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천시와 지리를 이기는 인화

세상만사가 억지로 되는 일 없고, 마음대로 뜻 한대로 하나도 빠짐없이 다 이룬 사람도 없다. 왜 그럴까. 고전 속에서 그 답을 찾는다면 맹자의 ‘공손추(公孫丑)’ 하편(下篇) 첫 머리를 짚어보고 싶다. 당시나 지금이나 가장 큰 일이라 할 수 있는 전쟁을 예로 들어 작고 사소한 일부터 나라의 흥망을 좌우하는 큰 일까지 성패를 가르는 조건에 대해 이르고 있다. 지리적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地利), 하늘의 때와 운이 따라주어야(天時) 난공불락의 성을 함락할 여지가 생길 수 있고, 사람들의 화합과 단결(人和)을 그보다 더욱 중요시하는 옛 구절은 비단 전쟁 뿐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크고 작은 사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인천을 예로 든다면, 지리(地利)가 성한 곳이라 할 수 있는 곳들은 부평과 중·동구 일대의 원도심 지역일 것이다. 최근 송도나 청라, 영종 등 신도심 지역이 새로이 개발되고 사람이 모여들고 있지만 본시 교통이 편리하고 자연적 환경이 쾌적한 원도심이야말로 전통적으로 ‘사람살기 좋은’곳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건축물의 노후화, 도시의 확장과 신도심 개발에 따른 상대적 소외로 인천 대부분 원도심은 현재 재생사업이 불가피한 열악한 여건에 처해있다. 심지어 여러 여건상 사업결정 이후 10년이 넘도록 그대로인 원도심의 개선사업지구가 수두룩이다. 크고 작은 선거 때마다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많은 사람들이 사업성공을 다짐했지만 경제적인 조건(地利)이 맞질 않으니 해결책이 나올 수 없는 형국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지리(地利)를 돕는 천시(天時)가 찾아왔다. 최근 부동산에 훈풍이 몇 가닥 불어오는가 싶더니 재생사업 관련법이 개정되고, 특별법 마련으로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려 그야말로 사업을 다시 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기 때문이다. 인천도시공사 역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국 최초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십정2구역을 예로 보자. 꼭 10년 전 2007년 2월에 정비사업 구역이 지정되고, 사업계획이 고시됐지만, 가시적인 변화없이 오늘까지 주민들은 날로 열악해지는 주거환경에 살고 있다. 그러나 2015년 연말 사업시행자가 인천도시공사로 바뀌고,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을 도입하면서 대형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하고, 사업이 정상화되고 있다. 바로 지금부터 만사 성패의 핵심요소 인화(人和)가 가장 중요한 때다. 구역내 주민(소유자)들의 83.5% 가 분양신청을 했지만,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부담에 이주를 망설이는 이웃들도 적지 않다. 인천도시공사는 기초생활 수급자 등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지난 4월말 기존주택 전세임대주택 443세대 이주신청을 받아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나섰다. 사업의 진정한 성공적 추진은 이웃지간에 서로 반목하지 않고, 서운한 마음으로 흩어지지 않아야 의미가 있는 까닭이다. 이를 위해 인천도시공사는 임대주택 알선을 비롯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市)정부와 사업자의 협업, 사업자와 주민 간의 신뢰, 주민들 간의 이해와 협력이라는 인화(人和)가 빠짐없이 조화를 이룰 때 정비사업의 성공을 비로소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서경호인천도시공사 보상처장

[기고] 서해선 철도사업, 향남 지역주민 큰 피해 우려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서해안(홍성~송산) 복선전철 건설사업’에 대한 향남주민들의 지하화 요구 목소리가 높다. 서해선 복선전철 사업은 향남 1, 2지구를 가로질러 소음, 환경피해는 물론 지역발전의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화성 송산과 충남 홍성을 연결하는 90km의 철도를 연결하는 것으로서 2010년 12월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2015년 5월 착공해 2020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화성 향남 1, 2지구 통과구간은 지상 15m의 교각에 마련된다. 하지만, 향남지구 통과지역이 향남 1주택단지와 2주택단지 사이를 관통하고 가까운 곳은 아파트단지와 100m밖에 떨어지지 않아 주민들이 막대한 소음, 재산상 피해를 가져오고 생태파괴까지 우려되고 있다. 소음방지를 위한 방음벽을 설치하더라도 향남 1주택단지와 2주택단지가 동서로 나뉘어 지역공동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사업지역의 막대한 환경파괴와 향남읍 7만 6천여 명의 건강권, 재산권에 대한 피해가 예상됨을 강 건너 불 보듯 한 것에 대하여, 참으로 무책임하고 시민을 무시한 탁상, 졸속 행정이라고 판단된다. 주민들은 특히 평택 안중, 충남 인주, 당진 합덕지구 등이 중심지역을 피해 우회하게 돼 있지만, 향남지구만 중심지를 통과한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4월14일 이 사업과 관련해서 타당성 조사를 하면서 지하화 구간에 대한 조사가 미시행 된 점, 환경영향평가를 약 4년 전에 시행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한국철도시설공단은 현시점에서 지하화 타당성 조사와 소음ㆍ진동 적정성 검토를 위해 화성시와 협의하여 시행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으로 합의 권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시행사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은 향남지구 지하화할 때 종단선형 변경으로 안전성이 낮아지고 공사비가 증가한다며 불가원칙만 고수하고 있는 입장이다. 사업공고 내용대로 전기 기관차가 아닌 디젤기관차가 운행할 것이라는 점이다. 전면 반대가 아닌, 설계 변경을 요구하는 것이어서 그 의견을 무시하고 해당 공구의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옳지 못한 무책임한 처사라고 판단한다. 국토교통부, LH, 한국철도시설공단, 경기도, 화성시의 무관심이 큰 과오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타지역 철도관련 유사 현안과 관련한 소식에서 보듯이 그 지역 현직 지자체장이 국책사업에 대해 정부 부처와 협의를 통하여, 시민의 의견을 존중하고, 최종 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유니버설스튜디오와 서해안선철도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원했던 향남시민들의 희망에 상처를 남긴 점은 진정으로 아쉽고 부끄러움을 갖게 한다. 수인선 2공구 도심구간 지하화의 경우, 원주-강릉 복선 철도의 강릉 도심 구간은 지하에 건설하고 강릉역은 반지하로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위 두 사업의 취지는 국토의 균형발전과 통일 대한민국의 장기 계획이었을 것이다. 국토의 균형발전 이전에 국민의 안전과 행복이 고려되고 선결되어야만 진정한 국리민복이 아닌가 싶다. 사업예산은 부족하면 더 마련하고. 공기가 부족하면 기간을 연장해야 할 것으로 보며 사업예산의 증가, 부족 문제가 해당 지역 국민의 건강권, 재산권, 행복추구권을 우선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 헌법 제35조를 보면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또한,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화성시, 국토교통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존중하여, 적극적이고 장기적 안목으로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사업을 재검토해 주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 요구하는 바이다. 김성회 한반도역사문화포럼 상임고문·前 국회의원

