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마스크 방학

▶얘들아 곧장 집으로 가지 말고코스모스 갸웃갸웃 얼굴 내밀며 손 흔들거든너희도 코스모스에게 손 흔들어주며 가거라쉴 곳 만들어주는 나무들한번씩 안아주고 가라머리털 하얗게 셀 때까지 아무도 벗해주지 않던강아지풀 말동무해 주다 가거라. 도종환 시인의 시 종례시간 일부다. 시처럼 학교 끝나면 집으로 가는 길에 코스모스에게 손 흔들어주고, 나무들 한 번씩 안아주고 아이들이 자연을 벗삼아서 등교도 하고, 하교도 하는 그런 아름다운 곳에서 즐거운 생활을 했으면 좋겠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 친구들과 거리두기를 해야 하고 수업 때 모둠활동도 사라졌다. 종일 마스크를 쓴 채 공부하고 쉬는시간에도 대화 없이 화장실만 다녀와서 혼자 책을 보거나 잠을 잤다. 밥도 혼자 먹었다. 이렇게 1학기가 지나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선생님들이 미칠 때쯤 방학을 하고 엄마들이 미칠 때쯤 개학을 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일선 학교들은 이번주부터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코로나19로 등교 수업이 미뤄져 여름방학은 대부분 2주가량이다. 방학 기간이 짧다 보니 다른 일정을 잡기보다는 집에서 아이들 공부를 직접 가르치거나 소소하게 방콕 생활을 이어가겠다는 학부모들이 많다. 영어교육 전문기업 윤선생이 미성년 자녀를 둔 학부모 6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3.7%가 올해 여름방학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답했다. 계획을 세우지 못한 이유(복수응답)에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여행, 체험학습 등 외부활동이 어려워서(79.9%)가 가장 많았다. 코로나19 때문에 올 여름방학은 태국 방콕 대신 집에서 방콕이 대세다. ▶방학인 듯 방학 아닌, 방학 같은 방학이다. 예전 같으면 바다와 계곡을 떠올리며 짐짓 들뜨고 설레었을 여름방학이지만 올해는 그런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 초등학생들은 심드렁한 얼굴로 올해 여름방학을 그저 조금 긴 주말이라고 하고 중고등학생들은 한 주가 더 연장된 원격수업 기간일 뿐이라며 서운함을 토로한다. 고3 수험생들은 수시와 수능 준비로 마음이 더 바빠졌다. 올해는 마스크 방학이라 비록 2주에 불과하지만 각자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 시간의 가치와 의미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강현숙 사회부 차장

[지지대] ‘공급’만이 정답이 아니다

그야말로 부동산이 핫이슈다. 현 정부 들어 20번이 넘는 부동산 관련 정책이 발표됐지만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온 건 역대 최고치로 치솟은 아파트값이 전부인 모양새다. 이전에 무수한 부동산 정책은 차치하더라도 이 사달의 시발점은 뭐니 뭐니 해도 2019년 발표된 12ㆍ16 부동산 대책이 아닌가 싶다. 대표적으로는 투기 규제를 강화시켜 대출수요를 없애고 주택 보유부담을 늘려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 확대를 기본으로 한 대책이었다. 핵심은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로 9억원 이상 아파트에는 초과분에 대해 20%로 대출을 차등적용 시켜버렸다. 특히 9억원 이상은 사실상 대출이 힘들어졌을뿐더러 15억원 이상은 아예 대출을 금지시켜버렸다. 그런데 이 대책은 결과적으로 아파트값 상승에 있어, 발화점이 돼 버렸다. ▶12ㆍ16 대책이 발표된 직후 자고 일어나면 아파트값이 상승하는 기현상이 수도권 전역에서 벌어지고 말았다. 대책 이전에 계약한 매매자와 매수자의 희비가 극명하게 나눠졌고 싶지어 민사 소송으로까지 비화되는 일도 생겼다. 예를 들어 수원의 한 아파트 단지 내 84㎡ 매매가가 한 달 반 사이 1억원에서 최대 2억원까지 치솟았으니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더니 정부는 다시 조정대상지역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면서 대상지역에서 제외된 지역 내 아파트값이 미친 듯이 폭등하는 풍선효과를 가져와 청년과 신혼부부 등 사회 초년생에게 절대 내 집 마련이 실현될 수 없다는 비수를 꽂았다.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2020년 6ㆍ17 부동산 대책. 대표적인 규제로는 갭투자 및 법인 부동산 투기 규제가 핵심이었지만 결국 무주택자와 1주택자를 제외한 이들은 세금 폭탄을 피할 길이 없는 막다른 골목 정책이 되고 말았다. 처음 집을 사려는 사람도 대출 규제 제한에 사실상 내 집 마련 꿈은 더욱더 멀어져 갔고 임대사업자는 세금지옥을 경험케하는 무시무시한 정책이 되고 말았다. 그런 사이 집값 잡기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아파트 가격은 끝 모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8ㆍ4 주택공급대책. 알고 보면 너무나도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공공이 핵심이지만 같은 신도시 내에서도 민간 아파트 입주민과 공공임대 입주민이 차별되는 대한민국이다. 양적 팽창이 국민의 입맛까지 사로 잡지는 못한다. 좀 더 깊이 있는 정책을 만들지 못하고, 땜질식 정책을 내놓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아쉽기만 하다. 축구선수 모두가 메시라도 경기에 뛸 수 있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 무조건적인 공급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얘기다. 모두가 공감하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 모두가 편하게 수요할 수 있는 그런 정책이 필요한 요즘이다. 김규태 경제부장

