉나라에 있었다. 관우와 조자룡 등 유비의 장수들은 무예 뿐만 아니라 군졸을 다스리는 능력까지 겸비,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전쟁터에서 삼국 전쟁의 초ㆍ중반 스토리를 이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양쪽 군사가 대치되는 상황에서 적장을 5합안에 제압하는 이들의 능력은 아군의 사기를 올리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하게 된다. ▶9일 새벽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 부회장에 대한 잘잘못은 언급할 대상이 아니다. 향후 법적 공방이 지나 법원의 최종 판결에서 죄의 유무가 결정될 것이다. 그때까지 지켜보면 된다.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무너진 글로벌 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포지션이다. 삼성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한국은 몰라도 삼성은 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삼성은 전 세계적으로 브랜드 네임을 굳건히 다진 국내 굴지의 그룹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경제를 다시금 활성화시키기 위해 삼성이 가진 장수(將帥) 능력을 십분 발휘할 때다. 지금은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을 믿고, 또 믿어주는 것이 60억 생존 전쟁에서 기선을 제압할 중요한 시점이라는 말이다. 관우와 조자룡이 각 전투에서 승전보를 올리는 것을 복기하면서 이들의 능력을 신뢰하고, 밀어줄 때 K-경제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결과로 도출될 것이다. 일회성에 가까운 지원금으로 대한민국의 경제를 살릴 수는 없다. 세계를 상대로 싸워 우리의 이익을 창출해야 산다. 그래야 먹거리도, 일자리도 자연스럽게 따오고 생겨난다는 것을 정부와 법원이 현명하게 판단하리라 믿는다. 지금은 삼성이 대한민국의 관우이자 조자룡이다. 김규태 경제부장

[지지대] 피부색은 차이일 뿐, 차별 대상이 아니다

영국 남서부 브리스틀 콜스턴가에 세워진 에드워드 콜스턴의 동상이 철거됐다. 브리스틀은 과거 노예무역의 중심지였다. 17세기 한 무역회사의 임원이었던 콜스턴은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흑인 8만여 명을 노예로 팔아넘긴 장본인이다. 생전에 재산을 자선단체들에 기부한 덕에 그의 이름을 딴 거리가 생겼고 동상까지 세워졌다. 지역사회에서 존치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긴 했지만 굳건히 자리를 지켰던 동상이 지난 7일(현지시각) 시위대에 의해 에이번 강물에 던져졌다.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남성이 사망하면서 촉발한 미국에서의 반인종주의 집회가 유럽 도시들로 번지고 있다. 지난 주말 베를린, 런던 등 유럽 주요 도시들에서는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의 시민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벨기에에서는 과거 아프리카 콩고에서 식민 통치를 했던 국왕 레오폴드 2세의 동상 훼손이 잇따랐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미국대사관 앞에 모인 시위대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린 시간인 8분46초 간 한쪽 무릎을 꿇고 묵념했다. ▶무릎 꿇기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동작으로 등장시킨 사람은 전 미국 프로 미식축구리그 선수 콜린 캐퍼닉이다. 흑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캐퍼닉은 2016년 8월 진행된 한 경기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될 때 국민의례 대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경찰의 과잉진압 탓에 잇따라 목숨을 잃은 흑인들을 추모하고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캐퍼닉은 흑인과 유색인종을 탄압하는 나라의 국기에 존경을 표하려고 일어설 수 없다고 했다. ▶플로이드의 죽음 이전에도 흑인들을 향한 불의한 범죄행위는 반복됐다. 인종차별과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항해 2013년 시작된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의 기폭제가 된 것은 트레이본 마틴 사건이다. 후드 티셔츠를 입고 동네를 걷는 17세 소년 마틴을 방범대원이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해 무참히 총살한 사건이다. 지난 2월에는 미국 조지아의 주택가에서 조깅하던 흑인 청년 아마드 알버리가 범죄자로 오인한 전직 백인 경찰관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UN 총회에서 세계 인권 선언문을 채택하고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 인종이나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 견해와 민족적,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과 같은 어떠한 종류의 차별 없이 모든 권리와 자유를 향유할 자격이 있다고 선언한 것이 1948년이다. 2020년 세계는 플로이드라는 이름의 한 흑인 남성의 죽음 앞에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 인종은 생물학적 특성의 차이일 뿐, 차별이 아니라는 외침이 이번만큼은 공허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박정임 미디어본부장

[지지대] 등록금 ‘찔끔’ 반환

날씨가 완연한 초여름이다. 대구 경북 지역은 더 하다. 체감 온도 30도에 육박한다. 이 더위에 아스팔트를 걷는 학생들이 있다. TK 지역 4년제 대학 학생 대표다. 2일 경북 경산시를 출발했다. 오는 10일 교육부에 도착한다. 꼬박 8박9일을 걷는 국토대장정이다. 요구 사항은 등록금 반환이다. 대학에 등록금 반환을 권고하라. 유은혜 교육부 장관에 이미 전달한 메시지다. 학생들이 고생 길에 나선 이유는 간단하다. 교육부가 답이 없다. ▶총선 때는 이렇지 않았다. 각 정당이 앞다퉈 등록금 반환을 말했다. 미래통합당은 대학ㆍ대학원생에 100만원씩 주자고 했다. 지급 주체는 정부였다. 엄밀히 등록금 반환은 아니다. 하지만, 대학 대신 선지급하자는 뜻이다. 사실상 등록금 반환이었다. 정의당은 아예 전액 반환을 주장했다. 민주당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대학에 대한 추가 재정지원방안을 약속한다고 했다. (대학은) 등록금 반환을 포함한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밝혔었다. ▶젊은 표 매수(?) 전술이었나. 선거 후 달포가 지났다. 등록금 반환 논의가 사라졌다. 이긴 여든, 진 야든 말이 없다. 그 사이 1학기는 끝나간다. 기말 고사를 예고한 대학이나 학과가 많다. 정상적 일정이면 막판이다. 학생들만 초조해졌다. 소송을 하겠다지만 여의치 않다. 그래서 나온 게 뙤약볕 국토대장정이다. 이제서야 정치권이 논의한다. 통합당은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라 한다. 정의당은 필요한 예산을 추경에 반영시키겠다고 한다. ▶정부에서도 흘러나온다. 정식 발표는 아니다. 알음알음 전해지는 알려졌다 통신이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의 말이 소개된다. 대학혁신사업비 용도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학이 등록금 반환을 할 수 있는 여력을 주겠다는 얘기다. 대학혁신사업비는 4년제 대학에만 8천억여원이 있다. 대학들은 돈이 없다며 거부했다. 교육부가 대학을 위해 꺼낸 방안이다. 학생보다는 학교 측 입장을 감안한 정책적 접근으로 보인다. ▶대학에서도 얘기가 나오기는 한데. 반환은 아닌듯하다. 특별 장학금을 얘기하고 있다. 대학들은 이미 특별장학금을 일률적으로 줄지, 아니면 형편이 어려워진 학생들을 우선 지원할지 등 지급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관계자의 귀띔이다. 정상 수업을 못해서 돌려주는 반환이다. 특별장학금은 뭐고, 가정 형편 구분은 뭔가. 선거 때는 한 방에 해결할 것처럼 하더니. 선거 끝나니까 이렇게 빙빙 돌리고 있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김연경·추신수가 주는 교훈