[기고] 누리과정 예산 국고지원을 환영하며

지난 몇 달 사이 우리나라는 혁명에 가까운 급격한 변화를 경험해 오고 있다. 촛불을 든 시민들은 헌법과 법률 위반으로 민주주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국민을 기만한 대통령을 파면했다. ‘이게 나라냐’고 외치던 광장의 목소리는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자’는 당위와 사명으로 이어져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루어냈다. 탈권위와 소통으로 국민과 스킨십 하려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84%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가 지난달 25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내년부터 전액 국고지원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의 중앙정부 부담비율은 41.2%, 금액으로는 8천600억 원인데 내년부터는 이를 두 배 이상 늘려 2조 원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내내 매년 전국의 시ㆍ도교육청과 교육부가 예산편성 책임 주체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통에 학부모들과 보육교사들이 불안에 떨며 보육대란을 겪었던 때를 생각하면 적극 환영할만한 결정이다. 경기도의 경우 2016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두고 연말 의회가 파행되고 급기야 사상초유의 준예산 사태까지 경험하는 등 극심한 갈등을 겪었으며 청와대 앞 릴레이 시위를 통해 얻어진 값진 결과로 남다른 감회가 있다. 올해 경기도교육청이 부담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5천272억 원 규모인데, 저성장 등으로 인한 내국세 정체 때문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이 묶여 있던 상황에서 지방채 발행 등을 통해 부족한 예산을 메꿔 오던 처지였다. 이제 내년부터는 최근 수년간 예산 부족으로 방치되어 온 유치원과 초ㆍ중ㆍ고교의 열악한 학교 환경개선 사업과 교육불평등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정책 수립 등 교육청 본연의 ‘교육’ 사업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지면과 의회발언 등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국가책임이라는 점을 명백히 밝혀온 필자로서는 이번 발표에 남다른 감회와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 문 대통령의 공약사항에 누리과정 국가부담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내심 기대하고는 있었지만 시끄러운 인사청문회 가운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결정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작년 초만 해도 교육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미편성한 시ㆍ도교육청에 대해 직무유기죄를 묻겠다며 감사원 감사청구와 검찰 고발 등으로 압박을 가했었는데 같은 교육부가 맞나 싶을 정도다. 변화와 혁신의 바람이 필자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그리고 강하게 불고 있는 것 같아 설레고 흥분된다. 누리과정 예산의 국가 전액부담 실현은 첫 단추이다. 장기적으로 교육청이 ‘교육’ 기능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확대와 교육자치권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종국에는 헌법에서 보장한 지역주민의 풀뿌리민주주의가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꺼질 듯 말 듯 연약해 보이기만 하던 촛불이 이루어낸 놀라운 변화와 이제 막 시작된 문재인 정부가 만들어내려는 희망을 통해서라면 가능하리라 기대해 본다. 김호겸 경기도의회 부의장

[기고] 21세기 한국·몽골 교류 1번지 인천

우리나라 도시 중 몽골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도시는 서울을 제외하면 인천이 첫 손에 꼽힌다. 바다와 접하지 못한 몽골에게는 인천공항이 외부 세계로 나아가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많은 몽골인들이 어느 나라를 가든지 인천공항을 경유하고 있고, 매년 10만명 이상의 몽골인들이 한국을 찾으면서 첫 발을 내딛는 도시도 인천이다. 그들에게 인천은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출발지인 것이다. 몽골과의 관계에서 인천의 이러한 특수성을 염두에 두고 양국 관계를 살펴보겠다. 양국은 1990년 수교한 이래 많은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와 협력을 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해오고 있다. 양국이 이같이 짧은 기간 동안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던 데는 오랜 역사를 공유한 탓이다. 양국은 북방 유라시아 유목기마민족으로서 몽골반점도 갖고 있고 우랄 알타이어족에 속하며 오랜 동안 교류를 했다. 문헌상으로는 ‘고려사’에 고려 학생 10명이 995년 거란에 파견돼 몽골어를 배웠다는 것이 양국간 교류에 관한 최초의 기록이다. 또한 1219년 양국이 영원히 형제가 되었으니 우리 후손들이 오늘을 잊지 않도록 하자(兩國永爲兄弟 萬世子孫無忘今日) 라는 기록도 있다. 오늘날 한국과 몽골이 서로 형제국가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오늘날 양국 관계중 인적 교류의 비약적인 증가가 특기할 만하다. 지난 4월 기준으로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몽골인들이 약 3만6천명인데, 이는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약 15만명의 몽골인중에서 가장 많은 숫자이다. 유학이나 취업 등으로 한국에 거주한 후 몽골로 귀국한 몽골인들도 30만명이 넘는데, 이는 전체 인구의 10%에 해당된다. 또한 몽골에는 약 3천명의 한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러한 통계들은 양국관계가 얼마나 가까운지를 잘 보여주는 지표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200만명을 넘어섰고, 인천만 하더라도 10만명에 육박하는 외국인들이 있다. 출생율이 매우 낮은 우리나라에게 외국인들의 유입은 경제에 보탬이 되는 측면도 있다. 유정복 인천광역시 시장이 지난주 몽골을 공식 방문해 엘벡도르지 대통령 등 정부 고위인사들과 면담 하고, 울란바타르 시장과 자매도시 협약을 체결했다. 그 외 동포간담회와 ‘인천 희망의 숲’도 시찰하면서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 인천의 역할과 기여에 관해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인천은 300만 명의 인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몽골과 공통점도 있고, 또한 역사적으로 19세기 말 개항된 이래 우리나라 근대화의 상징 도시이면서, 이제는 동북아시아 교류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천이 몽골인들에게 한국에 처음 발을 들여놓게 되는 도시라는 단순한 도식을 넘어, 몽골과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협력관계를 맺는 도시가 되길 바란다. 인천에서 비행기로 3시간 거리에 불과한 몽골은 앞으로 우리의 주요 교류 파트너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번 유정복 시장의 방문을 통해 인천이 21세기 한-몽골 교류의 1번지가 되기를 기대한다. 오송 주 몽골 한국대사

[기고] 주택용 소방시설의 중요성

주택용 소방시설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가화재통계시스템(NFDS)에 따르면 작년 한해 경기도에서 발생한 전체화재 1만147건 중 1천276건이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체 화재대비 12.5%나 되며 이로 인한 인명피해 또한 전체 사망자 70명의 절반인 35명에 이른다. 주택화재의 특성상 화재규모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인명피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예방하고 화재로부터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주택용 소방시설의 설치가 시급하다. 미국의 경우 1977년부터 주택에 소방시설 설치를 제도화하였고 가까운 일본도 2004년부터 주택 소방시설 설치기준을 마련하여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에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주택에 소방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는 법적근거를 마련하여 주택용 소방시설의 설치 및 보급 확대 업무를 추진하여왔으나 설치지원 조례 제정이 시급하다. 국토교통부 설문조사(2016년 12월 기준)에 따르면 경기도내 설치대상 주택 183만565가구 중 57만1천136가구만이 주택용 소방시설이 설치된 것으로 조사되어 31.2%의 설치율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주택용 소방시설은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화재경보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단독 경보형 감지기이고 다른 하나는 화재를 진화하는 소화기이다. 설치대상은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연립주택, 다세대 주택(아파트 및 기숙사 제외)이며 설치기준은 소화기는 세대별 1개 이상(2개층 이상인 주택은 층별 1대 이상)설치해야 하며 단독 경보형 감지기는 방, 거실 등 구획된 실마다 1개씩 설치해야 한다. 경기도 재난안전본부에서는 주택용 소방시설 보급 확대를 위해 일선 소방관서에 ‘원스톱 지원센터’79개소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도 관련기관·단체와의 업무협약 체결, 주택용 소방시설 선물하기, 페이스북을 활용 릴레이 설치운동 전개 등 전방위적 홍보에 주력해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책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따라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가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우, 한부모 가족, 청소년 가장, 65세이상 홀로사시는 노인 등 화재안전 취약가구에 무상으로 보급하는 것이다. 사회 양극화 현상에 따른 재난취약계층 증가는 당장 어찌할 수 없다 하더라도 주택화재로 인해 귀중한 생명을 지켜주는 주택용 소방시설의 설치는 그 어떤 복지정책 보다 앞서서 추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주택용 소방시설의 중요성 및 효용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킬수 있도록 범국민적인 캠페인의 확대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병호 송탄소방서장

