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남으려면 경쟁 상대의 흠을 찾아라. 모든 좋다. 상대를 무너트릴 수만 있다면 경쟁자의 영혼까지 탈탈 털 기세다. 오랫동안 이어온 우리 정치권의 네거티브 선거 관행이다.
경쟁 후보의 말실수는 물론 직계가족, 사돈 팔촌의 비리와 언행까지 집요하고 교묘한 비판이 선거 기간 내내 이어진다. 경쟁 후보의 심각한 비리 의혹이라도 제기되면 더 신이 난다.
특히 누가 승리할지 알 수 없는 선거가 임박할수록 네거티브는 강해진다. 이번 대선도 5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력후보들의 네거티브가 도를 넘고 있다. 무차별적인 녹취 내용이 폭로되고 그를 근거로 한 공격이 이어진다. 서로를 깍아 내리려 혈안이다. 그만큼 선거가 치열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들 사이에서는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비야냥이 나온다.
그렇다고 각 후보가 국민들이 관심을 둘 만한 대선 공약을 내 놓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각 후보가 다양한 공약을 발표하고 있지만 이는 곧바로 네거티브 태풍에 휩쓸려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결국 정책 없는 선거로 전락하고 만다.
선거는 승자 독식이다.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선거 방식에 쉽게 빠진다. 이 같은 네거티브 선거 방식은 어느 정도 묵인돼 왔고 네거티브로 재미를 본 자들은 더 자극적인 네거티브에 나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정작 필요한 정책 검증보다는 원색적인 비난전에 식상해 하고 있다.
이상적인 선거는 이렇다. 각 후보들이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이를 근거로 토론하고 자신이 적임자임을 유권자들에게 알린다. 유권자들은 정책과 인물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투표해 후보를 선출한다. 당선자는 낙선자 정책도 반영하고 낙선자는 결과에 승복한다.
국가 지도자로 잘 싸우는 격투기 선수를 뽑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국민들은 알고 있다.
이선호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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