한국 여자배구 역대 최고로 꼽히는 월드스타 김연경이 국내로 복귀했다. 11년 만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리그에서의 활동이 어려워져서다. 친정팀인 흥국생명과 지난 3일 첫 만남 이후 3일 만에 전격 입단했다. 연봉 3억5천만원으로 후배 이재영(4억원)에 이은 팀내 두 번째다. 해외무대에서 받던 연봉의 5분의1 수준이다. 모든 사람들의 예측을 빗나간 파격적인 조건이다. 그렇다고 그의 기량이 예년만 못한 것은 아니다. ▶예상보다 낮은 연봉 선택은 후배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이미 이재영ㆍ다영 쌍둥이 자매에 팀 샐러리캡(팀 연봉 상한액) 23억원 중 10억원을 소진했다. 남은 13억원 중 김연경에게 쓸 수 있는 최대 액수는 연봉과 옵션 포함 6억5천만원이다. 잔여 6억5천만원으로 다른 14명의 연봉을 주면 됐다. 그것이 싫었다. 자신이 높은 연봉을 고집할 경우 후배들의 몫이 줄어들고 일부 선수가 팀을 떠날 수도 있어서다. ▶김연경은 세계적인 기량 못지 않게 선행 또한 남다르다. 해외 무대로 진출하면서 어려운 환경의 꿈나무 6명을 선정해 장학금을 지급했다. 또한 동일본 대지진 때 성금 기탁과 모교인 안산 원곡중 배구부 후원, 코로나19 구호기금 기부 등 끊임없이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그와 페네르바체서 함께 뛴 터키 국가대표 에다 에르뎀은 김연경은 뛰어난 실력뿐만 아니라 좋은 성품도 갖췄다. 함께한 것은 행복이었다고 했다. ▶지난 3월에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추신수의 선행이 잔잔한 감동을 전해줬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대구시민들을 위해 2억원을 기부했다. 이어 자신의 소속팀인 텍사스 레인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선수 191명을 위한 생계자금 약 2억3천여만원을 내놓았다. 자신의 마이너리그 시절을 회상하며 코로나19에 따른 리그 중단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동료들을 위해서다. ▶김연경과 추신수의 소식을 접한 사람들 중에는 그동안 많이 벌었는데 뭘, 나도 연봉이 높으면 그렇게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돈이 많다고 해서 누구나 그들처럼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남을 위한 배려와 양보, 기부는 평소의 마음 가짐에서 우러나올 수 있는 것이다. 국내 4대 프로 스포츠에도 수십억원의 고액 연봉 선수들이 꽤 있다. 김연경, 추신수의 자발적 양보와 통큰 선행이 귀감이 되었으면 한다. 황선학 체육부 부국장

[지지대] 나는 꼰대인가

요즘 꼰대인턴이란 드라마가 인기다. 입만 열면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하는 (주)옹골의 이만식(김응수) 부장. 올리는 보고서마다 겉표지조차 읽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리는가 하면, 회사의 치부를 알게된 인턴직원을 내보내려 회식자리에 온 가열찬(박해진)에게 온갖 막말을 퍼부으며 음식물을 집어 던지기도 한다. 가능한 일일까. 요즘같으면 익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달구다 언론에 나오고,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얼마 전 누군가 꼰대 성향 검사 링크를 보내줘 열어보니 40여개의 질문이 나온다. 단체나 조직이 이득을 보더라도 나에게 손해가 가는 일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거나 처음 만났을 때 나이, 학번, 직급 등 상대방의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변화나 시도보다 기존 방식의 존중이 우선돼야 한다 등의 질문에 그렇다와 그렇지 않다로 답하는 식이다. 열심히, 솔직히 답을 하다 보니 꼰대레벨3 만취한 장비란다. 참고로 꼰대 레벨의 최고치는 5다. 내가 왜 3이야라는 생각으로 설명을 읽다보니 특징에서 눈이 멈춘다. 기분 나쁘지 말고 들어~의 화법을 주로 사용하며, 내 안에 꼰대의 모습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꼰대임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나의 특징이라고 했다. 반박하고 싶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사실 30대 초반인 필자도 나도 꼰대가 아닐까란 생각을 종종 한다. 점점 더 후배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늘면서다. 꼰대인턴이란 드라마에서 가열찬을 내쫓은 이만식 부장은 몇 년 후 회사에서 버려져 경쟁사 인턴으로 취직한다. 그리고 그 경쟁사의 부장은 가열찬이다. 늘 부하직원에게 다정다감했던 가열찬은 이만식에게 꼰대처럼 구는 자신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는다. 시간이 지나고, 위치가 달라지면 누구나 변할 수 있다는 걸 두 사람의 관계에서 보여준다. 결국 꼰대로 살 것인가 정하는 건 나이가 아닌 상대에 대한 이해가 아닐까.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 상대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보는 배려. 이것들이 모여 우리의 꼰대력을 떨어트려주지 않을까. 그래서 묻는다. 당신은 꼰대인가. 김경희 인천본사 사회부장

