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갈등과 치유 포럼’을 마무리하며

지난해 말부터 있어왔던 촛불정국에서 국민들이 보여 주었던 소통을 위한 절박함과 절절함은 선거를 앞당기며 대통령을 새로 뽑는 결과를 낳았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불통으로 인해 유발되었던 많은 사회적비용의 폐해를 경험하게 되었고,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변화의 시점에 와 있다. 또 갈등을 예방하고 해결하려는 갈등관리 능력이 변화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이라고 갈등을 다루는 전문가들은 말해왔다. 인천시 부평구는 공공갈등조정제도를 도입한지 6년 만에 ‘갈등예방과 해결, 치유를 위한 갈등관리힐링센터’를 올해 개소했으며 지난달 ‘부평 갈등과 치유 포럼’을 개최했다. 갈등을 관리하고 해결하기 위한 절차뿐만 아니라 갈등으로 인한 트라우마(심리적 상처)를 해소하고 평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도와주는 치유적 절차를 마련한 것이다. 부평구가 진행하는 갈등예방과 해결, 치유를 위한 과정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실시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렇다 보니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연구자들 사이에 부평의 갈등관리제도는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문의도 이어진다. 센터의 기능에 갈등과 관련한 세미나와 토론회 등을 진행할 수 있도록 규정돼 이번 포럼의 개최가 가능했다. 부평구가 제도를 처음 도입, 운영해왔고 치유센터도 만들었으니 당사자 주민뿐만 아니라 행정·전문가 등이 함께 정례적으로 갈등을 다뤄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전문가들의 요청에 의해 예상보다 빠르게 개최하게 되었다. 홍미영 구청장은 이번 포럼에서 ‘갈등관리힐링센터의 역할과 효율적인 운영방안’ 발제를 통해 정책을 처음 도입하고 제도를 발전시켜왔던 철학의 기본정신을 역설했다. 특히 ‘지역사회 내부 갈등의 자율적 해결, 갈등당사자와 지역사회가 함께 갈등을 해결함으로써 지역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고, 더불어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는 주민자치역량을 강화하며 이러한 과정은 법치를 넘어 합의에 의한 해결의 행정패러다임의 변화에 있다고 했다. 이는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행정을 구현하기 위한 방향이며 갈등치유를 위해 사후관리, 공동체회복, 법·제도 등의 지속성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토론에 참여한 서정철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이사는 갈등예방과 조정기능을 강화하고 사후적인 치유를 지원하기 위한 센터의 개소는 정책의 완결적인 구조를 만든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곳에서 ‘갈등을 해소하거나 완화하기 위한 인문학도 진행됐으면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김선혜 평화여성회 갈등해결센터장은 지역사회 평화형성을 위한 연결과 회복, 자율성과 안정의 지속성 등, 갈등을 다루는 사회적, 문화적 배경으로 3자를 이용한 해결이 늘어나고 있어 이웃 간에 분쟁을 해결하고 지역의 평화를 이루는 센터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 문용갑 한국갈등관리조정연구소장은 지역의 학교와 시설, 조직과의 연대를 통해 지역 내 갈등을 해소하는 거점역할이 가능 할 것이며, 이후 센터의 기능과 역할이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참여자들은 결국 실제 갈등관리시스템이 구축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시기에는 지도자에 의한 관심과 리더십 등이 제도 구축과 시행 등에 크게 영향을 준다고 보았다. 다음 포럼은 가을에 이어질 예정이다. 김미경 인천 부평구 공공갈등조정관

[기고] 청렴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길

청렴(淸廉). 많이들 들어봤기 때문에 새로울 것이 없는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맑고 살핀다는 의미를 가진 이 말은 사람의 성품과 행실이 맑고 깨끗하며 재물 따위를 탐하는 마음이 없는 것을 뜻한다. 과거에도, 그리고 오늘날에도 공직자의 최고 덕목으로 꼽는다. 하지만 신문이나 TV 등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공직자의 비리는 끊임없이 문제가 되고 있다. 물론 소수의 잘못이 공직사회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로 인해 국민들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조직이 돼가고 있음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공직자의 이미지가 부패한 이미지로 낙인 찍힐 것을 생각하면 공직자로서 매우 안타깝다. 그렇다면 사회적으로도 또 공직사회 내부적으로도 청렴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위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개인의 양심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도 있고, 완벽하지 못한 사회 시스템에서 이유를 찾을 수도 있다. 먼저 개인의 양심, 도덕성을 그 이유로 들자면 공직자들의 청렴 의식 부족이다. 혹은 알고 있어도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조직 내의 암묵적인 관행, 고쳐나가야 할 관습임이 분명하다. 또 개개인 스스로 청렴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청렴도 1위의 핀란드나 싱가포르에서는 개인의 양심에 기대어 청렴을 외치진 않는다. 투명한 정보공개와 자금유통, 옴부즈맨 제도 등 청렴한 사회를 위한 제도적 시스템을 만들어 뒷받침하고 있다. 또 비위를 행한 공직자들에 대한 처벌 역시 엄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사회시스템이 진화하고 원활하게 작동함으로써 청렴 선진국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부정청탁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많은 부정부패가 사라지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공직자의 의식이 희미해지고 나는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다시 예전처럼 부정부패가 만연해지는 것이 아닐까하는 우려도 든다. 아직 부정청탁금지법의 시행초기로서 공직 및 국민들 사이에 정착되지 못한 이유일 수도 있을 것이다. 청렴이 자연스러워질 때 국민은 행복해지고, 사회는 건강해질 수 있다. 이런 사회를 만들려면 우리 개인의 양심과 제도적 시스템을 통하여 청렴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물론 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꼭 이루어내야 할 숙제가 아닐까. “공직자 노릇을 잘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자애로워야 하고, 자애로우려면 사람은 반드시 청렴해야 하고, 청렴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검약(儉約)해야 한다”고 강조한 다산 정약용. 우리 수원소방서는 다산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깨끗한 공직 풍토 조성에 앞장설 것이다. 더 나아가 청렴한 공직사회를 후배들에게 물려주겠다는 사명감으로 비위 근절 및 청렴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김광수 수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기고] 졸음운전 그 완벽한 미스매칭

매칭(Matching)은 외국어이지만 이제는 거의 외래어처럼 사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쓰임도 다양하여 일자리매칭, 인용매칭, 펀드매칭, 패턴매칭 등 다양한 분야에 고루 쓰이고 있지만 도달점과 지향점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매칭의 본래 어원은 결합, 교집합, 일치, 정합 등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의미 해석이 확대되어 학문, 경제, 스포츠, 언론, 정치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전문용어처럼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현대생활 속 다양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매칭은 더욱 더 중시되고 있으며, 향후에도 그럴 것이다. 결국 매칭은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반면 미스매칭(Mismatching)은 부정합, 불일치, 실패 등을 의미하며 매칭 못지않게 쓰임새는 높지만 고용정책 미스매칭, 수능시험 난이도 미스매칭 등 매칭의 반대개념 즉, 부정적 의미로 어떤 일의 추진이 하고자 하는 목표와 방향에 부합하지 못하고 진행과정 중에 멈추거나 실패한 경우에 주로 사용한다. 우리가 도로라는 국가 재산을 공유하고 이용하면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몇몇 사례가 있는데 그 중에 가장 위험한 미스매칭은 졸음운전이라고 할 수 있다. 졸음운전은 운전자 뿐 만 아니라 동승자는 물론 상대차량 탑승자의 생명을 모두 앗아갈 수 있는, 운전자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완벽한 미스매칭으로 발생하는 준 살인행위로서 그것이 대형 버스라면 그 결과는 더욱 처참하다는 것은 경험을 통하여 알 수 있다. 지난해 강원도 봉평터널 부근에서 발생한 대형 관광버스 참사는 꽃다운 청춘 4명의 생명을 앗아갔고, 그리고 불과 한 달 여전에 둔내터널 부근에서 발생한 고속버스 추돌사고로 인생 황혼기를 즐기시던 어르신 5분이 다른 세상으로 가셔야 했다. 그밖에 졸음으로 인한 사고는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봄가을 행락철 및 여름 휴가철 교통경찰이 교통사고 참사를 불러오는 여러 유발요인 중 으뜸으로 졸음운전을 꼽는 것은 이미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2016년 한해 전체 교통사고는 22만917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4천292명이 숨지고 33만1천720명이 다쳤다고 한다. 이 작지 않은 교통사고 중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2천433건이 발생하여 98명이 사망하고 4천899명이 부상했다고 한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발생하는 인적 피해와 사회적 비용이 실로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면 운전 중 일어나는 졸림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나? 라는 질문에 한국운수산업연구원의 연구결과는 가까운 졸음쉼터 또는 휴게실에 들러 간단한 체조, 세안, 수면, 음료수 섭취 등 잠을 깰 정도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고 권하고 있다. 특히 대형버스 등 사업용 차량 운전기사는 4시간 연속 운전 후 최소 30분간 휴식을 취하도록 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령 의무화를 잘 지키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또한, 외부관리기능으로 운전자 졸음운전 통제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 운전석 대시보드 및 백 미러에 운전자의 졸음상태를 실시간 체크하는 시스템을 설치하고, 대형버스의 경우 사내 중앙통제실에서 버스 출발 전 운전자의 피로도를 측정하고 출발 후 30분마다 주기적으로 운전자의 졸음정도를 통제하는 의사소통을 운전자와 실시함과 동시에 운전자에게 휴식안내 멘트 또는 경고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보내야 할 것이다. 또한 운전자의 눈동자 인식 전산시스템이나 선글라스에 졸음방지 센서를 부착하여 졸음을 쫓는 시스템 도입도 검토할 만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즐거운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길 내 생명은 내가 지키겠다는 운전자 스스로의 마음가짐과 선진국 수준의 높은 교통안전 의식이 더더욱 절실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올 휴가철에는 봉평터널과 둔내터널 교통사고와 같은 안타까운 졸음운전 미스매칭 사고 소식을 매스컴에서 한 건도 안 들었으면 하는 꿈같은 작은 소원을 기대해 본다. 김덕룡 손해보험협회 수도권본부 본부장

