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비정하다.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淘汰)된다. 장 막시밀리앙 라마르크(Jean Maximilien Lamarque)의 ‘용불용설(用不用說)’은 점잖다. 찰스 로버트 다윈(Charles Robert Darwin)은 한술 더 떠 ‘적자생존(適者生存)’을 주창했다.
▶존립을 위해 꼭 이래야만 할까. 바퀴벌레는 수 십억 년 동안 그렇게 견디며 지내왔다, ‘용불용설’과 ‘적자생존’ 등을 온몸으로 때운 족속이다.
▶환경 훼손은 인류 문명과 반비례한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자연은 파괴된다. 지구라는 행성의 서사(敍事)가 그랬다. 산업혁명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게 탄소 문제였다. 그렇게 산소의 선순환구조를 뒤흔들었다. 변화무쌍한 환경에도 치열하게 부딪치고 저항했다. 그리고 장엄하게 사라져갔다. 인류를 제외한 생태계의 얘기다.
▶최근 이 같은 이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마디로 지구라는 행성의 서사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뜻이다. 남극해 물고기들이 헤엄 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보고를 통해서다. 지구 온난화로 변온 동물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고정관념도 깼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버지니아 공대 생의학연구소는 남극 빙어(Blackfin Icefish)와 검정 돌치(Black Rockcod) 등을 관찰했다. 급성 해수 온난화 스트레스에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연구소는 실험 장비를 설계한 후 장비를 남극 팔머 기지로 옮겨 3개월 동안 실험을 이어갔다. 실험 탱크에 남극 빙어와 검정 돌치 각각 5마리를 넣어 적응 과정을 거치게 한 뒤 수온을 -1.8℃에서 13℃까지 시간당 3℃씩 올렸다.
▶그랬더니 예상 밖의 결과가 도출됐다. 녀석들은 지느러미 부채질 또는 벌리기, 수면 근처 호흡하기 등의 행동을 보이며 해수 온난화에 적응했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남극 빙어는 집중적으로 가슴 지느러미를 부채질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검정 돌치 행동은 더 복잡했다. 가슴 지느러미를 부채질하기도 하고 바깥쪽으로 벌리기도 했다. 아가미 개폐를 통해 아가미 순환을 늘리기 위해서다. 녀석들의 헤엄 방식을 통해 인류의 또 다른 미래가 엿보였다. 반갑다. 도태되지 않고 평화적으로 생존할 수도 있음을 알려줘서 말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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