[지지대] 21대 국회의원, 발에서 땀나도록 뛰어야

300만 인천시민이 뽑은 13명의 일꾼인 제21대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시작했다. 이들에겐 여야를 막론하고 앞으로 4년 간 인천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협력을 이끌어낼 막중한 임무가 있다. 더욱이 지금은 코로나19로 인천은 물론 전국적으로 위기상황이다. 시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먹고사는 문제, 즉 경제분야가 너무나 타격이 심각하다. 실물경제 위기가 가속화하면서 기업은 물론 소상공인의 고통이 크다. 또 플랫폼노동자비정규직 노동자청년 등 취약계층에겐 너무나 힘든 시기다. 이번에 출범한 21대 국회엔 눈앞에 놓인 이 같은 문제를 당장 해결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 매번 그러하듯 지난 20대 국회는 최악의 국회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않고, 매번 정당별 이해관계를 따지며 싸우기만 한 탓이다. 이번엔 인천은 지역구 13명을 비롯해 비례대표에 인천출신 인사가 2명이 있어 21대 국회에서 모두 15명이 활동한다. 역대 최다 인원이다. 게다가 인천을 잘 아는 배진교 의원은 정의당 원내대표까지 맡았다. 비록 중앙정치에선 서로 싸우더라도, 인천의 주요 현안에 대해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초당적으로 협력했으면 한다. 이 같은 기대는 모든 시민이 같을 것이다. 인천의 살림살이가 좀 더 나아지도록 국비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은 기본이고, 제3연륙교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D노선 등 주요 현안 해결에 서로 손을 잡아야 한다. 수도권매립지 종료와 관련한 현안이나 제2경인선, 경인고속도로 일반화사업, 각종 도시 재개발 사업 등도 모두 이들이 손잡고 해결해야 할 일이다. 선거 때 공언한 대로 모두가 인천 발전을 위해 열심히 뛰어야 한다. 발에서 땀 나도록. 이민우 인천본사 정치부장

[지지대] ‘슬기로운’ 고3생활

아들이 올해 첫 모의고사를 봤잖아요. 수학이 1등급이랍니다. 시험 보면 먼저 말할 때까지 기다렸는데, 이번에는 자기가 먼저 전화를 했더라고요. 작년 입시에 실패하고 재수를 선택한 아들을 둔 부서원이 대놓고 하는 자랑이다. 기숙형 학원에 들어가 4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이니 나였어도 입이 근질근질했을 거다. 코로나19가 이 정도까지 심각한 지경에 이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때에 기숙사 행을 택한 아들이 고맙기까지 하다고 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올해 대입 전망을 재수생 유리로 점치고 있다. ▶지난달 20일 고3 학생들이 우여곡절 끝에 등교했지만 입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수생은 기본적으로 수능 경험이 있다. 학원에 다니면서 자체 모의고사를 통해 감도 익혔다. 하지만 고3 수험생들은 모의고사가 늦어지면서 객관적 성적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학사일정도 숨 가쁘다. 등교 다음날 첫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렀다. 6월 들어서니 중간고사가 기다린다. 이어 모의평가가 시행되고 곧바로 기말고사다. 중요한 시험이 연속되니 학교생활기록부를 채울 비 교과 활동은 엄두도 못 낸다. ▶실기 수업이 입시에 직결되는 예술고 학생들은 비상이 걸렸다. 학교에 있는 연습실이 유일한데 등교를 못했으니 연습량이 부족한 건 당연하다. 문제는 경제적인 여유로 사적 공간을 빌려 실기 연습을 하고 고액 과외와 맞춤형 관리를 받은 수험생이 있다는 거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능 난이도를 조절할 때 코로나19사태를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난이도가 높다, 낮다는 상대적인 개념이어서 같은 시험이라도 수험생 수준에 따라 결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아니어도 우리나라서 고3으로 산다는 건 매우 힘들다. 수능 날 사회적 배려만 봐도 알 수 있다. 수험생 편의를 위해 관공서와 기업체의 출근 시간이 1시간 늦춰진다. 시내버스는 등교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배차된다. 수도권 전철과 지하철 운행 횟수도 늘어난다. 개인택시의 부제운영도 해제한다. 정부가 나서 시험장 주변을 지나는 버스나 열차 등은 서행하고 경적을 자제하라고 당부한다. 심지어 언어영역 듣기평가가 시행되는 시간엔 항공기 이착륙마저도 금지한다. ▶수험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 걱정이 태산인데 교육 당국은 손을 놓은 모양새다. 고3들이 대입에서 불리하지 않도록 하겠다, 고3 학생들의 비 교과 활동의 어려운 점을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를 논의 중이라고만 할 뿐이다. 고3 수험생 자신이 슬기로운 고3 생활을 해야만 한다. 입시 전문가들은 비 교과 활동이 줄어든 만큼 3학년 내신성적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열심히 공부하는 게 최선이라는 뜻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건 순전히 당사자의 몫이다. 박정임 미디어본부장