[지지대] 야속한 장마

옛말에 불난 끝은 있어도 홍수난 끝은 없다고 했다. 모든 것을 싹 쓸어 가기 때문이다. 올 장마는 긴 데다 무섭기까지 하다. 연일 전국 곳곳에 집중호우를 뿌리고 있다. 피해가 컸던 부산만 봐도 한번 뿌리면 인정사정없이 물 폭탄이다. 수도권과 중부지방엔 지난 주말부터 이어진 집중호우로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인명 피해만도 4일 오전 기준 13명이 숨지고 13명이 실종됐다. 가평에선 토사가 펜션을 덮쳐 주인 일가족 3명이 숨졌다. 외국서 일하던 딸이 귀국해 출산 후 어머니의 일을 돕다 변을 당해 안타까움을 샀다. ▶1996년 7월 26일부터 사흘간 경기북부에 폭우가 쏟아졌다. 전방지대라 군부대에 큰 피해를 안겼다. 군부대가 자리한 곳이 대체로 산골짜기 쪽이어서 막사가 산사태로 묻히는 참사가 속출했다. 사망실종된 군인 수만 60여 명에 달하면서 가족들에게 지워지지 않을 아픔을 남겼다. 특히 한탄강 하류에 있던 연천댐이 붕괴되면서 임진강 하류 저지대인 문산은 3m 깊이로 물에 잠겨버렸다. 시가지 대부분이 초토화됐다. 문산은 1998년과 1999년에도 홍수로 물바다가 됐다. 시가지가 저지대인 탓에 되풀이된 사고였다. ▶장마는 낮은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긴다. 다세대 주택 반지하가 대표적이다.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상 수상의 영광을 안긴 기생충에도 주인공이 사는 반지하 주택이 폭우에 물바다가 되는 광경이 나온다. 주인공 가족의 반지하 집엔 허리 높이만큼 물이 차고 온갖 오물들로 가득 찬다. 반지하 집은 지면보다 낮게 자리하고 있어 내리는 비와 역류하는 오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적으로 25만 8천 가구가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에게 장마는 두려운 존재다. ▶올해 장마는 유독 길게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제주는 지난 6월 10일 장마에 들어 7월 28일까지 49일간 이어졌다. 역대 최장 기록이다. 남부지방은 6월 24일부터 7월 31일까지 38일간 계속됐다. 남부지방에서 장마가 가장 길었던 해는 2014년으로 46일간이다. 중부지방은 4일 현재 42일째인데도 그칠 기미가 안 보인다. 2013년 49일간의 장마로 역대 최장기간이란 기록을 갖고 있지만 이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장맛비는 국지적으로 강하게 내리는 특성이 있어 방심할 수 없다. ▶황규관 시인은 최근 한 칼럼에서 장마와 관련한 아픈 기억을 더듬었다. 일곱 살 무렵 장맛비에 전주천이 불었을 때 떠내려오는 돼지도 보았고 부서진 오두막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전주천은 다섯 살 때 동생을 삼킨 곳이라고도 했다. 지금도 그곳에 가면 오열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고 했다. 밤새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빗소리에 밤잠을 설쳤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누군가에겐 아픔으로 남았음이다. 시인은 올 장마는 남몰래 울어도 들키지 않을 만큼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인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는 장마가 야속하기만 하다. 박정임 미디어본부장

[지지대] 김홍일 장군

최단 시간에 서울이 뚫렸다. 70년 전 얘기다. 그때도 비가 제법 내렸다고 한다. 6ㆍ25전쟁 초기, 정부의 대응에 대해선 여러 가지 해석들이 있다. 하지만 북한의 남침이 수년 동안 치밀하게 준비된데다, 소련의 강력한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군은 일방적으로 밀렸던 열세 속에서도 한강에서 엿새 동안 북한군의 저지를 막았다. 전차 등으로 중무장한 북한군에 소총 등 으로 맞선 당랑거철(螳螂拒轍)의 전투였다. ▶이 전투 중심에 김홍일 장군이 있었다. 625전쟁 발발 당시는 육군참모학교장이었다. 사흘 후인 6월28일 시흥지구전투사령부를 설치하고 서울 북방에서 분산 철수하는 국군 병력을 규합해 한강 방어선을 구축, 유엔군을 한반도에 파견하는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에 대해선 뜻밖에 많은 이들이 모르고 있다. 1898년 9월 평북 용천에서 태어나 오산학교를 졸업하고 황해도 신천 경신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다 항일무장투쟁에 나섰다. 1927년 중국 국민혁명군 소령으로 용담전투에서 일본군에게 대승을 거뒀다. 상하이 병기창 주임으로, 이봉창ㆍ윤봉길 의사의 의열투쟁도 지원했다. 1945년 한국광복군 참모장에 취임, 광복군 육성에도 힘썼다. ▶해방 후 국군이 창설되면서 육군 준장으로 특별 임관했다. 일본군, 특히 만주군 출신 장교들이 많았던 당시의 현실에선 드문 경우였다. 군 내부에서도 독립군과 광복군을 잇는 정통성을 인정받았다. 1949년 소장으로 진급했고, 1951년 중장으로 예편했다. 군복을 벗고 주(駐) 대만 한국대사, 외무부 장관, 국회의원, 광복회장 등도 역임했다. 1980년 8월 향년 83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정부는 625전쟁 당시 한강전투를 통해 방어선을 구축하고 엿새 동안 북한군의 남하를 막았던 공로를 인정, 태극무공훈장과 건국훈장 국민장 등을 수여했다. 타계 직후에는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전쟁기념관은 그를 8월의 호국인물로 선정했다. 6일 오후 2시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호국추모실에서 추모행사가 열린다. 6ㆍ25전쟁 초기 북한군 남하가 저지되지 않았다면 전황은 어떻게 변했을까. 김홍일 장군은 나라와 민족을 위한 외길을 걸어갔던 참 군인이었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70년 경기도체육회의 위기

