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지역 맞춤형 행복지표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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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가 잘사느냐 못사느냐는 대개 GDP(국내총생산)로 말한다. GDP는 1937년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가 제시후 한 나라의 경제규모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사용돼 왔다. 2018년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약 3만1천달러로 세계 26위를 기록했다. GDP가 높다고 잘사는 나라, 행복한 나라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UN산하 ‘지속가능한 발전해법 네트워크’가 발표한 세계행복지수에서 올해 상반기 54위를 기록, 1인당 GDP 순위와 큰 차이가 났다.

해외 선진국들은 일찍이 GDP 대안지표 개발에 나섰다. ‘포드햄 사회건강지수(FISH)’는 유아사망률, 아동학대, 10대 자살률 등 16개 항목을 평가한다. ‘경제복지지수(ISEW)’는 개인 소비 지출을 기준으로 무급 가사노동을 더한 다음 그 결과에 범죄, 오염, 사고 등에 사용된 지출같은 손실 완화 비용을 빼서 나타낸다. 경제규모보다 시민이 느끼는 삶의 질을 중심으로 하는 ‘참진보지수(GPI)’도 있다. 개별 국가 차원에서 GDP를 수정·보완하거나 대안지표를 개발하는 사례도 있다. 캐나다는 예술, 시민참여, 건강 등 8개 영역에서 삶의 질 변화를 측정하는 ‘웰빙지표(CIW)’를 마련했고, 아이슬란드는 2020년 예산안에 웰빙지표에 따라 경제보다 친환경이나 평생학습, 불평등 해소 등을 우선순위에 뒀다.

국민의 행복을 측정하고 이를 정책과 예산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우리 실정에 맞는 ‘지역 맞춤형 행복지표’가 국내 처음으로 공개됐다. 수원ㆍ구리ㆍ여주시 등 전국 14개 기초자치단체가 참여한 행복실현지방정부협의회가 지난 18일 ‘자치분권시대 행복지표 심포지엄’에서 제시했다. 행복전환지표는 지역공통 지표 90개와 지역유형별(도시ㆍ농촌ㆍ도농복합형) 선택지표 10개를 포함해 총 100개 지표다. 지역공통 지표는 개인ㆍ사회ㆍ자연 3개 대영역으로 구분되고, 3개 대영역은 다시 12개 소영역(물적자산ㆍ건강과 교육ㆍ일ㆍ여가와 문화ㆍ공공서비스ㆍ기반시설(의료, 문화, 교육)ㆍ참여(거버넌스)ㆍ안전과 신뢰ㆍ사적관계ㆍ자연환경ㆍ지속가능성ㆍ주관적 행복감)으로 나뉜다. 12개 소영역은 27개 세부항목과 46개 주관지표, 44개 객관지표 등 90개 지표로 구성됐다.

지역 맞춤형 행복지표는 개발단계부터 지역 전문가와 공무원, 주민이 참여해 지역별 특수성을 반영했다. 각 지방정부가 개발과 성장 중심에서 지속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정책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 전환 속도와 방향을 점검하는 지표라는데 의미가 있다. 행복지표를 정책과 연계하기 위해선 주민참여, 지자체의 자발적 움직임, 이를 추진할 행복부나 행복청 같은 전담조직이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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