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가족’이란 입양과 가정위탁을 통해 구성된 가족을 말합니다. 입양은 많이들 아시겠지만 가정위탁은 생소하실 것 같은데요, 가정위탁은 부모의 사망, 이혼 등으로 인해 발생되는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양육 환경이 건전한 가정에 위탁·보호하는 제도입니다.
두 제도 모두 아이들이 행복한 가정에서 희망을 키우며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제도이나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제도입니다.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한 우리 사회의 강한 핏줄의식이 입양과 가정위탁의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또 이들 가정의 부모들이 돈벌이의 일환으로 아이들을 돌본다는 그릇된 편견도 존재합니다. 아직 갈 길이 먼 것이지요.
그러나 지난 주 저는 한 가정위탁가정 방문을 통해 희망을 보았습니다. 잠시 소개합니다.
한 영아원에서 자원봉사중이던 위탁모의 눈에 은지(가명)가 들어왔습니다. 다가가면 도망가고, 모르는 척 하면 다가오던 은지가 어느날부터 보이지 않았습니다. 위탁모는 은지의 소식이 궁금해졌고 은지가 ‘가와사키병’으로 입원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병원에 가서 은지를 본 순간 위탁모는 왠지 모르는 미안함과 죄스러움을 느꼈고 남편과 상의하에 은지를 가정위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은지의 어깨위에는 또 다른 무거운 짐이 얹어져 있었습니다.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
친부모 대신 양육하는 제도
조건없는 사랑과 관심…
피를 나눈 가족과 같아
지적장애 3급. 그러나 위탁모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수년간의 언어·심리치료 등을 통해 지금 은지는 비록 또래 수준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잘 자라고 있습니다. 위탁모는 말합니다. “그간 가슴 아픈 은지의 영혼을 보듬어 주고 함께 하려고 앞만 보고 달려왔어요. 사랑이란 치료약이 힘이 되었죠.
간혹 은지와 제가 많이 닮았다는 말을 들을 때면 진짜 제가 낳은 아이가 아닌가 하고 착각도 해요. 힘든 일도 많았지만 한걸음 한걸음 가족속으로 들어오는 은지가 있어서 우리 가정에는 웃음이 많아졌습니다.” 가정위탁 당시 4세였던 은지는 13세 소녀가 되었고, 지적장애 2급의 남자동생도 생겼습니다. 두 아이의 위탁부모님은 한국계 미국인입니다.
가정위탁을 통해 구성된 가족은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과 형태면에서는 조금 다르나 조건 없는 사랑을 나눈다는 점에서 본질은 같습니다.
흔한 우리 주위의 보통 가족입니다. 언젠가 이 가족 앞에 붙은 ‘또 하나의’라는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은 날이 오겠죠. 그 날이 얼마나 빨리 올 지는 저를 비롯한 우리 사회에 달려 있습니다.
현재 경기 북부 지역 10개 시·군의 가정위탁아동은 740여명 정도 입니다. 양육수당(월 12만원)과 심리치료비용(월 20만원 이내)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제대로 아이들을 양육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아이들이 가정이라는 따뜻한 울타리 안에서 사랑받으며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리겠습니다.
예 창 근 경기도 행정2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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