[기고] 부천시 문화관광콘텐츠과 신설 1주년을 맞으며

부천시는 지난 2016년 7월4일 ‘문화로 행복하고 관광으로 풍요로운 문화관광특별시 부천’을 비전으로 ‘2025년 관광객 1천만명(외국인 관광객 100만명) 유치’를 목표로 관광콘텐츠과가 출범한지 1년을 맞이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한국을 방문한 외래 관광객은 1724만1천명이며 이중 중국인 관광객이 806만7천명, 일본인 관광객이 229만7천명, 미국인 관광객이 86만6천명으로 나타났으며, 지난 한 해 동안 부천시를 찾은 관광객은 200만명이며 이중 외국인 관광객은 6만 2천여명이다. 통계수치로 보는 부천의 관광여건은 미약하기 그지없다. 부천은 천연 자연 경관도, 찬란한 문화유산도, 그리고 신나는 놀이시설도 없는 관광자원 부재 지역이라고들 말한다. 그렇다면 부천시는 정말 관광자원이 빈약하여 굴뚝 없는 공장, 서비스산업의 총아로 불리는 관광산업의 미래는 없는 것일까. 부천시는 1970년대 서울과 인천이라는 대도시 사이에 위치한 접근성을 바탕으로 제조업의 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고도성장을 구가하였으나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에 따른 각종 규제로 인하여 성장이 멈추고 베드타운화되어 도시의 정체성을 잃어갔다. 이에 따라 사람·문화·경제의 3대 핵심 키워드 속에서 문화를 매개로 일자리를 만들고 시민들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정책을 추진하며 1997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시작으로 1998년 부천국제만화축제, 1999년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축제 등 문화 체험 관광의 원천인 문화콘텐츠 육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최근 부천에서는 지난해 관광콘텐츠과 출범과 함께 영화제를 통한 관광객 유치를 위하여 중국인 관광객 600여명을 영화제 개·폐막식에 초대하여 한류와 전통시장을 체험하였으며 일본인 관광객 300여명이 마루광장에서 장근석 토크쇼를 관람한 바 있으며, 만화축제 관광열차가 운영되고, 한국만화박물관역을 지나는 지하철 7호선에는 미생열차와 웹툰열차가 운행되며, 전국 초중고 수학여행단을 유치를 위하여 만화, 로봇, 진로직업체험을 결합한 ‘에듀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지난 3월에는 중국 북경에 부천 등 경기서남권 5개 도시 관광홍보관을 개관하여 중국관광객 유치에 앞장서고 있으며, 지난 5월에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과 하바롭스크시에서 가톨릭 성모병원, 순천향대 부천병원, 세종병원 등 관내 대표 의료기관이 참여하여 현지 의료관광 에이전시를 대상으로 ‘부천관광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러나 출범 1년차 부천시 관광콘텐츠과에 과제도 남아 있다. 민관 협력을 통한 관광산업 육성을 위하여 관광산업 관계자, 시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관광협의회 설립’이 급선무이며, 또한 상동영상단지 개발과 연계한 상동 관광특구 지정, 관광산업 육성사업을 추진할 재단 등 전문기관 설립 등이 필요하다. 새로운 정책이 개발되어 환경이 개선되고, 이를 추진하고 지원하는 공무원과 시민이 함께 한다면 부천은 특화되고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기반으로 문화관광, 체험관광을 선도하여 ‘관광객 1,000만명, 외국인 관광객 100만명 시대를 여는 ‘문화관광특별시 부천’으로 발전하리라 확신한다. 오동택 부천시 관광팀장

[기고] 여름철, 모기매개 감염병 주의하세요

날씨가 더워짐에 따라 우리 수면을 방해하는 불청객 중에 열대야도 있지만, 모기는 소음과 더불어 가려움, 각종 질병으로 우리를 위협한다. 이러한 모기가 매개체가 되어 발생하는 질병으로는 말라리아, 뎅기열, 일본뇌염, 황열, 치쿤군야 등이 있다. 이러한 매개모기는 주로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등 온대-열대지역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며, 해외여행 시 많이 유입되고 있다. 예방법은 크게 예방접종, 예방약, 원인회피 등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예방접종이며 여행 전 예방접종을 하면 된다. 예방접종이 개발된 모기매개성 질환은 황열, 일본뇌염이 있으며, 예방접종이 개발되지 않지만, 효과적인 예방약이 개발되어 있는 질환에는 말라리아가 있다. 말라리아는 대부분 경미한 증상을 나타내고 사망이 드문 삼일열 말라리아가 있으며, 주로 유행하는 지역은 중미, 중동, 터키, 대한민국 등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의 개발도상국 풍토병이 유행하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말라리아는 증상이 심하고 치명적일 수 있는 열대성 말라리아가 유행하고 있기 때문에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말라리아의 증상은 감염된 모기에 물린 후 약 14일 정도 지난 뒤에 증상이 나타나지만, 삼일열 말라리아는 1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감염 시 춥고 온몸이 떨리는 오한, 39~41℃ 고열, 옷과 침구를 적실 정도 발한의 증상이 반복적으로 진행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두통이나 설사, 구역 등의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일본뇌염은 최근 20년 만에 6월 경보발령이 돼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 일본뇌염이란 작은빨간집모기가 매개체가 되어 발생하는 질환으로써 일본뇌염에 감염된 모기가 사람을 물면 인체 내로 바이러스가 들어와 감염을 일으켜 급성 신경계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또 뎅기열은 뎅기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되어 생기는 병으로 고열을 동반한 급성 열성 질환이다. 뎅기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가 사람을 무는 과정에서 전파되며, 아시아, 남태평양,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의 열대지방과 아열대지방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병이지만, 최근 유행지역에 다녀온 후 발병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모기매개 감염병의 예방을 위해서는 예방백신 및 예방약이 있는 경우 반드시 접종하여야 하며, 모기회피 방제 요령을 숙지하여 노출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에서 권장하는 모기회피 방제요령은, 첫째, 야외 활동 시 밝은 색의 긴 바지와 긴 소매의 옷을 입어 피부노출을 최소화하고, 모기가 흡혈하지 못하게 품이 넓은 옷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둘째, 노출된 피부나 옷, 신발 상단, 양말 등에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고, 야외 활동 시 모기를 유인할 수 있는 진한 향수나 화장품 사용은 자제하는 게 좋다. 셋째, 가정 내에서는 방충망 또는 모기장을 사용하고, 캠핑 등으로 야외 취침 시에도 텐트 안에 모기 기피제가 처리된 모기장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넷째, 매개모기 유충의 서식지가 될 수 있는 집주변의 웅덩이, 막힌 배수로 등에 고인 물을 없애서 모기가 서식하지 못하게 한다. 홍은희 한국건강관리협회 인천시지부 원장