경기도체육회는 625전쟁 발발 직전인 1950년 6월10일 창립됐다. 이어 1981년 인천광역시 분리 이후 2015년 12월 경기도생활체육회와의 통합을 통해 전국 최대규모의 체육회가 됐다. 그리고 지난 1월15일 사상 첫 민간인 회장을 선출해 민선시대를 열었다. 도체육회 창립 70주년에 민선 회장 시대를 여는 의미있는 해가 바로 2020년이다. ▶그러나 고희(古稀)를 맞은 경기도체육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어쩌면 창립 70년 만에 최대 위기에 처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 여파 때문이 아니다. 첫 체육회장 선거의 후유증 때문이다. 선거 직후 당선 무효 선언으로 시작된 체육회 불안의 기류는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민선 체육회 첫 항해가 순조로운 듯 보이나, 내적으로는 심한 풍파를 겪으며 좌초 위기감 마저 감돌고 있다. ▶민선 회장 취임 후 경기도, 도의회와의 불협화음이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 체육회 살림을 꾸리고 집행부, 의회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기대한 사무처장이 지난 7월 초 임기 50여일을 남기고 사임했다. 체육회장은 즉각 사표를 수리했다. 이를 전환점으로 후반기 도의회 상임위 업무보고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이른바 군기잡기로 비춰지면서 민선 첫 이사회에서는 의회의 갑질이라고 성토했다. ▶설상가상으로 경기도의 감사, 경찰 조사, 체육회 예산과 권한을 나누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가칭)경기도체육진흥재단 설립이 거론되면서 그야말로 사면초가 양상이다. 더욱이 체육회 조직 내부의 분파(分派)와 줄서기, 유언비어 난무 등으로 큰 혼란에 빠져있다. 이 위기를 수습할 책임은 전적으로 회장에게 있다. 하루 빨리 사무처장의 공모를 통해 조직을 추스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이원성 도체육회장은 요즘 지방체육회의 법정법인화추진위 부위원장을 맡아 법인화 추진에 분주하다. 지방체육회의 안정적인 법적인 지위 확보와 원활한 예산을 지원받기 위해 분명 시급한 일이다. 하지만 사분오열 돼 난파 위기에 직면한 조직을 수습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사무처 수장이 없는 상황에서 경기도체육회 노조와 간부들 또한 개인의 안위를 떠나 조직을 추스리는 데 균형을 잡고 힘을 보태야 한다. 수 많은 경기도 체육인들은 창립 70주년을 맞아 전국 최고로 우뚝 선 경기도체육회의 분열이 아닌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황선학 체육부 부국장

[지지대] 인천대 이사회의 객반위주

객반위주(客反爲主)란 말이 있다. 객이 도리어 주인 행세를 한다는 뜻으로 우리말로하면 주걱 쥔 놈이 주인행세한다는 정도의 표현이다. 국립 인천대학교 이사회가 딱 그렇다. 인천대는 최근 총장 선출을 둘러싼 초유의 망신을 당했다. 총장추천위원회, 학생 및 교수교직원의 정책평가, 논문 검증, 이사회를 거쳐 선정한 최종 후보가 교육부에서 반려된 것이다. 심지어 최종후보는 구성원 평가에서 3위에 그쳤던 인물이다. 인천대 이사회는 반발하는 구성원에게 원래 총추위가 순위를 정해선 안되는 것이라거나 규정상 3명 중 1명을 뽑도록 했으니, 선출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오만한 해명을 내놨다. 학교 안에서 매주 목요일 촛불시위까지 열게 한 이들의 선택은 결국 교육부의 반려로 끝이 났다. 그런데도 이사회는 반려 이유를 총추위에서 찾을 모양이다. 총추위가 논문 검증을 제대로 못해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게 이사회의 반응이다. 그리고는 새 총장 선출 방식을 자신들이 주도하려 하고 있다. 인천대의 주인은 결코 이사회가 될 수 없다. 인천대는 학원 민주화를 원한 동문들의 피땀어린 노력에 시민의 열망이 더해져 만들어진 곳이다. 게다가 시민의 혈세도 투입했다. 아니, 아직도 투입 중이다. 그러나 이사회는 어떠한가. 인천대 이사회는 사립대학 재단의 이사회와 성격이 다르다. 사립대학은 재단에서 돈을 대 학교를 세우고 학생들의 등록금을 받아 그것으로 또 재단을 유지할 재단전입금을 쌓는다. 하지만 인천대 이사회는 그저 명예직이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툭 얹은 꼴이다. 특히나 인천대에서 학생 등록금과 혈세를 모아 만든 돈으로 활동비를 지원받고, 운전기사를 두는 누군가는 더더욱 자격이 없다. 그런데 임기가 정해져 내년이면 이사장까지 바꿔야하는 이사회가 인천대의 미래를 이끌 총장 후보 선출을 두고 당당히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 주인 행세가 아니라 어쩌면 주인이라 착각하는 듯도 싶다. 인천대 이사회가 든 것은 그저 주걱일 뿐 주막이 아니다. 주걱 하나 들었다고 주막 주인인양 어떤 손님에겐 밥을 퍼주고 어떤 손님에겐 흙을 퍼줘서야 되겠는가. 인천대는 몇몇의 놀음으로 흔들려선 안 될 구성원과 시민의 대학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경희 인천본사 사회부장

[지지대] 유독 인천 수돗물에서만 유충이?

또다시 인천을 수돗물 사태가 뒤덮고 있다. 2019년엔 붉은 수돗물, 즉 적수 사태가 터지더니 이젠 수돗물 유충으로 시끄럽다. 공촌정수장에서 시작해 인천 전역으로 수돗물 유충 발견 신고가 쏟아지더니 이젠 인천을 벗어나 전국에서 수돗물 유충 발견 신고가 이어졌고 결국 중앙정부가 나서 종합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천에 유충이 유독 많은 것인가. 전문가들은 꼭 이 같은 의미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미 적수 사태를 겪으면서 인천시민이 수도꼭지나 샤워기 등에 필터 등을 적극적으로 달아 사용하고 있는 데다, 수돗물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에 각종 제보가 활발하다는 의견이 높다. 또 일부에선 유난히 따뜻했던 지난해 겨울이 유충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즉 수돗물 유충은 인천뿐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사안이란 것이다. 유독 인천 수돗물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반응은 결코 옳지 못하다. 물론 이 사태를 발생시킨 인천시도 책임에서 벗어나진 못하다. 고도정수처리시설 관리 부실이나 여름철에는 세척을 더 자주 해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한 점 등 여러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뒤늦게 대책을 내놨지만, 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불과하다. 다행히도 사태 발생 이후 인천시는 수돗물 유충 발견 신고 건수나 지역 등을 매일 공개하고 있다. 투명한 대응으로 최소한 더 이상 신뢰를 잃진 않고 있다. 옳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수돗물은 매일 마시거나 사용하는 만큼 안전성과 신뢰가 중요하다. 이를 믿을 수 없다면 시민의 일상이 크게 흔들린다. 코로나19 사태엔 건강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지나치다고 할만큼 꼼꼼하게 선제 대응한 인천시, 이젠 상수도 등 전반적인 행정에도 선제적으로 움직이길 기대해본다. 이민우 인천본사 정치경제부장

