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자가 살아 남는다

라일락과 철쭉, 아카시아 꽃은 피었지만 꿀벌과 하늘거리던 나비는 이제 볼 수 없다. 이들의 지저귀는 새소리도 들을 수 없었으니 지난 봄은 말그대로 ‘침묵의 봄’이었다. 특히 기상예보에서 ‘사상 최초’라는 표현이 많은 것처럼 요즘은 수십년의 기상 데이터가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을 종종 대한다. 이런 현상은 세계적이지만 문제는 누구도 명확한 원인을 규명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과 눈앞에 펼쳐지는 적자생존의 현실에 경각심과 공감대를 갖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비약이 아니라 꿀벌은 식량의 3분의 1을 좌우할 만큼 농사에 매우 중요하다. 곤충을 매개로 꽃가루 수정이 이루어지는 작물이 우리 식생활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그 작업의 80%는 꿀벌이 하기 때문이다. 아몬드는 100%, 사과, 블루베리 등은 90%가 곤충에 의해 수정된다. 미국 아이스크림 업체 하겐다즈는 벌꿀을 지속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대학에 꿀벌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벌과 나비가 맺어준 채소와 과일은 동물군이 섭취하고 동물의 유제품은 인간이 섭취하는 먹이사슬의 어디선가 균열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인류는 4년 밖에 못 버틸 것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참으로 두려운 통찰이다.

최근 30℃를 넘나들던 한여름 기온이 갑자기 20℃ 안팍으로 떨어지는 등 일간, 주간 날씨 변동폭이 심하다. 예고 없이 우박이 내리기도 하고 강풍이 불기도 한다. 최근 기상변화를 체감하면서 이상기온이란 표현을 많이 쓰지만 이미 우리나라 기후가 온대 몬순에서 아열대로 변했다. 대구사과가 충북과 DMZ 부근에서 재배되고, 제주 한라봉은 충북까지 올라왔으며 제주 인근에서 잡히던 옥돔이 남해까지 상륙했다. 지난 100년간 세계 평균 0.74℃ 상승하였으나 우리나라는 1.8℃ 상승한 까닭이다. 따라서 농민은 농작물의 재배지 이동에 따라 작물을 바꾸거나 기후에 맞는 작물을 재배해야 한다. 아울러 고온에 활발해진 병해충에 맞는 약제를 개발하고, 토양 유기물 분해촉진에 따른 토양관리법을 연구해야 농사가 가능하고 경제적인 농사가 된다.

맞춤형 날씨 정보를 구성하여 스마트폰 앱 마케팅을 하면 돈이 될 수 있다. 변화무쌍한 기상 변화로 준비를 다 마친 지자체의 축제가 연기 또는 취소되는 사례가 늘고, 등산과 스포츠 등 야외활동에서 날씨는 곧 비용이다. 최근 빈발하는 냉해와 동해, 채소값의 폭등과 폭락 등도 날씨마케팅으로 어느 정도는 극복이 가능하다. 발달된 IT기반 기술을 활용하면 돈도 되지만 이제는 그렇게 관리하지 않으면 상업농이 어렵다고 본다.

최근의 무더위는 이미 금년 여름날씨를 예고하고 있다. 빙과류 업계는 물론 가전제품, 식품 유통 업계까지 기상정보를 활용한 재고관리가 사업의 성과를 좌우할 수 있다. 특히 해수욕장은 한철장사인데 기후예측 못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기상정보를 통한 적시관리가 정말 중요하다.

또한 더워진 날씨에 따른 피부관리와 시력보호, 체력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웰빙 트렌드에 따른 피부관리 제품, 시력보호 안경, 체력관리 식품을 다양화하는 것도 마케팅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적자생존(適者生存),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고 환경에 적응하는 자가 살아 남는다’라고 찰즈 다윈은 해석한다. 꿀벌과 꽃의 관계는 단순한 자연의 일부현상이 아니다. 꿀벌이 없어지면 우리의 식단을 염려해야 하는 것이 사람의 지혜다. 다른 측면에서 환경은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반복해온 인간에게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준비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명정식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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