[기고] 반려가족·동물 모두 행복할 때, 진정한 인류국가 될 수 있다

지난해 전 국민이 충격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SBS TV 동물농장에서 방송한 ‘강아지공장’ 편을 통해 그 동안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동물생산업(번식업)의 민낯이 낱낱이 공개된 것이다.방송에서는 농장주가 강아지들에게 직접 주사를 놓고, 인공수정을 하고, 심지어 제왕절개 수술까지 하는 장면이 공개되어 큰 논란거리가 되었지만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수의사도 아닌 번식업자가 그렇게 주사를 놓고, 수술을 하더라도 불법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수의사법에서 ‘수의사 이외에 다른 사람은 동물 진료를 할 수 없다’ 라고 규정해놓았으면서도, 자기가 사육하는 동물에 대한 진료행위는 허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명 ‘자가진료 허용 조항’으로 무면허 진료가 가능하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자기가 키우는 동물이라면 동물의 종류에 상관없이 수술을 하든 주사를 놓든, 수의사가 할 수 있는 어떠한 종류의 진료행위를 하더라도 불법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에 동물보호단체와 수의사단체가 반려동물에서만이라도 자가진료를 금지해달라고 요청했고, 자가진료 금지 동물보호법 개정 및 수의사법 개정 요구에 무려 3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동참하게 되었다. 결국 정부도 반려동물 자가진료 금지에 나섰고, 국회 공청회 등을 거쳐서 반려동물의 자가진료를 금지하는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자가진료가 허용된 동물의 종류에서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제외시키는 내용으로 개정안이 7월1일부터 시행됐다. 자가진료가 금지된다고 하니 “그럼 약도 못 먹이는 거야?”, “약도 못 발라주는 거야?”라고 궁금해 하는 분들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농식품부에서는 법 시행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줄이고자 반려동물의 자가진료가 금지된 이후에도 보호자가 할 수 있는 자가처치 행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작할 예정이다. 그런데 농식품부는 이 가이드라인에 약을 먹이는 행위, 약을 발라주는 행위 등 통상적인 처치 행위 이외에도 피하주사를 포함시키려고 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자신의 반려동물에 대한 주인의 진료행위를 법으로 금지시키자고 해놓고 한편으로는 주사를 놔도 된다는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다. 식용목적으로 개를 기르는 육견 농장과 강아지공장(동물생산업, 동물번식장)에서는 현재 농장주가 직접 동물들에게 주사를 비롯한 온갖 무면허 진료행위를 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시장으로 팔 ‘개고기’와 펫샵으로 판매할 ‘강아지’를 싸게 생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농식품부가 이야기하는 ‘국민 편익’이라고 하는 것은 직접 온갖 주사행위를 하고 있는 육견협회 종사자들과 일부 번식업자들을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문이 생긴다. 농식품부는 반려동물에 대한 주인의 피하주사 행위를 허용한다면서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사례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미 약품 관리 체계 등이 완비되어있는 동물복지 선진국과의 비교는 그 자체로 의미가 없다. 미국, 영국, 일본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대규모 개농장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은 주별로 상황이 다르며, 일본은 모든 반려동물 백신이 처방대상으로 포함되어 있어서 수의사의 지도·처방 없이 무분별한 자가 백신 접종 자체가 불가능하다. 주사기를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불법인 곳도 있다. 국민들의 동물보호복지에 대한 인식이 발전하면서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민법을 개정하고, 헌법에 동물의 권리(동물권)를 명시해달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동물보호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도 이러한 사회 인식에 맞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1천만 반려가족과 반려동물이 함께 행복할 때, 우리나라가 진정 위대하고 도덕적인 일류 국가로 거듭날 수 있다. 이성식 경기도수의사회장

[기고] 통합물관리로 극심해지는 자연재해 대비해야

과거 우리나라의 자연재해는 주로 장마, 태풍 등에 의한 홍수피해 였으나, 최근에는 극심한 가뭄을 3년 동안 연속하여 겪고 있으며 피해 또한 점점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어느 기상학자는 ‘우리나라는 현재 극대 가뭄주기에 들어섰으며, 2025년에 그 정점을 찍을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등 많은 학자가 가뭄에 대한 경고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금년도 한강 수계 강수량은 현재까지(6월26일 기준) 예년대비 48.6% 수준으로 예년의 절반을 밑돌고 있으며, 특히, 서울·경기지역은 역대 최저 강수량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 9월부터 가뭄발생에 대비하여 K-water가 관리하는 한강수계 다목적댐은 실수요량 공급 및 발전 댐 연계운영을 통해 선제적으로 용수를 비축하였고, 3개 다목적댐(소양강, 충주, 횡성)의 저수량은 현재 19.2억㎥으로 예년대비 93%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댐으로부터 용수를 공급받는 지역의 생공용수 공급에는 큰 지장은 없으나, 지류하천은 지속된 강수량 감소로 강과 하천엔 물이 마르고 농경지에는 어린 작물들이 타들어가고 있다. 북상하는 장마전선이 아직 남해상에 머물러 있고 6월 23일부터 간헐적인 강우를 보이고는 있으나, 장기간 계속된 가뭄으로 본격적 장맛비가 있기 전까지 완전한 해갈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경기도 서·남부지역(평택, 안성, 화성 등) 중심으로 가뭄이 심화되고 있으며 농업용수 부족으로 모내기를 아직 끝내지 못한 경우도 있어, 중앙정부 및 지자체와 물관리를 담당하는 각 기관이 협력하여 부족한 용수공급에 비상대처 중인 상태다. 이에, K-water 한강권역본부에서도 5월 말부터 가뭄지역 지원방안 및 비상대책본부를 구성하고, 가뭄 피해 및 우려 지역에 대해 비상용수공급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약 1천100km에 이르는 수도권 광역상수도 관로를 활용하여 310천㎥의 팔당호 물을 인근의 고갈된 농업용 저수지와 취수장애가 발생하여 단수가 우려되는 평택시 및 수원시에 광역상수도 정수를 긴급히 공급하였다. 또한, 국가 지하수 관측 공을 통한 용수공급, 170대의 물차와 160천 병의 병물 지원 등 가뭄극복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으며, 현재의 가뭄 심각 상황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제고 및 물 절약 생활 실천을 홍보하기 위해 가뭄 심화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가두 캠페인도 실시하였다. 이렇듯 심각해진 가뭄에 지자체 및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점은 고무적이나,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변화에 대비하여 과학적인 물관리를 할 수 있는 체계, 즉 통합 물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통합 물관리란 유역 전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통합관리하여 효율성, 공평성,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시너지가 극대화되도록 물을 관리하는 것으로, 그동안 물관리는 수량수질, 용도 및 대상별로 구분되어 각 부처가 담당했으나, 빗물-수자원-상하수도-지하수-해수까지 포괄적으로 물순환에 기초한 수량·수질 통합관리가 가능하도록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기존의 물관리기술에 대한 통합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물 관련 이해 관계자들과도 긍정적인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사회정책적인 물 관련 플랫폼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정부에서도 최근 물관리 일원화 정책과 더불어 유역 차원에서 수질, 수량, 생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통합 물관리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어 그 적용에 탄력을 받는 상황이다.현재, K-water 한강권역본부에서는 댐~수도꼭지까지 수량, 수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종합상황실 구축 등 하드웨어 기반을 마련함과 동시에, 한강권역 내 최적의 물순환 체계 구축을 위해 분야(댐, 수도, 환경 등)간 통합과 연계성에 중심을 둔 물관리종합계획을 매월 수립하여 신속한 의사결정 및 과학적 통합물관리를 실현할 수 있도록 추진 중에 있다. 각 물관리 기관들의 노력에도 현재의 가뭄상황은 계속 심화 중에 있다. 이제는 현실로 다가온 극한 가뭄상황에 대비하여 수량 및 수질관리, 수요관리 측면 등을 동시에 고려하는 통합물관리 실현을 통해 보다 항구적인 가뭄대책이 마련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준근 K-water 한강권역물관리처장

[기고] 청년 농산업 일자리,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농업에도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정보기술통신(IC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의 대두로 새로운 농업 발전의 전기가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스마트한 기기에 익숙한 젊은이들의 농업 진출 문턱을 낮추게 될 것이다. 최근 귀촌자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앞으로도 청년들의 귀촌과 농산업 관련일자리 선택은 비례해 증가할 것이다. 농촌에서 일자리를 마련하기 까지는 사전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 파종부터 수확까지 오랜 인내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토지는 임차 등의 방법으로 해결하면 되겠지만 주거를 위한 비용은 조달해야 한다. 신용등급이 높지 않아 대출로 조달하기도 쉽지 않다. 최근 청년인턴제를 통해 젊은이들의 농촌 정착을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하고는 있지만 도시 젊은이들의 유입 효과와 지원기간이 종료된 이후 정착률 등 세심한 사후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농업을 직업으로 선택함에 있어 향후 농업 비전에 대한 고민이 제일 클 것이다. 농업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미국의 한 업체는 기계나 로봇을 대체될 가능성 때문에 향후 없어질 10대 직업 중 2위가 농부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반면 경제전문지인 포브스는 향후 10년간 가장 유망한 6개 투자 분야의 하나로 농업을 선정했고, 투자자인 짐 로저스는 “MBA 대신 농업을 공부하라”라며 농업을 가장 유망한 직업으로 꼽았다. 모두 맞는 말이다. 지구온난화, 세계인구 증가 등 생존을 위한 식량공급원인 농업의 미래는 누가 보더라도 밝을 수밖에 없다. 농업 그 자체보다는 농업을 둘러싼 연관 분야를 보면 더더욱 밝다. 기계나 로봇에 대체되는 부분은 고령화에 대한 대안으로 생각하면 된다. 농업의 연관 분야와 관련하여 농촌진흥청에서 선정한 농업·농촌 유망 일자리 100선을 보면 도시농업 전문가, 치유농업 전문지도사, 다문화 코디네이터, 재생에너지 전문가, 생태건축 플래너, 정밀농업기술자, 육종 전문가, 체험 곤충 사육업 등 생각하지 못했던 분야도 많다. 의약품 소재인 각종 식물이나 곤충을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종자·미생물 분야도 농업 분야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이전 시대의 단순한 연장선상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의미한다. 앞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연구 개발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일컫는 뉴 칼라(New Collar)의 자세가 필요하다. 청년 실업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시점, 농업 연관 분야에 대한 준비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찾길 바라본다. 임창덕 경영지도사

