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다리가 최고의 교통수단이던 조선시대! 한양으로 과거시험을 보러 가던 선비들이 꼭 지나쳐 가야 했던 고을 ‘광주’. 과거 이웃 마을 친구를 만나려 해도 고개 넘어 십리, 이십 리를 걸어야 했고, 지금의 수능만큼이나 큰 시험이었던 과거를 보기 위해서는 몇 달 전에 출발해 무려 백 리, 이 백리를 걸어서 이동해야 했다. 당시에는 목현동을 지나 남한산성을 넘어야 비로소 한양에 입성 할 수 있었다. 지금처럼 길이 잘 닦이지 않았던 그 시절에는 그야말로 울퉁불퉁한 숲길을 걷고 또 걷고, 짚신이 몇 켤레나 닳아 없어지도록 걸어야만 했다. 선비들이 울고 웃으며 넘었을 이 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이 길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광주시는 옛날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가기 위해 지나야 했던 남한산성 주변의 숲길을 복원하는 ‘한양 삼십 리 누리길’ 조성 사업을 시작했다.
광주시를 가로지르는 ‘한양 삼십 리 누리길’은 목현동 한옥마을 부근 새오고개에서 시작해 오전리, 불당리, 산성리를 거쳐 남한산성 제1남옹성으로 이어진다.
먼저 시는, 불당리까지 6㎞ 구간을 올해 12월까지 1단계로 정비한 뒤 불당리∼산성리 6㎞ 구간을 내년에 추가로 정비할 계획이다. 시작점이 되는 목현동 새오개길은 벌써 벽화 작업이 완성됐다. 벽에 색을 칠한 것이 아니라 도기로 만든 벽화로, 색을 넣은 도기를 타일처럼 구워내 조각조각 붙이거나 그림 그대로를 도기로 만들어, 한양으로 향하는 비장한 옛 선비들의 모습을 광주의 상징인 도기로 표현했다.
이어지는 다음 구간도 산림 생태계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목각 장승 등 광주시의 특징을 담은 다양한 테마로 꾸며질 예정이다. 단순히 사라진 길을 정비하는 것만이 아니라 길 안에 볼거리와 먹을거리, 즐길 거리까지 모두 담을 예정이다. 게다가 마을 내 주택을 활용한 게스트 하우스 마련 방안도 모색 중에 있다. 숲길 주변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1만4천㎡)으로 묶인 상태에서 4개 마을에 1천271가구 2천945명이 거주하고 있다. 전 구간을 걷는데 7시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비들이 걸었던 그 길을 따라 걸으며 운치를 느낄 수 있는 ‘한양 삼십 리 누리길’.
과거로 여행하듯 걷는 호젓한 숲길, 광주시에 또 하나의 명품 역사 여행지가 늘어난 셈이다. 남한산성의 환경 문화자원과 자연마을이 연계된 숲길을 조성해 양질의 산림휴양 서비스를 제공하고 건강한 자연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추진하는 한양 삼십 리 누리길 조성사업에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이 있기를 기대한다.
박해광
광주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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