[기고] 6월이 오면 생각나는 사람

해마다 6월이 오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6월 6일 현충일엔 마음은 어느새 서울 국립 현충원에 가 있다. 어느 덧 35년의 세월이 흘렀다. 1982년 1월19일 1시 09분. 나는 현역 군인으로 강원도 화천 해산 1천140m 고지에 있었다. 살을 에는 추위 속 칠흑같이 어두운 밤 산 속에서 흰 셔츠만 입고 떨고 있었다. 당시 나는 강원도 00사단 00연대 통신대 소속 일등병이었다.사건 전날 인접 사단과의 통신망에 문제가 생겨 홍 중사와 오 병장, 나와 김 일병 4명은 복구 작업에 나섰다. 일행은 소총과 전화기, 통신선로 수리 장비를 휴대하고 길을 떠났다. 며칠 전 훈련으로 잠을 못 자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홍 중사가 복구 작업에 나섰다.평소 말없이 솔선수범하는 선임하사였다. 그 날 일정은 산을 넘고 북한강을 건너 양구까지 갔다 오는 일이었다. 통상 1박 2일이 소요되는 길이었지만 그날은 당일로 갔다 와야만 했다. 산을 넘고 꽁꽁 얼어붙은 강을 건너 양구 인접 사단 지역까지 갔다. 통신선 복구 작업을 무사히 마치고, 귀대 길에 올랐다.서둘러야 어둡기 전에 산을 넘어 민통선 신작로에 닿을 수 있었다. 1월의 겨울은 해가 짧아 오후 4시가 지나면서부터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눈길을 헤쳐 가며 해산을 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홍 중사가 “쉬었다 가자”며 “군대생활 중 오늘이 가장 힘든 날이다”고 힘들게 말하였다. 누적된 과로 후유증이 나타난 것 같았다. 그렇게 쉬었다 가다를 몇 번을 반복했을까. 어느 때부터 그는 더 이상 갈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우리는 홍 중사를 밀고 끌고 하면서 산을 올라갔다. 천신만고의 노력 끝에 정상까지 겨우 오를 수 있었지만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 깜깜한 밤이 되었고, 그 때 홍 중사는 바닥에 쓰려져 몸을 가누질 못했고 말도 못하였다. 그곳 지리에 밝은 오 병장이 구조대를 부르러 가겠다며 서둘러 산을 내려갔다. 남은 사람은 나와 김 일병. 둘은 쓰러져 있는 홍 중사의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야전잠바와 동내의를 벗어 그의 몸을 감싸 주물렀다. 의식이 사라져 가는 홍 중사의 몸을 흔들면서 인공호흡도 시도하였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산 밑쪽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연대본부 의무대에서 구조팀이 온 것이다. 나는 이제 ‘살았다’, ‘살렸다’고 안도하였다.야전 침대에 실려 내려간 홍 중사를 얼마 후 산 아래 신작로에서 의무관이 검사를 하였다. 그 때 홍 중사는 이미 주검이 되어 있었다. 그를 살리려고 끝까지 애를 썼던 나의 노력이 헛되고 말았다. 너무 허망했다. 그가 그렇게 죽은 뒤 며칠 후 그의 비석을 세우기 위해 시멘트 포대를 짊어지고 나는 다시 그 곳 해산 고지에 올랐다. 그를 위해 ‘해산 위에 핀 꽃’이라는 순직시를 써 올렸다. 마지막까지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맡은 업무에 충실히 사명을 다했던 故 홍성준 중사. 그의 시신을 덮은 관 뚜껑에 못을 박아주고 쓴 소주 한잔을 올렸던 것이 그와의 마지막 이별이었다. 매년 6월 현충일이 오면 고 홍 중사의 묘지를 꽃 한 송이 들고서 찾아간다. 그리고 내가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보고 새로운 각오를 한다. 올해도 그의 묘비 앞에서 오늘을 살고 있는 나에게 새로운 다짐을 할 것이다. 김유성 죽전고 교장·용인시 교원총연합회 회장

[기고] 강한 교육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2주 전, 학생 교사 국제교육 교류를 위한 미국 방문단의 일원으로 LA와 샌프란시스코를 다녀왔다. 라세스, 필그림, 샘 제임스, 미네르바 이 4개의 학교를 보고 미국 교육을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4개 학교의 어느 구석엔가 강한 미국을 만든 힘이 있을 것이다. 4개 학교 속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그 힘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한 사람 한 사람의 개별적 성장을 돕는 교육’이라고 보았다. 모둠이나 집단 속에 있지만 개인의 존재를 분명히 존중하는 인식과 관점과 태도와 방법이 그런 힘을 만든다고. 그리고 ‘교사는 수업에만 전념하도록 한다’는 원칙이 지켜지는 것이 이런 교육을 가능하게 한다고. 라세스에서는 교사를 제외하고 청소부를 포함한 모든 직원이 학교교육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스텝으로 작동한다. 교장을 비롯해 이들은 모두 무전기를 소지하고 모든 상황을 공유하면서 대처한다.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은 초기부터 관심을 두고 결과를 주시하면서 5주마다 평가하여 해당 학생의 필요와 요구를 채워준다. 흔히 문제아라고 부르는 학생들은 ‘도움이 필요한 학생’, ‘태도가 문제인 학생’으로 구분하여 지원한다. 아이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지닌 문제와 싸우며 함께 해결하려는 마음이 읽혔다. 우리의 교육청 격인 LAUSD 교육구에서는 한국어를 비롯해 87개의 이중언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여기에 오면 타인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이것이 그들이 추구하는 이중언어 교육의 목표다. 이방의 언어를 통해 타인과 소통하는 힘을 기르고, 다른 세상, 새로운 세상에 대해 이해하는 마음의 폭을 넓히는 교육의 관점이 인상 깊었다. 370명이 재학하는 샘 제임스 학교는 아이를 가졌을 때부터 입학 대기자에 올릴 정도로 학부모가 선호하는 학교다. 초등학교 3학년 읽기 수업에서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고 학생들은 가만히 듣고 있다가 간간이 던지는 선생님의 질문에 손을 들고 답하는 모습은, 언어교육이 잘 듣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는 학습 이론에 충실한 장면이어서 인상적이었다.할머니의 무릎에 머리를 기대고 옛날이야기를 듣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이야기를 통해 교훈을 주입하는 방식과 아이들의 생각을 끄집어내는 방식. 자녀 교육에 있어 부모의 권위가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유대인의 관점과도 통하는 것 같았다. 이번에 본 학교의 수업은 모두 학생들이 참여하고 활동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교사는 주로 학생들의 활동을 돕는 역할을 한다. 학교 어디에서든 소그룹으로 활동하면서 주어진 목표를 향해 정돈된 질서 안에서 움직인다. 모둠이 있지만 각 모둠이 서로 다른 방법으로 주제를 탐구한다. 어떤 모둠은 게임기를 들고 책상 밑에 들어가서 열중한다. 1 더하기 1이 왜 2가 되는가를 탐구한다. 교사 책상에 있는 카세트에서 시종일관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특수 페인트로 칠해 칠판이 되는 벽, 누구든지 다양하게 쓸 수 있는 리빙 룸. 자유로운 방식이어서 더 넓어 보이는 공간에서 본질적인 질문에 몰입하는 장면이 자주 눈에 띄었다. 스쿨버스가 교차로에 나타나면 모든 방향에서 오던 차들이 신호와 상관없이 멈춰서야만 하는 나라. 학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이런 인식이 강한 교육을 만드는 또 하나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용호 부천교육지원청 교수학습국장

[기고] 40년 공직생활 “나는 행복한 사람”

1977년 6월1일 비가 오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청년이 몸에 맞지 않는 양복을 입고 상황실에서 임명장을 받고 짚차에 탔다. 비는 주룩주룩 오고 있었고 차는 팔창동 사무소 앞에 서더니 청년을 사무실로 데려가 인계를 하곤 다음 행선지로 떠나갔다. 이렇게 공직이 시작한지 어느덧 40년이 지났다. 2017년 6월1일 공무원으로 임용된 만40년이 되는 뜻깊은 날이다. 아직도 그때를 잊지않고 있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1977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총소득은 1,047달러로 수원시 인구 235,159명에서 지금은 5.2배가 증가한 123만3천12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또한 2016년 국민 1인당 총소득은 2만7천560달러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고 있다. 그로인한 공무원 수와 조직도 3개국 14과 18개동 500명에서 지금은 2실 6국 94개과 42개동 2천836명으로 놀랍게 확대되었다. 수원시 예산은 1977년 35억원에서 2017년 2조4천900억원으로 무려 695배가 증가하였다. 1977년 임용할때와 2017년 지금의 공직사회를 비교해보면, 1977년 그때는 유신시대 말기로 사회나 공직사회가 무척 경직되어 있었다. 시청과 동사무소간의 위계질서, 하늘같은 계장아래 복사기등 행정장비가 없던 시절 직원들이 손수 먹지대고 일하였다. 새마을, 세무, 농업업무가 시정의 주요업무였고 관료사회가 일반사회를 이끌어갔던 관료위주 사회였다. 2017년 지금은 공직내부부터 많이 변화되었다. 여성공무원들의 많은 공직진출로 공직내부 분위기가 부드럽고 최첨단 행정장비로 많은 정보와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수원시 여성공무원은 1,293명으로 전체 2,836명중 45.4%를 차지하고 있다 청소, 환경, 문화예술, 사회복지, 교통등 주민 생활에 밀접한 업무가 주요업무로 공직사회보다 일반 사회가 주도하는 민간주도사회로 변하였다. 그동안 대통령은 유신시대 박정희 대통령부터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까지 10명이나 바뀌었고 수원시장은 제13대 이재덕 시장부터 지금의 27대 염태영 시장까지 12명을 모시게 되었다. 40년, 강산이 4번이나 바뀔정도로 긴 세월 나는 나의 청춘과 인생의 대부분을 공직자라는 테두리에서 크게는 나라와 민족을 작게는 지역사회 발전이라는 소명으로 천직으로 근무 하였다. 공직기간중 제일 기억남는 것은 2002년 월드컵 대회때 월드컵팀장으로 근무하여 월드컵 성공에 직은 힘이나마 기여한 것이다. 또한, 40년 공직기간중 가장 큰 기쁨은 2008년도 청백봉사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40년동안 말단부터 구청장에 이르기까지 많은 애환과 어려움도 많았다. 또한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도 있었지만 그것이 도약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2017년 1월2일 권선구청장으로 부임하면서 고향 온것처럼 따뜻한 환대속에 사람향기나는 권선구를 위해 주민들과 함께 하고 있다. “처음 시작은 미약하지만 나중에 창대하리라”는 성경 말씀처럼 말단에서 시작한 내가 꿈도 꿔보지 못한 구청장으로 오르기까지 선배, 동료 및 후배 공무원등 아낌없는 사랑을 받은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이제 내려갈때다. 올라갈 때 못본 그 꽃을 보러 내려 가련다 이필근 권선구청장