[기고] 지방의회의 가치

간혹 학생들의 당혹스러운 질문이 있다. “국회의원이고 지방의원이고 왜 정치인들은 늘 싸우고 있습니까?” 간단하게 이렇게 답변을 한다. “우리 사회의 갈등을 풀기 위해 우리를 대신하여 싸우고 있다. 그러나 의회가 제대로 우리를 대신하여 주지 못하면 우리가 직접 광장에 나서서 권력을 바꾸어야 하는데, 그것에는 엄청난 비용과 혼돈이 유발된다. 그래서 좋은 의원을 선출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세계 어느 국민보다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사실 계층제 질서 안에서 공무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이다. 효율성이 중요한 기능이다. 그러나 의회(議會)는 말 그대로 여러 사람이 모여 토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끄러워야 한다. 성급하고 조급한 결정 대신에 조금은 더 여유를 가지고 미진한 부분을 검토하고 보완하는 기능을 가져야 한다. 관료조직이 표준화된 잣대를 가지고 일률적인 집행을 할 때, 의회는 예외적 상황에서 소외된 목소리를 한 번 더 들어주는 기능을 한다. 과거 한국 사회가 민주화가 되지 않았을 때는 정치 투쟁이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권력에 대항하여 저항하는 기능이었다. 그러나 이제 민주화가 되어 의회가 제도화됨에 따라 정책 개발이 주된 기능으로 전환되고 있다. 1994년 행정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지 않았을 때에 청주시에서 행정정보 공개에 관한 조례를 먼저 제정했다.당시 청주시와 중앙정부는 법령에 없는데 조례가 먼저 제정되었다고 위법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정보 공개는 지방 자치의 정신에 부합한다’고 하여 합법 판정을 내렸다. 지방자치의 의미를 확인하여 주었고, 나아가 지방의회의 존재 가치를 보여 주는 사건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정착되어 가는 속도에 따라 행정에 대한 통제와 정책 개발이 중요시되어야 한다.사실 민주주의의 원형에 따르면 의회가 결정하면 집행부는 집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는 정부 주도형 국가 발전의 과정에서 행정이 비대하게 발전되어 있다. 최근 지방의회의 기능 활성화를 위해 의회의 정책 지원 조직 강화, 의원 보좌관제 도입 등이 논의되는 것이 그러한 맥락이다. 이에 최근 경기도 의회가 대만, 일본, 미국의 지방의회 기능을 비교 분석하는 국제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우리와 역사적 맥락과 정치적 상황은 다르지만, 민주주의 시행착오를 경험한 나라의 사례를 통해 우리의 사회과학적 상상력을 제고할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는 1980년대는 군사독재 권력에 맞서 정치권력을 바꿀 수 있는 수단으로 주장되었다.그리고 1990년대는 민주주의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주장되었다. 2000년대는 자생적 지역 개발을 추진하는 동력으로 주장되고 있다. 특히 노무현 정부에서는 분권과 혁신을 통해 국가 권력 구도를 바꾸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제는 지방자치가 생활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시민에게 권력을 돌려주는 매개체로서 기능하기 위한 역할을 모색할 시기이다. 이에 의회 운영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다수의 횡포(majority tyranny)에 대한 유혹을 극복하는 것이다. 선거를 통해 다수가 확보되면 무엇이든 숫자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오만이 자멸을 초래한다. 민주주의는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상황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환경 변화가 도전을 유발한다(Climate Change Challenge)’는 것은 의미 있는 메시지이다.최근 한국행정학회 학술대회에 참여한 재니스 라챈스(Janice Lachnace) 미국 행정학회 회장이 “효율성이나 성과보다 ‘법에 의한 지배’ 원칙의 확립이 중요한 시대이다”라고 인사말을 한 것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의미하는 바가 크다. 지방의회는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소중하게 가꾸어 가야 할 우리의 자산이다. 이원희 한경대학교 교수

[기고] 경제위기, 지방자치 완성으로 극복할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몇 년째 3%를 밑돌면서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 14일 전국시도지사간담회에서 대통령이 추경예산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집중 당부를 한 것 역시 경제 살리기의 일환이라 할 것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역시 청년실업과 일자리 미스매치에 대한 문제인식을 바탕으로, 일자리 70만개 창출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경기도는 최근 청년구직지원금 같은 취업지원 정책뿐만 아니라, 공유시장경제 시스템 도입 같은 새로운 경제정책 모델을 제시하며 경제위기 극복에 앞장서고 있다. 다만 이런 경제위기 탈출 노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지방자치제도의 완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짚고 싶다. 여전히 상하관계에 머물러있는 현 중앙정부와 지자체 관계에서는 ‘지역의 실정에 맞는’ 경제살리기 노력이 효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새 정부 역시 필요성을 인식한 것인지 제2국무회의 신설 등 지방과의 협치를 강화하기 위한 지방분권형 개헌 추진을 약속한 바 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돈이 흐르기 마련이고, 돈이 흐르는 곳부터 경제가 살아나게 된다. 침체된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는 생활의 편의와 안전을 보장해 ‘사람’을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에 자율성이 보장된다면 우리나라 역시 각 지자체들이 더 많은 국민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하는 체제가 정착될 것이다.지방자치제가 역사적으로 발전한 스위스나 연방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미국이 그러하다. 지역에 맞는 제도의 실시는 살기 좋은 곳을 찾는 사람의 본능을 통해 인구분산과 균형발전을 가져올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까. 당장 대표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세제, 치안, 교육 분야의 자치권만 보장되어도 기업과 인구의 유치를 통한 경제 살리기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우선 기업의 유치를 위한 지자체의 경쟁 자유를 보장하는 측면에서 법인세를 인하할 경우 기업 유치와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정 지역이 법인세율을 10%로 낮춘다면, 기업의 유치나 설립 시 고려되는 비용이 크게 절감되어 엄청난 지역적 매력을 갖게 된다.또한 지방자치경찰의 운영권이 보장된다면 지역밀착형 치안서비스로 지역 내 치안이 증진되고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 수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2006년부터 자치경찰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관광지와 관광객이 많은 지역적 특성에 맞는 치안제도를 운영 중이다.마지막으로 특정 분야 교육을 육성할 수 있는 자치권이 보장된다면, 자녀의 적성과 희망에 따라 많은 인구가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경우 지역별로 특정 대학이 몇몇 전공에 강세를 보여 우수 인재가 다양한 지역대학에 진학하여 분포한다. 따라서 교육자치권은 인구분산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특정 대학의 우수인재 독식과 대학서열 문제해결의 효과까지 나타날 수 있다. 당장 생각하지 못한 경제적 효과와 정책적 효율성 제고가 더해질 것이라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대한민국을 만드는 ‘키’는 ‘지방자치단체’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자체의 자율성 보장’과 ‘인구·기업 유치 경쟁’은 대한민국의 균형적인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늘 하던 말,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이 바로 이럴 때 필요한 말이 아닐까? 우미리 경기도 자치행정국장

[기고] 장애인 이동편의 이래도 좋은가?