[지지대] 코로나 부지사-김희겸

김희겸은 경기도 부지사다. 특별한 이력을 갖고 있다. 3개 부지사직을 모두 수행했다. 경제부지사(2013)ㆍ행정2부지사(2015)를 했고, 지금은 행정1부지사다. 경기도정 역사에 없던 기록이다. 행정의 달인이라 불릴만 하다. 이와 다른 이력도 있다. 재난(災難) 행정의 달인이다. 국민안전처 재난관리실장(2015)을 했다. 행정안전부 재난관리실장(2017)도 했다. 그 기간 물 난리, 불 난리, 지진 난리가 많았다. 그 지휘에 그가 있었다. ▶코로나19는 행정의 실험기다. 재난 대처 능력이 여실히 평가된다. 여기서 경기도가 단연 돋보인다. 종교 시설을 강제로 문 닫게 했다. 이재명 지사의 행정 명령이었다. 신천지 본부도 진입했다. 이 지사가 직접 행동했다. 재난 기본 소득도 선도했다. 이 지사의 평소 소신이었다. 국민은 이제 경기도의 코로나 행정을 높이 산다. 이 지사의 지지도도 급상승했다. 대권 지지도 2위까지 올라 있다. 이재명표 행정이 만들어낸 결과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조직이다. 그 배경에 빈틈없는 도정(道政)이 있었다. 코로나19 발생률(인구 10만명당)이 6.3명이다. 대구(282.5명)ㆍ경상북도(51.8명)ㆍ서울(8.8명) 등보다 한참 적은 7위다. 1천300만 거대 방역의 결과다. 이런 수치가 이 지사의 방역 행정 혁신을 더 빛나게 하고 있다. 그 생생한 현장이 매일 아침 보여진다. 총리 등이 주재하는 중대본 영상회의다. 거기에 김희겸 부지사가 있고, 방역을 선도하고 있다. ▶자가 격리 위반자 처벌을 강화해야 합니다(2월 3일ㆍ총리 주재). 관철됐다. 300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높아졌다. 재난 소득 선불카드 이용한도를 확대해야 합니다(4월 9일ㆍ총리 주재). 관철됐다. 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확대됐다. 이태원 클럽 감염 진단 범위를 넓혀야 합니다(5월 12일ㆍ총리 주재). 관철됐다. 방문자 및 접촉자 전체로 확대됐다. 간혹 중앙 부처의 역(逆) 부탁도 있다고 한다. 경기도에서 먼저 제언해달라. ▶전국 행정이 모이는 영상 회의다. 발언 못하는 지자체도 수두룩하다. 거기서의 모습이다. 중앙 부처에 주눅 들지 않는다. 과감히 정책 변경을 요구한다. 시군 입장도 가감 없이 대변한다. 지방 분권의 시작은 거창한 데 있지 않다. 스스로 능력과 당당함을 채워 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 본(本)을 코로나 부지사 김희겸에서 본다. 취재에는 쓰지 마라며 멋쩍어한다. 그러면서도 또 코로나 분석을 말한다. 목회자 소모임이 심상찮은데. 김종구 주필

[지지대] 21대 국회 일해야 산다

지난 20대 국회는 역대 최저의 법안처리율 등으로 무능한 국회라는 오명을 썼다. 주요 쟁점 현안마다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장외투쟁과 밀어붙이기식 법안 처리를 반복하면서 국민에게 정쟁하는 모습만 보여줬다. 특히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을 둘러싼 보수ㆍ진보 진영 갈등에 대해 국회가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식물 국회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정치에 대한 혐오감은 커졌다. 그러나 20대 국회를 통해 정치권은 일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었다. ▶21대 국회가 시작됐다. 이번 21대 국회에 입성한 국회의원 면면을 분석해 보면 초선 의원들과 여성 의원들의 비율이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 및 계층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1대 국회의원 300명 중 초선의원은 무려 151명이다. 의원 수의 절반이다.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여성 의원들도 57명이 국회에 들어왔다.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국회부의장 선출도 기정사실화 됐다. 정치권의 변화를 기대해볼 만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쉬운 점은 여전히 청년 정치인들에게는 좁은 문이라는 현실이 반영됐다. 21대 국회의원 중 20대는 2명, 30대는 11명에 불과하다. 청년들의 정치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새로 시작한 21대 국회에 요구하는 국민들의 기대치는 높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인한 경제위기 등을 극복할 묘수 등을 21대 국회에 바라고 있다. 그만큼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기 위해 21대 국회가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어느 조직이나 일하는 사람이 인정받는다. 온갖 핑계로 자신이 맡은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없다. 주변에서 욕을 하고 비난하기도 하겠지만 일 잘하는 사람은 조직에서 꼭 필요한 사람으로 분류되기 마련이다. 대한민국이라는 큰 조직이 있다.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입법 분야를 담당할 국회의원이라는 일꾼을 뽑았다. 국회의원들이 일을 하는 과정에서 욕을 먹고 비난받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한다면 국민들에게 인정받고 일자리를 보장받게 될 것이다. 21대 국회의원들은 식물 국회 오명을 쓴 20대 국회를 반면교사 삼길 바란다. 현 상황이 대내외적으로 대한민국의 위기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위기상황에서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을 너그럽게 봐 줄 국민은 없다. 이선호 지역사회부장

[지지대] 부정선거? 그냥 재검표하면 된다

2014년 9월 28일 홍콩 대학생교수 등 수천명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발표한 홍콩 행정장관 선거 후보자를 사전 심사, 채택하는 방식의 2017 홍콩행정장관 선거계획에 항거다. 이후 시위는 대중적 공감대를 얻으며 일반인뿐 아니라 중고등학생까지 합류해 홍콩사회 전방위로 확산했다. 시위 규모가 커지자 홍콩 경찰은 최루탄과 최루액살수차 등을 이용해 강제 진압에 나섰고 시민들은 우산을 펼쳐 최루액을 막아냈다. 우산은 저항의 상징이 됐고 우산 운동(혁명)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홍콩 민주화 시위는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가장 큰 정치적인 운동으로 기록됐고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 세대들이 민주화에 눈 뜬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도 중국의 일국양제 아래 홍콩 민주화에 허점이 많다는 것을 알리는 효과를 거둔 미완의 혁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홍콩 시위지지는 홍콩 내부뿐만 아니라 전 세계 64개 도시로 이어졌다. 신계(新界)에 있는 중문대학 준교수이자 우산혁명에서 활약한 정치학자 저우바오쑹씨(周保松)는 우산혁명은 홍콩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민주화 저항운동으로 젊은이들 전체가 정치에 눈을 떴다는 큰 의의를 갖는다며 우산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누구든 출마할 수 있는 진정한 보통선거를 요구하는 홍콩의 민주화 운동은 계속된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주말인 토요일 오후 강남역 일대와 교대 대검찰청 맞은편에 온통 검은색 일색인 20~30대 젊은이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낸다. 이들은 국민주권회복운동대집회에 참여하며 검정 옷에 검정 마스크를 쓰고 손에는 검은색 우산을 들었다. 이른바 블랙시위. 이들에게 검은색의 의미는 4ㆍ15 총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민주주의는 죽었다는 것을 뜻한다. 젊은 층이 주도하는 블랙시위의 부정선거 규탄집회는 서울을 시발점으로 부산, 대구 등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전선거 박스함이 뜯어져 있고 지역구가 다른 투표지가 발견됐다, 사전투표에서 선거인수보다 투표수가 더 많이 나온 곳이 37곳에 달하고 투표지 분류기에 송ㆍ수신 기능이 존재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또 공직선거법 상 지정된 바코드가 아니라 굳이 불법적으로 QR코드를 사용한 점도 불법부정 현상이라고 강조한다. 어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시연회를 했지만, 불법선거로 규정한 이들에게 의혹이 완전히 가시진 않는다. 해법은 간단하다. 사전ㆍ선거일투표함을 수(手)작업으로 재검표하면 된다. 민주주의 꽃인 선거는 보수ㆍ진보의 진영 싸움이 아니다. 국민의 뜻을 왜곡한다면 그 정권이 살아남을 수 있겠나. 김창학 정치부 부장