[지지대] 떠나려는 당신, 열심히 일했나

성경에서도 휴식은 열심히 일한 사람의 몫이다.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 일곱째 날은 네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일인즉 너나 네 아들이나 네 딸이나 네 남종이나 네 여종이나 네 가축이나 네 문안에 머무는 객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말라 이는 엿새 동안에 나 여호와가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만들고 일곱째 날에 쉬었음이라(출애굽기 20장 9~10절) 라는 구절을 보면 노동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완성은 쉼이다. 너무 열심히 일한 나머지 지칠 대로 지친 노동자에게 휴가는 최상의 보상이다. ▶2002년 한 카드회사의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 문구가 유행했다. IMF를 이겨내고 경제 회복기에 접어든 때였다. 평소에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당당하게 휴가를 즐길 권리가 있다고 했다. 일에만 매달려 피곤한 삶을 살아야 했던 직장인들의 떠나고 싶은 욕망을 자극했다. 노동 후 놀 권리가 보장되기 시작했다. 최근엔 잘 쉬어야 일의 능률이 오르고 건강해진다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신조어)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휴가를 가라 마라 하는 시대가 아니다. ▶예년대로 라면 지금쯤 국민 대부분이 휴가 떠날 생각에 들떠 있어야 한다. 하지만 10명 중 6명은 올해 여름휴가를 가지 않거나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이달 69일 6천150세대를 대상으로 모바일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휴가를 간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지난해보다 3.6% 포인트 감소한 37.8%였다. 휴가를 가지 않겠다거나 미정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62.2%에 달했다. 이유로는 코로나19 때문이라는 응답자가 75.6%를 차지했다. 이어 일정조율 필요(7.7%), 업무학업생업(5.1%), 휴가비용 부담(4.1%) 등의 순이었다. ▶휴가 분위기가 침체한 데는 코로나19가 직격탄이 됐다. 우선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일과 휴식의 구분이 사라졌다. 휴가일정은 자녀가 좌우하는데 학교는 개학과 방학 사이의 경계가 무너졌다. 사업장이 알아서 하라 했지만 방역 체계 유지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휴가 기간을 분산해 가라는 정부의 권고도 있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세가 된 언택트(비대면) 열풍도 휴가철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차라리 홈캉스를 즐기겠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일년내내 휴가인 사람들이 많아진 탓도 있다.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근로자가 전체의 39%나 된다. 학교를 졸업한 후 취업을 하지 않거나 못한 청년층(1529세)이 올해 170만 명에 육박했다. 한 달에 30만 원에서 50만 원씩 청년 수당을 주는 지자체도 있다. 매달 개인에게 현금급여를 지급하는 기본소득제 도입도 공론화되고 있다.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 제도나 현금 살포로 편하게 살자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도처에 무위도식자들이 넘쳐난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문구는 유물이 돼 가고 있다. 박정임 미디어본부장

[지지대] 날마다 雨요일

유럽의 젊은이가 고향을 뜬다. 그리고 무작정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청년에게 미국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도 이름 없던 국가 출신의 젊은이에게 말이다. 갓 스무 살을 넘긴 한낱 외로운 존재에게 과연 인생의 이정표는 있을까. 누군가 아는 척을 하면서 귀띔해준다. 이봐! 남부 캘리포니아에는 태양이 얼마나 강렬한지 비가 내리지 않을 정도라고. ▶대도시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그렇게 몇 년을 살았다. 어느 날 태양이 이글거린다는 그곳으로 향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한 건 딱히 없었다. 무작정 남쪽으로 내려갔다. 영화 같은 이야기가 이뤄질 것 같았다. 자신감은 없었다. 물론 뚜렷한 직장도 없었다. 남부 캘리포니아에 내리니 비가 억수 같이 퍼붓고 있었다, 현실은 늘 반전이다. 불현듯 집에 가고 싶었다. ▶앨버트 하몬드(Albert Hammond)의 명곡 It never rains in Southern California의 노랫말이다. 트롯트가 대세인 요즘, 뭔 뚱딴지같은 얘기냐고 핀잔을 듣겠지만 그의 곡들은 록(Rock)으로 분류된다. 1970년대를 풍미했던 그의 곡에는 유난히 비와 관련된 사연들이 많다. 또 다른 명곡 For the Peace of All Mankind도그렇다. 시원한 빗줄기가 소박한 인류의 평화라는 게 결론이다. 그의 노랫말은 대부분 그 자신의 자서전이다. 앨버트도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영국에서 대서양을 건너왔다. ▶빗물, 빗방울, 빗줄기, 소나기, 이슬비 등 비를 일컫는 어휘들은 섬세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라는 자연현상은 뭔가 우울하고 슬픔의 대명사다. 유행가에서도 비와 관련된 노랫말은 안타깝다. 가수 송창식의 비의 나그네에서도 비는 슬픔이다. 그런데 색다르다. 또 다른 반전이다. 송창식 방식의 감성으로는 빗소리는 그리운 임의 발걸음 옮기는 소리다. 하지만 역시 결론은 애달프다. 비가 내리면 임이 오시는 반가움이고 비가 그치면 임이 떠나는 애틋함이다. 결은 다르지만, 결론은 섧다. 이번 주 내내 비가 내린다는 예보다. 날마다 우요일(雨曜日)이다. 비가 오면 그리운 임이 오신다는 노랫말의 반전이 이뤄지는 한 주일이길 기대한다. 일상의 반전은 더욱 반갑기 때문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부동산 정책 성공조건

