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라냐’고 외치던 광장의 목소리는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자’는 당위와 사명으로 이어져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루어냈다. 탈권위와 소통으로 국민과 스킨십 하려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84%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가 지난달 25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내년부터 전액 국고지원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의 중앙정부 부담비율은 41.2%, 금액으로는 8천600억 원인데 내년부터는 이를 두 배 이상 늘려 2조 원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내내 매년 전국의 시ㆍ도교육청과 교육부가 예산편성 책임 주체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통에 학부모들과 보육교사들이 불안에 떨며 보육대란을 겪었던 때를 생각하면 적극 환영할만한 결정이다.
경기도의 경우 2016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두고 연말 의회가 파행되고 급기야 사상초유의 준예산 사태까지 경험하는 등 극심한 갈등을 겪었으며 청와대 앞 릴레이 시위를 통해 얻어진 값진 결과로 남다른 감회가 있다.
올해 경기도교육청이 부담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5천272억 원 규모인데, 저성장 등으로 인한 내국세 정체 때문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이 묶여 있던 상황에서 지방채 발행 등을 통해 부족한 예산을 메꿔 오던 처지였다. 이제 내년부터는 최근 수년간 예산 부족으로 방치되어 온 유치원과 초ㆍ중ㆍ고교의 열악한 학교 환경개선 사업과 교육불평등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정책 수립 등 교육청 본연의 ‘교육’ 사업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지면과 의회발언 등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국가책임이라는 점을 명백히 밝혀온 필자로서는 이번 발표에 남다른 감회와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
문 대통령의 공약사항에 누리과정 국가부담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내심 기대하고는 있었지만 시끄러운 인사청문회 가운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결정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작년 초만 해도 교육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미편성한 시ㆍ도교육청에 대해 직무유기죄를 묻겠다며 감사원 감사청구와 검찰 고발 등으로 압박을 가했었는데 같은 교육부가 맞나 싶을 정도다.
변화와 혁신의 바람이 필자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그리고 강하게 불고 있는 것 같아 설레고 흥분된다.
누리과정 예산의 국가 전액부담 실현은 첫 단추이다. 장기적으로 교육청이 ‘교육’ 기능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확대와 교육자치권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종국에는 헌법에서 보장한 지역주민의 풀뿌리민주주의가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꺼질 듯 말 듯 연약해 보이기만 하던 촛불이 이루어낸 놀라운 변화와 이제 막 시작된 문재인 정부가 만들어내려는 희망을 통해서라면 가능하리라 기대해 본다.
김호겸 경기도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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