[지지대] 국회의원의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

여당 의원은 주로 기부하겠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첫날인 지난 11일 당 지도부의 전액 기부 서약식을 하면서, 기부에는 △거부(신청하지 않겠다고 표시) △받아서 기부 △3개월 내 미신청으로 자동 기부 등 3가지 방법이 있다고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런 설명을 듣고 기부하지 않는 민주당 의원이나 당선인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만난 한 민주당 경기도내 의원도 기부하기로 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버는 것보다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고,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부 보다는 소비가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기부나 소비나 마찬가지가 아니냐는 지적도 일리가 있기 때문에 기부하는 분들을 평가절하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굳이 지급대상을 70%에서 100%로 넓히고 다시 기부를 받아 일부에서 기부 강요라는 비판을 받는 것보다 아예 특정 대상을 제외(기부로 간주)하고 나머지만 지급대상을 했다면 다소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야당은 침묵하거나 고민중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특히 미래통합당 한 도내 의원은 무시하고 있다는 답변을 했다. 안받겠다는 것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이 21대 총선에 영향을 줬다는 주장이 나오는 마당에 기분좋게 받을 수도 없고, 정부에 기부하는 것도 싫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3개월 미신청시 자동 기부가 된다고 지적하자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통합당의 한 도내 당선인은 어떻게 해야 되냐고 기자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받아서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 잘 쓰시죠라고 권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통합당은 21대 총선 당선인의 세비 30%를 연말까지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1인당 약 1천600만원 정도가 된다고 한다. 통합당 한 도내 의원에게 물어봤다. 그러면 긴급재난지원금은 어떻게 하기로 했나요? 그 의원은 잠시 소이부답(笑而不答)한 뒤 다른 화제로 넘어갔다. 김재민 정치부 부장

[지지대] ‘후끈’했다는 의원회관 ‘명당’ 잡기

2018년 개봉한 영화 명당은 천하명당을 차지해 왕이 되길 꿈꾸는 인간들이 주인공이다. 조선조 말 절대권력자였던 흥선대원군의 아버지 남연군묘가 모티브다. 묏자리가 좋으면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풍수지리에 근거한다. 실제 흥선군은 안동김씨를 꺾으려면 안동김씨 조상 묘보다 더 좋은 곳에 아버지 묘를 이장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흥선군이 아버지 묘를 이장하자 아들이 훗날 고종이 되고 고종의 아들이 순종이 됐다. ▶삼국시대에 도입된 풍수지리는 현대인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재력에 권력까지 가진 이들에겐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키려는 욕심 때문이다. 대기업 총수들이 사옥이나 공장의 자리마저도 훈수하는 풍수 전문가를 곁에 두고 있다는 얘기는 심심치 않게 나돈다. 역대 대통령 중에는 조상의 묘를 이장한 후에야 당선했다는 이도 있다. 일반인들도 사업을 번창하게 해준다거나 좋은 기운을 준다는 곳을 찾아 집을 짓고 묘를 쓴다. 지난 주말 음력 4월이 두 번인 윤달이 시작되면서 공원묘지마다 개장 유골 예약은 물론 묘지 이장 문의가 쇄도한 것도 같은 이유다. ▶흥선대원군의 아버지 남연군묘는 충남 예산군 가야산 아래에 있다. 묘 터는 2대에 걸쳐 천자(왕)가 나온다는 명당으로 이대천자지지(二代天子之地)라고 불린다. 고종 5년인 1868년 두 차례나 무역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한 독일인 오페르트는 남연군묘를 파헤친 후 유골을 빼내 협상카드로 이용하려 했다. 실패했지만, 흥선군의 강력한 권력이 아버지 묘가 명당에 묻혔기 때문이라는 말을 믿었던 거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새로 입주할 의원들의 방 배정이 끝났다고 한다. 4년간의 의정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이니 의원들에겐 내 집 마련만큼이나 중요했을 것이다. 전망 좋고 출입 편한 방이 인기지만, 국회의원을 직업처럼 지낸 다선 의원과 대통령을 배출한 방이 단연 명당으로 꼽혔다. 내리 6선에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국무총리가 쓰던 718호는 3선의 서영교 의원이 차지했지만, 경쟁을 벌인 사람만 50여 명이라고 한다. 방 번호가 정치적 뒷배로 이용되기도 한다. 광복의 의미를 담은 815호, 광주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518호,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416호, 시민민주화 운동을 연상시키는 629호 등이다. ▶이대천자지지는 신기하게도 맞아떨어졌다. 왕이 연이어 탄생했지만 2대에 그친 것이 과연 명당인지는 의문이다. 풍수학자인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는 사람이 잘못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 터가 나쁜 것은 없다고 했다. 방 타령하지 말고 자기 방을 명당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국민은 의원님들이 방값은 차치하고라도 밥값이라도 해줬으면 한다. 박정임 미디어본부장