집값 폭등을 잡기 위해 내놓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놓고 말들이 많다. 문재인 정부는 이른바 핀셋 규제를 내세우며 집값 폭등을 잠재우려 했다. 문제 되는 곳만 핀셋으로 집어 내는 것처럼 규제하겠다는 발상은 그럴듯했다. 그러나 규제 지역을 피해 간 지역의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핀셋 효과보다는 풍선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들어 무려 22번의 부동산 관련 정책을 발표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올라간 집값은 내려올 기미가 없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돈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살 기회조차 없게 됐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정치권에서 수도 이전, 부동산 공개념을 화두로 꺼내기까지 했다. 그러자 세종시 일대 부동산 가격이 꿈틀했다. 정치권의 무책임한 발언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부동산 규제로 피해를 봤다는 사람들이 모여 촛불집회를 열고 정부를 규탄하는 장면까지 등장했다. 이쯤 되면 백약이 소용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좁은 국토라는 한계 때문에 부동산은 언젠가 재미를 볼 수 있는 투자 대상이었다. 부동산 불패라는 말이 통용됐다. 문재인 정부뿐만 아니라 과거 정부도 진보 보수 성향을 떠나 부동산을 잡기 위해 규제와 완화를 반복하는 정책을 내놓았지만 신통치 않았다. 결국 돈을 벌려면 부동산 투자만 한 게 없다는 속설은 이제 상식이 됐다. 정부 말만 믿고 따랐다 간 되레 낭패를 보기 일쑤였고, 결국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늘어만 갔기 때문이다. 뿌리 깊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이 이제 걷잡을 수 없는 파도가 돼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아무리 억제 정책을 내놓아 봐라, 결국 집값을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형성돼 있는 듯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평범한 젊은층들이 평생 일해도 내 집 장만이 어려울 것이라는 절망에 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 또한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주 정부가 아파트 공급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단기 공급 대책을 내놓는다고 집값이 당장 잡히고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성공 조건은 정부 대책을 불신하는 국민들로부터 얼마나 빨리 신뢰를 회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이선호 지역사회부장

[지지대] 군 골프장과 부동산 정책

문재인 내려와. 민심이 들끓고 있다.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대책에 성난 민심은 결국 폭발했다. 한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대통령 실명을 올리며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다. 불과 석 달 전에 치러진 4ㆍ15총선에서 180석을 얻은 문 대통령과 거대 여당은 상상이나 했을까?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지난 7ㆍ10대책까지 22번째 고강도 규제를 내놓았다. 하지만 집값은 보란 듯이 상승하고 서민들은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사기는 망했다)이라며 절규한다. 규제 일변도 정책이 단기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으로 신규주택공급 감소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공급(아파트)이 수요(무주택자)를 따라가지 못해 주택보급률이 더 낮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직장인이 월급을 모아 수도권에서 자기 집을 가지려면 얼마나 걸릴까. 현재 수도권에 내 집을 마련하려면 6.8년치의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 아파트를 빚 없이 산다는 것은 직장인에겐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들다. 오죽하면 화장실과 거실, 방 하나는 은행 소유라며 자조 섞인 말을 하겠는가. 군인들의 체력 단련을 위해 조성된 군(軍) 골프장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현재 전국의 군 관리 골프장은 국방부 4곳, 육군 7곳, 해군 5곳, 공군 14곳, 3군 공동 2곳 등 모두 32곳으로 알려졌다. 이 중 거론되고 있는 태릉골프장은 지난 1966년 박정희 전 대통령 지시로 육군사관학교 생도 훈련용 부지를 변경해 조성됐다. 군 소유 골프장 부지 개발안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정부가 수도권 공급대책 때 검토했지만 국방부 반대로 무산됐다. 이번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반대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언급했다. 섣부른 판단 같아도 그린벨트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타협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민간분양에 견줄만한 질 좋은 공공임대 형태로 보급하면 어떨까? 민간 분양은 또다른 부동산 투기 과열로 이어질 수 있다. 임대기한도 10~20년이 아닌 영구 형태면 더 좋겠다. 집값 안정, 주거 복지, 안정된 삶을 위해서다. 서민정책을 표방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사상에도 맞는다. 김창학 정치부 부장

[지지대] 베란다 방수 공사 노하우

오래된 아파트에 살다 보니 베란다에 비가 새기 시작했다. 처음엔 약간씩 습기만 생기더니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 요즘 수건 몇 장이 흥건히 젖을 정도로 빗물이 흘러나왔다. 지난해 다용도실 누수는 공사업체를 불러 시공했는데 비용이 꽤 많이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장마철을 맞아 오래된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께 최근 직접 시공한 베란다 방수 공사 노하우를 전하려 한다. 뜻밖에 비용도 들지 않고 간단히 해결할 수도 있으니 한번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샌다면 빨리 시공업체를 부르시는 게 좋다. 허접하지만 베란다 방수 공사 노하우를 들어보시라. 먼저 누수 위치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 비 예보가 있을 때 수명이 다 된 마른 수건(걸레)을 이용해 누수로 의심되는 부위에 놓는다. 이때 수건을 수시로 잘 관찰해야 한다. 가장 빨리 많이 수건이 젖는 부위를 체크해 두자. 수건을 치우고 마른 걸레로 누수 부위를 깨끗하게 닦아내고 빗물이 가장 먼저 스며드는 위치를 표시해 둔다. 이때 은둔과 끈기, 고도의 관찰력이 필요하다. 위치를 확인했다면 어떤 방수용품을 선택하느냐가 관건이다. 인터넷을 여기저기 검색하다 보니 모든 제품을 저렴하게 다 판매한다는 곳에서 방수 스프레이와 방수 실리콘 제품 등의 사용 후기를 발견하게 됐다. 해당 업체를 방문 인터넷 서핑을 통해 확인한 제품을 찾았다. 그런데 장마 때문인지 관련 제품을 찾을 수가 없었다. 모든 걸 포기하고 돌아서려는 순간. 실리콘이 진열된 맨 아래 칸에 흰색가루가 눈에 들어왔다. 비닐 포장용지에 다용도 만능 시멘트라고 적혀 있었다. 변기 하단 부위에 사용하는 그림이 나왔다. 일단 방수가 된다. 바로 이거구나. 집으로 돌아와 종이컵에 약 30g의 다용도 시멘트를 넣고 물을 걸쭉해질 때까지 부었다. 사용 설명서에는 약 25~30% 정도의 물을 붓는 것으로 돼 있는데 느낌이 굉장히 중요하다. 시공 전에 오공본드를 이용해 빗물이 새는 틈새 부위를 메웠다. 이후 반죽이 잘된 시멘트를 손으로 골고루 발라주고 지저분한 곳은 젖은 수건으로 닦아냈다. 오후 7시께 모든 작업을 마치고 그날 밤 기분 좋게 잠에 들었다. 새벽에 폭우가 쏟아져 잠에서 깼다. 새벽 5시 기대 반 걱정 반 베란다로 향했다. 크크크 완벽 시공. 며칠째 비가 오는데 베란다는 짱짱했다. 집에 누수가 있는 분들은 2천원짜리 다용도 만능 시멘트를 활용해 시공해보시길 강력히 추천한다. 최원재 문화부장

