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일본의 위안부 공문서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기자페이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병사 70명당 위안부 1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는 기록이 발견됐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지난 6일 보도했다. 이런 내용은 주중 일본영사관이 일본 본토의 외무성과 연락하기 위해 1938년 작성한 기밀문서에 나온 것으로, 일본 정부가 위안부 관리에 직접 관여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당시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 주재하던 일본 총영사는 보고서에 “해군 측은 예작부(藝酌婦) 합계 150명 정도 증가를 희망하고 있으며 육군 측은 병사 70명에 대해 1명 정도의 작부가 필요하다는 의향”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지역 총영사는 “황군이 전진하는 경우를 내다보고 4월 말까지 적어도 5천명의 특수부녀를 집중”, “군용차에 편승한 특수부녀 186명 남하” 등을 보고했다.

교도통신은 “다른 보고서에서는 작부·특수부녀가 매춘 여성과 같은 의미로 기재됐다”며 “이들이 위안부를 의미한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1991년부터 각 부처에 남아있는 군 위안부 관련 공문서를 조사하고 있는데, 이번 기록은 2017~2018년에 수집한 23건의 문서 중 13건에서 나온 것이다. 병사 70명당 위안부 1명이란 수치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군과 외무성이 국가 차원에서 위안부를 전쟁터로 보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근거라고 평가했다. 기록을 보면 일본군이 위안부 제도를 만들고 유지하고 운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야말로 ‘빼박’이다. 2017년엔 일본 군부대가 인도네시아에 위안부를 끌고 와 난폭한 수단으로 협박했다는 내용의 전범 재판(바타비아(자카르타의 옛 명칭) 재판 25호 사건) 기록이 공개된 적도 있다. 그런데도 아베 정부는 “위안부 모집에 강제성이 없었다”며 정부와 군의 개입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

일본은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 담화를 통해 ‘위안소는 군 당국의 요청에 따라 설치·운영된 것이며, 위안부 이송에 구 일본군이 관여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라,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광범위한 역사적 조사를 진행해 밝힌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잇단 증언으로도 일본의 파렴치한 전쟁범죄가 세상에 드러났다. 국제사회도 한목소리로 야만적인 위안부 제도를 규탄하고 있다.

아베 정부는 더 이상 ‘고노 담화’ 자체를 부정하며 추악한 범죄를 감추려 해서는 안된다. 범죄행위를 반성하고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 일본군의 위안부 공문서는 앞으로 또 나올 수 있다. 명백한 역사적 진실은 절대 감출 수 없다. 이연섭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