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엄마가 숟가락과 작은 그릇을 주면서 된장을 퍼오라고 시켰다. 오른손에 숟가락을 들었던 것 같다. 가고 있는 나에게 엄마는 “된장을 뜨고 숟가락으로 패인 곳이 없이 꼭꼭 눌러 놓아라”고 말씀하셨다. 시간은 흘러 어른이 되어 살림을 하면서 된장을 숟가락으로 퍼낼 때마다 그 목소리가 들려와서 늘 예쁘게 표면을 만들어 놓게 되었다.
이러한 삶의 체험이 시간을 통해 의미있게 재구성되고 모든 분야에 삶의 지혜를 가져오는 계기가 된다.
학교에서 ‘창의적체험 활동’이라고 여기저기를 많이 다닌다. 보고, 듣고, 겪음을 주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고 볼 때 아주 좋은 교육이다. 아쉬운 것은 여기서 머물러 버리는 경우다. 체험학습을 한 후 거기서 느꼈던 생각들을 한 데 모아서 발표, 작문, 그리기 등의 기회를 갖는 의미있는 재구성학습으로 교육과정을 작성해야 한다. 물론 이런 정도는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아주 더 많은 시간을 주어야 한다.
즉, 체험의 단계, 활동 자체를 넘어 경험의 과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움이 일어나려면 실제적인 깊이가 있어야 하고, 학생이 스스로 도출하는 영속적인 학습으로 이해를 기초로 하는 학습의 과정이 완성되어야 한다. 정보를 찾고, 의미를 파악하고, 활용할 줄 알며, 생각하는 학습이다. 아는 것을 익히고 또 익혀서 마치 몸에 익은 습관처럼 생각하게 될 수 있을 정도의 앎(체화된 인식)의 단계까지 이끌어 줄 때 학생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자기주도적으로 반복할 수 있으며 학습과 학력이 같이 갈 수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적합한 학습자료, 생각을 공유, 내 것으로 만들어 표현할 수 있는‘배움’을 하고, 가정에서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혼자 뇌(시냅스)의 결합을 도모하는 활동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 할 수 있어야 한다. 배움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고 공부는 혼자하는 활동이다.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함께 배우는 것이 왜 중요할까?
그것은 다른 사람(친구, 선생님)의 생각을 얻을 수 있고 내 생각도 줄 수 있기 때문에 거기서 새로운 지식의 융합(통섭)이 일어날 수 있는 혁신지점(지식이 새롭게 점핑하는 지점)이 생긴다. 내가 지칭한 혁신지점은 바로 비판적 사고를 가져올 수 있으며, 문제 해결력이 싹틀 수 있으며 관계 형성의 장소이다.
사고의 폭풍이 일게 하고 새로운 규칙을 도출해내는 힘은 너와 나의 생각이 만나는 장면을 매시간 만들어 줄 때 가능할 것이다.
교사는 매일 모범을 보이고, 지금 실천하고, 열심히 아이들을 위해 일하고, 항상 배우고, 긍정적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며, 학생에게 변화와 도전정신을 주고, 흥미있는 수업으로 빠져들게 만들어서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선택하도록 안내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어제보다 질 높은 수업, 새로운 것,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하기 바란다.
달팽이는 아주 느리지만 목표를 향하여 끝내 쉬지 않는다. 우리 학생들도 자신의 목표를 향하여 끊임없이 나아가는 정신이 필요하다. 꿈을 가지고 하루하루 나아갈 때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조상과 그리고 현재의 수많은 사람들의 삶인 책과의 만남, 문화적 소양, 많은 배움과 경험. 비판적이고 반성적인 생각을 키워나감으로 훌륭한 인격이 형성될 것이다. 그리하여 다른 사람을 위해 나의 모든 것을 나누고 함께 할 때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 시절 부모님의 가르침이 내 삶의 지혜로 다시 태어나듯 시간 속으로 흐르는 창의지성교육이 내 삶의 풍요로운 안단테이다.
정 승 자 안양과천교육지원청 장학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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