▲ 우재홍 장애인들이 이용하는데 가장 큰 걸림이 되는 여객 시설의 편의시설이 잘못되어 있는 이유와 개선점은 없는 것일까? 일시 6월 15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인천광역시 돌봄 사업의 목적으로 인천 곰두리봉사회의 ‘중증장애인들이 독도 지킴이로 우뚝 서다’ 행사로 인하여 중증장애인 80명과 자원봉사자 및 관계자들이 버스를 타고 포항으로 출발하였다. 많은 장애인이 노래나 화면으로만 부르고 보던 독도에 직접 갈 것이라는 부푼 기대로 피곤한 줄도 모르고 열심히 하며 출발을 하였고 4시간 20여 분만에 포항여객터미널에 도착하였고 배를 타기 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시간이 되어 배에 타기 시작하면서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다. 다름이 아니라 장애인 이동 편의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두와 배의 출입구의 높이 차가 무려 1.5m 이상의 차이가 나 여객터미널에서 마련한 경사로는 그림의 떡이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선사 직원들의 친절과 배려로 우리 장애인들은 한 사람씩 들려 배를 타게 되었고 울릉도에 도착 후 한 번 더 이 같은 일이 벌어질 것에 우려의 마음이 들었다. 다시 4시간 정도를 달려 울릉도에 입항하게 되어 배에서 내리는데 역시 우려하였던 상황이 벌어져 승선 때와 같은 방법으로 배에서 내리게 되었으며, 우리나라 땅 독도를 가는 길이 이렇게 험난한 여정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하소연하는 장애인이 있었으며, 그래도 독도에 갈 수 있다는 일념으로 모는 난관과 고통을 참아가는 장애인들의 모습에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에 관한 법률’에서 도로와 여객터미널 등은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으로 별도 관리되고 있으나, 편의 증진법과 같이 기준 적합성 확인업무기관이 아닌 담당자가 업무를 보고 있어 건축물과 달리 이동 편의 시설이 장애인이 이용하기에 많은 불편이 있게 되어 있는 게 현실이다. 민간업자가 시공한 건축물의 경우 대체로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으나, 정부, 공공청사 등 지자체 발주공사, 교육청, 도시개발공사, LH공사 등의 건물 및 기반시설을 보면 편의시설을 대충 시공하고 나중에 지적 사항이 있으면 땜질 공사를 하는 등 이중 국고를 낭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인천 도시철도 2호선을 보면 그 예가 되리라 본다. 조금만 더 신경을 써 검토하고 협의하여 시공하였다면 빚더미에 힘든 인천 제정에 보탬이 되었으리라…. 차후에라도 인천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공사에 대하여 장애인을 배려하여 공사한다면 인천은 장애물 없는 진정한 도시가 되리라 본다. 무조건 돈을 많이 들인다고 편안한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법으로 정해진 인증도 좋지만, 지역 인증제를 도입하여 최소한 장애인이 도로, 교통, 여객, 철도, 건물을 이용함에 불편함을 최소화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행법을 잘못 오인하면 편의시설을 설치하고자 초가삼간을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편의시설은 모두에게 편안한 시설을 말하는 게 아닐까 한다. 우재홍 지체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 인천센터 과장

[기고] 검게 그을린 얼굴에 담긴 농심의 의미

올해 농촌은 그야말로 수난의 현장이자 ‘종합병원’이었다. 연초부터 AI로 시작된 병세는 산불과 우박피해로 점점 악화하더니, 본격적인 영농작업으로 바쁠 시기에 찾아온 전국적인 무더위와 가뭄 탓에 고열을 동반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완치 판정을 받은 지 하루 만에 거짓말처럼 재발한 AI로 다시 한 번 절망에 빠져 있다. 농촌이 어렵다는 말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올해 들어 특히 심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한적한 시골에서 조그맣게 텃밭을 가꾸시고 계신 아버지조차 힘들다는 소리를 하실 정도이니 말이다. ‘언론홍보’라는 업무를 맡고 촬영차 다양한 농촌 현장을 누비면서 언제부턴가 농업인들의 표정을 유심히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 와중에 발견한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힘든 농사일로 인해 검게 그을리고 주름 깊은 얼굴에서 일상의 고단함은 엿보이지만, ‘절망’이라는 단어는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일 년을 주기로 반복되는 것이 농사일이기 때문에 올해 농사가 안되면 다음해는 잘 되리라는 농촌 특유의 낙천적인 사고 때문인지, 아니면 평생을 농사일하며 농사밖에 모르고 살았기 때문에 다른 대안이 없어서 그런 요량인지 알 길은 없지만, 문득 이것이 바로 그렇게 찾고 찾던 농촌문제의 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도전정신 말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이제 농촌은 답이 없다는 시선으로 이른 아침부터 땀을 흘리는 농업인을 병약한 환자 혹은 사회적 약자로 바라보는 경향이 생겼다. 힘들고 어렵지만 ‘그럼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정작 농촌의 주인인 농업인은 버리지 않았는데 우리가 저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오해의 골이 깊어져 언젠가 그분들까지 희망의 끈을 놓아버리지 않을까 심히 걱정이 앞선다. ‘농번기에는 고양이 손도 빌린다’는 속담처럼 지금 우리 농촌은 막바지 영농에 분주한 시기로, 일손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도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해마다 가축질병, 가뭄, 태풍, 폭우 등 샐 수 없는 내상을 입은 가운데, 수입농산물 개방 등 각종 외상으로 골병이 들어가는 농촌에서 힘들게 병마와 싸우는 농업인의 거칠어진 손을 잡아주고 ‘그럼에도’ 힘내라는 위로의 말을 건네는 일이야말로 농업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요즘은 멀리 농촌까지 출장을 나가지 않아도 주변에 검게 그을린 얼굴을 자주 보고 있다. 고통에 신음하는 농촌을 살려보겠다고 휴일도 반납하고 일손돕기를 나간 직원들이 다음 날 출근해서 하나같이 검게 그을린 얼굴을 하고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으니 말이다. 하루쯤은 가족들과 함께 가까운 농촌으로 나가 농업인과 막걸리 한 잔 기울이는 추억을 만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이수원 농협 경기지역본부 홍보팀장

[기고] 50여년 만에 만나 나라 걱정을 하다

지난주 토요일 근 50여년 만에 한동네서 태어나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던 남녀친구 6명을 만났다. 당시 2년 터울로 4~6명을 낳던 시절이고 보니 동생들도 대부분 친구들이었다. 집안 구석구석 알고 지내던 우리는 부모님으로부터 출발해 안부를 묻는데 한 시간은 족히 걸렸다. 못 만나고 지낸 지난 50여년 동안 살아온 삶은 모두 다르고 지금 모습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변했지만 그 시절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한국 전쟁이 끝난 폐허에서 출생한 우리는 참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대부분 친구들은 가방이 없어 교과서를 보자기에 둘둘 말아 메고 다녔고, 신발이 없어 맨발로 다니는 친구들도 많았다. 개중에는 타이어 같은 검은 고무창에 끈을 얼기설기 엮어 만든 신발을 신는 친구들도 있었다. 끼니를 굶는 아이들도 있어 학교에서는 커다란 무쇠솥에 끓인 노란 강냉이죽을 양은 도시락에 나누어 주곤 했다.그런 시절을 지난 우리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나? 조금 더 배웠든 아니든 제 몫을 하며 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여자 친구들은 25~29살 사이에 결혼을 했고, 남자친구들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결혼을 하여 평균 2명의 자녀를 두었다고 했다. 부모 안부에서 시작해 자식 안부로 넘어가니 조금씩 한숨이 나오기 시작했다. 결혼을 아직 못한 자녀를 둔 친구도 있고 직장을 못 구해 걱정하는 친구도 있었다. 동네 지인 안부를 주고받으면서 조금 놀라운 사실은 고향땅을 지킨 사람들의 부 축적에 관한 이야기였다. 자식 공부시키겠다고 도시로 나간 부모 밑에 자란 친구들은 겨우 아파트 한 채 지니고 있었지만, 고향을 지킨 친구들의 재산은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였다.산업화와 고도 경제 성장기를 거치면서 지가 상승이 가져온 결과이지만 덜 가진 것에 대한 씁쓸함을 넘어 집 한 칸 장만하기 위해서는 급여를 받아 한 푼 안 쓰고 모아도 12년이 지나야 가능하다는 언론보도는 일그러진 채 성장해 온 한국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 같다. 초기 베이비부머 세대인 우리는 그래도 행운아다.고등학교를 졸업해도 대기업 취직은 물론 이사까지 무난히 올라갈 수 있었고, 대학을 졸업하면 골라서 취업을 할 수 있었고 능력 여부와 상관없이 정년을 보장받았다. 상위학교 진학은 안 했어도 고향을 지킨 친구들에게는 지금 돌아보니 지켜온 토지가 충분히 부를 보장했다. 지금 20~30대는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면 너무 현명하고 똑똑하다. 멋진 스펙을 지녔고 열정도 뛰어 나다. 뭐든 할 수 있는 자신감도 있어 보이지만 지금 이 사회는 이들이 열정을 펼칠 장이 없다. 오죽하면 이 세대를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 집, 희망, 꿈을 포기한 7포 세대라고 하겠나. 20년 전 일본의 저성장기에도 우리와 유사한 상황을 겪고 나름 극복한 후 오늘에 와 있다.당시 일본 젊은이들에게도 ‘캥거루족’ 등 다양한 이름을 붙여 사회구조적 문제를 개인에게 책임지우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은 혼인율과 출산율 하락이다. 그리고 소위 늙은 부모에게 의지해서 생존하는 NEET(No education, employment)족이 늘어나는 현상이었다. 이들이 약 100만명 정도였다고 한다. 경기가 회복단계인 지금, 일본이 겪는 노동력 부족 문제는 이들 100만명이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음으로 생긴 문제로 진단한다. 최근 일본 노동 정책에는 그동안 방치한 이 100만명을 일자리로 끌어 내기 위한 전략이 포함되어 있다. 저성장, 저금리, 저투자, 저물가 등 신저성장사회로 들어서는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정도 지내다보면 무기력은 학습된다. 거기까지 가기 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다행히 문재인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일찌감치 일자리만들기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행보에는 박수를 보낼 만하다. 그러나 당장 해결책처럼 보이는 무기 계약직 전환 등 한 직장 안에서의 이중트랙의 인사정책은 20년 뒤 지금 비정규직 문제처럼 똑같은 노동 문제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좀 더 적극적인 특단의 정책이 요구된다. 우리는 저녁 식사 후 밤 10시까지 커피 한 잔씩 들고 초 여름밤 기운을 느끼며 안부에서 자랑으로, 그리고 개인의 고민과 걱정을 넘어 또다시 나라 걱정으로 만남의 끝을 맺었다. 나는 ‘희망’이라는 말로, 친구들은 ‘기대’라는 마음으로 진짜 이 정부가 잘 되었으면 했다. 우리 모두를 위해. 한옥자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장