[지지대] 5월의 비극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기억연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용수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윤미향 당선인이 어떠한 죄를 저질렀는지, 정의연이 그동안 어떠한 문제점을 안고 운영이 되어 왔는지는 앞으로 사법적인 절차를 통해 밝혀질 테지만, 우리나라 역사 중 가장 비극이라고 할 수 있는 위안부 문제가 이런 식의 뉴스로 다뤄진다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비극으로 느껴진다.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던가. 그러나 2020년 5월은 참 아프다. 38명의 안타까운 생명을 잃은 이천 물류센터 공사장 화재로 시작한 5월이다. 518 민주화운동이 40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전두환 전 대통령을 둘러싼 논쟁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는 20대 국회는 막을 내리면서까지 끝내 특례시를 염원했던 시민들을 외면했다. 봄이 오고 꽃은 피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얼굴을 마스크로 가리고 다녀야 하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19와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코로나19로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기업들은 위기를 돌파하려는 목적인지, 이때다 싶은 건지, 그동안 참아오던 구조조정과 임금삭감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 위기를 넘기자며 기본소득을 지급했지만 직장이 흔들리면 가정이 흔들린다. 자영업자들도 위기를 겪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토론회에 나와 청년들이 창업에 실패하면 청년 한 명이 어려움을 겪지만 자영업자 한 명이 문을 닫게 되면 아내가, 자식들이, 한 가정이 무너지는 것이라며 살려달라고 토로한다. 봄은 왔지만 이번 5월은 참 아프기만 하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의 활동이 줄어서일까? 미세먼지 하나 없이 화창한 날씨여서 더욱 아픈 5월이다. 어디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하는 곳이 없어 더욱 안타까운 봄이다. 이호준 정치부 차장

[지지대] 馬夫의 歸鄕-문희상

2001년 말. 문희상 의원을 만났다. 연속 기획 인터뷰였다. 도지사 후보를 만나다였다. 다선의 현역 국회의원이었다. 경기 북부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기자들이 그를 후보군으로 꼽았다. 처음 본 사이였다. 기억이 특별하다. 아마 발톱을 깎고 있었던 것 같다. 앉은 채로 손을 내밀었다. 나는 선 채로 손을 잡았다. 처음 해보는 불쾌한 자세였다. 처음부터 반말로 답변했다. 나는 꼬박꼬박 존대를 했다. 역시 처음 해보는 불쾌한 대화였다. ▶얼마 걸리지 않았다. 곧 털털함으로 다가왔다. 털털함 속에 겸손함도 있었다. 도지사 출마 의향을 물었다. 간단하게 답했다. 출마 안한다고 했다. 이유를 설명했다. 그 대목에서 마부론을 들었다. 기억을 더듬으면 이랬다. -내 역할은 주인공이 말을 타고 가도록 길을 열어주는 마부다. 내가 김대중 대통령을 모시면서도 늘 말했다. 나는 결코 말에 오르지 않는다. 도지사를 만드는 일이 내 일이다. 내가 도지사가 되려 하지는 않을 거다.- ▶그가 국회의장을 마쳤다. 2018년부터 했다.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대부분 중재 모습이었다. 여야를 묶으려 노력했다. 정례회 모임을 만들었다. 취임 직후 만든 게 초월회다. 여야 5당 대표를 엮었다. 이금회라는 모임도 만들었다. 매달 둘째 주 금요일에 모였다. 여야 중진 의원들이 회원이었다. 이 밖에도 참 많다. 하나같이 여야를 만나게 하는 일이었다. 의장 공관은 만남의 광장이었다. 어떻게든 끌고 가려 했다. 마부의 역할다웠다. ▶기자들이 전하는 그의 정치 철학이 있다. 화이부동(和而不同)과 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생각이 달라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철학, 믿음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철학이다. 그래서 그는 권위와 거리가 멀었다. 분수를 넘는 욕심도 내지 않았다. 남을 이끄는 마부 역할에 충실했다. 국회의장이라는 자리도 그렇게 썼다. 모임 만들며 서로 만나게 했다. 권위 따지지 않고 믿고 대화했다. 그 때문에 억지로 악수한 정치인들이 꽤 된다. ▶그가 내려온다. 정치도 떠난다. 그의 송별사가 전해진다. 기어이 이 날이 오고야 말았다-정계 은퇴에 대한 소회일 것이다. 뼈를 묻을 의정부로 돌아갈 시간이다-지역에 대한 애정일 것이다. 어머님께서 가꾸시던 것과 비슷한 텃밭을 일구는 것이 진짜 꿈이다-범부로 가려는 비움일 것이다. 국회의장 되던 날, 경기 지역 언론들이 썼다. 경기 출신 의장 탄생했다. 국회의장 떠나는 날, 이렇게 쓸 것이다. 경기 출신 의장은 잘했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부부의 세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두 사람이 가족이란 울타리를 만들어 서로의 인생을 섞어 공유하는 그 이름, 부부. 이토록 숭고한 인연이 사랑이라는 약한 고리로부터 기인한다는 것. 곱씹을수록 간담 서늘하다. 사랑은 무한하지도 불변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부부의 연을 맺으며 우리는 약속했었다. 너만을 사랑하겠노라고. 그러나 약속은 버려졌고 사랑은 배신당했다. 배신으로 시작된 증오 그리고 이어진 서로를 향한 복수. 복수에는 응분 대가가 따르는 법. 복수란 상대뿐 아니라 자신까지 파괴하는 것이란 걸 알아야만 했다. 나 하나 부서지는 것쯤이야 기꺼이 감내할 수 있었다. 허나, 가장 소중한 것까지 잃게 될 줄은 몰랐다. 상대를 파괴할 만큼 증오한다는 것은 사랑의 또 다른 형태. 이것은 죽을 힘을 다해 서로의 목을 조이는 치열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최근 종영된 종편 드라마 부부의 세계 프로그램 정보에 나온 글이다. 드라마를 시청하진 않았지만, 사람들이 하도 많이 얘기를 하고 관련 뉴스도 많이 나와 마치 본 듯하다. 5월21일 부부의 날을 맞아 부부의 세계를 통해 부부의 의미를 돌아본다. 결혼한 지 12년 됐다. 그동안 아내와의 관계에서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는지, 무엇이 부부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지 생각해 봤다. 일단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자식이다. 사랑의 결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식이 우리 부부 관계의 가장 중요한 지탱의 요소인 것 같다. 나머지는 의리와 정인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게 12년이 흘렀다. 경제적 안정과 자식이 생겼지만, 서로에게 만족감과 행복을 주고 있는지 새삼 의문이 든다. 지난해 인구 1천 명당 이혼 건수를 말하는 조이혼율은 2.2건으로 전년보다 0.1건 늘었단다. 이혼 건수도 11만800건으로 2.0% 증가했다. 특히 황혼 부부의 이혼이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여 지난해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은 3만8천400건으로 전년보다 5.8% 늘었다. 앞으로의 부부 관계를 오래 지속하려면 필요한 건 무엇인지 생각해 봤다. 일단 배려가 필요할 것 같다. 또 신뢰가 필요하다. 사랑의 회복이 필요한 듯하다. 부부의 날, 부부의 세계를 평화롭게 지속할 수 있는 지혜를 짜내보자. 최원재 문화부장

