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필자가 어릴 적 동무들과 즐겨 들었던 동요 중 하나이다. 좀 더 머리가 굵어서는 김소월 시인의 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한 소절 한 소절 곱씹으며 그 잔잔한 서정과 어머니 품에서 소근대는 뜻한 포근함에 새삼 감동받기도 하였다.
그런데 요즘 뉴스에서 보니 어느 초등학생의 새로운 해석이 화제가 되었다. 요약하자면 ‘강변은 집값이 비싼 곳으로 우리도 이제 부유하게 한번 살아보자’는 의미로 해석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도시에서 나고 자라 대변하는 역설적 해석이 위트있다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도 세태에 물들어 있는 모습을 보는 뜻 하여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처럼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인근의 강변은 고층 아파트 단지가 빼곡히 들어서 있고, 변두리보다 2배 이상 높은 집값으로 시민간 빈부격차와 상대적 박탈감까지 일으키고 있다. 즉, 그 도시의 특색을 대변하며 모든 시민이 즐기고 쉬며 공유하는 공간이 아니라 높다란 회색 콘크리트 건물로 가로막혀 특정 계층에게만 조망을 허락하는 폐쇄된 공간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江
특정계층만 조망을 허락하는
폐쇄된 공간으로 변질
반면 도심을 벗어난 주변 지역은 어떠한가! 도시에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상수원을 보호하는 각종 규제로 묶여 점점 황폐해져가고 있거나, 단속과 규정의 틈을 비집고 불법 숙박업소, 음식점이 우후죽순 생겨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장마나 태풍으로 심심치 않게 발생하여 범람, 제방붕괴 등 홍수 피해로 우리의 소중한 재산과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 정부에서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4대강 사업이 바로 그 첫 번째 무대로 볼 수 있으며, 다음과 같은 비전이 구현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홍수나 가뭄 피해를 예방하고 우리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보장하는 江이다.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로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있으며 예측치 못한 재해 발생 빈도가 증가하는 추세이므로 가장 기본적으로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둘째, 누구나 휴양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江으로 국민소득 2만 달러의 시대가 열렸다고는 하지만 아직 국내에는 저렴한 비용으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설과 공간이 마땅치 않아 서민들은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따라서 4대강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찾아가고 여가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명소로 기능할 수 있도록 조성해 나가야 한다.
셋째,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계획에 따라 공정하게 개발된 江이다.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보(洑)나 공원 등 경관이 뛰어난 곳에 사익을 노리고 사행성·위락업소가 들어서는 것을 막아야 하며, 공공 복리에 이바지하는 것을 기본 가치로 공공 자본으로 개발하고 개발로 얻어진 이익은 하천 관리에 다시 투자되도록 해야 한다.
과거 4대 江은 문명의 기폭제
우리나라 4대강 사업도
선진화된 수변문화 꽃피우길
넷째, 지역과 함께 숨쉬는 江이다. 4대강은 우리나라 전 국토를 관통하는 하천인만큼, 4대강 유역의 적절한 입지를 구비한 구역에 휴양·관광시설 등을 유치한다면 지역균형 발전이 실현될 것이다. 여기에 주변의 명승지도 연계하여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한다면, 침체된 지역경제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대 4대 문명이 모두 강 유역에서 발생했듯이 강은 인간에게 실생활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자연환경일 것이다. 즉 깨끗하고 풍부한 물을 확보하고 가뭄과 홍수 등의 재해에 대처하면서 인간의 기술과 문명이 발전해왔다. 과거 4대강이 문명 발생의 기폭제가 되었듯 우리나라의 4대강을 통해서도 선진화된 수변문화가 꽃피울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 경 엽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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