[기고] 장애인 학생체육과 삶의 질

지난 5월 16~19일 개최됐던 전국장애학생체전, 충남 공주에서 열린 보치아 경기장을 찾아 응원하였다. 보치아 종목은 손조차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중증 뇌병변장애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종목이다. 선수들은 270g의 공조차도 들거나 던질 여력이 없어 보조기구(홈통)와 보조자의 도움을 받아 힘겹게 한 동작, 한 동작을 이어 간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면 안타까움에 저절로 가슴이 저려온다. 하지만 목표물에 볼을 굴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붙이는 정교한 테크닉에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러나 경기장에서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선수들과 감독, 코치, 부모, 선생님 모두 즐거운 웃음과 격려, 칭찬으로 화기애애하다. 구김살이 없다. 그러다가도 게임에 들어가면 진지하게 메달을 노린다. 결과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좋은 결실은, 그간 흘린 땀의 대가이며 희망을 키우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처럼 장애청소년들에게 체육활동은 장애를 받아들이고, 건강을 증진시키고, 경기매너를 습득하게 하고, 협력소통하게 하여 지역사회에서 함께 사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특수체육학뿐 아니라 교육학 관련 국내외 연구결과물들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현장에서 장애학생들의 체육활동은 방치되고 참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장애학생들은 비장애 학생과 통합으로 이뤄지는 체육수업에서 소외되고 있으며, 통합교육 전문성과 실천의지를 갖춘 체육교사도, 특수교사도, 관리자도 우리의 현실에서 기대하기 힘들다. 특히 일반학교 공교육 시스템 안에서는 장애학생의 체육활동 참여기회는 거의 없다. 안전사고 발생을 우려하는 선생님들과 학교책임자들의 노파심 때문에 장애학생은 스포츠에 재능과 관심이 있든 없든, 운동장 한번 밟아보지 못하고 졸업하게 된다. 그래서 경기도는 학교순회 장애인체육지도자 220여 명을 연차적으로 장애인체육회에 배치하여 학교체육을 지원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지난해 특수체육학회와 공동으로 학술세미나를 개최하여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을 촉구하였고, 박재순, 남종섭 도의원들의 도정질의, 강득구 연정부지사 주재 2차례 이해관계자 간담회 개최, 담당부처 간 간담회, 법률자문 등을 거쳐, 세부추진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 발주 등의 구체적 결실을 내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학교 안팎 방과 후 교실 운영지원, 체육영재 발굴육성 등을 통해 장애학생들의 기초체력 증진은 물론 학교체육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그 결과 그동안 윗분(?) 눈치만 보던 선생님들의 관심도 늘어, 장애인체육회에서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체육프로그램 지원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또한 도장애인부모회와 새누리부모연대 등의 부모님들 중심의 요구도 거세지고 있으며, 조직적으로 지역거점 장애청소년 체육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경기도장애인체육회가 어린 장애학생들이 체육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고, 이러한 기회를 통하여 어린 선수부터 발굴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전문 인력의 배치를 요구하는 건의와 압박을 많이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드러내놓고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허나 어떻게 할 것인가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온도차가 느껴진다. 예산과 제도 문제 해결을 위한 경기도, 경기도의회, 경기도장애인체육회와의 공감대는 이미 형성이 되었고, 이제는 학교 현장에서 시원하게 갈증을 풀어 주는 교육행정, 경기도교육청의 결단을 경기도의 53만 장애인과 210만 가족들은 고대하고 있다. 장호철 경기도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

[기고] 의학수준 걸맞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필요하다

수 년 전만 해도 일반인들에게 호스피스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았으나, 최근들어 호스피스 전문기관의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중매체나 언론에서도 관련 내용들을 많이 다루고 있어 일반인의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도 많이 개선됐다. 특히 내년 2월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호스피스-연명의료법)’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말기환자가 접하게 될 의료상황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 올해 8월부터는 호스피스-연명의료 결정법의 대상환자가 말기암 환자에서 만성폐질환, 간경변, AIDS 환자들로 확대적용된다. 인하대병원도 2년 전부터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병동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최신의학을 바탕으로 주로 의료적인 면에서 암 환자들을 돌봐 왔으나, 호스피스 병동을 통해 전인적인 돌봄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병동을 운영하면서 내 자신에게도 많은 도전과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말기환자들이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는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아니라, 소중하고 존엄한 시간을 보낼 권리가 있는 존중 받아야 하는 사람들임을 더욱 느꼈다. 생의 마지막 순간들을 용기 있게 받아들이고 하루하루를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환자들을 만날 때면,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까운 순간들도 많이 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에 입소하는 것을 주저하다가 임종하는 환자와 가족들을 볼 때면, 환자와 가족의 인식개선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아직도 많음을 절감한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병동에 오길 원했으나 병실이 나지 않아 끝내 일반병동에서 임종을 맞는 환자들을 보는 것도 마음을 아리게 한다. 다행스럽게 완화의료도우미(간병서비스) 제도가 시행돼 저렴한 비용으로 훈련된 전문 간병인의 도움을 받을 길이 열렸다. 이전에는 환자의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가정 일을 뒤로 미루고 가족들이 간병을 전담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가족의 간병이 여의치 않아 개인 간병인을 고용하는 경우에는 병원비의 서너배가 되는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인하대병원도 5월부터 간병서비스제도를 시행하면서 이러한 가족들의 짐이 크게 덜어졌다. 가족들이 보다 안정된 상황 속에서 환자와 의미 있는 시간을 나누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고, 간병의 수준도 예전보다 크게 향상됐다.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최근 급격하게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상적인 호스피스를 실현하기 위해선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 아직도 환자와 가족의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고, 전문인력의 양성이나 자원봉사자의 확보도 시급하다. 새로 실행될 호스피스-연명의료법도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도움이 될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여기에 호스피스 전문기관의 지속적인 질 관리도 꾸준히 요구되고 있으며, 원활한 돌봄을 제공하기 위한 수가체계의 개선도 필요하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한국의 최신 의학수준에 걸맞게 호스피스 완화의료 또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현규 인하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김동연 특별기고] ‘경기 꿈의 대학’을 통한 유쾌한 반란