[기고] 수출은 여전히 우리의 제1전략이다

최근 한국무역협회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무역업계 정책 제언’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전달했다. 첫 번째 제언은 수출확대를 국정과제로 설정·추진해 달라는 내용이다. 생소했다. 그동안 수출확대는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서 너무도 당연해 요구할 필요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은 80.8%에 달한다. 최근 문재인 정부 제1과제인 양질의 일자리확대 및 이를 통한 소득주도 성장에 방점이 찍히면서 무역, 수출은 한켠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국가재난 수준이라고 평가된 청년실업 문제의 시급한 해결과 소득주도 성장의 취지에 적극 공감한다. 내수확대와 적극적 고용정책도 환영한다. 다만, 수출관련 정책이 후순위로 밀려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지난 60년간 세계를 무대로 경제영토를 넓혀왔다. 수출기업 종사자들은 세계를 누비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왔다. 이러한 땀과 노력을 바탕으로 눈부신 경제발전의 역사를 일궈냈고, 그 토대위에서 민주주의 기초를 다져 왔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도 수출기업과 그 종사자들은 세계경제의 사이클과 함께 흥망의 파고를 숨 가쁘게 헤쳐 나가고 있다. 국제무역연구원이 지난 5월 발표한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의 일자리 창출 및 혁신역량 비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06~2015년) 수출기업 취업자 수 증가율은 18.7%로 내수기업의 12.2%를 상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혁신역량의 지표인 R&D투자 역시 수출기업의 경우 2015년 매출액 대비 4.48%로 내수기업 1.09%의 4배에 달했다. 같은 기간 1인당 매출액도 수출기업은 8.9억원으로 내수기업의 5.5억원을 앞선다. 1인당 임금 또한 수출기업이 7천800만원, 내수기업 5천900만원이다. 수출기업이 고용, 생산성, 임금, 투자분야에서 내수기업에 비해 효율이 더 높은 점을 눈여겨 봐야한다. 일자리 확충을 위해서는 융복합 서비스, 소비재, 수출 스타트업 등 고용유발 효과가 높은 기업과 업종을 중심으로 정책적 지원을 늘리고, 내수기업의 수출기업화를 통해 내수와 수출의 시너지를 높여나가는 접근이 필요하다. 수출기업들은 정치적 변화와 무관하게 묵묵히 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 당사는 일본 수출비중이 높다. 최근 일본 내수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없다는 소리를 바이어 측으로부터 듣고 있다. 매스컴과 강연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 AI에 대비하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이러다간 시대의 낙오자가 될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든다.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의 필요성을 느끼고는 있으나, 금융권의 문턱은 여전히 높고 수출기업의 경영자를 더욱 위축시킨다. 수출기업의 R&D투자 지원 등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수출은 여전히 우리의 제1전략이다. 곽수만 한국무역협회 경기북부기업협의회장·(주)에이스힌지텍 대표

[특별기고] ‘성평등’은 ‘양성평등’의 줄임말이 아니다

요새 ‘양성평등’ 대신 ‘성평등’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한다. 성평등 인권부, 성평등 위원회, 성평등 인권통합교육, 심지어 육아 휴직제나 임금공시제 앞에도 성평등을 붙인다. 이 추세론 ‘양성평등’이 슬그머니 사라질 모양새다. 마치 남녀평등을 대체하는 뭔가 참신한 용어처럼 들리기도 하고, 아예 ‘양성평등’의 줄임말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양’자의 삭제는 여성과 남성의 2분 법적 구분을 없애고, ‘젠더’를 헌법과 법률에 이식하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이는 1남 1녀의 결합, 그리고 출산을 염두에 둔 전통적인 혼인과 가족의 개념이 본질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첫째, ‘성평등’은 남녀 두 개의 성에 국한하지 않고, 수많은 젠더를 인정하겠다는 함의다. 물론, ‘젠더’는 생물학적으로 타고나는 게 아니라, 인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 국가는 개인이 결정하는 다양한 성을 수용하고 이를 전제로 모든 법률을 손질할 의무를 부과한다.미국 뉴욕시는 2016년 6월경 공식적으로 31개의 성을 공포했고, 개인이 선택한 성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거나 수용하지 않는 기업들에는 10만 달러가량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했다. 미국 연방정부도 2016년 5월 모든 공립학교의 화장실과 락커를 학생들이 생물학적 성 대신 스스로 결정한 성에 의해 사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둘째, ‘성평등’은 혼인이 굳이 1남 1녀의 결합일 필요가 없음을 내포한다. 동성혼의 도입은 물론, 심지어 일부다처나 일처다부, 그리고 복혼마저도 기존의 금지선이 무너질 수 있다. 주지하듯 미국연방대법원은 2015년 6월26일 동성결혼 합헌결정 당시 9명의 대법관 중 5명이 혼인을 ‘한 남성과 한 여성의 결합’이라 정의한 것이 정체성을 정의하고 표현할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판시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는 이미 공식문서에 “엄마”, “아빠” 대신 “Parent 1”, “Parent 2”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도 저출산, 고령화에 맞물려 1인 가구 증가 등 보다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려는 게 추세인 건 맞다. 그러나 본격적인 토론은커녕, 아직 대화조차 제대로 시작하지 않은 상태다. 이제 대한민국이 ‘남녀’를 대체하는 ‘다양한 종류의 성’을 인정하고, 가족제도의 근간도 손보려 한다면, 깊은 성찰과 열띤 토론을 반복하여 대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외국의 몇몇 사례를 비판도 없이 수입할 순 없는 노릇이다. 남녀구분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불과 십여 년 남짓에 불과했고, 서구 국가들은 벌써 과거로 회귀하려는 움직임까지 있으니 말이다. 유독 대한민국이 전 세계의 추이도 살피기 전에 서둘러 ‘성평등’을 도입할 이유가 있겠는가. 자유민주주의는 모든 ‘다름’을 존중하라는 명제 위에 서 있는 건 아니다. 수많은 다름 가운데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그냥 용인의 영역에 놓아둘 건 무언지 기준을 정하고, 이를 일관성 있게 유지하라는 ‘법치주의’다. 다만, 옳고 그름의 기준이 공동체 구성원들의 변화에 반응하여 평화적으로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질서의 근간이리라. 과연 사람에 대한 무제한적 구분을 인정할 것인지 본격적인 논의를 해보기도 전에 ‘양’ 자부터 빼버리고 시작하는 건 분명히 큰 문제이다. 특히 국회 개헌특위도 얼마 전 헌법 제36조 제1항에서 ‘양성’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논의했다. ‘성평등’을 헌법에 명시하려는 건 최고 상위규범으로 불특정 다수의 선택적 성을 인정하려는 것이란 점을 깊이 염두에 둘 일이다. 이은경 여성변호사협회 회장