[지지대] 후유증 공포

보이그룹 제국의아이들이 2012년 선보인 후유증이 역주행하고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재유행하면서 21일 기준 KBS Kpop 뮤직뱅크 영상 조회 수가 440만 회에 달했다. 슬픈 이별을 노래한 애절한 가사인데도 멜로디와 안무는 과하다 싶을 만큼 경쾌한 게 젊은 세대 취향을 저격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 후 수시로 눈물을 흘리고, 매일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며 지독한 후유증을 고백한다. 흔하디 흔한 사랑 타령이지만 그게 사랑이든 병이든, 심각한 후유증이 더 큰 공포일 수 있다는 경고로 다가온다. ▶미국군이 베트남전쟁 당시 밀림에 다량 살포한 제초제(고엽제)는 전쟁이 막을 내린 지 45년이 지났지만, 북베트남인들은 물론 전쟁에 참가했던 상당수가 지독한 후유증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미군은 당시 베트남 정글에 서식하는 모기를 박멸한다는 공중보건상의 목적을 내세웠다. 하지만, 밀림의 초목들을 고사시켜서 깊은 산중에 은신하던 베트콩들을 노출하는 효과를 노렸던 거다. 고엽제는 약품 안에 암을 유발하거나 기형아 출산의 원인이 되는 다이옥신이 함유돼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무서운 건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지 모를 후유증 탓이다. 코로나19 환자들은 폐, 신장, 심장에 손상을 입었거나 지속적인 피로감, 인지장애 등의 증상을 보인다. 중증 환자를 중심으로 장기적인 추적조사를 진행하면서 어느 정도로 후유증이 남는지 살펴야 할 상황이다. 한 연구진이 2002~2003년 사스(SARS)가 유행했을 당시 살아남은 환자 369명을 추적했다. 그 결과 27%는 수년간 만성피로증후군을 겪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도 후유증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후유증 중에서도 무서운 건 뇌졸중이다. 뇌졸중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성인 사망의 주요 원인 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 부위가 손상되는 질환이다. 크게 뇌출혈과 뇌경색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둘 다 발병과정이 워낙 급하다 보니 자칫 사망하거나 사망하지 않더라도 심각한 후유장애를 동반한다. 운동언어의식 장애 등이 대표적이다. 생존하더라도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12일 안산의 한 유치원에서 발생한 식중독으로 16명이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일명 햄버거병) 진단을 받았다. 다 큰 성인이었다면 며칠 설사하고 지나갔을 병이지만, 면역체계가 덜 완성된 어린아이들에겐 치명적이다. 실제 유치원생 다섯 명이 투석 치료를 받을 정도로 신장에 심한 손상을 입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부모들은 후유증을 걱정하고 있다. 아이가 퇴원 후 뒤뚱거리면서 잘 못 걷기도 하고, 여전히 어지럼증과 복통을 호소한다고 한다. 불안한 부모 맘도 후유증으로 남을까 걱정이다. 박정임 미디어본부장

[지지대] 칠보치마

훤칠한 새댁이 꽃 단장한 모습이다. 머리에 물통을 이고 걸어가는 아낙네인가. 주름치마를 입고 나들이 가는 소녀 같기도 하다. 해마다 요맘때면 쨍쨍한 하늘을 이고 선 채로 우리 곁에 찾아온다. 칠보치마라는 여러해살이 식물의 첫인상이다. 수원의 일곱 가지 보물이 있다는 산에서 발견됐다는 뜻으로 칠보라는 접두어가 붙었다. 치마 같다는 의미로 치마라는 꼬리표도 달렸다. ▶이 식물의 친정은 수원 칠보산(七寶山)이다. 전국 여러 곳에 칠보산이 있다. 수원이란 지명을 꼭 붙여야 하는 까닭이다. 수원과 화성, 안산 등지에 걸쳐 있고 산세도 깊다. 원래는 산삼, 맷돌, 잣나무, 황금 수탉, 호랑이, 절, 장사 등 여덟 가지 보물을 지녀 팔보산(八寶山)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장사꾼이 황금 수탉을 가져가 버리는 바람에 칠보산이 됐다고 한다. ▶이 식물이 처음 발견된 시점은 1968년이다. 해마다 요맘때 길게 올라온 꽃줄기 맨 꼭대기에 꽃자루 없이 세로로 다닥다닥 흰꽃이 핀다. 잎은 바닥에 치마처럼 넓게 흩어진다. 볕이 잘 드는 풀밭에서 잘 자란다. 줄기는 짧고 곧다. 잎은 뿌리에서 10여 개가 나와 사방으로 퍼진다. 색깔은 황색을 띤 녹색이다. 잎 밑 부분은 점차 좁아지고, 끝 부분은 갑자기 뾰족해진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앞서 지난 2017~2018년 칠보치마 1천500여 본을 수원시에 기증했다. 수원시는 생물자원화사업을 진행하면서, 기증받은 칠보치마를 지난 2017년 5월과 지난 2018년 9월 칠보산 습지에 옮겨 심었다. 이 결과 칠보산 내 칠보치마는 지난 2018년 20여 개체, 지난해 200여 개체, 올해는 현재까지 200여 개체가 꽃을 피운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시는 칠보치마가 안정적으로 정착했다고 판단, 오는 9~10월 환경부에 야생생물 보호구역 지정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덧없이 흘러가는 것들은 얼마나 야생적인가. 예전에는 칠보산을 거닐면 만날 수 있었던 칠보치마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칠보치마는 이제 칠보산의 소중한 보물이다.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이기도 하다. 없어지는 것들은 그래서 소중하다. 칠보산에서 칠보치마가 떠나가면, 그 명칭이 칠보산에서 육보산(六寶山)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과유불급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라는 뜻으로, 논어 선진편에 나오는 말이다. 한 마디로 욕심을 부리지 말고 너무 치우치지 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요즘 세상과 정치를 보면서 이 단어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성경에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는 구절이 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보면서 이 구절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욕심을 동기 부여로 활용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욕심은 대부분 선을 넘는 지나침(과도함)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기자가 기사를 쓸 때 빠지기 쉬운 유혹 중 하나가 과장 기사를 쓰는 것이다. 팩트(사실)만 전하면 되는데 과시하려는 마음에 과대포장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가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방지를 내세워 발표한 교회 정규예배 이외 모임행사 전면 금지 조치에 대해서도 개신교계가 과도한 조치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치는 어떤가. 21대 국회 초반 여야는 상대방을 향해 너무 지나치다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의사일정을 보이콧 했던 미래통합당을 향해 국민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만 생각한다면서 정말로 지나치다라고 비난했다. 이에 맞서 통합당은 민주당을 향해 의회 과반이면 아무 일이나 다 할 수 있다는 독선에 취해 있다며 독주폭주를 멈추라고 성토했다. 국민들이 보기에 176석을 앞세워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 18개 국회 전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민주당과 103석임에도 당초 배분된 7개 상임위원장을 포기하고 보이콧으로 맞선 통합당은 오십보백보일 뿐이다. 초반부터 불명예 기록을 이어가는 21대 국회는 지난 16일 역대 최장 지각 개원식이라는 기록도 보유하게 됐다. 가까스로 개원식은 열었지만 여야가 과욕을 버리고 실종된 협치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김재민 정치부 부장