▲ 김동연 아주대학교 총장 개인적 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살면서 가장 지독했던 회의가 30대 초반 찾아왔습니다. 공무원으로 있으면서 힘들게 기회를 얻어 미국에서 공부할 때였습니다. 남들 보기에는 그럴 듯한 유학생활이었는데도 스스로를 다잡을 수 없는 캄캄한 시간이 제법 계속됐습니다. 처음에는 회의의 정체도 몰랐습니다. 곰곰 생각해보니 깊은 고민의 출발점은 ‘왜 공부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니 이상한 것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제 딴에는 꿈을 갖고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남이 하고 싶은 일, 주위에서 그렇게 하면 좋을 것이라는 것을 제가 하고 싶은 일로 착각하고 살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것은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동안 나를 형성해 왔던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을 필요로 했습니다. 힘든 일이었습니다. 남들이 요구하는 ‘정답’이 아니라 ‘내 답’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만 했습니다. 이번에는 아주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총장으로 취임해서 ‘파란학기제’를 만들었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하고 싶은 공부나 활동을 제안하면, 학교는 심사를 거쳐 과목으로 만들어 학점까지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도전과 모험을 하는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틀을 깨는, 새 세계로 나아가는 ‘파란(破卵)’을 하자는 것입니다. 3학기째 이어지고 있는 파란학기를 통해 100개가 넘는 과목이 만들어졌고 350여명의 학생이 참가했습니다. 도전에 실패한 학생들에게 ‘황금실패상’이란 것을 만들어 격려했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나 실패가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참가한 학생들은 입을 모아 ‘힘들지만 즐거웠다’라고 말합니다. 정규 과목 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소중한 경험을 많이 했다고들 합니다. ‘남이 낸 문제’가 아니라 ‘내가 낸 문제’를 스스로 푸는 시도를 했기 때문에 얻는 과실입니다. 붕어빵처럼 같은 길을 가게 하는 정형화된 교육의 틀에서 벗어나 ‘유쾌한 반란’을 일으켰기에 가능한 결과입니다. 이제 ‘경기 꿈의 대학’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경기도교육청에서 지난 4월 시행한 사업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스스로 꿈을 찾게끔, 스스로 체험하게끔 하는 의미 있는 시도입니다. 이 역시 학교 현장에서 만드는 유쾌한 반란입니다. 아주대학교는 취지에 찬성하여 적극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번 1학기 10개의 강좌가 마련되어 260명의 학생들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마련된 자리보다 참여를 원하는 학생의 수가 훨씬 많았습니다. 다음 학기를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 저녁 시간임에도 열정을 가지고 아주 캠퍼스를 찾아오는 학생들을 위해 앞으로 더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겠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학생들이 나중이 아니라, ‘지금’ 의미 있는 시간을 지내며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이 훗날을 위해 고통스럽게 희생하는 시간이 아니라, 다양한 시도를 즐겁게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자기의 꿈을 세우거나 바꾸고, 자기 자신에 던지는 질문을 만드는 체험을 하는 시간이면 좋겠습니다. 프로그램 운영을 잘 해야 할 것입니다. 어떤 정책이나 제도의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당초 의도한 결과로 이어지기란 쉽지 않습니다. 기존의 프레임을 깨는 새로운 시도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새 제도의 취지가 잘 살아날 수 있도록 교육당국과 학교에서 늘 깨어 있으면서 운영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교사, 학생, 학부모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의 이해와 협조가 꼭 필요할 것입니다. 다함께 관심을 갖고 성원을 보내야 하는 이유입니다. 경기도교육청이 첫발을 성공적으로 뗀 데 축하와 응원을 보냅니다. 앞으로도 우리 학생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아갑시다. 김동연 아주대학교 총장

[기고 ] 되살아나는 역사 속 그 길, 한양 삼십리 누리길

자연을 벗 삼아 가볍게 걷기 좋은 계절이다. 걷기는 몸에 큰 무리를 주지 않고도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운동이다. 광주에 빼어난 경치를 감상하며 걸을 곳이 많지만 그 중 한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두 다리가 최고의 교통수단이던 조선시대! 한양으로 과거시험을 보러 가던 선비들이 꼭 지나쳐 가야 했던 고을 ‘광주’. 과거 이웃 마을 친구를 만나려 해도 고개 넘어 십리, 이십 리를 걸어야 했고, 지금의 수능만큼이나 큰 시험이었던 과거를 보기 위해서는 몇 달 전에 출발해 무려 백 리, 이 백리를 걸어서 이동해야 했다. 당시에는 목현동을 지나 남한산성을 넘어야 비로소 한양에 입성 할 수 있었다. 지금처럼 길이 잘 닦이지 않았던 그 시절에는 그야말로 울퉁불퉁한 숲길을 걷고 또 걷고, 짚신이 몇 켤레나 닳아 없어지도록 걸어야만 했다. 선비들이 울고 웃으며 넘었을 이 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이 길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광주시는 옛날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가기 위해 지나야 했던 남한산성 주변의 숲길을 복원하는 ‘한양 삼십 리 누리길’ 조성 사업을 시작했다. 광주시를 가로지르는 ‘한양 삼십 리 누리길’은 목현동 한옥마을 부근 새오고개에서 시작해 오전리, 불당리, 산성리를 거쳐 남한산성 제1남옹성으로 이어진다. 먼저 시는, 불당리까지 6㎞ 구간을 올해 12월까지 1단계로 정비한 뒤 불당리∼산성리 6㎞ 구간을 내년에 추가로 정비할 계획이다. 시작점이 되는 목현동 새오개길은 벌써 벽화 작업이 완성됐다. 벽에 색을 칠한 것이 아니라 도기로 만든 벽화로, 색을 넣은 도기를 타일처럼 구워내 조각조각 붙이거나 그림 그대로를 도기로 만들어, 한양으로 향하는 비장한 옛 선비들의 모습을 광주의 상징인 도기로 표현했다. 이어지는 다음 구간도 산림 생태계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목각 장승 등 광주시의 특징을 담은 다양한 테마로 꾸며질 예정이다. 단순히 사라진 길을 정비하는 것만이 아니라 길 안에 볼거리와 먹을거리, 즐길 거리까지 모두 담을 예정이다. 게다가 마을 내 주택을 활용한 게스트 하우스 마련 방안도 모색 중에 있다. 숲길 주변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1만4천㎡)으로 묶인 상태에서 4개 마을에 1천271가구 2천945명이 거주하고 있다. 전 구간을 걷는데 7시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비들이 걸었던 그 길을 따라 걸으며 운치를 느낄 수 있는 ‘한양 삼십 리 누리길’. 과거로 여행하듯 걷는 호젓한 숲길, 광주시에 또 하나의 명품 역사 여행지가 늘어난 셈이다. 남한산성의 환경 문화자원과 자연마을이 연계된 숲길을 조성해 양질의 산림휴양 서비스를 제공하고 건강한 자연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추진하는 한양 삼십 리 누리길 조성사업에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이 있기를 기대한다. 박해광 광주시의회 의원

[기고] 대한민국 도시농업박람회 많은 관심을

도시농업이란 도심 속에 있는 토지, 건축물 등 다양한 생활공간을 활용하여 취미, 여가, 학습 또는 체험 등의 목적으로 농작물, 수목, 화초를 재배하거나 법률에 따라 곤충을 사육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최근 주 5일제 정착과 도시민의 여가활동이나 체험욕구 증가와 함께 농사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도시농업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참여인구도 급속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한 저탄소 녹색성장이 중요한 이슈로 두드러지면서 도시농업의 역할 또한 확대될 전망이다. 도시농업이 발달한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클라인가르덴이라는 공공의 텃밭을 국민에게 일정면적 유료로 분양하여 작물재배, 공동체 형성, 아이들의 환경에 대한 교육을 이러한 공간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즉 국가에서 해야 할 환경보전에 대한 역할을 시민들이 스스로 하는 것이다. 도시농업의 기능을 보면 우선 산업경제적 측면에서 신선농산물 생산이라는 식량공급 기능과 소일거리 제공 및 고용창출, 건물옥상 녹화 시 단열 효과를 통해 냉난방 에너지 절감 등의 다양한 효과가 있고, 환경생태적 측면에서는 옥외공간에 식물 재배 시 온실가스 감축 등 대기오염과 수질저하의 환경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사회문화적 측면에서는 농사체험을 통한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우리 농산물과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가치인식, 건강증진, 지역사회 공동체 회복, 도시환경 정비 등 문화 예술적 부분까지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고 있다. 최근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실시한 도시민 300명을 대상으로 도시텃밭에서 재배하고 싶은 작물에 대한 설문 조사결과 1위가 상추 등 엽채소류를 27%인 80명이 선택했고, 꽃을 심고 싶다는 도시민도 25%로 나타났다. 즉, 먹거리 뿐만 아니라 관상식물도 도시텃밭 활동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화가 많이 진전된 우리 경기도에서는 약 43만여 명이 텃밭농사 활동이나 도시농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도시농업의 매력과 가치를 아는 도시민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경기도에서는 도와 시군지자체가 협력해 시민들의 도시농업 활동 참여를 지원하고자 도시농업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도움을 주고 있으며 도시민과 농업인들이 서로 상생협력을 통해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도시농업은 노인들의 소일거리와 청소년의 인성함양, 원예치료 등 다원적 기능에 대한 중요성도 더욱 부각될 전망이며 어린이 초 중학교 학생들의 진로탐색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올해 6월 1일부터 4일까지 경기도에서는 처음으로 대한민국 도시농업박람회가 개최된다. 시흥시 배곧공원 일원에서 ‘도시농업 건강한 삶을 노래하다’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박람회는 도시농업과 관련되는 다양한 기획전시, 텃밭체험, 지식포럼, 우수농산물 판매, 곤충체험 등이 운영될 예정이다. 이번 박람회를 통해 도시농업의 문화확산과 지식, 경험을 공유하며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경기도민을 비롯한 전 국민이 도심 속에서도 농업을 체험하고 즐기는 생활농업으로 자리 매김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제6회 대한민국 도시농업박람회에 가족, 지인과 함께 참관해 경기도가 도시농업의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 임영춘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장