[기고] 알코올 중독이 ‘고독사’ 부른다

최근 고독사가 잇따르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 수는 지난해 1천232명으로 2011년 693명에 비해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독사로 인한 죽음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급속한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등이 맞물리면서 고독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고독사 방지를 위해 각 지자체는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알코올 문제 해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홀로 쓸쓸히 죽음을 맞는 고독사는 사회와 인간관계 단절에서 비롯된다. 알코올은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주범 중 하나로 알코올 중독이 고독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주의해야 한다. 외로움이나 쓸쓸함, 우울함과 같은 감정을 없애기 위한 자가 방편으로 혼자 술을 마시는 음주 습관을 문제로 여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홀로 사는 1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혼자 술을 마시는 이유로 ‘외로워서’라고 답한 응답자가 무려 5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당량의 술은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 분비를 일시적으로 촉진하고 도파민과 엔도르핀의 수치를 높여 기분을 좋게 만들지만 오랜 기간 과음과 폭음을 지속하면 알코올이 장기적으로 세로토닌 분비 체계에 교란을 일으켜 우울증을 발생시키고 악화시킬 수 있다. 술은 잠시 감정을 마비시킬 수는 있지만 치유해줄 수는 없다. 오히려 술에서 깨어나 마주한 현실에 더 허무함을 느끼거나 자책만 남게 되는데 이 감정이 괴로워 다시 술을 마시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뇌가 알코올에 중독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경제적 문제나 술 문제로 사회적으로 고립되면 자신의 외로움이나 슬픔, 고달픔을 달래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여기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술만이 자신을 이해하고 위로해주는 유일한 친구처럼 느껴지게 되고 더욱 알코올에 빠져들 수 있다. 또 결국 술을 마시기 위한 노력 외에는 다른 활동에 대한 관심과 의욕이 떨어지고 오로지 술이 주는 즐거움에 빠지게 된다. 실제 알코올 중독환자 중에는 끼니도 거르고 안주도 없이 술에 빠져 지내다 영양결핍 상태가 돼 병원에 실려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해 부산에서 고독사한 60대 남성이 탈수와 영양결핍으로 외롭게 숨진 사건 역시 비슷한 경우다. 현관문을 별도로 사용하는 다세대 주택에서 각 방을 사용하던 가족들은 평소 술버릇이 좋지 않던 그와 접촉을 꺼렸다고 한다. 결국 그의 시신은 숨진 지 한 달 만에 이웃주민에게 발견돼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외로움과 소외감은 사람들과 접촉하고 지지와 격려를 주고받을 때 이겨낼 수 있다.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등 술 없이도 외롭고 쓸쓸한 감정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게 도와주어야 한다. 또한 주변에 혼자 살며 술 문제를 지닌 사람이 있다면 더욱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전문 알코올 중독 치료를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 우보라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기고] 진로교육 패러다임의 혁신 ‘경기꿈의대학’

경기도에 첫 발령을 받아 교직을 시작한지 근 30여년이 지났다. 부끄럽지만, 젊은 시절 필자에게 있어 유능한 교사란 아이들의 성적을 눈에 띄게 올리는 사람이었다. ‘절대 공부’를 외치는 담임 앞에 아이들이 받을 상처 따위는 암묵적으로 묵인되어야 하는 호사스런 사치에 불과했고, 생활지도에서는 매달 무결석 학급 표창으로 내 자신 교직의 사명을 다하는 교사라 자부하여 왔다. ‘너희들의 미래는 내가 책임진다. 그러니 그저 선생님이 시키는대로만 따라오면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식의 오만과 독선적 교육철학으로 선택을 강요 받았던 그 시절 아이들 모습을 떠 올리면 심히 죄스럽기 그지 없다. 그 동안 우리의 교육은 행복과 희망이 아닌 늘 고통과 괴로움의 무게를 견디는 것이었다. 단 한명의 승자 외에는 모두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야 하는 무한 경쟁 교육의 구조적 모순 속에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상처를 받고 좌절하며, 생(生)을 포기하기에까지 이르렀던가? 더불어 학부모들이 짊어져야 하는 사교육비 부담은 또 어떠한가? 급기야 세계 최하위 저출산 문제로 이어져 이제 우리 교육은 21세기 암울한 미래를 상징하는 또 다른 단어가 되어 버린지 오래이다. 이러한 요즘의 현실에서 ‘경기꿈의대학’은 획기적인 교육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전국 최초로 지난 4월에 ‘경기꿈의대학 운영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었고, 경기도교육청과 인근대학 간의 업무협약으로 시작되어 현재 819개의 등록 강좌에 440교 학생 2만여 명이 수강하고 있다. 필자 역시 사업 초기부터 각 대학의 강의계획서를 사전 검토했고 교육지원청의 학생관리지원단으로 참여하면서 매주 대학 현장에서 아이들을 접하고 있다.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자녀의 수강을 돕는 학부모님들도 계신데, 다양하고 구체적인 진로 및 직업정보가 필요한 시기에 좋은 수업을 듣게 되어 아이들이 마냥 신나한다며 만족해 하셨다. 강의를 맡고 있는 교수님들도 보다 차별화된 교육의 일환으로 고등학생의 수준과 흥미를 고려하여 진로역량을 키워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적극성을 보이고, 직접 현장에서 모니터링한 아이들의 반응도 무척 고무적이다. “전공교수님의 눈높이에 맞춘 강의도 재미있고요. 학교에서 하기 어려운 실험 수업을 실험기자재가 완비된 대학에서 다른 학교 친구들과 함께 학습하는데 2시간의 수업이 너무 짧게 느껴져요.” (‘기초물리학 실험 체험’ 수강생 성복고 이00)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려는 의지를 통해 비범한 인물이 된 평범한 사람들이다고 하신 교수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저도 노력하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미래 청년사업가에게 주어지는 7가지 질문’ 수강생 성복고 김00) 새 정부의 교육정책은 고교학점제를 비롯 수능과 내신 절대평가제 도입, 무학년제, 학교간 공동교육과정 운영 등 향후 교육패러다임의 전환에 따른 다양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 어떤 변화이든 교육의 중심에 학생이 있음은 물론이다. 이제 우리는 성적으로 줄세우기 식의 교육에서 벗어나 진정 학생들의 창의적 성장 가능성을 믿고 학교와 마을을 포함한 지역사회 공동체가 함께 지원 방안을 고민할 때이다. 그간 경기도교육청의 혁신교육을 위한 끊임없는 교육패러다임의 긍정적 변화 역시 학교가 이룩해 온 제도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교문 밖의 마을교육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자원의 관심과 협력이 어우러짐으로써 가능했다. 이에 경기교육이 선도하고 있는 ‘경기꿈의대학’ 역시 교육공동체 모두의 관심과 협력으로 우리 아이들의 꿈 실현을 위해 성공적으로 안착시켜야 할 또 하나의 교육 혁신 과업이라 할 것이다. 최동호 용인 성복고등학교 교감

[기고] 지능범죄를 대하는 재판부의 올바른 자세는?

범죄의 개념은 문화마다 매우 다양하고 시대에 따라서도 크게 변화하기 때문에 어떤 특정 행위를 보편적인 범죄로 단정을 내리기는 어려우나, 통상 인간이 사회를 규율하는 법을 위반하여 저지르게 되는 행동 또는 행동의 결과를 말한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이런 사람간의 규율은 사회가 복잡 다양해질수록 비례하여 늘어나기 마련이고, 범죄 또한 이에 비례하여 다양하게 발생하게 된다. 과거 농경사회와는 달리 현대 산업사회는 다양한 사적 공적 사람 사이의 계약에 의한 다양한 관계가 사회를 끌고 가는 기본 프레임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이를 반영이나 하듯이 최근의 범죄 양태를 보면 경제적 부당이득을 취하고자 법과 제도의 허점을 파고드는 지능형 범죄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신문, 방송 등 언론의 사회면을 장식하는 보도들을 보아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보험범죄도 지능형 범죄의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음은 새삼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불과 엊그제 남편이 아내를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살해한 보험범죄 사건이 1심에서 무죄, 2심에서는 무기징역, 3심인 대법원에서는 무죄 추정의 파기환송이라는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롤러코스트를 타듯 판결이 엇갈리는 웃지 못할 결과를 초래하였는데, 작금의 대법원 판결을 보고 심히 우려되는 점이 있다. 판결의 요지가 남편이 고의로 사고를 냈다고 보기에는 범행 동기와 간접 정황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인데, 재판부 주관적인 판단이 너무 강하게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당시 경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피의자는 26개의 보험을 아내 이름으로 들고 자신을 보험수익자로 지정하였다고 한다. 또한 이의 보험료로 매달 300만원이 넘는 보험료를 지출하였는데 이들 보험의 약관대출금 3억1천만원으로 충당하였다고 한다. 또한 재판부는 피의자의 월 수익이 1천만원 가량이라 급전이 필요 없을 거라 판단했다고 한다. 그런데 피의자는 26개의 보험 외에도 가족들 보험을 모두 합해 약 900만원 이상의 보험료를 매월 지출하였다고 모방송의 시사프로는 확인한 바 있다. 1천만원 정도의 수입이 있는 사람이 그 수입의 90%가 넘는 금액을 매월 보험료로 사용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는 일인지 반문하고 싶다. 더구나 도로 위 사고지점의 형태, 파손부위 등을 과학적인 기술로 시뮬레이션해본 바 교통사고 조사 전문가들도 하나같이 졸음운전으로 볼 수가 없다고 하고 있고, 또한 뱃속의 아이에 대한 낙태 강요와 이전의 2번에 걸친 강제낙태, 조수석 쪽으로 몰리 처참한 차량 파손에도 불구하고 시신에 상처하나 없이 깨끗하단 점. 그리고 사망한 지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알려주는 산소포화도도 제로, 너무 빨리 등장한 시반 등 너무나 많은 증거물이 한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는 것을 방송 말미에 진하게 암시하고 있다. 이 모든 넘쳐나는 간접 정황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고의를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지나치게 간과한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자꾸 치밀어 오른다. 지능범죄의 상당수가 이렇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보험 범죄의 경우 무형의 상품이라는 특수성과 오래전 과거 일정 시점의 행위에 대한 범법행위를 증명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 다반사이다. 점점 똑똑해져 가는 지능적인 범죄자에 범죄행각에 오히려 수사 능력이 뒤를 쫓아가는 형국일 텐데 법을 집행하는 재판부의 시각은 또 그 뒤를 쫓는 건 아닌지…. 지능범죄를 대하는 재판부의 올바른 자세는 어떤 것인지 한번 고민해봐야 할 때인 것 같다. 김덕룡 손해보험협회 수도권본부 본부장