[지지대] 새로운 ‘일상으로의 초대’

바야흐로 혼돈의 시대다. 코로나19로부터 시작된 생경한 세계다. 어느덧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마스크 쓰는 것은 일상이고, 회사에 출근할 때나 관공서에 출입할 때 등 체온 확인은 당연해졌다.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하고 연락처를 남기는 일도 하루에 수차례다. 30초 이상 수시로 손을 씻고 손세정제를 바르는 일도 이제는 기본이다. 행여 감기라도 걸려 지인들에게 민폐 끼칠까 위생 관리도 더욱 철저해졌다. 많은 것이 바뀌었다. 더욱 많은 것들이 바뀔 것이다. 일례로 술자리문화가 달라졌다. 10여명이 넘는 모임은 꿈도 못 꾼다. 삼삼오오 옹기종기 둘러앉는 자리가 대부분이다. 노래도 부르러 가고 맥주로 입가심하는 등 2~3차까지 이어지던 술자리가 요즘은 거의 없다. 대부분 1차에서 끝난다. 과거에 비해 조금 더 절제된 삶으로 바뀌는 듯하다. 처음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되고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남의 나라 일이거니 했다. 그러던 중 수천명에 달하는 신천지 신도들의 코로나 확진은 극도의 공포로 다가왔다. 이후 철저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조금씩 공포심이 약해졌고,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되면서 희망을 보았다. 그러던 중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는 또다른 두려움에 휩싸이게 했다. 바로 N차 감염의 공포다. 24차 전파가 지속되고 있다. 노래방, 택시, PC방 등을 통해서도 번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학생들이 올해 첫 등교를 했다.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혼란도 분명 있었다. 안성시의 9개 고등학교는 문을 닫았다. 인천 66개 학교의 고3 학생들도 전원 귀가했다. 이 같은 공포와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만 분명 우리는 과거와 같은 일상의 복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방역조치로 다른 나라로부터 호평받고 있는 K방역에 대한 믿음은 굳건해지고 있다.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면서 새로운 일상을 맞고 있다. 무관중이긴 하지만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KLPGA 등 각종 스포츠가 시작됐다. 분명 나아가고 있다. 시나브로. 이명관 사회부장

[지지대] 박현경의 구멍난 깔창

구멍난 깔창 사진이 화제다. 지난 주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박현경이 중학교 1학년 무렵 신었다는 골프화 깔창이다. 양쪽 모두 닳을 대로 닳은 데다 엄지발가락 부분에 구멍이 나 있다. 스윙 연습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골프 레슨을 받던 때 한 선배가 했던 조언이 생각났다. 엄지발가락 아래 미꾸라지가 있다고 생각해라. 도망가지 않게 꽉 쥐고 채를 던져라였다. 아직도 100 순이를 벗어나지 못한 데는 박현경의 깔창과 달리 멀쩡한 내 깔창도 한몫한 거다. ▶박현경은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42회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KLPGA 투어 2년 차로 29번째 대회 출전만의 첫 우승을 메이저로 장식했다. 지난해 3승을 달성한 임희정과 신인상을 받은 조아연이 국가대표 시절 경쟁자이자 친구였다. 상비군과 국가대표를 거치며 기량을 발휘했지만, 친구들의 우승을 지켜봐야만 했다. ▶발레리나 강수진 하면 상처투성이 발부터 생각난다. 남편이 촬영했다는 강수진의 발 사진은 얼마나 혹독한 연습으로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올랐는지 알게 한다. 그녀도 나는 노력파라고 인정했다. 그때부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춤을 추는 강수진에게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발을 가진 여자라는 호칭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녀의 발이 못생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현수의 두산 베어스 시절, 덕아웃에 있는 동료와 하이파이브하려 내민 손이 카메라에 잡혔다. 물집이 터져 울긋불긋하고 노랗게 굳은살이 잔뜩 배긴 손은 얼마나 죽을 힘을 다해 타격 연습을 했는지를 보여줬다. 2018년 LG 트윈스로 이적한 김현수는 강력한 투수진에 비해 약하다는 지적을 받은 타선에 힘을 보탰다. LG는 올해 KBO 리그에서 11경기를 치른 가운데 7승 4패로 공동 2위에 올랐다. 김현수는 개막 2주차인 5월 12일부터 17일까지 6경기 동안에만 2루타 5개, 3루타 1개를 몰아치며 팀 승리를 이끌고 있다. ▶세상에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1998년 US오픈 우승 당시 연못에 들어가 샷을 하려고 양말을 벗었을 때 드러났던 박세리의 맨발이 기억난다. 새까맣게 그을린 다리와 발목 아래의 하얀 발은 그동안의 수고를 다 보여줬다. 골프를 시작했을 때처럼 박현경의 아버지는 이날도 캐디였다. 마지막 퍼트를 넣은 후 말없이 아버지와 포옹을 나눈 박현경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총장이 준 적 없다는 상을 받고, 하지도 않은 인턴활동 증명서를 발급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사람이라면 절대 경험할 수 없는 눈물이다. 박정임 미디어본부장

