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의학수준 걸맞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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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 전만 해도 일반인들에게 호스피스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았으나, 최근들어 호스피스 전문기관의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중매체나 언론에서도 관련 내용들을 많이 다루고 있어 일반인의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도 많이 개선됐다.

 

특히 내년 2월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호스피스-연명의료법)’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말기환자가 접하게 될 의료상황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 올해 8월부터는 호스피스-연명의료 결정법의 대상환자가 말기암 환자에서 만성폐질환, 간경변, AIDS 환자들로 확대적용된다. 인하대병원도 2년 전부터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병동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최신의학을 바탕으로 주로 의료적인 면에서 암 환자들을 돌봐 왔으나, 호스피스 병동을 통해 전인적인 돌봄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병동을 운영하면서 내 자신에게도 많은 도전과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말기환자들이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는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아니라, 소중하고 존엄한 시간을 보낼 권리가 있는 존중 받아야 하는 사람들임을 더욱 느꼈다.

 

생의 마지막 순간들을 용기 있게 받아들이고 하루하루를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환자들을 만날 때면,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까운 순간들도 많이 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에 입소하는 것을 주저하다가 임종하는 환자와 가족들을 볼 때면, 환자와 가족의 인식개선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아직도 많음을 절감한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병동에 오길 원했으나 병실이 나지 않아 끝내 일반병동에서 임종을 맞는 환자들을 보는 것도 마음을 아리게 한다. 다행스럽게 완화의료도우미(간병서비스) 제도가 시행돼 저렴한 비용으로 훈련된 전문 간병인의 도움을 받을 길이 열렸다.

 

이전에는 환자의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가정 일을 뒤로 미루고 가족들이 간병을 전담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가족의 간병이 여의치 않아 개인 간병인을 고용하는 경우에는 병원비의 서너배가 되는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인하대병원도 5월부터 간병서비스제도를 시행하면서 이러한 가족들의 짐이 크게 덜어졌다. 가족들이 보다 안정된 상황 속에서 환자와 의미 있는 시간을 나누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고, 간병의 수준도 예전보다 크게 향상됐다.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최근 급격하게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상적인 호스피스를 실현하기 위해선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 아직도 환자와 가족의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고, 전문인력의 양성이나 자원봉사자의 확보도 시급하다.

새로 실행될 호스피스-연명의료법도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도움이 될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여기에 호스피스 전문기관의 지속적인 질 관리도 꾸준히 요구되고 있으며, 원활한 돌봄을 제공하기 위한 수가체계의 개선도 필요하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한국의 최신 의학수준에 걸맞게 호스피스 완화의료 또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현규 인하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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