[지지대] ‘실패한 사과’라도 하세요

▶5월7일 전북 전주시의회 박병술 의장 등 의회 의장단이 시민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되던 5월4일부터 6일까지 제주도에서 가진 의장단 연수에 대해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했다며 사죄했다. 또 코로나19 극복에 앞장서야 할 시의원으로서 그 책임과 도리를 망각했다는 지적에 깊은 자기반성과 함께 시민 여러분께 거듭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과에도 시민들은 언론의 뭇매를 사전에 막기 위한 형식적인 사죄란 비판이라고 지적했다. 실패한 사과였다. ▶6월22~26일 경기도 지역 교장, 교감, 교사 17명이 코로나19로 비상이 걸린 학교를 제쳐놓고 공무원연금공단이 주관한 은퇴설계교육을 받기 위해 제주도로 연수를 갔다가 논란이 불거졌다. 학부모들과 시민단체는 코로나 시국에 본인 노후를 위해 4박5일 은퇴설계교육이 웬말이냐! 교장, 교감이면 관리자인데 학교와 학생 안전을 책임져야 할 관리자들이 방역 체계를 무력화하는 짓을 저지른 셈이라고 지적했다. 부천교육지원청 앞에서 1인 시위도 했다. 노후준비에 여념이 없던 당사자들은 물론 이 시국에 제주도 집합연수를 주관한 공무원연금공단, 지역교육청 그리고 경기도교육청 모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 누구도 미안하다, 송구하다, 죄송하다 말 한마디 없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고 잘못을 저지른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행동이다. 부인하거나 사과하거나, 둘 중 하나다. 부인하면 여론을 악화시키고, 자신을 더욱 궁지로 몰 뿐이다. 감염병 공포를 뚫고 제주도로 노후준비를 다녀온 경기도 내 학교관리자들을 향해 한 동료 교장이 이런 말을 했다. 여론에 못 견뎌 영혼 없는 반성이라도 하는 척은 해야지. 사과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과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교육자로서 사과할 일을 했으면 쿨하게 사과하면 된다. 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같은 교육가족들이 지켜보고 있다. 사과의 정석을 기대하는 게 아니니 실패한 사과라도 하세요. 강현숙 사회부 차장

[지지대] 복달임

여름 더위의 절정을 알리는 초복이 왔다. 초복, 중복, 말복으로 불리는 삼복(三伏)을 잘 보내야 여름을 무사히 넘길 수 있다. 삼복은 보통 음력 6월과 7월 사이에 있는 절기이다. 하지가 지난 다음 셋째 경일을 초복, 넷째 경일을 중복, 입추 후 경일을 말복이라고 한다. 이 시기 가장 무더운 날씨를 가리켜 삼복더위라고 부른다. 예로부터 삼복에 더위를 이기기 위해 몸을 보하는 음식을 먹고 시원한 물가를 찾았다. 이를 복놀이 혹은 복달임이라고 했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더위를 이겨내라는 의미에서 높은 관리들에게 쇠고기와 얼음을 하사했다. 일반인은 쇠고기가 귀해 개고기나 닭고기를 끓여 무더위에 몸을 보호했다. 필자도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육개장이라고 속아 개고기를 먹은 것이 보신탕의 시작이 됐다. 현재 복달임은 주로 허해진 기운을 보강하기 위해 보양식을 먹으며 더위를 물리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표적 보양식은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단연 보신탕이다. 뒤를 이어 삼계탕, 닭백숙, 오리백숙, 민어탕 등이 있다. 우리 조상들은 이열치열(以熱治熱)의 방법을 주로 이용했다. 더운 복날에 열기가 많은 육고기를 끓여 먹는 방식으로 원기를 보충한 것이다. 하지만 조상들이 무조건 음식을 끓여 복달임 보양식으로 애용했던 것은 아니었다. 최근 예능프로그램 1박2일 체력증진 영월여행편에 임금과 양반들이 즐겨먹던 임자수탕(荏子水蕩)이 소개됐다. 임자수탕은 참깨를 불려 겉껍질은 벗겨내고 볶아서 곱게 갈아 체에 받친 깻국물에 영계를 삶은 육수를 섞고 닭살을 말아 차게 먹는 냉탕이다. 임자수탕은 궁중이나 양반가에서 즐겨 먹었던 복날 최고의 보양식이었다. 닭을 주재료로 하지만 뜨겁게 땀을 빼며 먹어야 하는 삼계탕과는 달리 시원한 냉국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닭육수를 차게 식혀 식초와 겨자로 간을 한 다음 살코기를 잘게 찢어서 넣어 먹는 초계탕도 여름 보양식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초계탕은 북한의 함경도와 평안도 지방에서 추운 겨울에 별미로 즐겼는데 요즘에는 많은 사람들이 여름보양식으로 즐겨 찾고있다.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이때 자신에게 맞는 최고의 복달임 보양식으로 원기를 충전해 무더위를 떨쳐내 보자. 최원재 문화부장