[기고] 안산국제거리극축제가 이런 축제 되기를 바란다

잠수부로 분한 배우가 대형 크레인에 매달려 공중을 유영한다. 어둠 속에 홀로 외로이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를 찾는 몸짓에 시민 관객 모두는 숨죽이며 집중했다. 차분한 침묵은 각자 마음 속 상처에 대한 위로, 미수습자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희망을 대변했다.미수습자가 떠오르는 퍼포먼스가 이어지는 순간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많은 이들은 눈물을 훔쳤다. 5월 열린 안산국제거리극축제의 개막작 풍경. 축제는 이처럼 시민 관객의 가슴에 밀도 높은 서사를 남기며 지나갔다. 올해가 벌써 열세 번째. 막 문을 연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광장마당에서 버스킹 형태의 공연을 중심으로 2005년 시작했던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이제 안산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축제가 됐다. 십수 년 동안 축제가 지향하는 가치와 소신대로 작품을 찾아 나서기도 하고, 공모와 제작 지원을 하는 등 줄기차게 노력해왔다는 자부심도 있다.그러나 이것에 만족하지는 않는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가 도시에서 펼쳐지는 거리예술축제의 전범(典範)이 됐으면 하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축제는 과거 13년의 기록, 업적, 결과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실천 과제를 차분히 점검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다. 해답은 언제나 기본에서 찾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다고 했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가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과제도 거리예술축제의 기본 구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거리예술축제는 도시의 거리, 광장에서 연극·퍼포먼스·무용·음악·다원예술 등의 개별적인 거리극이 서로 관계를 맺으며 벌어지는 구조를 가진다.이러한 관계 맺음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거리예술이 거리극축제라는 거대한 공간 안에서 공명(共鳴)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거리극의 각개전투에 그칠지도 모른다. 물론 다양한 내용, 장르와 형식의 거리극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다는 특장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지만 말이다. 추억이 되는 장면들을 들여다보면, 분절적으로 파편화된 사실이 아니라 사실의 조합이 이루어내는 서사구조, 즉 내러티브가 공감을 일으킨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축제도 마찬가지다. 드넓은 광장에서 개별 거리극들이 만나고 부딪히고 갈등하면서 궁극적으로 하나의 거대한 서사구조를 만들어내는 ‘시간ㆍ공간연출 개념’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시간의 흐름과 바람의 흐름, 소리의 흐름 등이 축제 공간에서 입체적으로 고려되고, 불규칙적이고 무차별하게 움직이는 관객들의 흐름과 공명, 감정이입 자체가 축제의 장에서 중요한 요소가 되는 등의 진행연출이 정교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로써 개별 거리극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이 서로 만나고 소통되어 마침내 광장에서 솟구칠 수 있도록 하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여러 어려움 속에도 나름 잘해왔지만, 앞으로 축제가 좀 더 고도화되기 위해서는 가지수 많은 개별 프로그램들이 흩어져 있기보다는 이들이 관계 속에서 입체적으로 자리하는 방편이 마련돼야 한다.이러한 변화모색은 거리예술축제의 기준이 되기 위한 길라잡이가 돼 줄 것이다. 안산은 이를 구체화 할 수 있는 자산도 이미 보유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광장 면적의 2.6배에 달하는 안산문화광장이 있기 때문이다. 안산이 ‘국제거리극축제’라는 이름에 값 할 수 있는 발판은 우수한 ‘장소성’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올해 축제가 역대 최대 규모, 소재와 형식의 한계를 뛰어넘은 새로운 시도, 시민과의 협업 등으로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디딘 것은 분명하다. 이처럼 축제가 장르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새로움의 기준이 급변하는 작금의 국내 거리예술을 선도하고 있다면, 이제 개별적인 요소들에 대한 환호를 넘어 서사가 충만한 축제 공간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로써 거리예술축제의 기준이 돼 새로운 역사를 쓰는 축제. 전국에서 모여든 시민 관객 각자의 가슴 속에 크고 작은 서사를 남기는 축제. 세계 각지 거리예술가들이 애정을 드러내며 너나 할 것 없이 모여드는 곳. 안산국제거리극축제가 이러한 축제 되기를 바란다. 강창일 안산문화재단 대표이사

[기고] 자화자찬(自畫自讚)

지난 5월16일은 공무원 초임 9급 서기보시보 발령을 받은 지 꼭 40년이 되는 날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참 보람된 날이어서 초임 발령장 사진과 함께 소감문을 페이스북에 올리니 동기 한 분이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묻습니다. 40년 전 19살 까까머리에 면바지, T-셔츠를 입고 발령받으러 가서 복장불량으로 화성군청 행정계장님의 면박을 받고 웃옷을 빌려입고 군수님 발령장을 받아 시작한 公職(공직)의 시작은 硬直(경직)의 출발이었습니다. 그리고 40년 동안 발령장 43장을 받으면서 한 번도 긴장을 푼 일이 없습니다. 발령대상자 인원에 관계없이 줄을 세우고 늦게 오면 야단맞고 일찍 온 공무원 모두에게도 숨이 멈출 것 같은 긴장감을 조성하는 ‘인사계 군기’는 어느 기관에서나 마찬가지였습니다. 10초 안에 끝나는 발령장 받기 의전을 위해 30분, 50분을 긴장한 채 대기하였으므로 결재판처럼 뻣뻣한 발령장을 들고 회의실을 나서면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였습니다. 1990년경까지는 오전에 발령받고 오후까지 이 과(課) 저 부서(部署)를 돌면서 인사를 하고 선배 공무원들은 인사 오는 것이 당연한 듯 여기시면서 늘 반갑게 발령장을 두 손으로 받고 한번 쓰다듬은 다음 다시 돌려주시는 일종의 종교의식을 행하셨습니다. 이른바 나라님의 명을 받은 관직이니 그 기운을 받아들여 자신도 다음번 승진을 기약한다는 의미라고 들었습니다. 인사발령 다음날 복도에는 이삿짐을 싼 보자기를 든 선후배들이 새로운 부서까지 동행하는 이른바 ‘후행’이라는 참 좋은 전통도 있었는데 요즘에는 조금 줄어든 듯 보입니다만 좀 더 발전시켰으면 하는 참으로 인간적인 의식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공직을 마치면서 발령장 의식을 좀 더 부드럽게 하였으면 하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후배 9급 신규공무원 인사발령장을 주는 행사를 주무과에 가서 과장, 팀장, 주무관 등 공직 선배들이 보는 앞에서 줄 세우지 않고 순서 없이 전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경기테크노파크 승진과 전보인사 발령 의식은 기존의 틀에서 조금 일탈한 재미를 더한 세레모니로 진행하였습니다. 아침 9시40분에 1층 현관 로비에 발령대상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습니다. 5본부의 본부장이 함께하고 첫 번째 본부장이 쌓여 있는 발령장 중 중간의 어느 하나를 뽑아 대상자를 호명합니다. ‘김승진씨는 대리로 근무하다가 이번에 과장으로 승진하여 총무팀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발령장을 읽지 않고 인사발령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입니다. 승진을 계기로 결혼을 해서 국가시책에 부응해야 한다는 덕담도 이어집니다. 일동이 박수로 축하합니다. 기다리는 이들은 총무팀이 제공한 과일주스,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발령장을 전하는 본부장, 원장도 한잔 마시는 중입니다. 발령장 전달이 끝나고 전체가 한자리에 모여서 기념촬영을 하였습니다. 뒤편에 매달아 둔 플래카드가 살며시 바람결을 타고 움직입니다. ‘榮轉(영전) 榮進(영진)을 축하드립니다’ 이 플래카드는 다음번 인사발령 세레모니에 또다시 재활용될 것입니다. 경기도 내 공무원 여러분의 昇進(승진)을 기원합니다. 이강석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기고] 생물다양성의 달 5월, 생태계 공존을 되짚어 본다

