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대선 TV토론이 기다려지는 이유

김창학 정치부 부국장 ch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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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5대 대선(1997년)에 출마한 이회창·김대중·이인제 후보가 TV에 모습을 드러냈다. 학교운동장 공원 공터 시장 등에서 멀찍이 있던 후보가 TV를 통해 안방으로 찾아왔다. TV토론은 민낯 그대로를 유권자에게 보이는 만큼 후보들의 설전은 치열했고 이미지 정치에 한몫했다. 이회창 후보는 ‘대쪽 감성’을 어김없이 보여줬다. 김대중 후보는 독재정권의 낙인인 ‘빨갱이’ 이미지 쇄신의 기회를 얻었다. 김 후보는 1970년대부터 TV토론을 꾸준히 주장했다. 정치 9단으로 불린 그는 논리적이며 여유있는 달변으로 이슈를 주도했고 마침내 청와대의 주인이 됐다. 당시 TV토론 시청률 55.7%는 여전히 최고 시청률 기록으로 남아있다.

공직선거법 제82조의 2는 대통령 선거 후보자 초청 TV토론을 규정한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선거운동 기간에 정당한 사유가 없는한 참석 ‘3회 이상’하도록 했다. 이후 대선 TV토론은 국민의 관심을 받아왔다. 늘어난 토론 횟수만큼 말폭탄과 유행어를 만들었다.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16대 대선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나왔다”(18대 대선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 “제가 갑철수입니까 제가 MB아바타입니까”(19대 대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TV토론은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양날의 칼이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지난 2017년 대선 TV토론과 관련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한 여론조사를 보면 ‘지지후보를 바꾸는 쪽으로 변화가 있다’(21.5%) ‘지지하던 후보를 더 지지하게 됐다’(19.1%)로 10명 중 4명이 후보자 선택에 심경의 변화를 보였다. 19대 대선토론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특정후보는 TV토론이 거듭할수록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반해 말실수로 지지율 급락이 뚜렷한 후보도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첫 대선 TV토론이 무산됐다. 오미크론 확산 등으로 대면 홍보와 유세가 제한받는 상황이다. TV토론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지지율 오차 범위내에서의 표심 변화는 가벼운 무게가 아니다.

김창학 정치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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