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근로자의 날, 어린이 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기억해야 할 날이 많은 달이다. 그 중에 기념할 날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5월21일 부부의 날이다. 아직 생소하지만 부부의 날은 2003년 국회 청원을 거쳐 2007년부터 대통령으로 지정된 법정 기념일이다. 둘(2)이 하나(1)가 되자는 의미에서 정해진 부부의 날. 우리나라 인구 중 부부는 얼마나 될까? 2010년 통계청 인구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 중 기혼자 비율은 59.4%이고, 인구수로는 2천321만3천954명이다. 부부단위로는 약 1천150만쌍의 부부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유배우자 가족만을 놓고 볼 때, 우리나라 가족의 행복은 바로 2천300만명의 유배우자, 또는 1천150만쌍의 부부가 현재 어떤 결혼생활을 하는지, 또한 그들이 어떤 가족의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는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요즘은 결혼하는 것도 어렵지만 결혼을 오래 유지하는 것은 힘든 세상이 되었다. 최근 이혼 동향만 보더라도 2010년 전체 이혼 건수의 23.4%가 결혼한 지 20년 이상 되는 부부 사이에서 발생하였다. 인간의 수명이 짧았던 시대에는 20년 정도 살면 오래 해로한 부부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처럼 수명이 길어진 고령사회에서는 부부로 살아 갈 시간이 30년, 40년, 그 이상으로 길어지고 있다. 그래서 20세기의 유명한 인류학자였던 마가렛 미드는 부부가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해로하자는 말은 수명이 짧았던 세상의 얘기라고 하였던가. 인간의 수명도 길어지고, 결혼과 가족문화도 참 많이 변화하고 있다. 또한 자녀를 키우는 일도 가족 밖 요인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 복잡한 사회가 되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국가가 나서서 가족지원 정책을 마련하며,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결혼과 가족 연구를 해 온 사람으로서, 국가정책이 개인의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하는 데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의문이 들곤 한다. 결혼생활 유지를 위해서는 직업, 돈, 함께 살 집, 건강,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 등 필요한 것이 많다. 이러한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국가가 일자리를 만들고, 주택, 보건, 보육, 가족복지 정책을 잘 펼쳐나간다고 하자. 그러면 우리 사회 2천3백만명의 기혼자들이 모두 행복한 부부생활을 하게 될까? 국가정책은 가족복지를 위해 필요하고, 그렇기에 정책은 매우 중요하며 잘 만들어야 하지만, 일상생활 속 부부의 대화나 내면의 감정에까지 국가가 개입하기는 어렵다. 결혼만족도 연구 결과들을 보면, 건강, 연령, 사회경제적 지위, 소득 등 많은 요인들이 결혼만족도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 영향들은 일관되지 않은 반면, 부부 간 대화나 정서적 지지는 일관되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국가나 사회는 부부 간 소통의 기술을 가르치는 시스템을 만들 수는 있지만 부부가 실제로 대화하게 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는 열린 마음까지 심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수명이 길어지고, 이혼이 증가한다고 해서, 좀 살다가 안 되면 헤어지자는 마음으로 결혼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결혼생활, 그 힘든 길을 함께 가는 2천3백만 기혼자들이여, 부부의 날을 맞아 이 날 하루만이라도 아무 계산없이 배우자에게 고맙다는 말 한 마디, 더 잘 해 보자는 말 한 마디 먼저 꺼내는 것이 어떤가. 고마워하는 마음이나 말 한마디로 결혼생활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닐 테지만, 적어도 그런 노력으로 사는 부부와 전혀 그렇지 않은 부부의 결혼생활의 질은 매우 다를 것이다. 국가정책으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부 간 지지와 대화, 그것은 자유의지를 가진 성인들이 스스로 노력해야 할 책임이자 결혼생활의 값진 결실인 것이다. 고지영 道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오피니언
고지영
2012-05-17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