[지지대] 홍준표 ‘채홍사’ 언급 논란

마누라가 예쁘면 처가 말뚝에도 절을 한다는 속담이 있다. 지나친 애처가를 두고 이르는 말로, 여기서 예쁘다는 것은 비단 외모만은 아닌듯하다. 남편의 입장에선 자신을 하늘같이 섬기고 가정을 화목하게 하니 예쁘다는 표현밖에 할 수 없었을 거다.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라는 노래도 있다. 그런데도 여성이 화두면 늘 외모가 따라붙는다. 채홍사라는 단어가 온종일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한 것도 무관하지 않다. ▶홍준표 국회의원은 지난 13일 밤 페이스북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논란은 성추행 혐의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페이스북에는 피해자가 한 명만이 아니라는 소문도 무성하고 심지어 채홍사 역할을 한 사람도 있었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 이런 말들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수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적었다.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가 시장 비서직으로 지원한 적이 없다는 주장을 근거로 채홍사 같은 관리가 박 시장 주변에도 있었음을 빗댄 것이다. ▶채홍사는 채홍준사(採紅駿使)의 줄임말로 조선 연산군 때 미녀와 좋은 말을 구하도록 지방에 파견한 관리직이다. 사(使)는 임금님이 부리는 사람, 즉 심부름꾼을 뜻한다. 지금도 외국에 대통령의 공식입장을 전달하는 사람을 사절(使節)로 부른다. 연산군 시절 채홍사는 젊고 아름다운 여인을 뽑아 왕에게 바치는 신하였던 거다. 왕이 직접 지시했을 것으로 보는 게 옳다. 하지만 왕의 눈에 들려고 자진해서 나선 간신의 충성일 수도 있다는 해석도 있다. 역사적으로 권력자의 주변에는 수많은 간신이 맴돌았다. ▶2015년 5월 개봉한 영화 간신은 연산군 11년, 무려 1만 미녀를 바쳐 왕을 쥐락펴락했던 간신들의 권력 다툼을 그렸다. 연산군은 임숭재를 채홍사로 임명해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미녀를 강제로 잡아들인다. 양반집 자제와 부녀자, 천민에 이르기까지 가리질 않으니 백성의 원성이 하늘을 찔렀지만 이를 기회 삼아 천하를 얻으려 한다. 임숭재는 왕을 다스릴 힘이 내 손안에 있다. 내가 바로 왕 위의 왕이라고 외친다. 왕을 속이고 눈을 가리려고 여성을 희생물로 삼았던 거다. ▶홍준표 의원의 발언을 두고 가도 너무 갔다, 망자는 말이 없다고 어떻게 아무 말이나 막 하냐는 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사자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는 방법은 진실을 밝히는 일이다. 홍준표 의원은 막말 논란으로 본질을 흐릴 때도 있지만 더이상 권력자들에 의한 여성들 성추행을 막으려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그래야 이번 사건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는 공감한다. 이는 망자(亡者)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박정임 미디어본부장

[지지대] 무라카미 하루키의 경고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만큼 전후 일본 세대들에게 영향력이 큰 작가도 없다. 세계적으로도 많이 알려졌다. 1979년 장편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데뷔했다. 1987년 장편소설 노르웨이 숲으로 국내에도 무라카미 하루키 붐이 일기도 했다. 이 작품으로 430만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등극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에도 팬들이 많다. ▶그런 무라카미 하루키가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배타주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일본의 유력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처럼 미증유의 사태가 지구촌을 닥칠 때는 간토(關東)대지진 때 조선인 학살처럼 사람들이 이상한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런 것을 진정시켜 가는 게 미디어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얘기를 꺼내기도 끔찍하지만, 간토대지진 학살은 1923년 9월1일 발생했다. 리히터규모 7.9의 지진이 간토지방을 강타한 후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방화한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확산한 가운데 벌어진 대참사였다. 당시 희생된 조선인은 수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진상 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위기 속의 광기를 경고한 것이다. ▶그는 트위터를 이용해 메시지를 늘어놓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통방식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그는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하는 것처럼 제한된 문자로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SNS가 일종의 발신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는 그렇지 않은 방식으로, 그렇지 않은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과 관련, 음악의 힘은 크다고 생각한다. 기분이 편안해졌다, 구원받았다, 용기를 불어넣어 줬다는 등의 반응을 보인 청취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지구촌을 바꿔놓고 있다. 그래서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영향력 있는 작가가 일러주는 경고는 의미가 깊다. 상식적이고 양심적인 일본 지식인이 있다는 사실도 반갑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마스크를 씁시다

마스크 착용으로 코로나 감염 위험을 85%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연구결과다. 코로나19 정국에 마스크는 필수품이 됐다. K-방역으로 통하는 평가에도 마스크는 빠질 수 없다. 초기에는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일었다. 이후 일주일마다 제한된 수량의 마스크를 구해야하는 불편함을 겪기도 했다. 다행히 공적 마스크 제도가 종료되면서 마스크를 사는데 큰 어려움이 없어졌다. 마스크를 쓰는 문화도 달라졌다. 연예인 등 유명인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마스크는 이제는 누구나 집을 나설 때부터 착용한다. 관공서를 포함한 건물에 출입할 때도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다. 심지어 공원 등 야외에서 산책이나 운동을 할 때도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이 훨씬 많다. 어쩌다 마스크를 깜빡하고 엘리베이터를 탈 때는 눈치가 보인다. 반대로 밀폐된 공간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보일 때는 공연히 한번 쳐다보는 등 무언의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사건으로까지 번진다. 국내에서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마스크 미착용으로 다툼이 벌어진 일이 수차례 반복됐다. 해외로 눈을 돌려봐도 최근 프랑스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무임승차까지 요구한 승객 승차를 거부한 버스기사가 집단 폭행을 당한 끝에 숨지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코로나19는 전 세계가 하나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국내에서는 산발적 감염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해외에서는 미국이 하루 신규 확진자 7만명을 넘어서며 5일 연속 증가세를 보이는 등 끝 모를 정점을 향해가고 있다. 어느 한 국가, 어느 한 대륙만 청정지역이라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마스크를 쓰는 것에 대해 동양과 서양의 인식차이가 크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것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지만, 조금씩 바뀌고 있는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처음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것이 이슈가 되는 것을 본다면. 마스크를 쓰는 것은 나만 살자는 게 아니다. 더불어 함께 살자는 최소한의 기본이다. 더 나아가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다. 좀 더 많은 배려와 보이지 않는 희생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명관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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