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범죄로 구속된 사회복무요원 강모씨의 스토킹(stalking)이 공분을 사고 있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과 아동 살해를 공모한 강씨는 A씨를 대상으로 2012년부터 최근까지 스토킹 범죄를 저질러 왔다. 피해자 A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가해자 신상공개를 요구하며 올린 스토킹 피해 내용은 악랄함에 소름이 돋는다.
강씨의 고교 담임교사였던 A씨는 재직 당시부터 스토킹에 시달려 법적해결을 시도했지만 처벌은 물렀고 가해자의 협박 강도는 더 세졌다. 강씨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A씨 곁을 맴돌며 공포스런 위협을 했다. 결국 2018년 상습협박 혐의로 구속돼 1년2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강씨는 복역을 마치고 2019년 3월 출소했고, 수원의 한 구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게 됐다. 그는 A씨 개인정보를 알아내 복수를 예고했고, 이후 딸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강씨는 2017년 A씨 집을 찾아가 빨간색 글씨로 “조각낸다. 토막낸다. 갈아버린다. 죽인다. 갈아 마신다. 튀겨낸다. 찢는다. 도려낸다. 학살한다”는 내용의 A4 용지 6장을 출입문에 붙였다. A씨가 이사하면, 옮긴 집에 또 찾아가 출입문에 “I’ll kill you, my suicide or your genocide”(너를 죽일 것이다. 내 자살 혹은 너의 학살) 등의 글을 붙였다. “전화번호를 2개 사용해도, 주민번호를 바꿔도, 차를 바꿔도, 배우자의 성별ㆍ국적 그리고 외모까지 바꿔도 어디든 쫓아갈 수 있다”는 편지도 남겼다.
피해자 A씨는 “개인정보 유출과 협박으로 실형을 살다 온 사람에게 개인정보를 빼갈 수 있는 자리에 앉게 하다니요? 부모님도 이름과 주민번호를 바꾸었고 평생 살던 지역에서 이사했다”며 강씨의 신상공개를 호소했다.
강씨가 실형을 살고 나와 또 개인정보를 빼내고, 스토킹을 계속 한 것은 사회복무요원 관리제도에 헛점이 많은 탓이다. 또 하나, 스토킹을 경범죄 정도로 다스렸기 때문이다. 현행법에선 스토킹 범죄를 엄벌할 규정이 없다. 경범죄처벌법의 ‘지속적 괴롭힘’ 조항이 유일하며, 처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5만원 미만 과태료에 그친다.
스토킹 처벌 법안은 1999년 15대 국회에서 ‘스토킹 처벌에 관한 특례법안’이라는 이름으로 첫 발의된 뒤 20대 국회까지 14차례 발의됐다. 법무부도 2018년 5월 ‘스토킹 처벌법’ 제정안을 입법예고 했지만 아직도 법안 발의는 안됐다. ‘스토킹 행위’를 어떻게 정의할지 부처간 의견 조율이 안됐다는 이유에서다. 20년간 방치된 스토킹 처벌법, 강씨 사례를 보면 당장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