5월은 가족ㆍ스승 등 우리 주변을 되돌아보는 기념일이 많다. 녹음이 만개하는 이 계절에 생태적으로는 어떨까? 5월 18일부터 23일까지는 습지의 주간이며, 22일은 생물다양성의 날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자 생물다양성의 달이기도 하다. 지구에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서로 공존하며 살아왔다. 인간도 지구 생태계의 한 구성원으로서 다른 생명체들과 함께 생태적 연결고리의 일부로 살아왔다.하지만 인간의 문명이 발전하면서 인간은 다른 어느 지구촌 생명체보다 우월한 지위를 갖고 자연과 다른 생명체들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물론 자연적 요인도 작용했을 것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지구촌 생물종 중 1만 8천여종의 생명체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고, 아무런 조치가 없을 경우 향후 20~30년내에는 지구전체 생물종의 25%가 멸종될 수도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생태적 연결고리가 끊어져버려 일부 생물종이 ‘멸종’된다는 것은 연관된 다른 종들의 연쇄적 파괴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생물학 교수인 폴 에를리히 교수는 아주 먼 미래에는 인간도 지구상에서 사라질 생물 종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생물종 감소와 생태계 파괴에 대한 위기의식으로 국제사회에서는 생물종 보전 필요성에 대한 범지구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생물다양성협약이 채택되었고, 이듬해 12월 29일부터 발효됐다. 생물다양성협약의 목적은 크게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 그리고 공평한 분배에 있다. 즉, 지구촌의 생물종을 잘 보전하는 한편 생물다양성 구성요소의 지속가능한 이용, 그리고 생물자원을 이용해 얻어지는 이익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이다.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서는 생물들이 살아가는 서식지 보존이 우선이다. 환경부는 백두대간과 비무장지대, 섬들로 이루어진 연안지역을 ‘생태계의 3대 중심축’으로 선정, 생태축 복원사업과 보호지역 확대 등을 추진해 생물다양성을 향상시키고 생태계 기능의 연속성을 유지시키려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자연보호지역 비율을 2014년 12.6%에서 오는 2020년에 17% 수준으로 확대, 생물다양성협약 목표(Aichi Target)를 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강유역환경청에서도 개발압력이 높은 수도권 지역이 무분별한 개발로 서식지가 훼손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자연과 조화되는 개발을 유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매화마름(멸종Ⅱ급) 등 멸종위기생물종의 서식지 복원, 불가피한 서식지 훼손시에는 계획단계부터 사후관리까지 대체서식지를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생물다양성관리계약제도 활용해 지역주민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농업활동 등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여 철새보호 활동 등을 하고 있다. 모든 환경문제가 그렇듯이 생물다양성 보전도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생물다양성 보전을 국민 개개인의 참여와 실천활동이 중요하다. 날씨가 좋아 등산을 할 때도 정해진 등산로만 이용해 동물이 놀라거나 식물의 서식지가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고, 도토리 등 산열매는 야생동물에게 양보하며 야생식물을 무분별하게 채취하지 않는 등 생태계 구성원으로서 다른 생물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올해 초 서울시를 통과하는 한강구간에서 수달가족 4마리가 발견돼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들 수달가족이 돌아온 것은 그동안 우리의 작은 노력에 자연이 반응하여 끊어졌던 생태계의 연결고리가 다시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가 아닐까?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가치를 높이기 위해 국민의 관심과 자발적 참여가 절실하다. 생물다양성의 달 5월, 지구촌 생태계를 구성하는 일원으로서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5월이 되길 기대해 본다. 나정균 한강유역환경청장

[기고] 촛불이 만든 대통령, 획기적인 여성정책을 기대한다

한 시대가 가고 새 시대가 열렸다. 구시대는 2016년 10월부터 시작된 최순실-박근혜 국정 농단과 촛불, 그리고 국회 탄핵 소추안 결의 및 헌재 판결에 따른 탄핵, 그리고 장미대선으로 막을 내렸다. 국민들은 그 차가운 겨울, 광화문 광장과 시도의 주요 지점에 촛불을 밝히면서 “이게 나라냐”고 부르짖으며 다 함께 꿈꾸는 이후 세상에 대한 희망을 광장에 풀어 놓았고, 그 광장 목소리는 오늘 한 명의 대통령을 탄생시켰다.문 대통령의 그간 삶의 족적(足跡)이나 공약집에 나타난 약자에 대한 배려심, 성평등 의식 그리고 일찍이 보여 준 정의와 평화에 대한 신념은 미래적 가치를 충분히 담고 있어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기에 충분할 거라 기대해 보며 촛불 민심을 문 대통령께 전하고자 한다. 첫째는 촛불 때마다 불러 이제는 무의식적으로도 흥얼거리게 되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1항과 2항)의 이상을 구현하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1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2항)‘는 것을 항상 잊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상처받고 지쳐있다. 이 아픔에 대해서 지금까지 국가는 전적으로 개인 책임으로 돌려 왔다.하루 살기 어려운 워킹 푸어, 더 이상 포기할 것 없는 5포 세대 청년들, 하루 4시간을 출퇴근으로 길거리에서 보내는 소시민의 삶에 관심도 없고 심한 경우 능력이라는 이름으로 비난까지 했다. 촛불을 든 우리 요구는 소박하다. 밥 벌이를 할 직장이 있고, 8시간 열심히 일하면 최소한의 삶이 보장되고, 알뜰살뜰 저축하면 내 문패 붙은 작은 집을 장만하고, 늙으면 화려하지는 않아도 최소한 인간적 품위는 유지할 수 있을 삶의 보장을 요구한다.이 꿈을 이루어지길 기대하며 권력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위임했다. 이것을 잃지 마시길 부탁드린다. 두 번째로는 남녀 동수 내각,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남녀 임금 격차 해소, 육아휴직 급여 인상,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이용 아동수 기준 40퍼센트까지), 비정규직 감축,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등을 통해 ‘성평등 사회’를 만들겠다는 패미니스트 대통령을 꿈꾸는 문대통령께 현재 여성이 처한 현실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2015년 남녀 임금 격차는 36.7%로 OECD국가 중 15년 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고 남녀 간 경제활동참여비율과 고위직 비율로 분석한 유리천정 지수도 OECD 29개국 중 꼴찌다. 좀 더 들어가 보면 지금 전체 임금노동자의 44%가 여성일 정도로 여성의 노동시장 참가는 늘어났지만 여성 노동자의 55%는 비정규직이고 이들의 근무 조건은 2년마다 일자리를 찾아 떠돌아야 하는 부평초 신세다. 비정규직 급여는 남성 정규직의 35.8%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부분 여성들은 허술한 보육행정체계 및 시장에 맡겨진 보육 정책은 어쩔 수 없이 일과 출산·육아 중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문제 해결을 위해 좀 더 확고한 대통령 의지를 요구한다. 우선 최저임금 시급을 1만원으로 인상하고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하며, 기업의 임금 공개를 의무화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공공 기관을 포함 공무원 고위직은 물론 기업의 관리직 임원 여성 30% 할당제를 실시하는 등 적극적 고용개선조치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 개편이 요구된다. 또한 일·가정 양립정책 확대 실시로 여성경력 단절을 막는 것도 이 정부가 이루어야 할 중요 정책 과제다. 취임사에서 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 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이 따뜻한 말이 대한민국 국민의 삶의 현장에서 체감할 날을 속히 오길 기대하며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한옥자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장

