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노인폄훼발언. 총선 역사에 손꼽히는 설화(舌禍)다. 아니 설화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2004년 3월 26일 발생했다. 총선을 20여일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열린우리당 정 의장이 인터뷰에서 말했다. “60세 이상은 투표하지 않고 집에서 쉬어도 된다…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 선거판에 소용돌이가 일었다. 대한노인회 등이 들고일어났다. 결국,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비례대표에서도 사퇴했다. 그에겐 평생의 주홍글씨로 남았다. ▶그런데 총선판도도 바뀌었을까. 언론은 그런 것처럼 보도했다. 발언 전후를 비교한 여론조사를 썼다. 46.8%(전)에서 42.4%(후)로 줄었다-한국 갤럽 조사-. 하지만, 이 시점에는 박근혜 천막당사가 등장했다. 박풍(朴風)의 영향이 컸다. 최종 선거 결과를 보자. 열린우리당이 152석으로 과반의석을 넘겼다.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쳤다. 열린우리당 압승이다. 세상 바뀔 것처럼 떠들어 대던 노인폄훼발언, 정작 표심은 바뀌지 않았다. ▶설화를 끌어가는 공식이 있다. 문제 될 발언을 찾아낸다. 앞뒤 맥락은 모두 생략한다. 반복 보도로 화두를 키운다. 피해 집단의 노기(怒氣)를 보도한다. 집단 내 차분한 목소리는 뺀다. 후보 사퇴, 책임자 사과 요구를 강조한다. 마무리 기사 제목은 대개 이렇다. “설화로 총선판 뒤집혀.” 보도는 여기까지만이다. 투표일 이후 지면에서 사라진다. 설화가 바꿔 놓은 것도 없다. ‘노인 폄훼’ 발언한 ‘열린우리당’의 압승처럼. ▶‘차명진 말’이 시끄럽다. ‘세월호 텐트 불륜’을 꺼냈다. 언론에 쓰기에도 민망하다. 일부 언론에서 집중 조명했다. 세월호 유족들의 분노를 샀다. 미래통합당이 그를 제명했다. ‘유시민 말’도 시끄럽다. ‘진보 진영 180석’을 얘기했다. 반대 진영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여권의 ‘오만함’이라 규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진화에 나섰다. 언론마다 서로 의미를 부여한다. 한쪽은 ‘통합당 감표’를, 다른 쪽은 ‘민주당 감표’를 단정한다. ▶언론의 오만이고 착각이다. 유권자의 판단은 기사(記事)를 넘는다. 스스로 ‘팩트’를 찾는다. 숨겨진 ‘맥락’도 챙겨본다. 그리곤 대개 ‘본래의 생각’대로 간다. ‘설화’라고 썼던 대부분의 선거가 그랬다. 통합당이 지면 ‘차명진 설화’라고 쓸 것인가. 민주당이 지면 ‘유시민 설화’라고 쓸 것인가. 그러면 서로 교차하는 경우의 수는 어찌 설명할 건가. 유시민 설화 속에 민주당이 이기고, 차명진 설화 속에 통합당이 이기는 경우 말이다. 괜한 호들갑이다. 이런 댓글이 많다. ‘그래도 나는 찍을 사람 찍는다.’ 김종구 주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