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한 교육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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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 학생 교사 국제교육 교류를 위한 미국 방문단의 일원으로 LA와 샌프란시스코를 다녀왔다. 라세스, 필그림, 샘 제임스, 미네르바 이 4개의 학교를 보고 미국 교육을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4개 학교의 어느 구석엔가 강한 미국을 만든 힘이 있을 것이다.

 

4개 학교 속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그 힘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한 사람 한 사람의 개별적 성장을 돕는 교육’이라고 보았다. 모둠이나 집단 속에 있지만 개인의 존재를 분명히 존중하는 인식과 관점과 태도와 방법이 그런 힘을 만든다고. 그리고 ‘교사는 수업에만 전념하도록 한다’는 원칙이 지켜지는 것이 이런 교육을 가능하게 한다고.

 

라세스에서는 교사를 제외하고 청소부를 포함한 모든 직원이 학교교육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스텝으로 작동한다. 교장을 비롯해 이들은 모두 무전기를 소지하고 모든 상황을 공유하면서 대처한다.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은 초기부터 관심을 두고 결과를 주시하면서 5주마다 평가하여 해당 학생의 필요와 요구를 채워준다. 흔히 문제아라고 부르는 학생들은 ‘도움이 필요한 학생’, ‘태도가 문제인 학생’으로 구분하여 지원한다. 아이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지닌 문제와 싸우며 함께 해결하려는 마음이 읽혔다.

 

우리의 교육청 격인 LAUSD 교육구에서는 한국어를 비롯해 87개의 이중언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여기에 오면 타인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이것이 그들이 추구하는 이중언어 교육의 목표다. 이방의 언어를 통해 타인과 소통하는 힘을 기르고, 다른 세상, 새로운 세상에 대해 이해하는 마음의 폭을 넓히는 교육의 관점이 인상 깊었다.

 

370명이 재학하는 샘 제임스 학교는 아이를 가졌을 때부터 입학 대기자에 올릴 정도로 학부모가 선호하는 학교다. 초등학교 3학년 읽기 수업에서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고 학생들은 가만히 듣고 있다가 간간이 던지는 선생님의 질문에 손을 들고 답하는 모습은, 언어교육이 잘 듣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는 학습 이론에 충실한 장면이어서 인상적이었다. 

할머니의 무릎에 머리를 기대고 옛날이야기를 듣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이야기를 통해 교훈을 주입하는 방식과 아이들의 생각을 끄집어내는 방식. 자녀 교육에 있어 부모의 권위가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유대인의 관점과도 통하는 것 같았다.

 

이번에 본 학교의 수업은 모두 학생들이 참여하고 활동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교사는 주로 학생들의 활동을 돕는 역할을 한다. 학교 어디에서든 소그룹으로 활동하면서 주어진 목표를 향해 정돈된 질서 안에서 움직인다. 모둠이 있지만 각 모둠이 서로 다른 방법으로 주제를 탐구한다.

어떤 모둠은 게임기를 들고 책상 밑에 들어가서 열중한다. 1 더하기 1이 왜 2가 되는가를 탐구한다. 교사 책상에 있는 카세트에서 시종일관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특수 페인트로 칠해 칠판이 되는 벽, 누구든지 다양하게 쓸 수 있는 리빙 룸. 자유로운 방식이어서 더 넓어 보이는 공간에서 본질적인 질문에 몰입하는 장면이 자주 눈에 띄었다.

 

스쿨버스가 교차로에 나타나면 모든 방향에서 오던 차들이 신호와 상관없이 멈춰서야만 하는 나라. 학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이런 인식이 강한 교육을 만드는 또 하나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용호 부천교육지원청 교수학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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