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 두기’만한 예방책이 없다. ‘가급적 멀리’가 기본 원칙이다. ‘불가피할 땐 2m’는 최소 원칙이다. 방역 현장에서 정립된 경험칙이다. 길 가다가 전염되진 않는다. 식사를 함께하거나, 단체로 교육을 받거나, 가족 관계에서 전염된다. 지금까지 확인된 경로가 다 그렇다. 확인 안 된 경로도 대개 그렇게 추측하게 된다. 확진자와 식사를 했거나, 단체 행동을 했다고 추론한다. 여기서 가슴 철렁한 논리가 나온다. ▶2월 1일, 한국의 12번째 확진자가 나왔다. 일본에서 귀국한 국민이다. 당시 일본의 확진자는 15명이었다. 2월 4일, 한국의 16번째 확진자가 나왔다. 태국에서 귀국한 국민이다. 당시 태국의 확진자는 19명이었다. 2월 5일, 한국의 17번째 확진자가 나왔다. 싱가포르에서 귀국한 국민이다. 당시 싱가포르의 확진자는 22명이었다. 2월 초, 한국은 코로나19의 발생 초기였다. 외국으로부터의 감염에 모두가 긴장했다. ▶우리가 놓쳤던 아주 단순한 확률을 보자. 우리 국민 12ㆍ16ㆍ17번 환자들이 감염자와 접촉-사회적 거리 이내에서-했을 확률이다. 일본은 인구 1억3천만명 가운데 15명이다. 접촉할 확률 0.000000115%다. 태국은 인구 7천만명 가운데 19명이다. 접촉할 확률 0.000000271%다. 싱가포르는 인구 600만명 가운데 22명이다. 접촉할 확률 0.00000366%다. 이 세 경우의 수가 연달아 이어질 확률, 이건 계산조차 안 된다. ▶이보다 합리적 확률이 있다. 감염된 경로가 따로 있을 경우다. 일본 확진자 15명, 태국 확진자 19명, 싱가포르 확진자 22명이 아닐 수 있다. 다른 일본인, 다른 태국인, 다른 싱가포르인으로부터 감염됐을 수 있다. 이 경우의 접촉 확률은 거의 100%에 가까워진다. 합리성의 근거는 확률의 크기다. 2월 초, 일본ㆍ태국ㆍ싱가포르엔 15ㆍ19ㆍ22명보다 확진자가 많았다. 그 수는 한국인 3명이 흔히 접촉할 규모였다. ▶“우한에서 비밀에 부치는 동안 전 세계는 이미 감기 증상 비슷한 것으로 다 덮여 있었다. 이후 한국만 ‘증세 있다’ 싶으면 모조리 검사했다. 20만명을 검사한 나라는 없다. 정말 악착같이 했다.” 3월 13일 들은 얘기다. 이탈리아ㆍ미국ㆍ스페인의 코로나 창궐은 그 후 시작됐다. 맞을 듯하다. 코로나19는 이미 세상에 퍼져 있었고, 검사하는 양만 다를 뿐이었을 수 있다. 그날, 통계를 말했던 이는 염태영 수원시장이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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