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깨끗한 패배가 더 아름답다

김규태 사회부장 kk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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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눈 뜨고 코 베이찡’ 동계 올림픽이 한창이다. 혹자는 이번 올림픽을 ‘중국 전국체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준비가 덜 됐지만 경기 과정과 결과가 공정하다면 묻고 갈 수 있겠다. 하지만 결과를 처음부터 정해 놓고 경기를 진행한다면 그건 ‘페어 플레이’ 문제를 떠나 스포츠 범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12살 된 딸 아이의 실망스러운 눈망울과 목소리가 나의 분노 게이지를 연일 높이고 있다. “아빠, 이건 너무 심한 것 아니야?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 오늘부터 올림픽 경기 안 볼거야”, “우리나라 선수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선수들도 4년 동안 올림픽 준비를 했을텐데...너무 나쁘다”라는 말을 들을 땐 어른으로서 부끄러움이 앞서 쥐 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비단 쇼트트랙에서만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반중 정서는 올림픽이 끝나도 전 세계인의 마음 속에 오랫동안 자리 잡을 듯 하다.

▶쇼트트랙 1000m 경기에서 황당한 실격을 당한 황대헌 선수의 위트 넘치는 멘트가 머릿속을 맴돈다. ‘극심한 편파 판정에 대한 대비책이 있냐’는 질문에 황 선수는 “여기에(중국) 한국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비밀입니다”. 중국 쇼트트랙 감독 김선태와 기술코치인 러시아인 빅토르 안을 겨냥한 발언이다. “잘 먹고 잘 자서 이 벽을 계속 두드려 돌파할 생각”이라는 말과 함께. 누구보다 성숙하고 멋진 선수를 보유한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한국 스포츠가 더럽다”, “한국 선수들은 반칙 없이는 경기를 못하냐”라며 오히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그들. 지금 당장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겠지만, 평생 거짓된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 더 고통스럽다는 것을 느끼는 건 이제 시간 문제다. 더러운 챔피언 보다 깨끗한 패배자가 아름답다. 누구에게 보복 심리를 적용하기에 앞서 인성과 실력을 먼저 쌓아가길 충고해 본다. 절대 한복은 입지 말고 말이다.

김규태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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