[특별 기고] 문재인 정부, 성공 관건은 ‘소통’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이번 대선은 헌정사상 첫 대통령 파면에 따른 궐위선거였고, 심각한 정신적 타격을 입었던 국민이 5년 임기의 새로운 대통령을 고용하는 선거였다. 그리고 지금부터 대한민국은 그 누구도 가지 않았던 미지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첫날부터 야 4당 지도부와 만나 국정운영의 협조를 요청했다. 취임 후 첫 업무지시는 일자리 위원회 설치였다. 국정 방향과 목표 수립을 위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이다. 과거 정부에서 대선공약은 당선과 동시에 잊어버리고 현실적 상황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괴변이 나왔던 시점인데, 대선공약을 5년짜리 대국민 고용계약서로 다루고 있는 것 같아 반갑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인수위도 없이 국정 운영을 시작하는 급박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사상 최대 규모의 가계부채와 치솟는 청년실업, 사회양극화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 등 풀어야 할 숙제가 가득하다. 하지만 돈이 없다. 대한민국이 짊어진 국가부채는 이미 1천400조를 넘어섰다. 정치 상황도 최악이다. 벌써부터 강공을 준비하고 있는 여소야대의 국회를 상대해야 한다. 보수 언론의 공격과 적폐청산으로 지목된 권력기관의 반격도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 문재인 대통령은 제3기 민주정부를 선언했다. 그렇다면 1,2기 민주정부의 실수, 반성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특히 참여정부 출범 당시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참여정부의 최대 실수는 대선공약을 중심으로 하는 국민ㆍ국회와 대화와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었고, 옳은 말이라도 상대방이 하면 싫다는 삐침(hate)의 정치학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선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법과 제도의 보완점이 무엇인지를 정리했던 참여정부 인수위 활동 보고서 제목은 ‘천상과 지상의 대화’였다. 이와 같은 이유로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대화’이다. 우선 국민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진솔한 대화를 시작하는 일이다. 대통령과 국민의 대화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는 담대한 용기가 있어야 한다. 정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진지한 고백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계부채와 청년실업, 사회양극화와 저출산 고령화 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는 진솔하게 고백해야 한다. 국민도 대통령의 실패는 대한민국의 실패라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또 경청하는 대통령으로 사용하려면 임기 5년짜리 대국민 봉사자인 대통령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용설명서를 준비해야 한다. 두 번째는 국회와의 끈질긴 대화와 설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4대 비전 12대 약속, 201개 공약을 담은 대선공약집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새로운 대통령에 고용됐다. 국회의 입법과 예결산 심의과정에서의 협력을 견인하지 못하면 이행이 불가능하다. 국회는 삐침(hate)의 정치학을 넘어 민주적인 기본질서에 충실해야 한다. 국민이 대선공약 이행 여부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도록 연 1회 주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해야 한다. 일부 언론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대선공약 때문에 나라가 ‘거덜’나는 일은 결코 없다. 국회와 타협과정에서 국민과의 약속이 민주적으로 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위기는 대화의 단절과 상호불신,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무시하거나 훼손하는 오만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기고] 가장 좋은 복지는 장애인 일자리

인천시 동구에 거주하고 있는 23세 A씨와 22세 B씨는 지적장애 여성이다. 이들은 3년전부터 발달장애인에게 제공하는 요양보호사보조 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다. 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를 보조하는 일이다. 중증장애를 가진 이들은 이를 계기로 2016년과 2017년에 요양보호사 국가자격증을 취득했고, 지금은 보조가 아닌 정식 직원으로 노인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장애인일자리 지원 사업을 통하여 직업을 체험하고, 꿈을 가지게 되었으며, 직업훈련을 통해 장애를 극복하고 국가자격증을 취득함으로써 당당히 사회의 일원으로 서게 됐다. 그리고 자신보다 더 힘든 상황에 처한 어르신들을 도우면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장애인의 취업은 아직까지 쉽지 않은 도전이다. 2016년 장애인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8.5%이며, 이중 중증장애인은 21.7%에 불과하다. 전체 인구의 63.3%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자리는 장애인의 복지에 있어 생활 안정과 소득 보장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또한 장애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의 삶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이에 인천시에서는 장애인들의 자립과 자아실현의 가치를 실현 할 수 있도록 장애인 1,436명에게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다. 인천시 장애인 일자리 시책 중 첫째는 장애인 직업적응 훈련을 위한 시범 일자리 사업인 ‘아이캔두(I can do)프로젝트’다. 장애인 고용에 대한 인식 개선 및 고용분위기 확산을 유도하기 위해 30명 대상으로 인턴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둘째는 중증장애인 직업재활 프로그램 운영으로 29개소의 시설에서 중증장애인에게 적합한 직업상담을 하고, 자격증 취득 및 직업훈련을 통해 취업할 수 있도록 맞춤형으로 직업재활을 지원하며, 현재 854명이 산업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셋째는 장애인에 대한 공공 일자리 직접 제공이다. 일반 고용시장에서 취업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적합한 직무 유형의 일자리로 행정도우미, 장애인 전용주차구역 단속, 시각장애인 안마사파견,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사업 등 5개 직종에 552명의 장애인이 혜택을 보고 있다. 이외에도 공공기관에서는 전 직원의 3.2% 이상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하고 있고, 중증장애인 생산품을 총구매액의 1% 이상 사도록 하고 있다. 또 장애인 고용장려금을 기업에 제공해 장애인이 일을 하며 비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장애인과 그 가족이 바라는 것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 없는 세상은 여기서 시작된다. 신임 대통령의 제1호 업무지시가 일자리 위원회 설치인 만큼 요즘 국가정책의 큰 화두가 ‘일자리’다. 그 일자리에는 우리 장애인 일자리도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천시와 같은 행정기관만의 노력뿐 아니라 전시민의 관심과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가장 좋은 복지는 일자리이다.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일자리를 통해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을 기대해 본다. 김태미 인천시 장애인복지과장

[기고]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 2년

10년 쯤 전, 연예인들의 학력위조가 크게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꽤 이슈가 됐던 일이니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부와 인기를 한 몸에 받아 온 유명 연예인들마저도 고교졸업을 대학졸업으로 속이거나 유명한 대학이나 입학점수가 높은 전공으로 자신의 출신학교, 전공을 바꿔치기 하기도 했다. 이들이 학력을 위조한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의 시선, 좋은 학교를 나왔다면 더 높여보는 학력과 학벌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양심마저 져버리고 벌인 일이었다. 그 후 10년, 우리 사회는 달라졌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달라지긴 한 것 같다. 이제는 한국을 넘어 세계적 아이돌그룹으로 불리는 빅뱅의 경우 멤버 다섯 중 둘이 고등학교 중퇴자이다.음원깡패라고까지 불리며 힙합음악 뮤지션 중 단연 손에 꼽히는 도끼는 중학교 중퇴다. 이들은 정규 학업을 중단한 데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고,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이들의 학벌을 기준으로 연예활동을 문제 삼지는 않는다. 이 밖에도 많은 아이돌가수, 연예인들이 당당하게 학업을 중단했음을 밝히며 학벌과 졸업장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고 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유명인에 대한 편견은 상당히 개선되었을지는 모르나, 유명인이 아닌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우리 ‘학교 밖 아이들’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많은 학교 밖 아이들이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가장 힘든 점을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으로 꼽았다(2015,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또 열린의사회가 지난해 11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당신이 생각하는 학교 밖 청소년의 이미지’의 60%가 ‘문제 청소년’이었다고 한다. 학교 밖 청소년을 여전히 문제아, 자퇴생으로만 보는 우리의 편견이 아직은 지배적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학교 밖 청소년은 일부 문제가 있는 청소년의 일탈의 결과만은 아니다. 사회의 구성이 복잡해지고, 보편적 규범보다는 다양성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사회로 변모하면서 정규교육 역시 하나의 선택지로 생각하는 가치관은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실제로 매년 6만 여명의 학업중단 학생이 발생하고 학교 밖 청소년이 약 28만 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학교 밖 청소년 역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인 것이다. 또 실제로 어떠한 문제가 있어서 학교를 떠났다 하더라도 낙오되지 않도록 이끌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역시 성숙한 사회가 해야 할 책무이다. 다행히 정부는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지원정책을 꾸준히 마련해 왔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지난 2007년 청소년 자립준비 아카데미 ‘두드림존 프로젝트’ 시범운영하면서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사업을 시작했고, 2014년 5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법적 근거를 지닌 안정적인 정책 사업으로서의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그 결과, 2017년 3월 현재 전국적으로 202개의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꿈드림’이 설치되어 검정고시 등 교육지원을 비롯하여 상담지원, 직업체험 및 취업지원 등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 학교 밖 아이들이 아직은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이 더 필요한지 어떤 지원이 더 현실적인지 늘 살피고 정책을 고민하는 노력이 진행 중인 것만은 확실하다. 여기에 힘을 보태기위해서는 우리 각각의 머릿속에 있는 학교 밖 아이들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바뀌어야만 할 것이다. 오는 28일은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 2주년이 되는 날이다. 학력과 학벌로 사람을 판단하는 잣대를 버리고, 우리 학교 밖 청소년이 건강하고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성과 개성을 존중하며 내면의 가치를 돌아보는 그런 우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장정은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사장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