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첫날부터 야 4당 지도부와 만나 국정운영의 협조를 요청했다. 취임 후 첫 업무지시는 일자리 위원회 설치였다. 국정 방향과 목표 수립을 위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이다. 과거 정부에서 대선공약은 당선과 동시에 잊어버리고 현실적 상황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괴변이 나왔던 시점인데, 대선공약을 5년짜리 대국민 고용계약서로 다루고 있는 것 같아 반갑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인수위도 없이 국정 운영을 시작하는 급박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사상 최대 규모의 가계부채와 치솟는 청년실업, 사회양극화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 등 풀어야 할 숙제가 가득하다. 하지만 돈이 없다. 대한민국이 짊어진 국가부채는 이미 1천400조를 넘어섰다. 정치 상황도 최악이다. 벌써부터 강공을 준비하고 있는 여소야대의 국회를 상대해야 한다. 보수 언론의 공격과 적폐청산으로 지목된 권력기관의 반격도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
문재인 대통령은 제3기 민주정부를 선언했다. 그렇다면 1,2기 민주정부의 실수, 반성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특히 참여정부 출범 당시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참여정부의 최대 실수는 대선공약을 중심으로 하는 국민ㆍ국회와 대화와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었고, 옳은 말이라도 상대방이 하면 싫다는 삐침(hate)의 정치학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선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법과 제도의 보완점이 무엇인지를 정리했던 참여정부 인수위 활동 보고서 제목은 ‘천상과 지상의 대화’였다.
이와 같은 이유로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대화’이다. 우선 국민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진솔한 대화를 시작하는 일이다. 대통령과 국민의 대화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는 담대한 용기가 있어야 한다.
정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진지한 고백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계부채와 청년실업, 사회양극화와 저출산 고령화 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는 진솔하게 고백해야 한다. 국민도 대통령의 실패는 대한민국의 실패라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또 경청하는 대통령으로 사용하려면 임기 5년짜리 대국민 봉사자인 대통령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용설명서를 준비해야 한다.
두 번째는 국회와의 끈질긴 대화와 설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4대 비전 12대 약속, 201개 공약을 담은 대선공약집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새로운 대통령에 고용됐다. 국회의 입법과 예결산 심의과정에서의 협력을 견인하지 못하면 이행이 불가능하다. 국회는 삐침(hate)의 정치학을 넘어 민주적인 기본질서에 충실해야 한다. 국민이 대선공약 이행 여부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도록 연 1회 주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해야 한다.
일부 언론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대선공약 때문에 나라가 ‘거덜’나는 일은 결코 없다. 국회와 타협과정에서 국민과의 약속이 민주적으로 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위기는 대화의 단절과 상호불신,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무시하거나 훼손하는 오만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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