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국민들은 불안과 공포 속에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몸을 사리고, 굶어죽게 됐다고 한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세상은 난리판이고 일상은 망가져 있다. 불안하고 고통스런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4ㆍ15 총선은 치러진다. 후보자 등록도 마쳤다. 경기지역에서는 59개 선거구에 총 241명의 후보가 등록, 평균 4.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인천은 13개 지역구에 53명의 후보가 등록했다. 이제 본격적인 여의도 입성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상당수 국민들은 ‘그들만의 선거’를 하고 있구나 생각한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감염병으로 사회 분위기도 안좋지만 선거판이 참으로 이상스럽다. 정책은 물론 정체성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고, 이름도 엇비슷한 정당들이 우후죽순 난립해 유권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2장의 투표용지를 받는다. 하나는 지역구 투표용지, 또 하나는 지지 정당에 투표하는 비례대표 투표용지다. 그런데 비례대표 투표 용지 길이가 48.1㎝나 된다. 총선 역사상 가장 길다. 비례대표 후보를 등록한 정당이 모두 35개나 되기 때문이다. 4년 전 20대 총선 때는 21개 정당이 나서 33.5㎝짜리 투표용지에 기표했는데 이번엔 훨씬 길어졌다. 기계가 감당할 수 없는 길이여서 전자개표 도입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수작업으로 분류하게 생겼다. 당연히 개표 결과도 늦어질 것이다.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길어진 것은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쉽게 하려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탓이다. 소수 목소리 역시 국민 여론의 한 부분인 만큼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통해 소통과 통합의 기회를 확대하자는 취지로 출발했다. 하지만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온갖 꼼수를 부리며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급조하는 상황까지 갔다. 위성정당에 ‘의원 꿔주기’라는 해괴한 행태도 서슴지 않았다. 당초 기대감에서 우려가 커지고, 비례대표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거대 양당의 이전투구가 초래한 기형적 비례대표 투표용지에는 ‘듣보잡’ 정당들이 수두룩하다. 후보가 1명인 정당이 2개, 2명의 후보만 낸 정당이 11개나 된다. 함량 미달 후보도 상당수다. 비례대표 후보 10명 중 3명이 전과자로 밝혀졌고, 살인죄로 복역한 후보도 있다. 이런 사람들을 앞세운 정당이 공당(公黨)인지,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유권자들이 준엄하게 심판해야 한다. 21대 국회에서 위성정당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선거법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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