[기고] 색소폰을 알면 인생이 아름답다

색소폰(Saxophone)은 클라리넷과 같이 하나의 리드가 들어있는 취구를 사용하는 목관 악기다. 1840년대 초에 벨기에 출신의 아돌프 삭스가 발명하였으며, 몸통은 대개 황동으로 되어 있다. 요즘 한국에는 색소폰 바람이 불고 있다. 색소폰 연주는 ‘남자들의 로망’에서 점차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생활음악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색소폰 동호회가 전국적으로 활성화되어 있으며, 심지어 반려동물인 강아지가 색소폰 목걸이를 하고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는 한 중년의 말처럼 많은 사람들이 색소폰을 연주하고 또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휴일이나 주말에 어느 공원과 무대가 있는 곳에 가면 색소폰 연주를 흔하게 보고 듣게 된다. 색소폰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멋이 있어서, 악기 중에서 쉽게 배울 것 같아서, 음색이 매력이 있어서, 소리가 좋아서,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 봉사하기 위해서, 남이 연주하니까 좋아서, 타인이 권해서 등 많은 사연이 있어서 시작을 한다. 그러나 시작하게 된 동기를 정리 해보면 색소폰은 인생을 즐기고 아름답게 살기 위한 수단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러나 시작할 때와 달리 2∼3년이 지나면 좀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에 조금은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생긴다. 가르치는 사람들은 흔히 색소폰을 즐기라고 하는데 그 말은 조금의 위로의 말 뿐이지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재 가지고 있는 악기 탓도 해보고, 마우스피스, 리드 등을 교체하기도 한다. 이게 다 좋은 연주를 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본다. 필자가 생각하기로는 좋은 주법과 호흡법, 마우스와 리드의 조화만 잘 이루어진다면 좋은 연주를 할 것이라고 전한다. 색소폰을 나 혼자 즐기기 위해서 배웠다면 이제는 문화 소외지역에 찾아가는 음악회를 권하고 싶다. 경제 성장으로 우리나라도 문화적으로 많이 발전했지만 지금도 색소폰이 뭔지 문화예술이 뭔지 잘 모르는 문화 소외지역이 많다. 이제는 색소폰을 사랑하고 즐기는 개인이나 동호인들은 이런 곳에서 봉사하기를 바란다. 필자는 지금까지 350여 회 문화 소외지역에 가서 음악봉사를 하고 있다. 색소폰이라는 악기가 마구잡이의 연주를 하는 악기가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체득한 사실이 중요하며 색소폰을 재미있고 멋있게 연주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 또한, 나만의 연주주법을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연주를 많이 듣는 것이 필요하며, 자만하지 않는 겸허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색소폰 지식을 가지고 연주하는 것이다. 새로운 연주법을 배운다는 것은 새로운 연주 스타일을 익히는 것으로,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이며 새롭게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색소폰하면 흔한 가요 곡을 적당히 연주하는 악기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가벼운 생각은 곤란하다. 이제는 우리나라에도 색소폰을 연주하고 즐기는 프로와 아마추어가 수만 명에 달하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색소폰을 통해서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이처럼 색소폰을 제대로 사랑한다면 그만큼 잘 보이고, 그때는 분명 전과는 다른 연주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알고 있는 만큼 연주도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색소폰을 알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인생이 아름다워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생활음악의 정착과 색소폰 발전을 위해서 제안해보면 지역 동호인들이 서로 활발히 소통하고 배려하며 협력해야 한다. 그리고 좋은 자료를 공유하며 자아 실현하는 연주 봉사자로서 긍지를 갖는 모습이 필요한 시기이다. 또한 문화 소외지역에 찾아가는 연주봉사를 하고 색소폰 통해서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용섭 한국색소폰교육협회장

[특별기고] 성시연의 브루크너 7번

결론부터 말하자면 음악적인 완성도는 높았으되 기술적인 세밀함은 부족했다. 그건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한계이자 국내 교향악단의 고질적인 병폐이기도 했다.적어도 세계적 수준의 오케스트라는 악장 3명은 기본이고, 특히 관악기 가운데 가장 사용 빈도가 높은 호른의 경우 2명 이상의 수석 단원을 보유한다. 더구나 그 대상이 브루크너의 교향곡이라면 호른에 대한 의존도는 극대화된다. 오죽하면 브루크너가 호른만으로 만족 못하고 바그너튜바 4대를 추가했을까. 그러나 경기필에서 바그너튜바는 정단원이 아닌 객원단원을 쓸 수밖에 없는 한계를 드러냈다. 그건 국내 다른 악단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터. 결국 치밀한 앙상블로 이어지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6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창단 20주년을 맞아 경기필이 야심차게 준비한 ‘앱솔루트 시리즈’ 2번째 순서로 ‘성시연의 브루크너 7번’ 콘서트가 열렸다. 경기필은 성시연 체제 하에서 이제 국내 정상급으로 도약해, 현재 애호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오케스트라 가운데 하나로 등극했다. 콘서트홀 로비는 그만큼 청중으로 북적였다. 전반부, 브람스의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약진하고 있는 경기필의 현주소를 보여주며 상큼하고 조탁된 사운드로 객석의 갈채를 이끌어냈다. 이윽고 후반부 브루크너 교향곡 7번, 음반과 실연에서 접하기 힘든 ‘노바크 판’ 악보를 채택한 성시연 덕분에 트라이앵글과 심벌즈 주자까지 가세해 무대는 꽉 찼다. 5월 20일, 세계 3대 콘서트 전용홀로 꼽히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허바우에서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지휘한 네덜란드 방송교향악단의 브루크너 7번을 접한 터라 여러모로 비교가 되었다. 에센바흐가 호른과 바그너튜바를 왼쪽으로 배치했다면 성시연은 오른쪽으로 치우치게 했다. 공연장의 음향특성을 감안했을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은 오디오적인 쾌감은 에센바흐가, 음악적인 면은 성시연이 더 좋았다. 네덜란드 방송교향악단은 열심히 했고, 경기필은 사력을 다해서 했다. 당연히 경기필의 브루크너는 소름이 돋을 만큼 치열했다. 1악장 도입부, 바이올린의 트레몰로를 타고 호른과 첼로가 아스라한 주제를 노래했다. ‘백마 탄 기사가 새벽안개를 헤치고 성문을 나서는’ 작곡가의 의도를 그대로 구현했다. 점차적인 음량 증가로 모든 악기가 한바탕 전합주(全合奏)로 굉음을 내는 부분은 경기필의 담금질이 높은 수준에 도달했음을 알게 했다. 목관악기로 지저귀는 2주제는 브루크너의 고향 린츠 근교의 작은 마을 안스펠덴의 대자연이 반주됐다. 이러한 목관의 지저귐은 나머지 악장에서도 충실히 구현됐다. 역시 금관이 한계였다. 제시부 후반부, 호른을 필두로 금관의 ‘3화음 합창’에서 밸런스가 무너지고 어긋났다. 네덜란드 방송교향악단은 호른 수석만 3명이라고 했다. 홀로 모든 연주회를 감당해야 하는 고된 작업이 낳은 예고된 사고이기도 했다. 4악장 전개부, 플루트를 필두로 오보에, 클라리넷에서 바그너튜바로 이어지는 천국적인 가락 또한 매끄럽지 못했다. 2악장 ‘브루크너 아다지오’의 장엄한 선율은 공연의 백미였다. 템포는 끝까지 흔들림 없이 지켜졌으며 현악기는 물결치듯 일렁였다. 2주제의 고즈넉함은 꿈결처럼 아름다웠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클라이맥스에서 단 한 번 타격하는 심벌즈와 트라이앵글은 광채를 더했다. 성시연과 경기필은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 사실 브루크너와 말러는 기교적인 부분만 해결되면 연주 자체는 일사천리다. 오히려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악기 수는 적지만 음악적으로 훨씬 어렵다. 경기필이 서울시향이나 KBS 교향악단만큼의 예산이 확보된다면 향후 더한 발전이 있으리라. 경기필의 가능성을 믿기 때문이다. 유혁준 음악칼럼니스트·클라라하우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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