[지지대] 100ℓ 쓰레기봉투 퇴출

쓰레기 배출량에 따라 요금을 내는 정책인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가 시행된 것은 1995년 1월부터다. 종량제 적용 대상 폐기물은 일반 가정과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로, 배출자는 규격봉투를 구입해 이에 담아 배출해야 한다. 쓰레기 종량제 규격봉투 값은 지역별로 다르며, 거주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 봉투에 담아 버린 쓰레기는 수거해가지 않는다. 환경부의 쓰레기 종량제 10년 평가결과(1995~2004년)에 따르면, 1인당 1일 쓰레기 발생량은 1994년 1.33kg에서 2004년 1.03kg으로 감소했고 쓰레기 수집운반비용 및 매립비용은 약 6조9천239억 원 줄었다. 쓰레기를 배출할 때 버리는 종량제 봉투는 일반적으로 5리터(ℓ)부터 시작해 10ℓ, 20ℓ, 50ℓ, 100ℓ 등이 있다. 100ℓ 종량제 봉투는 환경부 지침상 상한 무게가 25㎏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강제 이행 규정이 아니어서 최대로 압착해 담을 경우 45㎏까지 무게가 늘어난다. 이로 인해 환경미화원의 부상, 안전사고 위험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환경미화원들은 100ℓ짜리 쓰레기봉투를 청소차량에 싣는 과정에서 허리나 어깨 통증을 호소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안전사고 재해를 당한 환경미화원 1천822명 가운데 어깨와 허리 부상이 15%(274명)를 차지했다. 경기도가 환경미화원의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쓰레기 종량제 봉투 최대용량을 100ℓ에서 75ℓ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앞서 용인, 성남, 부천, 의정부 등 4개 시가 종량제 봉투 최대용량을 75ℓ로 낮춘 사례를 도 전역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도는 남부권을 시작으로 북부ㆍ동부ㆍ서부권 등 4개 권역으로 나눠 시ㆍ군 청소담당 과장과 권역별 환경미화원들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어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트위터를 통해 편리함도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어쨌거나 사람이 제일이라며 미화원 잡는 대용량 봉투 상한을 75ℓ로 낮추려 한다고 밝혔다. 도는 민선 7기 출범 이후 환경미화원 등 현장 노동자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2018년 9월 광교신청사에 환경미화원을 위한 휴게공간을 기존 설계안보다 4.7배 확장했다. 도 공공기관과 경기도시공사가 시행하는 아파트 단지에도 휴게공간을 설치하도록 했다. 지난해 12월엔 도가 사전 승인하는 30층 이상ㆍ연면적 10만㎡ 이상 민간건축물 사업 계획에 청소원 등의 휴게공간을 반영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마련,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경기도의 근로환경 개선 노력은 박수를 받을만한 행정이다. 행정의 진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우체국 존폐 위기

편지보다는 메시지나 톡이라는 말이 익숙한 시대다.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밀려 편지가 줄어들면서 빨간 우체통도 사라져 가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우본)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 전국의 우체통은 2만2천여개로, 우체통이 가장 많았던 1993년 5만7천여개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줄었다. 2018년에는 1만2천854개로 감소했다. 구조조정은 우체통에 이어 최근 우체국에도 불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적자가 누적돼 경영혁신을 해야 한다며 올해 초부터 우체국 숫자 줄이기에 나섰다. 우본 자료를 보면, 2010년 44억 통이던 일반우편 물량은 2018년 30억4천만 통으로 30.9% 줄었다. 이에 따라 2010년 528억 원 흑자였던 우편사업 경영수지는 2011년부터 적자로 돌아섰고, 2018년에는 1천450억 원까지 적자가 늘었다. 우본은 동네에서 흔히 접하는 우체국 형태인 6급 이하 직영 우체국을 없애고, 대신 민간에 위탁하는 우편취급국을 만드는 식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6급 우체국은 우편과 금융 기능이 함께 있는 우체국이고, 우편취급국은 우편 기능만 있다. 우본은 전국 6급 이하 우체국 1천352개 가운데 677개를 2023년까지 없앨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경기ㆍ인천지역은 올해 28개, 4년간 모두 110개 직영국이 문을 닫게 된다. 우체국 구조조정 방침이 알려진 2월부터 전국 곳곳에선 폐국 반대 움직임이 이어졌다. 군산시의회는 군산지역 우체국 폐국 반대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 공공성을 최우선으로서 해야 하는 국가기관을 경영 논리만으로 폐국하는 것은 큰 불편을 끼치는,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했다. 인천의 21개 시민단체도 나이가 많고 디지털 환경 적응이 어려운 원도심 주민들에게 우체국은 공과금 납부와 송금은 물론 물품 전달까지 해주는 복지기관 성격을 띤다며 구조조정을 반대했다. 우본 공무원 노조도 성명을 내고 거세게 반발했다. 우본은 일단 구조조정 대상 우체국 선정을 이달 말로 미뤘다. 공공성이 강한 우체국을 함부로 없애는 것은 문제가 많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우정사업본부의 우편사업 경영 현황과 향후 과제에서 시장논리에 기반한 우체국 감축은 코로나19 마스크 공급과 2018년 라돈 매트리스 수거와 같은 국가 위급상황시 전국적인 물류망을 갖춘 우체국의 공적인 기능 수행 능력을 약화시키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까운 우체국이 사라지면 불편과 피해는 공공서비스 이용률이 높은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막대한 흑자를 내고있는 예금과 보험사업 수익금 활용 등 해법을 찾아 우체국 폐국을 최소화 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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