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이 지난달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써달라며 1억달러(약 1천200억원)를 기부했다. 소프트웨어 산업에 뚜렷한 업적을 남기고 물러난 빌 게이츠는 부인과 함께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만들어 질병 및 빈곤 문제 해결을 돕는 데 노력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전염병과 관련해 빌 게이츠가 주목받고 있다. 그는 여러 강연과 인터뷰에서 전염병 대유행이 인류에게 가장 큰 위협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과거엔 핵전쟁이 가장 큰 두려움이었다면 지금은 전염병이 가장 두려운 재난이라고 했다. 전염병과 관련된 가장 큰 문제는 세계 각국이 이에 대한 대책과 시스템이 없다는 점이라고도 했다. 그가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빌 게이츠가 얼마전 공개한 ‘코로나19는 정녕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치는가’라는 글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는 문화ㆍ종교ㆍ직업ㆍ빈부, 명성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이 질병은 모두를 평등하게 대하고 있다. 내 말을 못 믿겠다면 톰 행크스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톰 행크스 부부는 할리우드 스타들 중 최초로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고, 이후 많은 배우의 확진은 바이러스의 보편성을 실감케 했다.
그는 ‘코로나19는, 우리 모두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가르친다.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가르친다. 이 지구가 병들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이 시간이 종말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다고 가르친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를 거대한 재앙으로 보지만, 나는 위대한 교정자로 보고 싶다. 우리가 잊고 살아온 중요한 교훈을 일깨워주기 위해 그것이 주어졌고, 그것들을 배울지 말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도 했다. 바이러스가 멈춰놓은 세상, 빌 게이츠의 글이 울림을 준다.
코로나19 전 세계 확진자수가 29일 65만명에 육박하고, 누적 사망자는 3만명을 넘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26일 화상으로 열려 위기 극복을 위한 전 인류적 차원의 공동대응 의지를 천명하고 국제적 연대ㆍ협력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공동성명은 생명보호, 일자리·소득 지키기, 금융 안정성 보존 및 성장세 회복, 무역 및 글로벌 공급체인 붕괴 최소화, 지원이 필요한 국가 도움, 공중보건 및 금융 조치 공조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코로나19 불안과 공포에 각국이 국경 봉쇄와 교류 중단에 나서고 일부에서 배타ㆍ혐오 분위기가 확산하는 가운데 주요 국가 지도자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단결을 호소한 것은 다행이다. 국제적 공조와 협력이 어느때 보다 절실하다. G20이 선도적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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